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3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닮고싶은 마음
내가 분조장으로 일한지는 10여년이 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처음으로 분조장사업을 시작하던 때를 잊을수 없다.
나의 아저씨는 관리위원장이였다.
그는 군사복무에 이어 대학공부를 마치고 자기의 젊은 시절을 고향의 농촌진지를 꾸리는데 바치였다.
장기쪽같이 여기저기 널려져있는 살림집들을 다 헐어 산기슭에 보기 좋게 지어놓은 문회주택들, 실개천을 따라 곧추 뻗은 마을앞 도로며 골짜기를 가로막아 세워놓은 발전소며 그 저수지에서 무리지어 헤염치는 칠색송어들…
고향땅을 이렇게 살기 좋은 문화농촌으로 꾸리기까지 아저씨가 흘린 땀과 바친 노력은 그 얼마이던가.
그 나날에 아저씨는 나의 언니와 한가정을 이루었다. 아저씨는 일찍 부모를 잃은 나에게 있어서 아버지와도 같았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나는 아저씨의 당부대로 농촌에 진출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저씨의 의도를 잘 알지 못했다. 다만 아버지처럼 따르는 아저씨를 기쁘게 해주고싶은 마음이 아저씨의 당부대로 하게 하였다.
처음 해보는 농사일이 익숙되지 않아 애를 먹을 때도 아저씨는 옆에서 하나하나 배워주고 일깨워주었다. 배우자선택문제도 그래, 새살림을 시작할 때 가장집물들을 마련해줄 때도 그래 내 일이라면 두팔걷고 뛰여다니며 무진 애를 썼다.
그런 아저씨여서 나는 아저씨를 아버지처럼 믿었고 사업과 생활을 의지하게 되였다.
어느덧 흐르는 세월속에서 나는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였고 분조장사업까지 하게 되였다.
하지만 생활은 순풍에 돛을 단 배가 아니였다.
이즈음 나에게는 하나의 번민거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얼마전만 해도 관리위원장을 하던 아저씨가 뜻밖에도 내가 일하는 분조에 배속된 후부터였다.
×
작업반 분조장들의 하루사업총화는 집집의 창가에 불들이 하나둘 켜지던 늦은저녁에야 끝났다. 모임이 끝나기 바쁘게 나는 빠른 걸음으로 모판장에 들어섰다. 모판들을 다시한번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하던 일들을 끝마친 분조원들이 이미전에 집으로 돌아간 뒤라 모판장안은 조용했다. 모판을 살펴보며 걸음을 옮기던 나는 사이바자 저쪽에서 무엇인가 부지런히 일손을 놀리는 어렴풋한 사람의 형체를 보게 되였다.
(누구일가?)
가까이 다가서며 전지불로 비쳐보니 아저씨였다.
《아니 아저씨, 날이 저물었는데 여기서 뭘 하세요?》
《응? 음―혜영이로구나. 그래 작업총화는 끝났니?》
《예.》
나는 대답을 하고나서 두리를 살펴보았다. 아저씨는 완성해놓은 모판들을 재정리하고있었다.
《무엇이 잘못되였어요?》
《제 규격이 보장되지 못하였더구나.》
하던 일을 계속하며 아저씨는 대답했다.
그런 모판이 여러개가 된다. 그 누군가가 경쟁심에 일을 설쳤던것 같았다. 비록 몇센치되지는 않아도 규격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모를 하나같이 충실하게 키울수 없는것이다.
(아저씬 참, 아직도 마음은 관리위원장인가봐.) 하면서도 가슴속이 따뜻해옴을 느끼며 아저씨와 함께 모판을 정리해나갔다.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한 모판에 씌운 비닐박막에 구멍이 난것이 눈에 띄웠다.
《혜영이, 아무래도 안되겠어. 얼른 뛰여가서 실바늘을 가져오렴.》
《아이참, 됐어요. 래일 하지요 뭐.》
《아니야.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질 않니. 그러면 온도가 떨어져 싹트기가 늦어져. 분조장은 언제나 세심해야 해. 그리고 그날 계획했던 일은 꼭 그날로 다하고 넘어가는 습성을 키워야 해.》
나는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하긴 무슨 말을 더 할수 있으랴. 아저씨의 말이 언제나 옳은데야.…
강냉이영양단지모를 옮겨심을 때도 그랬다.
그날 아저씨는 밭갈이를 맡았다. 그런데 한창 밭을 갈던 아저씨가 농기구를 밭기슭에 세워놓고 돌을 나르는것이였다. 무슨 일이 생겼나 하여 나는 총총걸음으로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아저씨는 지난해 비물에 패워진 밭머리에 돌담을 쌓으려 한다는것이였다. 강냉이를 심으면 두세포기쯤 심겠는지…
그 손바닥만 한 땅도 아저씨는 스쳐버리지 않는것이였다.
