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8(2019)년 제1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졸업작품

(마지막회)

곽금철

 

백암령의 정점에도, 중턱에도 불이 붙은듯 진달래가 피여났다. 이와 함께 백두산영웅청년1호발전소완공이라는 거대한 사변을 눈앞에 둔 돌격대원들의 마음에도 불이 붙었다.

그리도 뵙고싶었던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멀고 험한 발전소건설장에까지 찾아오시여 정말 수고들이 많았다고, 장하다고, 이제 당창건기념일이 몇달 남지 않았는데 그때까지 1호발전소를 완공하고 이곳에서 대합창공연을 진행하자고, 그날에는 우리모두 기념사진도 찍자는 최상최대의 믿음을 안겨주시였다.

소대는 골재전투에서 련일 혁신을 이룩하였지만 그것도 성차하지 않았다.

목표는 명백했고 승리의 날도 눈앞에 있었다.

쩡! 쩡!

남훈은 함마를 휘둘렀고 현심은 정대를 잡았다.

힘차게 울리는 함마소리, 그에 화답하듯 여기저기에서 울리는 불도젤, 굴착기들의 힘찬 동음… 마치도 대교향곡인양 청춘들의 심장속에 위훈의 불을 달고있었다.

《자, 다음판이요!》

남훈이가 다시 함마를 내리치려고 할 때 현심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잠간만!》

우뚝 굳어진 남훈은 현심을 바라보았다.

현심은 얼른 정대를 놓고 대여섯메터 떨어진 웃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자기의 목수건을 벗었다.

의문어린 눈길로 현심을 보던 남훈은 그제서야 리해가 된듯 벌씬 웃으며 그리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갓 꽃망울을 터친 철쭉이 무리지어있었다. 그런데 정대에 맞고 튀여난 돌쪼각들이 그 줄기를 다칠수 있었다.

남훈이도 웃옷을 벗어 철쭉을 덮었다.

《작업이 끝나면 떠다가 병실에 심겠어요.》

현심의 말에 남훈은 말없는 웃음을 지었다.

쩡! 쩡! 힘찬 함마질소리가 다시 울렸다.

점심시간이 되자 현심은 철옥이가 나타날 령밑을 살피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시간을 맞춰놓은 탁상시계의 울림처럼 정확하던 철옥이가 나타나질 않았다.

(어찌된 일일가?)

얼마후 등에 배낭을 지고 량손에 바께쯔를 쥔 철옥이가 나타났다. 그는 먼곳에서부터 허겁지겁 달려오다싶이 하고있었다.

《소대장동지이! -》

현심이 마주 달려가 짐을 받아드는데 철옥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졌다.

《소대장동지가 어디에 있니?》

《저기.》

현심이가 가리킨쪽에 있는 소대장에게로 철옥은 엎어질듯 달려갔다.

《소대장동지, 언제타입이 멎을 형편이랍니다.》

《뭐요?》

대번에 어성이 높아진 소대장이 무섭게 번진 얼굴로 철옥이에게 다가들었다.

《어째서?》

온 소대가 일손을 멈추고 모여들었다.

《지금 나무방틀다리입구에 세멘트를 실은 차들이 주런이 섰습니다. 해토되면서 방틀다리 가운데부분이 내려앉는답니다. 조금만 있으면 완전히 내려앉는답니다. 운전사들이 막 안타까와해요. 세멘트차들이 다리를 넘어야 타입이 중단되지 않는다는데…》

철옥은 숨차하면서도 쭉 내리엮었다.

모두가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철옥이가 속상한 나머지 두손을 들어 내리는 흰눈을 받으며 말했다.

《야, 이 흰눈이 세멘트가 될순 없을가?》

묵묵히 생각에 잠겨있던 소대장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나무방틀다리에서 제일 가까운데서 일하는건 우리 소대뿐이요. 모든 소대들이 언제타입에 총집중이니 언제 왔다갔다 할새도 없소. 기술소대가 대책을 한다 해도 시간이 걸리구… 그러니 소대폭풍!》

소대는 달리고 또 달렸다.

가던 길에 쌓아놓은 통나무들을 하나씩 둘러메였다.

현심이와 철옥이도 통나무 한대를 나란히 메고 뛰였다.

힘든줄도 몰랐다. 오직 언제타입이 멎으면 안된다는 하나의 생각이였다.

나무방틀다리에 이르니 철옥이의 말대로 세멘트를 실은 차들이 주런이 서있었다.

소대장이 먼저 들어서고 뒤따라 대원들이 차디찬 서두수강물속에 뛰여들었다.

초봄의 서두수는 아직 패하려고 하지 않는 겨울의 고집인양 얼음장을 그대로 안고있었다. 와작와작 얼음을 헤치며 들어서는 소대원들을 보고 운전사들이 놀라와하였다.

《어쩌자는거요? 당장 나오시오.》

운전사들의 열띤 부름에도 아랑곳없이 소대원들은 메고온 통나무들을 주저앉는 다리부문에 세웠다.

《걱정마십시오. 우릴 믿고 빨리 차들을 뽑아주십시오.》

소대장의 말에 운전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현심은 핑그르르 눈물이 앞을 가리웠다.

이들의 높은 정신세계에 따라서자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에 이어 어서 빨리 이 격전장에 뛰여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슴을 쳤다.

현심이와 철옥이가 물에 뛰여들자 별안간 벼락치는듯 한 소리가 울렸다.

《나가오!》

남훈이였다.

두 처녀는 발을 굴렀다.

《우리도 함께 있도록 해주십시오.》

《안되오! 나가라는데!》

남훈이가 달려와 그들을 강기슭으로 밀어냈다.

