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8(2019)년 제11호에 실린 글

 

과학환상소설

비 결

2

                                                                                      엄호삼

 

아침에 깨여나 달력을 바라보며 하루계획을 세우던 철호는 자기가 중요한것을 놓칠번 했다는것을 깨달았다.

(이크, 오늘이 토요일이 아닌가?! 래일 명수한테 면회를 간다는걸 잊을번 했군.)

초전도체재료실의 실장인 그가 자기 부서의 연구사가 료양치료를 받고있는데 대해 무관심할수 없는것이다. 료양소로 간 명수를 두고 처음에는 그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의아해했고 제나름으로 분석하였다.

비난을 받아서인가 아니면 자기 연구의 허황성을 인정하였기때문인가?

명수의 현재상태를 알고싶어 그는 손전화기 만한 화면대화기(콤퓨터와 텔레비죤을 비롯하여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할수 있는 다기능화되여있는 전자제품)로 명수를 호출했다.

호출시간이 지나도 응답하지 않자 철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산보를 나갔는가?)

이윽고 출근길에 오른 철호는 성큼성큼 걸어가는 사람들과 달리 여유작작하게 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에서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것이 그의 지론이였다.

머리속으로 래일 명수를 찾아갈 사람들을 한명한명 선정하던 그는 연구소정문에 이르러 앞서가는 성희를 발견했다. 산뜻하게 감색양복을 입은 성희의 모습은 볼수록 감탄을 자아낸다. 저렇게 총각들의 눈뿌리를 뽑을만 한 리상적인 몸매와 아름다운 용모를 겸비한 성희가 어떻게 되여 사람들의 말밥에 오르군 하는 명수를 사랑하게 되였는지 철호로서는 도무지 리해되지 않았다.

그가 실장으로 임명된지 5년이 되지만 명수처럼 말짼 연구사는 없었다.

학술토론이나 실험결과에 대한 토론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꼭꼭 참가하였으나 자기 의견을 쉽사리 내놓지 않았고 일단 내놓은 자기 의견은 끝까지 고집하는 형의 연구사가 바로 명수였다.

지금도 그의 귀전에는 명수가 열이 올라 소리치던 말이 들리는것만 같다.

《책임회피와 보신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무슨 과학자이며 그런 사람의 머리속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발명이 나올수 있는가 말입니다.》

그때 그는 명수의 연구가 진통을 겪고있다는것을 알고 연구방향을 바꾸라고 권고했었다. 자기의 권고가 명수에게도, 부서책임자인 자기에게도 유리하다고 생각한것이다. 그런데 그처럼 얌전해보이던 명수가 성난 사자처럼 펄쩍 뛸줄이야.

자기의 의견을 존중할줄 모르는 명수가 눈에 곱게 보일리 없었다. 어쨌든 자기는 실장이 아닌가.

그래서 명수를 고분고분하게 만들려 이런저런 방법을 써보았다. 며칠전에 있은 회의도 연구과제의 집행날자가 연기되였다는것을 구실로 그가 제기하여 소집된것이였다. 그러나 성희의 론리정연한 설명으로 하여 헛물만 켰다.

그때일을 생각만 해도 얼굴이 뜨거워져 철호는 채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걸음을 재촉하여 성희를 따라잡았다.

《성희동무, 나 좀 만나기요.》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때문에 그러십니까?》

《다른게 아니구 명수동무한테서 전화가 오군 하오?》

《저어…》

성희가 망설이자 실장이 지레짐작하고 자기 생각을 터놓았다.

《그 사람이 영 인사불성이군. 성희동무한테도 전화를 하지 않다니? 아침에 전화를 해보니 전혀 받지 않더구만.》

《아마 전화를 받지 않을겁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이 실장이 비판을 좀 했다고 고깝게 생각하는가?》

《그것때문은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전화를 받지 않는걸가? 아무튼 가려는데 성희동무도 함께 가기요.》

철호가 능청스러운 눈길로 성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기뻐할줄 알았던 성희의 태도는 너무도 태연자약했다.

《전 래일 급한 일이 있어 갈수 없습니다.》

성희가 대번에 거절하는 바람에 철호는 아연실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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