언제나 이 처제의 일이 아니, 처제가 맡은 일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아닐가.
나는 돌을 섬겨주며 아저씨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아저씨, 고마와요.》
《?!》
허리를 펴며 아저씨는 정색해서 나를 바라보았다.
고맙다는 그 말이 리해가 안되는지…
그러더니 다시 허리를 굽히고 하던 일을 다시 잡으며 입을 열었다.
《혜영아, 강냉이영양단지모를 옮겨심을 때는 밑거름을 충분히 주고 옮기도록 하자꾸나. 뭐니뭐니 해도 수확고를 높이자면 밑거름을 많이 줘야 해.》
관리위원장을 할 때처럼 아저씨는 나의 분조장사업을 변함없이 세심하게 도와주었다. 그러나 아저씨와 나와의 관계가 언제나 좋은것은 아니였다.
×
애벌김매기가 끝나는 날 저녁이였다.
분조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포전을 돌아보고나서 기쁜 마음으로 마을로 들어서던 나는 배나무집 울바자안에서 녀인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게 되였다.
《아유, 저 철혁이 아버지가 관리위원장을 할 때 시도하던 일을 우리 분조의 힘으로 해보겠다고 자기의 집앞에 거름을 굉장히 쌓아놓았더군요.》
《분조장은 어제도 관리위원회에 가서 또 욕을 먹었다나봐요, 김매기가 처졌다구…》
《분조장이 제 아저씨 하자는대로 하니까 별수 없지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하다면 내가…
나는 이들의 말을 무심히 들어넘길수 없었다.
기쁨이 넘치던 가슴에 불안의 구름장들이 밀려들었다.
나는 샘골어귀에 자리잡은 언니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 마련해놓았는지 거무스레한 두엄더미가 정말 집마당 한켠에 쌓여있었다.
실망과 안타까움이 가슴을 답답하게 해준다.
정말로 분조장사업이 점점 힘들어진다.
나는 다리맥이 풀려 언니의 집앞에 있는 샘터에 쪼그리고앉았다.
거기에는 수정같이 맑은 물이 쉼없이 솟아흐르고있었다. 처음 농사일을 배울 때 아저씨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혜영아, 너도 이 외진 곳에서도 쉼없이 솟구치는 샘물처럼 티없이 깨끗한 인간, 정열의 인간이 되거라.》
하지만 사람의 힘과 정열도 한계가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아저씨가 애쓴다고 몇십년 지력을 뽑아낸 샘골밭이 단번에 달라질수는 없는것이다.
날이 어두워졌는데도 아저씨는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남새분조장인 언니도 밭에서 늘 늦게 들어오는데 금방 집으로 들어서다가 나를 보자 반색을 했다. 아저씨를 만나러 내가 온것임을 알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아저씬 요즘 또 그 유기질비료때문에 바삐 돌아간단다.》
《그 유기질비료때문에 그만큼 헛수고를 하고서도 또 그걸 붙잡았어요?》
《응, 거름은 다 마련해놓았는데 이제 그 뭐 첨가제만 있으면 샘골포전에 맞는 복합비료가 된다더라.》
나는 아저씨의 처사가 리해되지 않았다.
소도 한번 빠졌던 구뎅이엔 다시 빠지지 않는다는데 왜 또 그 일을 맡아안고 애를 쓰는지…
×
유기질복합비료생산을 위한 사업은 아저씨가 관리위원장을 하던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시작된것이였다.
땅의 지력을 높이지 않고 화학비료만 가지고서는 수확고를 높일수 없었다.
이러한 때 유기질복합비료가 생산되여 농촌들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한뙈기의 땅도 허실없이 모두 기름진 옥토로 전변시키자. 그러자면 유기질복합비료생산기지를 우리자체로 건설해야 한다.)
하여 유기질복합비료생산기지건설이 시작되였다.
분조마다 한명씩의 장정로력들이 건설에 동원되였다. 아저씨는 자재해결과 건설시공을 도맡아하며 동분서주했다. 비료생산기지건설을 위해 집에서 기르던 송아지만 한 돼지까지 밀어넣었다.
수확률이 낮은 샘골밭도 집오래의 터밭처럼 걸구려는것이 아저씨의 결심이였다. 그러나 그 밭의 담당자인 분조장 나자신도 눈앞에 나타나는 바쁜 일에만 급급하던 나머지 아저씨의 그 립장에 따라서지 못하였다.
거름생산이 고조에 올랐던 어느날이였다.
그날 나는 아침일찍 분조원들을 이끌고 샘골로 향했다.
