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2(2023)년 제5호에 실린 글
우 화
꿈도 깨기 전에
황 윤 희
목수아바이가 의자를 다 만들었을 때 바닥에는 나무쪼박들이 참 많았습니다.
비자루로 쪼박들을 쓸어모아 버리려는데 옆집아주머니가 찾아왔습니다.
《목수아바이, 이 괭이를 좀 봐줘요. 콩을 심으려는데 자꾸만 날이 빠져서 어디 쓸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요? 어디 좀 봅시다.》
아주머니가 내미는 괭이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던 목수아바이는 《틈이 생겼구만요. 쐐기를 박으면 되겠수다.》하고는 쪼박들가운데서 맞춤한것을 골라 벌어진 틈새에 들이박았습니다.
그러자 제멋대로 까불던 괭이날이 순식간에 자루에 꼭 들어가배겼습니다.
괭이를 받아든 아주머니는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졌습니다.
《정말 고마와요.》
《웬걸요, 칭찬이야 이 쐐기가 받아야지요.》
가늘이가 칭찬받는 모습을 본 뾰족이는 입을 한발이나 되게 삐죽 내밀었습니다.
(쳇, 나도 얼마든지 칭찬받을수 있는건데.)
뾰족이는 자기가 받을 칭찬을 가늘이에게 빼앗긴것만 같아 아쉬웠습니다.
자기도 짬만 더 있으면 가늘이 못지 않게 칭찬을 받을것같았습니다. 그래서 창고안을 두리번거리는데 마침내 한곳을 발견했습니다.
겨울난 목수칸벽에 생긴 짬이 뾰족이의 눈에 걸렸거던요. 그는 너무 기뻐 어쩔줄 몰랐습니다.
(드디여 나도 칭찬을 받을수 있게 됐구나! 괭이따위나 수리한 가늘이도 칭찬받았는데 목수칸을 수리한다면 그 칭찬이 굉장하겠지.)
목수아바이가 일을 끝내고 나간 사이에 뾰족이는 금이 가기 시작한 벽틈으로 총알같이 들어가배겼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받게 될 칭찬을 생각하며 더욱더 힘을 주었습니다.
어느덧 날이 밝았습니다.
기지개를 켜며 목수칸에 들어서던 목수아바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벽에 보일가 말가 하게 생긴 금이 아침에는 쩍 벌어져 솟는 해가 다 보일 정도였습니다.
《엉? 어디서 이런 몹쓸게 들이박혔어? 하마트면 벽이 무너질번했군. 요놈의 나무쪼박지, 땔감으로나 쓰고말아야지.》 하고는 순간에 불붙는 아궁이속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어떤 칭찬을 받을가 하는 꿈이 깨기도 전에 뾰족이는 한줌의 재로 되고말았습니다.
아무리 쓸모있는것이라 해도 필요한데 써야 하고 하고싶은 일도 장소를 가려서 리치에 맞게 해야 한다는것을 깨달을 사이도 없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