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2(2023)년 제5호에 실린 글

 

단편실화소설

 승자의 주로 

한 철 규

(제 3 회)

3

 

김성철이 예견한대로 리철혁은 역시 수재형이였다. 리철혁이 대학을 졸업하자 공장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존재로 떠올랐다.

김성철이 리철혁, 주영선이와 함께 초미분쇄기제작작업을 하고있던 어느날 로상호가 공장에 왔다.

김성철과 함께 현장의 여기저기를 돌아보던 로상호는 물약제조반에 들렸다가 생산되여 나오는 물약병을 하나 집어들었다.

《이게 자네가 그렇게도 고심하던 그 물약인가? 끝내 성공했구만.》

성철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 물약을 만들어내느라고 얼마나 많은 품이 들었는지 모르네.》

《자네야 원래 기질이 있는 사람이지. 많은 일들을 벌려놓고서도 약까지 연구개발한다는게 쉽지 않은건데, 하여튼 자넨 인재야.》

《그런가? 거 듣기 좋구만.》

《그래, 지금은 또 무슨 약들을 개발하고있나?》

성철은 현재 진행중에 있는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거 대단하군.》

그는 너무도 놀라와 입을 항 벌리였다.

로상호는 생산현장과 과학기술보급실을 한동안 구체적으로 돌아보았다.

《공장이 많이 때벗이를 했구만. 그동안 수고했네.》

《아직 멀었네.》

김성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산활성화도 아직 높은 수준이 못되고 현대화, 과학화수준은 령이나 다름이 없네. 고려약을 엑스화할데 대한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관철사업도 아직… 부끄럽네.》

《그게 그렇게 떡먹듯 쉬운 일인가. 자넨 지금 잡다한 일들을 잔뜩 벌려놓고 시간만 랑비하고있는데 중심고리를 놓치지 말라구.》

그러면서 그는 우선 자금이 마련되여야 모든 일을 해나갈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니 자넨 자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건가?》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물론 자금도 필요하지. 그러나 보다 더 필요한건 인재라고 생각하네. 난 우리 공장의 인재들을 믿고 고려약의 엑스화, 공장의 GMP화, 경영관리의 정보화를 실현시킬 결심을 했네.》

《허, 이거 대단하군. 그런 높은 목표를 자네네 자그마한 공장이 무슨 힘으로 해낸다는건가. 그러다가 게도 구럭도 다 놓치고마네. 심사숙고하라구.》

《걱정말게, 난 지금 심사숙고하고있네.》

자기자신부터 실력이 낮으면 우수한 인재를 키워낼수 없다는것을 자각한 김성철은 생산경영활동을 조직지휘하는 드바쁜 속에서도 열심히 과학기술학습을 하였으며 밤이면 사무실의 콤퓨터에 마주앉아 하나하나 직심스레 배웠다.

월마다 날자를 정하고 콤퓨터실기, 기술혁신 및 창의고안, 창발적의견과 제기 등 모든 일에 대해 엄격히 총화해줌으로써 종업원들의 경쟁의식을 적극 계발시켰다. 그리고 여러 대학들과 과학연구기관들에서 연구사들을 초빙하여 종업원들에게 과학기술강의를 하기 위한 사업도 놓치지 않고 밀고나갔다.

김성철이 진행하는 사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난 로상호의 얼굴에 저으기 회의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니… 인재를 키우는 사업이 기본이라는건데… 글쎄, 대학때부터 수재로 이름을 날린 자네가 하는 일이니 언젠가는 그 일도 되기야 하겠지. 그건 그렇구, 자네 거 GMP화는 또 뭔가?》

《그걸 몰라서 묻나?》

《왜 모르겠나.》

로상호는 어이없다는듯 너털웃음을 터뜨리였다.

《자네도 알겠지만 GMP화의 요구라는게 보통 까다롭지 않네. 우선 위생안전성이 담보되는 조건과 환경마련일세.》

《그러니 자네 말대로라면 우리 공장은 언제가도 GMP화는 못한다는건데… 그건 지나친 비관이 아닐가. 그 규정을 자기 리익과 실정에 맞게 창조적으로, 과학적으로 적용해서 총적으로는 그 요구에 만족시키면 되지 않겠나. 실례를 들어 산소농도의 희박성에 대해 말한다면 공기중에는 산소가…》

그는 여러가지 과학적인 자료들을 안받침하면서 로상호의 불가능론의 부당성을 원리적으로 론증하였다.

《그럼 이 모든것을 누가 하는가? 인재가 하네. 다름아닌 인재가 과학기술로 해결하네. 그래서 지금 한명한명 품을 들여 인재들을 키우고있는걸세. 앞으로 그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될거라고 난 믿네.》

김성철이 선언하듯하는 말에 로상호는 랑패한 기색을 지어보이며 입을 쩝쩝 다시였다.