장난세찬 분조의 한 젊은이가 먼저 앞서며 오솔길옆의 나무들을 흔들어놓자 가지마다에 쌓여있던 흰눈이 그대로 뒤따르는 사람들의 어깨며 머리우에 흰꽃보라처럼 날아내렸다. 뒤따르던 처녀들이 어깨우의 눈꽃을 털념도 하지 않고 깔깔거리며 소발구들사이로 따라잡을 내기를 하면 스적스적 걷던 소들은 두눈만 슴벅이며 제자리에 멈춰서군 한다. 그러면 소발구를 끌던 나이지숙한 장정들이 《이랴, 낄낄.》하며 소들의 갈길을 재촉한다.
그야말로 농촌겨울의 랑만과 정서이다.
《자, 얼른 거름을 발구들에 실어주자요. 그리구 운반공들은 저기 관리위원회 옆포전부터 거름을 운반하세요.》
나는 분조원들의 이름을 찍어가며 분담을 하고는 일손을 먼저 잡았다.
텅텅 언 거름을 까는 소리, 왁자지껄하는 웃음소리에 이어 떼여놓은 거름덩이들을 싣느라고 《하나, 둘, 영차.》하는 구령소리들이 골짜기를 울렸다.
현장에 관리위원장인 아저씨가 나타난것은 한낮이 거의 되여올무렵이였다.
조용한 곳에 나를 불러세운 아저씨가 타이르듯 말했다.
《혜영아, 거름을 가까운 골짜기부터 내지 않구 부디 먼 소재지포전부터 날라가면서 그러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옆포전부터 먼저 내려구… 군에서 일군들이 나와봐도 그래…》
나는 말을 얼버무리였다. 아저씨의 눈길이 곧바로 나에게 쏠렸기때문이였다.
《너한테 언제부터 그런 눈가림식일본새가 생겼니. 길옆의 땅만 땅이고 이 외진 골짜기 땅은 땅이 아니란 말이냐. 그러지 말고 이 골안부터 거름을 내거라. 다른 사람도 아닌 너까지 그렇게 일하다니…》
그날 아저씨는 날이 저물도록 우리 분조에서 거름운반을 함께 했다.
《고난의 행군》을 하는 몇해사이에 비료공급이 적어진데다가 해마다 큰물피해까지 입어 알곡생산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농장의 농사를 추켜세우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았다.
아저씨가 관리위원장을 하던 마지막해 여름, 도소재지역두에서 비료를 운반해와야 할 긴박한 정황이 조성되였다.
아저씨는 두대의 뜨락또르를 끌고 령을 넘어갔다. 찌물쿠는듯 한 대기온도에 숨이 다 가쁠 정도였다.
비료를 싣고 후에 떠난 뜨락또르가 앞선 뜨락또르를 따라선것은 령길에서였다. 앞의 뜨락또르가 령길 굽인돌이에 멎어서있었다.
뒤의 뜨락또르에 탔던 아저씨는 뜨락또르가 멎어서기도 전에 운전칸에서 훌쩍 뛰여내렸다.
《어떻게 된거요?》
《부속이 나갔습니다.》
기름묻은 장갑을 벗으며 운전수가 말했다.
《젠장, 인적드문 령길에서 고장이 나다니?… 내가 먼저 가서 부속을 보낼테니 좀 기다리오.》
리소재지까지는 수십리가 된다. 그곳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서자면 빨리 와도 어지간히 시간은 걸릴것이다.
아저씨가 탄 뜨락또르는 령을 내려 줄기차게 달리였다.
해발고가 높은 북방의 기후는 변덕이 심했다.
그렇게도 숨쉬기 가쁠 정도로 찌물쿠던 날씨가 뜻밖에도 강한 폭우를 몰아왔다.
예상치 못했던 기후현상이였다.
령길에 서있던 뜨락또르는 오도가도 못하고 쏟아져내리는 폭우를 고스란히 다 맞게 되였다. 운전수는 창황중에 풀대들을 한아름씩 꺽어서 적재함에 씌우느라 하였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되고말았다. 미리 방수포를 준비했어야 했었다.
관리위원장인 아저씨의 실책이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큰 품을 들인 유기질복합비료생산기지에서 생산된 복합비료가 샘골밭과 같은 포전들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후 어찌된 일인지 아저씨는 나의 분조에서 일하게 되였다.
사람들속에서 쉬쉬하며 돌아가는 말에 위하면 알곡수확이 떨어진데다가 비료를 녹이고 농번기에 유기질복합비료생산기지건설에 농장원들을 동원시킨것으로 하여 아저씨가 해임되였다는것이다.
나는 아연해졌다.
그날 저녁 아저씨의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간 나는 아저씨에게 석연치 않은 심정을 털어놓았다.
