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잡지 《청년문학》 주체108(2019)년 제1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졸업작품

(제 1 회)

곽금철

 

대학전시관에는 여러 형태의 작품들이 전시되여있었다.

졸업실습을 시작한지 한주일이 지난 오늘 학부에서는 그동안 졸업반학생들이 잡은 상과습작품에 대한 심의를 조직하였던것이다.

심의에는 학부의 선생님들이 다 참가하였다.

선생님들이 한 작품, 한 작품 평가를 하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뒤에 선 학생들의 눈빛은 더욱 긴장해진다. 이들속에는 현심이도 있었다.

선생님들의 걸음이 전시된 어느 한 작품앞에서 멎었다.

그 작품의 중심에는 방열복을 입고 안전모를 쓴 처녀가 설계도면을 두손으로 안은채 눈물이 글썽하여 서있다. 그곁에는 반장인듯 한 청년이 수기를 들고 시계를 들여다보며 호탕하게 웃고있고 주위를 둘러싼 용해공들은 두손을 들어 환성을 올린다. 그들의 뒤에는 대형속보판이 있는데 《조괴공정에서 30분단축!》이라는 글자가 타오르는 불길마냥 형상되여있다.

화법, 공간감각, 대조, 구도… 나무랄데가 없다. 작품의 제목은 《희열》이였고 그옆에 전철진이라는 이름이 씌여있다. 전철진은 현심이네 학급의 제대군인대학생이다. 그의 작품에선 용해장의 열의가 풍겨오고 인물들은 살아 숨쉬듯 아주 생동하게 안겨온다. 그림이 아니라 실지 생활을 보는것만 같았다.

《좋소, 아주 좋소! 철진동무가 황철에 내려가서 체험을 정말 잘했소.》

이제는 쉰고개를 넘겨 흰 머리칼이 다문다문 섞여있는 머리를 흔들며 하는 학부장선생님의 칭찬에 철진은 어줍은 미소를 짓는다.

다음은 현심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여러편이나 되였다.

모란봉의 가을풍경, 풍요한 남새들, 사색에 잠긴 로교수의 초상… 한동안 그림을 보던 학부장선생님이 드이여 입을 열었다.

《현심학생의 작품은 손끝재간이요. 현실을 외면했소. 땀냄새, 기름냄새가 나질 않소. 실망하게 되오.》

모두의 시선이 현심이에게 쏠렸다. 지금껏 학부적으로 제일 기량이 높다는 평가만 받던 현심은 속으로 울음을 씹어삼켰다.

현심은 터져오르는 격정을 애써 참으며 그 자리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현심은 실습을 시작해서 지금껏 시내의 여러곳을 다니며 많은 인물들과 대상들을 그리기도 하고 점찍어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렇다하게 내놓을만 한 뚜렷한 상을 잡지 못했다.

학부심사날이 박두하여 오늘 급기야 내놓은 그림들이 온 학부가 모인데서 락후한 평가를 받게 되자 그는 누구든 붙들고 막 울고싶은 심정이였다.

그날 저녁 밥도 안 먹고 침대우에 쓰러진 그는 다음날 점심때까지도 일어날념을 못하였다. 현심의 머리속에선 학부장선생님의 목소리만 맴돌았다.

《현실을 외면했소. 땀냄새, 기름냄새가 나질 않소. 실망하게 되오.》

《야 현심아, 철옥이가 왔다. 정신차려라.》

할머니의 목소리가 꿈속마냥 들렸다.

(철옥이… 그 애가 어떻게 여길 와. 철옥이야…)

순간 펑끗 정신이 들었다.

현심이와 중학교를 함께 졸업한 철옥은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로 탄원하였다. 그때 현심은 대학에서 강의를 받다보니 딱친구인 철옥이와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그런데 그 철옥이가 바로 오늘 침대에 쓰러져있는 자기 눈앞에 나타나자 현심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언제 왔니? 넌 정말 나쁜 얘야, 온다는 기별도 없이.》

철옥이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넌 아직 대학공불 하겠구나?》

《그래, 지금 창작실습기간이니 인차 졸업해.》

모색도 달라지고 몸도 튼튼해진 철옥이는 아주 의젓해보였다. 더우기 현심이로서는 큰 산을 마주한듯싶었다.

《이게 철옥이가 맞긴 맞니? 정말 튼튼해졌구나.》

《나야 백두산에서 성장했지. 그런데 작품창작은 잘되니?》

현심은 어릴 때부터 가까운 철옥이에게 괴로운 심정을 숨김없이 토로하였다.