《참 귀맛이 좋은 말이구만. 허허, 그게 어느 세월에 될 일인가? 그 박달나무옹지같은 고집불통은 여전하군. 하여튼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앞으로 후회할수 있다는걸 명심해두라구.》

《그건 앞으로의 결과가 증명해주겠지. 난 그대로 내밀겠네.》

로상호는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

《좋네, 두고보자구.》

그는 출입문가까이에 이르렀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다시 되돌아섰다.

《어쨌든 자네에게 의견을 주었으니 후에 가서 무슨 일이 생기면 자네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네.》

《걱정말라구, 모든건 다 내가 책임질테니까!》

로상호가 떠나간 후 김성철은 사무실의 자기 걸상에 한동안 못박힌듯 앉아있었다.

생각할수록 로상호의 처사가 불만스러웠다. 저 사람은 어찌하여 늘쌍 한모양, 한본새인가. 그저 없다고 앉아서 우는소리만 하고 안된다고 얼빠진 푸념이나 하고 일이 제기되면 책임을 우에다 밀고 아래에 밀며 회피하는 저 친구의 지독한 보신의 갑을 어떻게 하면 깨뜨려버릴것인가. 다른 길은 없다. 오직 실천으로, 눈에 띄는 사업성과를 실물로 보여주는것만이 최상의 방책이다.

로상호의 출현은 김성철의 의지를 더욱 강하게 해주었다.

그는 리철혁, 주영선과 함께 엑스화공정설비들을 제작하는 사업과 함께 건물의 내부구조를 GMP화의 요구에 맞게 개조하는 사업도 동요없이 활기있게 밀고나갔다.

김성철이 종업원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지 한달이 좀 지난 어느날 로상호가 다시 공장에 들리였다.

그는 끝내 자기의 말을 듣지 않고 공사를 벌려놓은 김성철의 행동에 대하여 자못 불만스러워하는 인상을 풍기며 작업장의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다. 그러다가 어느 한 방의 벽체를 축조하는 작업장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건 어떻게 하자는건가?》

《농축구역과 제조구역을 분리시키자는거네.》

김성철은 지금 축조하는 벽체의 필요성과 분리공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그러면 농축된 약재를 제조구역으로 운반할 때엔 거리가 좀 멀어지겠구만.》

《그렇네.》

《GMP화의 요구를 보면 우회와 왕복을 피할수 있게 운반통로가 짧아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제품의 무균화를 보장할수 없네. 내 생각에는 저 벽체를 까내고 공간을 넓게 조성한다음 한 공간안에서 분리와 운반이 진행되였으면 하네, 어떤가?》

《그건 우리 실정에 맞지 않네. 옆방은 또 다음공정에 배속돼야 해.》

《자넨 내 말을 전혀 듣지 않는구만. 정 그렇게 상급의 요구를 듣지 않겠다면 어디 마음대로 해보라구. 그러나 이 공정에서의 제품생산허가를 도에서는 승인해줄수 없네.》

《뭐라구?! 승인해줄수 없다구?》

김성철은 놀란 눈으로 로상호를 지켜보았다.

《한개 도의 고려약생산을 맡아본다는 자네의 입에서 그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나? 자넨 달라졌어. 확실히 변했어.》

성철의 기상앞에 로상호는 금시 뒤통수를 얻어맞기라도 한것처럼 얼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떠듬거리였다.

《여보게, 왜 이러나? 나야 동창생으로서…》

《그만두게, 내 오늘은 동창생으로서 말을 좀 해야겠네. 자넨 전에도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주고갔지만 끝내 우리가 공사를 벌려놓은것을 보자 바로 이 기회에 자기도 뭔가 좀 기여했다는 생색을 내고 낯내기를 하고싶어 몸살이 났던거야.》

《닥치라구! 사람을 모욕해도 분수가 있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내 말을 마저 듣게. 도대체 자네가 하는 일이 뭔가? 아래사람들의 창발적인 의견을 묵살해버리고 두툼한 갑속에 웅크리고앉아 책임을 회피하면서 보신주의, 관료주의를 부리는것밖에 더 있는가. 위험해, 아주 위험해. 그렇게 살다가는 시대의 락오자로, 수치스러운 패자로 굴러떨어지는 길밖에 다른 길은 없네. 자기를 건지고싶거든 들끓는 시대정신을 안고살라구!》

김성철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로상호는 뿌리라도 내린듯 굳어져있었다.

성철의 행동이 고깝기 그지없었지만 내심으로는 그의 말이 옳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로상호는 수치심과 모멸감에 홧홧 달아오르는 얼굴을 짓수그린채 지척지척 방에서 나갔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