《아저씨, 어떻게 된 일인지 좀 말씀해주실수 없겠어요?》
아저씨는 흥분에 젖은 나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도 무슨 소문을 들은게로구나. 하지만 직위가 무슨 상관이겠니? 본심을 잃지 않으면 되는거지. 사람은 언제나 자기의 리익보다 먼저 국가와 사회, 집단의 리익의 견지에서 사고하고 행동할줄 알아야 한다.》
그후 아저씨는 농업과학연구기관과 련계를 가지고 휴식날도 따로없이 연구를 진행했고 샘골밭과 같은 포전들에 내는 복합비료엔 ㅊ첨가제가 들어가야 효능을 높일수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아저씬 왜서인지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언니의 집을 나섰다.
어두운 하늘가엔 별 하나 보이지 않고 층낮은 구름장들만이 나의 가슴을 지지눌렀다.
비라도 시원히 한소나기 퍼부어주었으면…
한여름이지만 북방의 밤과 낮의 기온차이는 심했다.
새벽에 밥을 지어놓고난 나는 골짜기의 밭들을 돌아보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마을길을 벗어났다.
한창 젖빛안개가 피여흐르는 샘골에 이르니 아저씨가 밭머리에서 오락가락 하고있었다.
새벽마다 아저씨가 샘골에 나갔다온다던 언니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밭머리에는 지게며 마대들이 놓여있었다.
아침대기가 썰렁한데도 어깨와 근육이 불끈불끈 솟은 팔을 드러내놓고 런닝그바람으로 돌아간다.
얼굴엔 땀이 번지르르했다.
또 새벽에 복합비료를 주려고 올라온 모양이였다. 당면한 김매기전투로 로력이 긴장하다보니 시험적으로 밭에 쳐보는 복합비료주기작업을 아저씨가 혼자서 새벽마다 하는것이였다.
무릎밑까지 걷어올렸던 아저씨의 바지가랭이는 새벽이슬에 후줄근히 젖어서 발잔등에 드리워져있었고 끈을 동여맨 신발에서는 발을 옮겨디딜 때마다 뿌연 흙물이 내배여 흐른다.
나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안타까이 말했다.
《아저씨, 너무 무리하지 말구 건강을 돌보며 일하세요.》
《고맙다. 하지만 난 어떻게 하나 이 복합비료를 성공해서 샘골밭을 기름진 옥토로 만들고싶다. 내가 이 비료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농사군이 아니지.》
이럴 때 보면 틀림없는 관리위원장을 할 때의 그 고집이였다.
(이제는 위치가 달라졌다는것을 왜 생각 안할가. 수고한것만큼 열매를 줄 땅이 못되는 곳이라고 누구나 다 이야기하는데…)
그러면서도 나는 애쓰는 아저씨를 도와 비료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세벌김매기가 시작되였다.
아침일찍 식사를 끝내고 설겆이를 하면서 김매기에 동원할 로력들을 속구구해보던 나는 집에 찾아온 기사장을 만나게 되였다.
《분조장동무, 사실 반장동무에게두 말은 했지만 안심치 않아 찾아왔소. 동무네 포전이 관리위원회와 제일 가까이 있으니 우리 농장의 얼굴이나 같다고 볼수 있소. 오늘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위원장동지가 김매기정형을 알아보러 내려온다고 했으니 큰길옆의 포전에 인원을 붙여 김을 매야겠소.》
나는 기사장의 당부대로 분조로력을 큰길옆 포전에 배치하기로 하였다. 분조원들이 모인 앞에서 나는 작업조직을 했다.
《오늘부터 모든 분조원들이 분발하여 세벌김매기를 다그쳐야 하겠어요. 우선 큰길옆의 포전부터 시작하자요.》
《혜영아, 샘골포전부터 먼저 해야 해. 그 밭에 김이 더 많아.》
아저씨의 말이였다.
《저도 그 땅을 외면하자는건 아니예요. 하지만 경영위원회 위원장동지가 오신다는데… 기사장동지도 큰길옆 포전부터 깨끗이 매라고 강조했어요.》
나는 아저씨의 말을 너무 듣는다는 일부 녀인들이 주고받던 말을 상기하며 내 주장을 세웠다.
