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8(2019)년 제11호에 실린 글

 

과학환상소설

비 결

3

                                                                                      엄호삼

 

소나무가 우거진 바다가의 경치는 아름다왔다. 서산마루에 걸려있는 저녁해가 하루일을 총화하고 작별인사를 보내고있었다. 그에 화답하듯 파도는 물갈기를 날리며 바다기슭으로 밀려왔다가 다시 돌아서군 한다.

석양이 사라지고 날씨가 서늘해졌으나 명수는 그냥 모래불에 앉아 먼바다를 바라보았다.

문득 그의 귀전에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결별을 선언하던 성희의 목소리가 울렸다.

《동무가 그런 사람일줄 정말 몰랐어요.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요.》

너무도 상상밖의 선언이여서 잊을래야 잊을수 없다. 성희의 성난 모습이 눈앞에 생생히 떠올라 명수는 상온초전도체개발과정에 있었던 일들을 곰곰히 돌이켜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첨단재료연구소에 배치된 그는 중학시절부터 꿈꾸어오던 상온초전도체개발을 연구목표로 설정하였다.

중학시절에 명수는 초전도현상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가지였다.

전기저항이 0인 초전도체로 만든 자석으로 전압이 5 000만볼트이고 전류가 10 000암페아인 번개를 잡아 전기로 저장할수 있다니?!

결국 수십개의 발전소를 대신할수 있다는것이 아닌가. 그래서 명수는 기성관례를 벗어난 방법으로 즉 빛파장으로 금속원자들의 핵이나 립자들의 떨기를 조정하면 실현할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까지 중학생의 가설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대학기간 여러 학문들을 탐구하면서 자기 가설의 과학적론거들을 확보하였고 론리정연하게 정립하였다.

현재로서는 순도높은 합금으로 250켈빈(령하 23도)의 초전도체를 개발한것이 높이 평가받고있다. 그런데 원가가 비싸고 유독성물질이 방출되는데다가 그 생산량은 매우 적었다.

그리하여 명수는 구조가 균일한 순금속의 양성자와 전자의 떨기수를 파악하고 빛의 파동성을 리용하여 전자의 운동을 방해하는 원자의 떨기를 공진(껴떨기)효과로 약하게 하거나 아예 없애버릴수 있다는 착상을 완성할 결심을 가졌고 마침내 그 방식으로 상온에서도 초전도현상을 실현시킬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였다.

대학을 졸업한 그가 연구에 달라붙은지도 벌써 1년이 되여온다. 그동안 실패를 거듭하였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중요한 경험과 교훈을 얻었고 성공에로의 길을 튼튼히 다져왔다.

파동성을 가지는 빛은 보임빛과 자외선, 적외선의 파장이 서로 다르며 보임빛의 경우에도 색갈에 따라 파장도 다르다. 따라서 전도성이 좋은 금속을 선택하는것도 중요했지만 그 금속이 초전도체로 되게 할수 있는 빛파장을 찾아내는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풀숲에 떨어진 바늘을 찾는것만큼 어렵고 힘든 탐색이였다.

이것을 알게 된 정보실의 연구사인 성희가 명수를 도와나섰다.

빛파장과 원자의 떨기수의 호상관계를 분석하는 프로그람을 작성하는것이 시간적으로나 과학적으로 필수적이라는것을 알려주었던것이다. 뿐만아니라 프로그람작성에 필요한 자료들까지 직접 찾아주었다.

생기발랄하고 몸매가 날씬한 아름다운 처녀가 자기의 연구과제를 도와나서니 명수의 기쁨은 이루 말할수 없고 모든것이 꿈만 같았다. 그는 프로그람전문가인 성희의 방조속에 금속의 원자떨기와 빛파장과의 호상관계를 분석할수 있는 프로그람을 작성하였다.

그 나날 20대의 쟁쟁한 두 젊은 과학자들의 마음속에 사랑의 감정이 조용히 깃들기 시작하였다. 분석프로그람의 완성과 함께 두사람의 사랑도 무르익어갔다.

몇달전에 명수는 자연계에 무진장한 금속을 선택하고 콤퓨터모의로 그 금속의 원자떨기와 공진효과를 일으키는 빛파장을 찾아냈다.

