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2(2023)년 제5호에 실린 글

 

단편실화소설

 승자의 주로 

한 철 규

(제 2 회)

2

 

며칠후 김성철은 인재로 키우려고 점찍어놓은 리철혁을 사무실로 불렀다.

《철혁동무, 동무를 대학에 보내기로 당위원회와 토론하였으니 이제부터 대학공부를 해야겠소.》

리철혁은 금시 두눈이 화등잔만해져서 소리쳤다.

《예? 제가 대학공부를 말입니까?》

《그렇소, 바로 동무가!》

《아, 지배인동지. 그만두겠습니다.》

철혁은 고집스레 손을 내저었다.

《왜? 공부하기가 싫은가? 동문 우리 공장의 인재감이요.》

《인재요? 에― 전 재목이 못됩니다.》

《허, 이 동무가 자기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리철혁의 얼굴에 저으기 고마움에 겨워하는 기색이 어리였다.

《저를 그렇게도 믿습니까?》

《음,믿어도 크게 믿소.》

《고맙습니다, 제 좀 생각해보겠습니다.》

김성철은 잘 생각해보고 래일 다시 만나자고 하고는 담화를 끝내였다.

다음날 아침 리철혁이 지배인을 찾아왔는데 별스레 쭈밋쭈밋하며 말을 떠듬거리였다.

《지난밤에… 깊이 생각해보고… 집사람과 토론해보았는데… 집사정때문에… 대학공부를 꽤 해내겠는지 걱정됩니다.》

성철은 그의 심정이 충분히 리해되였다.

리철혁과 그의 안해 변은화는 일찌기 량부모를 잃은 사람들이였다.

그들은 량부모가 없는 처지인것으로 하여 동정하게 되였으며 후에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게 되였다.

그 어떤 혈육도, 친척도 없는 그들이 신혼생활을 시작하다나니 살림이 좀 어려운데다가 변은화는 건강이 좋지 못해 앓아눕는 일이 많았다.

김성철은 철혁의 손등우에 자기의 손을 정답게 얹었다.

《일없소. 고마운 당의 품이 있고 우리 사회주의제도가 있고 또 우리 집단이 있지 않나. 걱정말라구.》

철혁의 두눈에 감동의 눈물이 핑그르르 고여올랐다.

《고맙습니다,지배인동지. 제 꼭 공부를 잘해서 조직과 집단의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음, 그래야지. 난 믿어. 동무는 훌륭한 인재로 될수 있소.》

그가 입학시험을 위해 대학으로 떠날 준비를 하던 어느날 밤이였다.

김성철은 저녁식사를 마친 후 안해와 마주 앉았다.

안해가 집수리를 위해 조금씩조금씩 모아두었던 얼마간의 자금을 리철혁에게 주어야겠다고 몹시 미안한 안색으로 말하였다.

안해 리계순은 놀라며 되물었다.

《그건 무슨 말이예요? 당신은 정말…》

리계순은 순간에 앵돌아져서 고개를 외로 틀었다.

《여보, 그러지 말고 내 말을 좀 듣소. 철혁이네 가정사정을 당신도 잘 알지 않소. 워낙 살림이 어려운데다가 처가 환자이니 래일 당장 철혁이가 입학시험을 치러 가는데도 려비나 용돈을 쥐여줄 사람이 없구만. 우리가 그들의 친부모된 심정으로 도와줍시다.》

김성철의 어조는 사뭇 진지하고 절절하였으나 안해는 움직이지 않았다.

《글쎄 안돼요. 내가 당신의 의견을 한번이라도 듣지 않은적이 있어요? 이번만은 정말 안되겠어요.》

집안에는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가쁘게 내쉬는 리계순의 숨소리만 들릴뿐.

김성철은 후― 하고 모두숨을 내쉬였다.

안해의 말이 다 옳았다. 그는 한마디의 말도 할수 없었으니 안해앞에, 자식들앞에 너무도 죄스러운 마음이였다. 험한 일을 많이 하는 안해의 손이 튼다고 크림 한통이라도 사준적이 있고 사탕 한봉지라도 아이들에게 사준적이 있었던가. 그래도 안해는 묵묵히, 알게모르게 자기의 사업을 진정으로 뒤받침해주고있었다.

성실하고 고마운 안해였다. 그러나… 그 심정이 리해되지만 철혁이를 어떻게 떠나보내겠는가.