《혜영아, 나 좀…》
분조원들이 듣는데서 말하는것이 거북했던지 아저씨는 나를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혜영아, 아무리 생각해도 샘골밭부터 먼저 김매기를 해야 한다. 집근처의 포전들은 아침식전에 나와서도 얼마든지 김매기를 할수 있지 않겠니?》
《그렇지만…》
아저씨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혜영아, 밭을 두고 낯가림을 해서는 안된다. 김매기야 응당 김이 많은 밭부터 먼저 해야 하지 않겠니?》
《그걸 누가 모르겠나요?! 하지만 모든 땅을 다 한금새로 기름지운다는건 말처럼 쉬운것이 아니잖나요. 더구나 샘골은 들인 품값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땅이라고 누구나 다 말하지 않나요. 그리고 샘골밭때문에 아저씬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나요. 뒤소리는 또 얼마나 듣구요.》
힘든 말을 아저씨에게 하는 나의 눈가에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아버지처럼 믿었던 아저씨, 그 아저씨가 지금 원칙 하나만을 생각하면서 내가 하는 일을 흔들어놓으려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는 투정조로 말을 이었다.
《난 사실… 아저씨때문에 분조장사업을 마음대로 못하겠어요. 그럴바엔 차라리 아저씨가 분조장을…》
나는 참고참았던 마음속 불만을 이렇게 터놓았다. 아저씨를 노엽힐줄 알면서도 언제인가는 꼭 하려던 마음속의 말이였다.
그런데 아저씨는 나를 미소가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있는것이 아닌가.
어쩌면 아저씬… 내 심정은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지.
나의 토라진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던 아저씨는 손에 들었던 농립모를 다시 눌러쓰더니 정색해진 어조로 또박또박 말했다.
《난 전번 쉬는 날에 자동차를 타고 강계에 갔다왔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현지지도하신 여러 단위들을 돌아봤어. 포도술공장, 닭내포국집, 기초식품공장, 흥주청년1호발전소…
우리 장군님의 선군령도의 자욱이 어린 땅들을 밟아보고보니 생각이 많아지더구나. 그러니 너도 한번 가보아라.
가보면 말로 듣던것보다 더 깊이 느끼는게 있을거야. 우리두 자강도사람이지만 정신력에서 장군님을 모셨던 단위들보다 뒤떨어져있다는걸 너도 알게 될게다.》
아저씨는 나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고나서 조용조용 말을 계속하였다.
《난 관리위원장을 할 때 이 샘골밭을 염소풀판으로 전환시키자는 작업반일군들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산골에 풀판을 만들데가 없어서 밭을 풀판으로 쉽게 바꾸겠니.
우린 땅의 금새를 다같이 쳐야 한다. 길옆의 밭이건 외진 골짜기밭이건 다 내 조국 땅이 아니겠니. 지금 우리 농장에서만두 수확을 제대로 못내는 밭이 적지 않다. 그런 밭들을 다 이미전에 기름지웠으면 아마 우린 〈고난의 행군〉시기에두 그렇게 힘들진 않았을거다.》
나는 어느덧 감정을 삭이고 덤덤히 듣기만 했다.
아저씨의 저력있는 음성이 계속 이어졌다.
《난 그래도 관리위원장을 할 때 작업반에서 너를 분조장으로 추천하기에 승인을 해주었다.
네가 분조장사업을 해낼수 있겠기에 말이다.
그런데 이제보니… 좀 섭섭하구나. 너는 지금 중요한걸 놓치고있어. 너까지 이 샘골밭을 이붓자식처럼 여기니…
어머니는 병신자식 탓하지 않는다고 모든 땅을 다같이 사랑하는 마음만이 진정한 애국이 아니겠니. 이 한치한치의 땅을 위해 나나 너의 부모들이 얼마나 피땀을 바쳤는지 그래 네가 그걸 모른단 말이냐. 이 땅을 위해 너의 어머니도 자기의 한팔을 서슴없이 바치지 않았니. 너의 어머닌 조국땅을 지키느라 한팔을 바친 영예군인이였고 이 고향땅을 옥토로 만들기 위해 있는 힘을 다 바친 애국농민이였어. 그런데 우린 그 한치한치의 귀중한 땅을 어떻게 가꾸고있니.
그 땅을 기름지워 나라의 쌀독이 넘쳐나게 하는것이 우리 농사군의 본분이고 량심이야.》
이렇게 말한 아저씨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아저씨의 그 얼굴을 차마 바라볼수 없었다.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던 야속함이 어느덧 봄눈녹듯 스르르 녹아들었다.
그처럼 고깝게만 느껴지던 아저씨, 그 아저씨가 문득 거인처럼 아득히 올려다보였다.
×
…아저씨와 함께 차를 타고 아스팔트공장길을 달리고있다.
길옆의 가로수들이 씽씽 날아지난다. 아저씨와 같이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다녀가신 공장들과 일터들을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이다.
마음은 훨훨 창공높이 날아오른다. 그런데 문득 아저씨가 없어졌다. 어디에 갔을가. 살펴보니 샘골밭의 맨 웃머리에 서있다. 왜 나를 버리고 혼자 달려올라갔을가.
