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잡지 《청년문학》 주체108(2019)년 제1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졸업작품

(제 3 회)

곽금철

 

큼직큼직한 눈송이들이 서로 이끌고 이끌리우며 멈춤없이 내리고 또 내리였다. 하지만 랑만에 넘친 돌격대원들의 일손을 멈출수는 없었다. 온 산판이 떠들썩했다.

려단에서는 새로 심은 어린 나무들이 얼지 않도록 필요한 조직사업을 했다. 이에 따라 소대는 애어린 나무의 밑부분을 벼짚으로 감싸주고 버팀목을 세워주는 일을 하였다.

현심이는 남훈과 나란히 어린 나무의 밑부분을 벼짚으로 두르고 끈으로 버팀목을 세운다.

현심은 속으로 바재이던 말을 하였다.

《남훈동진 웃을줄 모르나요?》

남훈이 듣지 못한듯 대답없이 일만 했다. 그러거나말거나 현심이 계속 말을 이었다.

《지금껏 동지가 웃는걸 한번도 못 봐서 그럽니다.》

그제야 남훈이 머리를 들었다.

《원래 생긴게 그렇소.》

잠시 허리를 펴고 주위를 둘러보느라니 제일 앞서나가고있었다. 흡족한 기분으로 다시 허리를 굽히는데 손전화기의 착신음이 울리였다.

《전화받습니다. 아, 참모장동집니까? 소대장동지… 예. 알겠습니다.》

남훈은 소대장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소대장동질 찾누만. 내 잠간.》

《가만, 버팀목도 가져올겸 제가 알려드리지요.》

버팀목을 한아름 안은 현심이 소대장을 찾았을 때에는 그가 누군가와 손전화를 하고있었다.

낮으면서도 저력있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꼭 가보고 나에게 보고하오. 이건 명령이요.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소.》

현심은 절로 웃음이 나갔다.

어쩜 저렇게 자기 안해를 소대원 대하듯 할수 있을가.

손전화를 끝낸 소대장은 현심의 말을 듣고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소? 내 이제 전화를 하지.》

버팀목을 한아름 안고있던 현심은 얼른 돌아서 작업장으로 갔다. 그리고는 남훈이와 함께 일손을 다그쳤다.

한동안 일에 열중하던 현심은 《여긴 누가 했소?》 하는 소대장의 목소리에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얼른 뒤돌아보았다. 심장이 졸아드는것 같았다.

소대장이 서있는 곳에 와보니 자기가 세워놓은 버팀목이 늘어져있었다.

끈을 꽉 조여매지 못한탓이였다.

《소대장동지, 제가 그만…》

소대장은 나무앞에 다가선 현심을 지켜보았다.

현심은 고개를 숙이고 서있었다.

소대장은 잠시 말이 없다가 제먼저 무릎을 꺾고 앉았다.

《다시 하기요.》

《아니, 제가 하겠습니다.》

《같이 하재두. 거기 버팀목을 든든히 박소. 웃면을 맞추구.》

든든히 받쳐놓은 버팀목을 다져주고 웃면과 중간턱에 끈조임까지 든든히 하고난 소대장은 손을 툭툭 털며 말했다.

《현심동무, 모든 일은 언제나 손보다 먼저 마음으로 해야 하오. 난 그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오.》

순간 현심은 가슴이 찌르르했다.

손보다 먼저 마음으로 하라!

그 어느 사전이나 교과서에도 없는 소박하고 진실한 내용의 강의였다. 가식이 없고 꾸밈이 없는 이 말을 무척 거칠다고 보았던 강억진소대장이 해준것이다.

진리에는 설명도 각색도 필요없다.

마음으로 먼저 일을 하고 그림도 그리고… 현심은 모든 일을 이렇게 해나갔다.

며칠후 소대에는 류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기쁜 일이예요, 기쁜 일! 지원품을 실은 차가 도착했대요.》

청고운 까치소리마냥 철옥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소대원들이 고향과 가정의 정겨운 사람들의 숨결이 슴배인 지원물자들을 기쁜 마음으로 받을 때 소대장에게는 두툼한 편지봉투가 전해졌다.

편지를 받아쥔 소대장은 사랑하는 안해의 모습을 그리며 눈에 익은 글줄을 빠른 속도로 읽었다. 그리고는 남훈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남훈동무, 기뻐하오. 동생의 수술이 정말 잘되였다오.》

남훈의 눈이 대번에 커졌다.

《예?! 그건 무슨?》

소대장은 편지봉투에서 여러장의 사진들을 꺼내보였다.

《자, 이 사진들을 보오.》

소대원들도 모여들었다.

수술을 끝낸 후 동생과 소대장의 안해가 활짝 웃고있는 모습이였다.

부모가 없는 남훈이네 형제… 기계공장에서 일하는 동생인 남철이가 위급한 병으로 수술을 받게 되였을 때 형으로서 자기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남훈이의 안타까움과 모대김을 남먼저 안 소대장은 안해에게 어머니가 된 심정으로 병원에 찾아가도록 하고 오늘은 그 소식을 사진과 함께 편지로 보내도록 한것이였다.

편지에는 남철이네 공장일군들이 친아버지, 친어머니가 되여 남철이의 수술에 마음을 쓴 이야기도 담겨져있었다.

《소대장동지, 고맙습니다.》

소대장은 자기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 남훈이의 등을 두드리였다.

《고맙긴, 응당한것이지. 이젠 걱정을 털구 웃으며 살라구.》

눈물겨운 이 사연을 알게 된 소대원들은 감동에 젖어있었다.