《현심동무, 철옥동무랑 빨리 불을 지펴주오. 우리가 나가면 몸을 녹일수 있게 말이요.》

소대장의 말이였다. 그다음 그는 《동무들!》 하고 높이 소리쳐불렀다.

《예!》 온 소대가 호응했다.

《우리 노래를 부릅시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노래를 말이요.》

이윽고 소대장의 청높은 목소리가 강물우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심산속에 우등불 지폈네

언땅에 천막치고 발전소 세워가네

온 소대가 따라불렀다.

묻지 말아 우리 심장 왜서 불타는지

말해줄거야 우리 래일이 말해줄거야

 

이 열과 정의 파도우로 한대 또 한대 세멘트를 실은 차들이 지나갔다.

지지누르는 다리의 중압을 하나로 뭉친 힘으로 이겨내며 소대는 마지막차까지 무사히 통과시켰다.

그때까지도 노래소리는 그칠줄 몰랐다.

조국과 함께 걷는 오늘의 행군길

래일의 추억속에 아름다우리

묻지 말아 우리 심장 왜서 불타는지

말해줄거야 우리 래일이 말해줄거야

 

그날 저녁 현심은 잠자리에서 철옥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 말이 옳았어, 소대장동진 정말 훌륭한 사람이야.》

《아니, 넌 아직 소대장동질 다 몰라!》

이렇게 서두를 뗀 강억진소대장에 대한 가지가지의 이야기들을 철옥이에게서 들은 현심은 감동에 젖어들었다.

아, 뜨거운 사람! 진실한 인간!

현심의 두볼로는 뜨거운것이 흘러내렸다.

 

×

 

소대의 경사였다.

공화국창건기념일을 맞으며 진행된 미술축전에서 현심의 작품이 1등의 영예를 지닌것이다.

작품의 제목은 《흰눈이 세멘트가 되여줄수 없을가》였다.

처녀돌격대원이 내리는 흰눈송이를 두손우에 받쳐들며 안타까운 기색을 짓고있는 그 모습은 만사람의 감동을 자아냈다.

심사위원회에서는 현심이가 그린 소묘 《집에서도 못 먹어본 별식》도 흠잡을데가 없다고 하면서 앞날이 촉망된다고 하였다.

철옥은 자기가 주인공으로 된 작품이 1등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에 겨워 울기까지 했다.

소대장은 연송 엄지손가락을 내흔들었다.

《대단하오. 대단해!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창작하오.》

소대원들은 제일처럼 기뻐하며 련일 기적과 창조의 낮과 밤을 보냈다.

드디여 그토록 손꼽아 기다리던 준공의 날이 왔다.

해빛찬란한 10월의 그날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돌격대원들과 하신 약속을 잊지 않으시고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준공식에 참가하시였다.

이날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우리 당이 안겨준 백두청춘의 담력과 용맹으로 낮과 밤이 따로없는 백열전을 벌려 방대한 작업과제를 해제꼈다고 하시면서 자신께서는 청년돌격대원들의 자랑스러운 투쟁모습을 보면서 눈물겹도록 동무들이 고마왔고 동무들모두를 저 하늘이 들리도록 두팔들어 높이 떠받들어주고싶은 심정을 금할수 없다고 하시였다.

온 소대가 아니, 온 나라 청년들이 감격에 목이 메였다.

다음날 려단에서는 충성의 결의모임을 가지였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맡겨주신 3호발전소건설을 무조건 제기일에 끝내자는 려단장의 호소에 남훈이가 한발 나섰다.

원수님 믿음이면 우리는 지구도 듭니다!》

전체 돌격대원들이 합창했다.

《지구도 듭니다!》

현심은 이 벅찬 모습을 똑똑히 새겨두었다.

다음날 아침이였다.

소대는 3호발전소에로의 기동준비를 끝내였다.

이제는 졸업실습기일도 다 되였다.

현심은 완공된 발전소언제앞으로 나왔다.

경애하는 원수님을 모시고 영광의 기념사진을 찍고 대합창공연도 보여드린 그 자리에서 그는 무릎을 꺾고 앉아 화판을 펼쳤다. 그리고는 고르고골랐던 상을 안고 쭉쭉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는 작품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돌격대제복을 입은 청년이 한손을 머리우로 버쩍 올리고 지구를 든 모습, 구도가 간결하면서도 큰 의미를 담은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완벽해졌다.

제목은 《원수님 믿음이면 우리는 지구도 든다!》였다.

마지막부분을 그려나가던 현심은 문득 연필을 멈추었다.

비가 내렸던것이다. 마치도 언제를 위해 흘린 돌격대원들의 피와 땀의 응결체인듯 쉬임없이 거침없이 내리고있었다.

그런데 현심이는 한방울의 비도 맞지 않고있었다.

어찌된 일인가. 언제부터 비가 내렸기에?

현심은 눈길을 들었다. 그 순간 소대장과 남훈이가 자기들의 비옷을 현심의 머리우에 펴들고 서있는 모습을 보았다.

《소대장동지, 이건… 이건 뭡니까?》

소대장은 현심을 대견하게 바라보며 비물이 흐르는 얼굴을 어깨에 닦았다.

《어서 그리오. 힘이 있구만. 피줄이 툭툭 튄다니까. 마음에 드오.》

현심은 눈물속에 격정속에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의 작품은 이렇게 창작되였다.

그후 현심이가 그린 《원수님 믿음이면 우리는 지구도 든다!》는 졸업작품심사에서 높이 평가되여 대학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졸업작품전시회에서 현심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어찌 재간이 뛰여나서겠습니까. 강억진소대장동지를 비롯한 우리 시대의 자랑스러운 청춘들이 있어 우리가 그리는 모든 작품들이 그렇듯 훌륭한 그림으로 될수 있은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형직사범대학 작가양성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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