《아저씨― 이―》
정신없이 소리쳤다. 안타깝고 모지름이 나간다.…
《꽝― 꽈르릉―》
나는 벌떡 일어났다. 꿈이였다. 좋은 꿈이였는데…
며칠째 김매기와 풀베기에 극성을 부렸더니 팔다리가 지긋지긋하다.
밖에서는 비가 사정없이 내린다. 벌써 이틀째다.
(큰 장마가 지려는 모양이구나.)
밖을 내다보니 어두운 하늘이 희붐히 밝아오는것 같다.
얼마 안있어 멈칫하던 비줄기가 굵어지더니 대줄기같은 비가 쫙쫙 소리를 내며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쫘르륵, 쫘르륵 락수물이 떨어져서는 삽시간에 낮은 곬을 따라 도랑을 이루며 흘러내려간다. 흙탕물은 모이고모여 웬간한 물도랑은 차고넘친다.
샘골포전에 대한 생각이 피뜩 들었다. 나는 무작정 샘골포전으로 달렸다.
숨을 할딱거리며 샘골포전에 이르니 아니나다를가 불어난 물이 금시 뚝을 터쳐놓을것만 같았다.
산골물이다보니 짧은 시간의 폭우에도 엄청나게 물량이 늘어나는것이였다.
불어난 물속에서 장대한 체구의 사나이가 삽질로 뚝을 보강하고있었다. 그런데 삽질은 말뿐이지 허우적거리는것처럼 보였다.
비발이 뽀얗게 눈을 가리웠으나 나는 그가 아저씨임을 육감으로 느꼈다. 한참 애쓰던 아저씨는 안되겠는지 물에서 나와 산기슭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분조원들이 베여놓은 풀단들이 더미를 이루고있었다. 아저씨는 그가운데서 풀단 하나를 덥석 메더니 달려내려와 물에 뛰여들었다.
나는 아저씨에게로 달려갔다.
나를 알아본 아저씨는 《뚝이 위험해. 풀단을 빨리 쌓아야 하겠어.》하고 급하게 말하고는 풀단을 뚝우에 쌓아놓았다. 나도 허둥거리며 풀단들을 안아다가 아저씨가 쌓는 풀단우에 석축을 하듯 덧쌓았다. 뚝을 넘어서려던 물이 그제서야 곬을 이루며 아래로 흐르기 시작했다.
좀있어 비발이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한숨 돌리며 허리를 펴던 나의 눈에 아저씨의 피흐르는 다리가 안겨들었다. 어데서 다쳤는지 피는 오래전부터 흐른것 같았다.
그런데 아저씨는 상처의 아픔을 아는지모르는지 풀단우에 놓았던 농민모를 집어쓰고 밭들을 바라보고있었다.
나는 수건을 꺼내들고 아저씨에게로 다가가 아무 말없이 수건으로 다리의 상처를 동여맸다.
《일없다.》
《?!…》
물이 흐르는 얼굴을 옷자락으로 닦으며 아저씨는 밝은 미소를 짓고있었다.
《혜영아, ㅊ첨가제를 리용한 유기질비료가 성공한것 같애. 저길 좀 보렴.》
아저씨는 밭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 비료를 친 밭들의 작황이 얼마나 좋니. 난 오늘 아침 이 포전들이 걱정되여 속이 한줌만 했댔다.》
아저씨는 이렇게 말하며 여전히 웃음짓고있었다.
자기의 몸은 생각지도 않고 작황좋은 샘골밭들을 보며 아저씨는 웃고있다.
순간 나의 가슴은 뭉클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다. 이런 아저씨를 순간이나마 부담으로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유기질복합비료때문에 애쓰는 아저씨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공연한 수고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아저씨의 그윽한 그 미소가 여느때없이 따뜻하게 가슴속에 안겨진다.
나는 아저씨를 부축하고 언니의 집으로 향했다.
아저씨는 상한 다리의 아픔을 그제야 느꼈는지 절뚝거리며 걷기 불편해하였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미안해한다.
《혜영아, 일없다. 어서 가서 네 일이나 보렴.》
《그런 걱정은 마시고 어서 가시자요.》
비발이 점점 가늘어지더니 언니의 집앞에 다달았을 때에는 아주 멎어버렸다.
하르르한 띠를 두른것 같은 안개가 산허리에 천천히 감돈다. 바람이 선들선들 불기 시작하더니 구름장들이 남쪽하늘가로 밀려나간다.
언니의 집주변은 고즈넉하였다.
언니의 집이라고는 하지만 분조장사업으로 바쁘다나니 자주 다녀보지 못했다.
처마밑에는 제비들이 지지배배 목청을 돋구고있었고 외양간에 매여놓은 누렁소는 퉁방울눈을 슴벅거리며 풀단을 뒤적이고있었다.
