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8(2019)년 제11호에 실린 글

 

과학환상소설

비 결

6

                                                                                      엄호삼

 

명수가 연구소의 실험공장에 도착했을 때는 찬이슬이 내리는 이른새벽이였다.

공장접수실 출입문을 향해 급히 다가가던 그는 한자리에 굳어지고말았다. 근무성원이 그를 발견하고 먼저 문열고 나왔던것이다.

《일찍 오셨군요.》

반색하는 근무성원에게 명수는 다짜고짜 물었다.

《성희동무가 아직 오지 않았지?》

《오지 않다니요? 좀전에 들어갔습니다.》

태연스러운 근무성원의 말을 듣고 명수는 벌컥 성을 냈다.

《내가 들여놓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말두 마십시오. 성희연구사동지는 오히려 명수동지가 오면 방해되니 들여놓지 말라고 했습니다.》

명수는 기가 막혔다. 그러나 불쑥 떠오른 예감에 흠칫 놀란 그는 황급히 지하실험실로 뛰여갔다. 그가 실험실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방사능차단복장을 한 성희가 실험실의 문을 열고있었다. 명수는 가슴이 섬찍하여 말도 제대로 할수 없었다. 그는 젖먹은 힘까지 짜내여 고함쳤다.

《성희동무, 가만!》

명수를 본 성희가 걸음을 멈추었다.

명수는 성급히 다가갔다.

《오셨군요. 그새 잘있었어요?》

성희의 눈가에는 반가움이 차넘치고있었으나 격분한 명수로서는 앞뒤를 가릴새가 없었다.

《나를 뭘루 보고 이러는거요. 동무가 나의 명예를 찾아주면 내가 기뻐하고 동무를 떠받들줄 알았는가 말이요?》

순간 성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뒤이어 두눈에서 눈물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성희의 눈물을 본 명수는 자기가 지나쳤음을 깨달았다. 그는 어성을 낮추었다.

《성희동무, 동무도 이번 실험이 어떤 실험인지 잘 알고있지?》

《알고있어요. 하지만 오해하지 마세요. 누구든 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전 하루빨리 국가적으로 의의가 큰 재료를 완성시키고싶었을뿐이예요.》

《허참.》

명수는 어이가 없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성희가 눈물을 거두고 말을 이었다.

《동무가 무엇때문에 마지막실험을 중단하고 료양소로 갔는지 나도 알아요.》

이미 예견하고있었지만 성희가 불의에 정통을 찌르자 명수는 눈길을 어디로 둘지 몰라 갈팡질팡하였다.

《마지막실험의 위험성을 해소할수 있는 방도를 찾기 위해서였지요?》

대답을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모양을 하고있는 명수를 보고 성희가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전 그 방도를 찾았어요. ×금속으로 감싸면 예상치 않았던 방사능이나 중성자방출을 막을수 있다고 말이예요.

그래 어제까지 필요한 실험용재료들을 ×금속차페막속에 넣는 작업을 끝냈어요.》

성희가 자기와 똑같은 방도를 찾았다는것을 알게 되였지만 명수는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그의 심정을 알리 없는 성희가 용서를 빌었다.

《오늘 실험을 끝내고 동무에게 알리려댔는데 이렇게 나타났군요. 미리 알려주지 못해 미안해요.》

가슴이 뭉클해진 명수는 머리를 저었다.

《아니, 아니요. 동문… 정말 훌륭하오.》

《그러니 욕을 하지 않겠다는거지요? 그럼 실험을 제가 하게 해주세요.》

《그건 안되오.》

《안되다니요? 그럼 우리 두사람이 함께 하자요. 어때요?》

《글쎄 동무는 안된다니까.》

명수가 어성을 높였다.

생기가 되살아났던 성희의 얼굴이 또다시 시무룩해졌다.

자기가 지나쳤다는것을 알았지만 명수는 어조를 달리하지 않았다.

《동무도 알다싶이 이 실험은… 아직은 리론에 불과하오. 세계의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실험이란 말이요.

그러니 실험과정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모르오. 만약 예상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 내가 쓰러진다면 그 사고원인을 해명해서 동무가 계속 실험을 해야 할게 아니요. 동무를 믿고 사랑하기에 이 말을 하는거요.》

《알아요. 동무의 심정을 다 알아요.》

성희가 흐느낌을 참아가며 머리를 끄덕였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명수는 다정히 웃으며 눈물에 젖은 성희의 얼굴을 뜨거운 두손으로 닦아주었다.

이윽고 실험실에 들어간 명수가 위치를 차지했다고 손짓을 했다.

성희는 긴장되여 유효빛발생장치의 시동단추를 눌렀다. 긴장한 시간이 흘러갔다.…

값눅고 에네르기소모가 적은 상온초전도체재료를 개발하였다는 소식은 전세계를 들썩하게 만들었다.

각국에서 새형의 상온초전도체재료에 대한 기술이전과 합작요청이 들어왔다. 동시에 상온초전도체재료의 대량생산을 위해 우주의 제련소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제의까지 들어왔다.

이 소식을 명수에게 알려준 사람은 정보봉사실의 성원이 아니라 철호실장이였다.

《명수동무, 기뻐하오. 동무가 개발한 상온초전도체재료가 세계적으로 대인기요. 내 그럴줄 알았다니까. 진심으로 축하하오.》

《고맙습니다.》

《내 이번에 명수동무의 연구태도에서 많은것을 배웠소. 혁신이 없는 발견이나 발명, 기적과 비약이란 없다는것을 말이요.

난 지금껏 동면하고있었소.》

철호의 진정어린 말에 명수의 마음은 뭉클해졌다.

《솔직히 저는 이번에 자기의 명예나 목숨을 먼저 생각한다면 언제가도 비약할수 없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비약하려면 시간과 조건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주저없이 나가야 하며 대담하게 뛰여들어야 한다는겁니다.》

《동무의 말이 옳소.》

이때 명수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오시오.》

명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더니 성희가 들어섰다.

그제야 철호가 제꺽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거 내가 방해군이 되겠군. 그럼 난 가겠소.》

철호가 눈치있게 자리를 피하자마자 성희가 기쁨에 넘쳐 말했다.

《명수동무, 축하해요.》

《고맙소.》

두사람은 마주보며 밝게 웃었다.

고심참담한 탐구의 길을 걸어온 승리자들의 긍지로운 웃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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