흥분한 그는 시간을 단축할 생각으로 선택된 순금속을 우주공장에서 얻으려고 시도했다. 나노기술이 발전하고 진공제련도 가능한것만큼 우주공장이 아니라 지구에서 순금속을 얻을수 있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자기 주장을 고집하면서 우주공장에서 순금속을 구하려고 뛰여다니다보니 오히려 시간만 랑비했다.

게다가 처음에 간단히 순금속에 원자의 떨기를 없애는 특정한 파장을 려과시키는 투과성기능박막을 씌우면 된다고 생각하고 투과성기능박막제작에 집중하였다. 기능박막제작에서 성공하였으나 실험실적조건에 국한된것이였다. 공업화하자면 다른 방도를 모색하여야 했다.

마침내 자기의 실책을 깨닫고 새로운 방도를 모색하던 명수의 머리속에 기발한 착상이 떠올랐다. 순금속을 빛섬유속에 넣고 빛섬유를 유효빛파장발생장치와 련결하자는것이였다.

이 착상이 떠오른것은 그가 료양소로 떠나오기 한달전이였다. 마지막실험이라고도 할수 있는 이번의 실험준비들을 마무리하고 최종적으로 콤퓨터모의실험을 하던 그는 그 누구에게도 터놓고 이야기할수 없던 어려운 문제에 부닥치게 되였다.

이를 두고 심사숙고하고있는 그에게 뜻밖의 타격이 가해졌다.

연구소의 사람들속에서 명수의 연구과제수행이 막연하다는 반영이 제기된것이다. 결국 료해사업이 진행되고 회의가 소집되였다.

회의에서 명수는 단 한마디도 자기변명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희가 그를 옹호하여 열변을 토하면서 상온초전도체재료개발이 마지막단계에 이르렀다는것을 공개하였다.

그러나 회의가 있은 후 명수는 료양권을 신청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성희가 깜짝 놀라 명수를 찾아왔다. 연구가 마지막단계에 들어섰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성희로서는 명수의 처사가 리해되지 않았다.

《료양을 신청했다는게 사실인가요?》

《그렇소. 좀 휴식도 하고 치료도 받아야겠소.》

《분발해서 마지막실험을 다그칠 생각은 하지 않고 료양을 가다니요?》

《아, 진정하고 내 말을 듣소. 마지막고비일수록 침착해야 하는거요. 힘을 축적해야 결승테프를 통쾌하게 끊을수 있거던.》

명수가 웃는 얼굴로 성희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파래진 얼굴로 명수를 몰아댔다.

《난 과학자들일수록 시대의 앞장에 서야 한다고 봐요. 우리가 이러고있는 동안 시간은 사정없이 흘러갈것이며 우리를 믿고 과학연구를 맡겨준 조국앞에 죄를 짓는다고 생각해요.》

《모든것은 시간이 증명해줄거요.》

《시간이 증명한다구요? 정말 우습군요. 과학적으로 해명되였고 마지막실험준비도 끝났는데 왜 주저하는가요? 마지막실험만 하면 사람들의 의혹과 비난이 감탄과 놀라움으로 바뀌울텐데 무엇때문에 주저하는가 말이예요?》

《주저하긴… 좀더 과학적으로 확증하자는거요. 그것이 과학자의 사명감이기도 하지.》

《사명감이라구요?》

성희는 놀란 눈길로 명수를 바라보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성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전 리해할수 없군요.》

《성희동무, 너무 그러지 마오. 덤빈다고 일이 되는게 아니요.》

《뭐라구요?! 동무가 그런 사람인줄 정말 몰랐군요.》

명수는 그때 성희가 왜 격분하였는가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의 체면이 손상된것때문에 지내 흥분한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성희의 분노는 결코 그것이 아니였다.

(그럼 그가 마지막실험의 위험성을 알고있었단 말인가?)

명수는 소스라쳐 놀랐다. 다음순간 온갖 비난과 비웃음속에서도 숙일줄 모르던 명수의 머리가 서서히 숙어졌다.

날이 어두워졌으나 정신적번민에 빠진 명수는 오래도록 모래불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끊임없는 밤파도소리만이 그를 위로해주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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