나는 아저씨를 방안으로 이끌었다.
《혜영아, 잠간만… 저기 뒤뜰안에 좀 가보아야겠다. 시험포전이 정상인지 모르겠구나.》]
《예? 시험포전이요?!》
나는 아저씨를 부축하고 집뒤로 돌아갔다. 거기엔 모판같은 두둑들이 있었고 그 앞머리들엔 샘골, 절골, 만평뙈기… 등 표쪽이 꽂혀있었다. 그 표쪽들엔 씨붙임날자, 토양성분, 유기질비료시비날자들이 새겨져있었다.
(언제 이렇게 시험포전까지…)
나는 무슨 말인지 해야겠으나 목이 꽉 메여 말이 나가지 않았다.
《아저씨―》
나는 아저씨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어느새 맑게 개인 하늘에서 태양이 찬란히 빛을 뿌리고있었다.
×
분조원들에게 작업조직을 해주고난 나는 큰길옆의 포전으로 향했다.
관리위원회에서 큰물에 의한 피해정형을 빨리 장악하여 보고하라고 하였던것이다.
며칠만에 보게 되는 쾌청한 날이다보니 기분이 절로 상쾌했다.
길옆에 아침이슬을 머금은 나팔꽃들이 꽃잎들을 펼치고 자기의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한다.
장마비에 씻겨진 강냉이대들이 미풍에 꼬리 긴 잎들을 흔들며 속삭이는듯 하다.
포전에 이르니 강냉이밭기슭을 따라가며 파놓은 물도랑들은 다 그대로였다. 박아세운 말뚝들에 매여진 새끼줄들도 끊어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이때 도로굽인돌이 저쪽에서 승용차의 경적소리가 아침공기를 헤가르며 들려왔다.
나는 급히 도랑을 건너뛰며 강냉이밭기슭에 옮겨섰다. 지나칠줄 알았던 차가 멎어서며 경영위원회 위원장이 내렸다.
《아이, 위원장동지가 어떻게… 안녕하십니까?》
《밭을 돌아보는 동무가 누군가 했더니 분조장동무로구만.》
《이번 무더기비에 포전들이 어떠한가를 좀 알아보댔습니다.》
《아, 그렇소? 그럼 우리 같이 돌아보기요. 운전사동무, 관리위원회에 먼저 가오.》
나는 경영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포전길을 걸었다.
《분조장동무, 여기 포전은 큰 피해가 없는것 같구만.》
《예, 여기는 그닥… 저기 저 샘골포전이 위험할번 했습니다. 그러던것을 아저씨가…》
아저씨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이 멋적은감은 있었지만 일단 저도 모르게 새여나간 말이라 나는 엷은 운무속에 싸여있는 샘골을 가리키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아저씨라… 음, 학성동무가 포전을 구원했단 말이지. 그래 학성동문 지금 어데 있소?》
《저… 집에 있을겁니다.》
《그럼 우리 샘골포전을 돌아보고 학성동무를 만나보기요.》
내가 경영위원장과 함께 샘골어귀에 들어서는데 기사장이 팔을 휘저으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운전사가 알려준 모양이였다.
《아, 기사장동무, 마침 잘 왔소. 우리 함께 샘골포전을 돌아보기요.》
우리일행은 안개자욱한 골바닥에 들어섰다.
골어귀의 논들엔 거름독이 올라 퍼릿퍼릿한 벼포기들이 무성하게 펼쳐져있었다.
강냉이밭의 작황도 놓았다. 층하가 없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집오래의 터밭강냉이 못지 않았다.
《기사장동무, 이걸 좀 보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기의 강냉이들은 이렇게 되질 못했지?》
《예, 그렇습니다.》
《정말 놀랍구만. 학성동무가 끝내 장훈을 불렀소.》
경영위원장은 골안의 밭들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학성동무가 관리위원장을 하던 때는 정말 어려운 〈고난의 행군〉때였지. 군에서는 알곡생산에 필요한 영농물자를 제때에 보장해줄수 없었지. 그렇지만 학성동문 땅의 지력을 높이기 위해 무진애를 썼지. 유기질복합비료생산기지에서 생산된 비료가 샘골밭과 같은 포전들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여러가지 문제들이 제기되자 그는 우리에게 해임문제를 제기해왔소. 우린 딱 잘라버렸소. 학성동무만큼 능력있고 농장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 또 어디에 있겠소. 그러자 그는 간절히 이야기하는것이였소. 자기 농장이 발전하는 현시대의 요구에 따라서자면 젊고 능력있는 현대적인 과학기술을 소유한 일군에 필요하다고 말이요. 그래서 우린 그의 요구대로 해주기로 토론하고 동급인 다른 기관으로 소환하려고 했었는데 그가 뭐라고 말했는지 아오? 여기 샘골같은 밭들에서 높은 소출을 내기전에는 절대로 다른데로 가지 않겠다는거요. 사람두 참…》
경영위원장은 마치 샘골포전에 펼쳐진 강냉이숲과 이야기하듯 조용조용 이야기했지만 그 말은 나의 가슴을 세차게 흔들어주었다.