《난 졸업작품때문에 속상해 죽겠어. 아직 상도 변변히 잡지 못했으니…》

철옥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아유, 답답해라. 꽃밭속에서 무슨 그림이 나오겠니? 우리 건설장에 한번 와봐. 굉장해! 우리 소대장동지랑 좋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거기에 가면 네 마음속의 재가 순간에 다 날아날게다.》

현심은 가슴이 벅차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걱정이 스며들었다.

《내가 돌격대엘?》

《그럼!》

작품완성을 위해서는 그 어떤 애로와 난관도 다 이겨내리라 결심은 했지만 백두산까지 갈 생각은 못했던 현심이다.

《그런데 휴가왔니?》

《아니, 소대일때문에 왔어. 래일은 가야 해.》

한참동안 회포를 나눈 현심은 철옥이가 간 후 생각했다.

돌격대제복과 휘장을 단 철옥의 름름한 모습을 자기 모습으로 바꿔보기도 했다. 자기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준것이 부끄러웠다.

그밤 현심은 밤새껏 뒤척이였다.

다음날 백두산으로 떠나는 철옥을 바래주며 더욱 생각이 많았다.

수없이 아지치는 고뇌와 번민을 정립한 현심은 며칠후 돌격대로 떠났다.

 

×

 

《그러니 현심동문…》

현심은 두눈이 뎅그래진 대렬참모에게 다가섰다.

《예. 전 졸업작품때문에 온 학생입니다.》

현심에게서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건설장으로 오게 된 사연을 다 듣고난 대렬참모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졸업작품창작이라…》 하던 그는 두손을 깍지낀 상태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 련대나 대대에 직관원으로 보내면 되겠소?》

현심은 황황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 전 그렇게 해달라는것이 아닙니다. 그저 철옥동무가 있는 소대로 보내주면 됩니다.》

《아, 〈소대의 어머니〉로 불리우는 철옥동무?

현심은 놀랐다.

철옥이가 《소대의 어머니》로 불리우다니?!

그도 그렇지만 보풀이 일 정도로 대렬명단을 뒤적일줄 알았던 대렬참모가 평범한 대원에 불과한 철옥이를 알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때 문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대렬과 문이 열리였다.

대렬참모는 들어서는 사람을 보며 몹시 반가와했다.

《아, 소대장동무. 마침이요.》

《무슨 일입니까?》 소대장의 목소리는 석쉼하였다.

《이 동무가 자길 꼭 강억진소대에 보내달라누만.》

《예?!》 소대장이 눈을 치떴다.

《다른건 아니구, 이 미술가선생〉이 그 소대의 철옥동무와 친한 사이라오.

《미술가선생》이라고 비행기를 태우는 대렬참모의 말에 현심은 어색한 미소를 띄웠다.

대렬참모는 소대장에게 현심이가 지금껏 한 말들을 추려서 알려주었다.

《그렇습니까? 거 좋구만요.》

소대장은 여기에 왔던 용무를 간단히 말하고 현심에게 눈길을 돌렸다.

《가기요.》

현심은 대렬참모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발전소건설장주변의 산은 온통 흰눈천지였다.

겨울장수의 본거지인듯 백암령의 산발들은 은빛이불을 푹 뒤집어쓰고있었다. 하늘에서는 마가을의 배부른 달이 환한 얼굴로 대지를 굽어보고있었다.

1호발전소언제밑에 전개된 소대병실은 마치 항일유격대원들의 병실같이 규모가 있고 아담했다.

《철옥동무가 반가와하겠구만.》

현심은 병실에 이를 때까지 소대장에게 이 한마디 말만 들었다.

병실 한가운데 삼각지붕을 해씌운 출입문에서 사람들이 나오며 소대장과 현심의 새로운 출현에 각이한 눈빛들을 보냈다.

소대장은 이에는 아랑곳없이 누구인가를 찾는듯 숱진 눈섭을 모았다. 이윽고 그의 두툼한 입술이 열렸다.

《남훈동무가 왔소?》

《아직 안 왔습니다.》

대원들속에서 누군가가 대답했다.

소대장은 대원들에게 그제서야 현심을 소개했다.

《졸업작품때문에 온 리현심동무요. 우리와 함께 있게 됐소.》

대원들이 웅성웅성했다.

《대대에 간 남훈동무가 오면 식사를 합시다.》

대원들에게 말을 한 소대장이 현심이쪽으로 돌아섰다.

《철옥동문 취사원이요. 그와 함께 있소.》

《예.》

소대장은 대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 동무들! 래일부터 1호발전소언제건설을 위한 사회주의경쟁이 시작되는데 준비를 잘합시다.》

《알았습니다.》 온 소대가 호응했다.

이럴 때 철옥이가 나타났다.

《현심아!》

《철옥아!》

둘은 한덩어리가 되였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0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