현심은 머리를 숙였다. 그제서야 소대장을 알게 된것이다.

척 보기엔 투박하고 무척 거친것 같지만 언제나 소대원들의 생활에서 나타나는 사소한 변화도 놓치지 않고 자신의 고충으로 받아들인것이다. 그런 소대장을 몰리해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소대장동지, 미안합니다.》

현심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덕과 정이 흐르는 소대를 새로운 눈으로 다시금 바라보았다.

 

×

 

하고싶어 하는 일은 언제나 힘든줄을 모르는법이다.

현심의 소묘창작은 날이 감에 따라 더 심화되고 휴식의 한때와 식사시간에도 계속되였다. 소묘수첩은 언제나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1호발전소건설을 위한 골재채취전투에 진입한 소대는 한겨울에도 두렴없이 전진했다.

굴착기며 불도젤이 우르릉 퉁퉁하며 기계화군단이 기세를 올렸지만 이에도 성차지 않아 전투를 벌리는 돌격대원들의 투쟁은 더욱 드세찼다.

《오전계획돌파요!》 남훈의 호기찬 어조이다. 점심시간이 다 되여오며 한차분의 골재를 더 마련한 소대이다.

휙휙 불어대는 바람에 눈가루가 온몸을 휩싸지만 현심이도 불이 나게 삽질을 했다.

구름발같은 입김을 쉴새없이 피워올리며 땀을 쏟고나니 허리가 얼얼했다.

《식사시간- 식사시간이예요!》

벌써 점심식사시간이다. 이 시간이면 언제나처럼 나타나군 하는 철옥이다.

소대가 전투를 하는데 따라 이동식사를 날라오는 철옥은 두팔을 머리우로 흔들며 소대를 부르고있었다.

《이크, 철옥동무가 불무지까지…》

소대장은 따끈한 사탕물그릇을 먼저 들려주는 철옥이를 뒤로 돌려세우고 장갑으로 눈을 툭툭 털어주었다.

현심은 불무지 한끝에 있는 돌우에 장갑을 깔고앉아 소묘수첩을 꺼내들었다. 요즈음 그는 짬시간마다 《소대생활 좋다》라는 주제로 각이한 형상을 창조하고있었다.

불무지옆에서의 식사모습도 그중의 한 작품이다.

《우리 〈미술가선생〉이 또 일을 시작했군.》

소대장의 말에 남훈이가 끼여들었다.

《나에게도 저런 재간이 있으면 처녀들이 넉줄로 서겠는데.》

《아유, 고양이가 제아무리 무섭게 소리를 질러도 호랑이가 될수 없지.》

소대원들이 웃으며 남훈이를 놀려댔다.

식사를 끝내고 몸을 녹인 후 소대는 다시 전투에 진입했다.

현심이도 소묘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일어섰다.

그날 저녁이였다.

병실뒤에서 현심은 너무 속상하고 억이 막혀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현심아, 너 왜 그러니?》

물소랭이를 들고 뒤뜰에 나왔던 철옥이가 깜짝 놀라 현심에게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말을 해야 알지.》

현심은 한참만에야 어깨를 들먹이며 말했다.

《잃었어.》

철옥의 눈이 동그래졌다.

《잃다니?! 뭘?》

《수첩을… 내 소묘수첩을… 흑!》

그 소묘수첩에는 새로 창작한 현심의 그림이 많이 들어있었다.

철옥이는 혀를 내찼다.

《야- 그 귀한걸 잃다니.》

현심은 더욱 어깨를 떨었다.

철옥이는 얼른 자리를 떴다.

잠시후 저녁식사를 하려던 소대장이며 남훈이 등 온 소대원들이 나왔다.

《어디서 잃었소?》

소대장의 말에 현심이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골재차가 떠날 때까지는 있었는데…》

울먹이며 하는 현심의 대답에 소대장은 잠시 생각에 잠겨 고개를 숙였다가 번쩍 들었다.

《그걸 잃으면 안되지. 자, 동무들!》

온 소대가 신발끈을 조여맸다. 그제서야 사태를 짐작한 현심은 소대장의 팔을 부여잡았다.

《그만드십시오. 이 밤중에 20리가 넘는 골재장까지 간다는게 말이 됩니까? 하루종일 작업을 하느라 다들 지쳤는데… 제 다시 그리겠습니다. 예? 소대장동지!》

《안되오.》

현심은 흠칫했다.

《그 소묘수첩은 동무만이 아닌 우리모두의것이란 말이요. 우린 밤을 패서라두 그걸 꼭 찾아야 하구 지켜야 해! 현심동문 여기 있소. 철옥동무의 일손이랑 도우면서. 우리가 제꺽 갔다오지.》

소대장은 현심이를 안심시키며 제먼저 발을 뗐다. 그뒤를 따라 온 소대가 따라섰다. 손에는 불뭉치를 들고.

현심은 울었다. 온 소대가 바지가랭이를 다 적시고 솜옷들이 꽛꽛해져 돌아왔을 때 골재장을 다 뒤져 끝내 찾아온 소묘수첩이 소대장의 손에 들려있을 때 더 세게 울었다.

현심은 자기의 미숙한 재간을, 그 어린 싹을 귀중히 여겨주고 리현심이라는 일개인만이 아닌 온 소대의것으로 받아들이는 그 넓은 사랑과 정에 목놓아울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어째서 철옥이가 소대를 제 집처럼 생각하는지 리해되였다.

철옥이의 마음속엔 떨어져선 못살 정든 소대사람들의 사랑이 간직되여있었던것이다. 그 사랑, 그 정속에 현심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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