관리위원장의 해임문제가 본인자신의 제기로 됐음을 어찌 생각할수 있었으랴.
그 순간 나의 머리에는 그전날 아저씨의 집을 찾아갔을 때 사람은 언제나 자기의 리익보다 먼저 국가와 사회, 집단의 리익의 견지에서 사고하고 행동할줄 알아야 한다던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아, 아저씨!
나의 옆에서 기사장도 머리를 수굿하고 생각에 잠겨 묵묵히 걷기만 했다.
경영위원장은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기사장동무랑 분조장동무는 학성동무가 땅에 바치는 그 진정을 알아야 하오.
땅을 지키고 땅을 잘 가꾸는것이 농사군인 우리 농민들의 응당한 본분이라고 회의때나 모임때엔 누구나 곧잘 말하는데 실지 땅을 위해 자기의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사람은 쉽지 않소.
정말 학성동무는 관리위원장을 할 때나 지금이나 한본새지, 어떻소? 분조장동무야 누구보다 더 잘 알테지, 아저씨이니까.…》
《그렇습니다. 아저씬 모든것을 다 땅에 바치고 살았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조용하던 골짜기에 한줄금 바람이 불어왔다.
문득 밭웃머리에서 사나이의 웅근 코노래소리가 나직이 울려왔다. 어느 예술영화의 주제가였다.
《저… 저의 아저씨같습니다.》
《뭐요? 학성동무가 다리를 다쳤다더니…》
경영위원장은 앞장에 서서 밭웃머리로 향했다.
기사장이 뒤따르고 나도 그뒤를 따랐다.
농립모를 언제나처럼 눌어쓴 아저씨의 모습이 강냉이대사이로 나타났다.
《학성동무!》
눈이 덩둘하여 이쪽을 내려다보던 아저씨가 놀란 모습으로 웨치듯 말했다.
《아니, 위원장동지가 어떻게 여기까지…》
그리고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강냉이대사이를 빠져나와 이쪽으로 달려왔다.
《아, 천천히, 천천히… 난 집에서 치료를 받고있는줄 알았댔는데 여기서 만나다니…》
《소풍삼아 올라왔습니다. 이번 무더기비에 강냉이대들이 좀 넘어졌기에…》
《음, 치료를 받아야 할 다리를 가지고 여기까지…》
경영위원장은 허리를 굽히고 아저씨의 다리를 살펴본다.
《아, 괜찮습니다.》
아저씨는 당황하여 어쩔줄 몰라했다. 이럴 때 보면 어머니앞에 선 천진한 소년같았다.
《학성동무, 이 샘골포전의 작황이 정말 괜찮구만.》
《그거야 우리 분조원들이 애쓴 결과지요.》
《그래, 허허… 하긴 내가 학성동무를 모를라구. 내 학성동무가 강계시와 장강군의 여러곳을 돌아보았다는 말을 들었소.
학성동무, 이젠 유기질복합비료도 성공한것 같은데 우리가 그전에 토론한대로 다른 기관에 가서 일해보지 않겠소?》
《위원장동지, 전 우리 농장이 더 좋은 작황을 마련하여 경애하는 장군님께 기쁨드린 단위들과 나란히 설 때까지 여기를 뜨지 않겠습니다.》
《허허 참, 사람두…》
경영위원장과 아저씨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생각은 깊어졌다.
우리 농장의 모든 땅도 모두 우리 장군님께서 아시는 땅, 그이께 기쁨드릴 땅으로 만들려는 아저씨, 그래서 폭우속에서 상처를 입으면서도 지켜낸 땅과 작황좋은 밭들을 두고 미소를 지었던가.
농장의 모든 땅을 한금새로 가꾸자고 아글타글 애쓰는 아저씨, 나쁜 땅, 좋은 땅 가림없이 진정을 바쳐가는 아저씨를 닮자.
정말 나는 아저씨를 잘 만났어. 이젠 나도 아저씨와 한마음이야.…
하늘은 가없이 맑고 해빛은 따스하게 비친다.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위원장도 기사장도 서로 마주보며 미소를 짓는다. 샘골안의 푸르른 강냉이숲도 소리없이 웃고있는듯싶었다.
(자강도 위원군 화평협동농장 농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