《여보, 당신이 힘들어하는 그 마음을 내가 왜 모르겠소.》

김성철은 목이 멘듯 석쉼한 목소리로 천천히, 매우 나직이 뒤말을 이어나갔다.

《당신에게 미안한 심정을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소. 그처럼 성실한 당신의 뒤받침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있을수 있겠소. 난 정말로 당신을 고맙게 생각하오. 그러나 난 달리는 살수 없는 사람이요. 당신도 아다싶이 우리 아버지는 오래전에 일부 편협한 사람들에 의해 대학교단을 내려 농장원으로 일하게 되였소. 그러던 아버지에게 재생의 빛발을 안겨준것은 우리 당이였소. 당에서는 잘못 처리된 아버지문제를 바로잡아주고 관개관리소의 책임기사로 사업하도록 크나큰 믿음을 안겨주었소.》

고마움에 눈시울을 적시며 말하는 김성철의 물기에 젖은 목소리는 뜨거운 열기를 풍기며 울리였다.

《그날 아버지는 우리 형제들에게 죽어도 이 은혜를 잊지 말라고, 앞으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여 대를 이어 하늘같은 은덕에 보답해야 한다고 간곡하게 당부하였소. 과연 언제면 우리가 대대로 받아안은 그 믿음, 그 은혜에 다 보답할수 있겠소. 살을 바치고 뼈를 바치고 지어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싶은것이 내 심정이요. 이렇게 살아야 할 내가 자기 하나만을 위해 살아야 옳겠소? 난 그렇게는 못하오.》

《현일이 아버지.》

격정이 북받쳐오르는듯 안해의 눈에는 뜨거운것이 함초롬히 고여올랐다.

《그만하세요, 나도 당신의 그 마음을 잘 알아요.》

《그래, 누구보다도 당신이 잘 알지. 공장의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실현하려고 모든 종업원들을 다 대학졸업생으로 키워내겠다는 큰 포부를 품은 내가 공장의 첫 대학생이 될 철혁이의 려비도 변변히 보장해주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큰 일을 치르겠소. 종업원들에게 진정을 바치고싶은 내 마음을 당신이 부디 리해해주오.》

김성철의 억실억실한 눈은 열렬한 마음의 호소로 빛발치는듯싶었다.

《제가 잠시나마 생각이 짧았댔어요, 용서해주세요.》

《용서는 무슨 용서… 고맙소, 여보!》

성철은 한없이 미덥고도 정다운 안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들은 한동안 리철혁의 길떠날 준비와 학습조건, 생활조건을 구체적으로 토론하였다.

다음날 아침 김성철과 리계순은 도중식사와 학습장이 든 꾸레미를 들고 리철혁을 바래주러 나갔다.

리계순은 리철혁에게 밝게 웃으며 준비해온것들을 들려주었다.

《이건 도중식사예요. 그리고 이건…》

계순은 종이에 싼것을 철혁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얼마 안되는데 필요할 때 쓰세요.》

《고맙습니다. 집에서도 넉넉치 못한데…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뭘 그래요, 큰일을 위해 떠나는 사람이 요만한데 마음이 졸아들어서야 되겠나요?》

그다음 리계순은 주머니에서 맵시있게 생긴 손전화기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계순이 사용하여 한달도 안된 새것이나 다름없는것이였다.

《대학공부를 하려면 전화를 해야 할 일도 많을게구 또 공부를 많이 하려면 자료들도 보아야겠는데 이제부터 이 손전화기는 철혁동무의것이예요.》

그만에야 리철혁은 펄쩍 뛰며 뒤걸음질쳤다.

《이러면… 난 어떻게 합니까? 이건 정말… 이러지 마십시오. 이 손전화기만은 못받겠습니다.》

리계순은 두세걸음 뒤로 물러서서 허둥허둥하는 철혁에게 다가가 그의 주머니에 손전화기를 꾹 넣어주었다.

《성의로 알고 받아두세요.》

《야― 정말 못받겠습니다. 제 공부를 하러 가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리철혁은 너무 송구스러워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그러는 두사람을 후더운 마음으로 바라보고있던 김성철이 철혁의 팔굽을 툭 치며 눈을 끔벅해보이였다.

《받아두라구, 성의를 물리쳐서야 도리가 아니지. 그리고 명심해두오, 동무가 하는 공부는 자기를 위한 공부이기 전에 우리 공장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공부라는걸 말이요.》

《지배인동지!》 철혁은 눈물을 머금었다.

《고맙습니다, 꼭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성철은 한없이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철혁의 등을 정겹게 어루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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