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9(2020)년 제4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비내리는 봄날에

4

                                                                               변영건

 

수령님께서는 차에 오른 경림이 어머니의 진창에 바랜 검정고무신을 다시 더듬어보시였다.

처음 경림이 어머니는 수령님 타시는 차를 어지럽힌다고 부득부득 뒤걸음을 쳤다. 정 그러면 자신께서도 함께 걷겠다고 하셔서야 몸둘바를 몰라하며 차에 올랐다. 그래서인지 무안해하며 한발을 다른 발우에 올려놓은 거북한 자세로 엉거주춤이 앉아있었다.

그이께서 불편하겠다고, 편안히 앉으라고 거듭 이르셔서야 그는 어줍게 웃으며 두발을 바로 펴놓게 되였다.

그때 포단에 싸인 애가 기여들듯 한 소리로 또 울기 시작했다.

수령님께서 삐여져나온 애의 작은 손을 포단안에 넣어주시며 애가 앓지 않는가고 물어주시였다.

《아닙니다. 아침젖을 설먹어 그럽니다.》

그이께서는 애의 엉덩이를 가볍게 다독여주시였다.

리창린도 녀인의 말을 통해서야 경림이네가 논을 뚜져내느라 물에 만 찬밥덩이로 이른 조반을 굼때고 첫새벽부터 달달 끓고있는줄 알게 되였다. 그래 더 바늘방석을 깔고앉은건만 같은 그였다.

친딸처럼 경림이를 여겨주시는 그이의 다심한 정에 어느덧 마음이 풀어져 녀인은 손자가 생긴 후로 바닥없이 깊어지는 고민거리를 푸념처럼 터놓았다.

경림이가 젖이 잘 안 나와 손톱여물을 썬다는것이였다.

수령님께서도 순간 안색이 좋지 않으시였다. 경림이가 그런 애바른 고민을 안고있는줄을 모르고계셨던것이다.

리창린은 알고있은것만 같아 그에게로 묻는듯 한 눈길도 보내시였다.

허나 리창린도 처음 듣게 되는 사실이런듯 벌개진 고개를 수그리고만 있었다.

어망간 실언을 늘어놓은것만 같아 경림이 어머니가 슬그머니 말머리를 돌렸다.

《우리 문동리사람들이 올해엔 꼭 다섯톤을 내겠다고 극성들입니다.… 이러나저러나 우리 농민들이 수령님덕에 편안한 세월에 사는가봅니다.》

경림이 어머니는 자기가 퍼낸 말로 수령님께서 얼마나 큰 마음속 아픔을 느끼고계시는지 미처 다 알수 없었다.

리창린도 가슴안에 놋화로가 들어앉은것만 같이 숨이 가빠났다.

…길에서 조금 떨어진 논벌에서는 농장원들이 쇠스랑으로 논을 번져내는 모습이 안겨들었다. 새벽녘 김을 매시던 그 논이 분명한듯 싶었다.

수령님께서 차를 세우시고 먼저 질척한 길에 내려서시였다.

리창린이 따라서며 우산을 펴드리려 했다. 그러자 수령님께서 만류하시였다.

《우리 우산을 거둡시다.》

그참에야 경림이네들은 그이를 알아보았다. 그래 맨발차림그대로 막 달려나오고있었다.

《가만가만, 내가 간다니까. 넘어지겠구만.》

그이께서는 아서라고 손을 저으시며 마주 두렁길로 나가시였다. 떡반죽처럼 이겨진 진창흙이 한발 저며디디실 때마다 그이의 신등에 올려덮이고있었다.

수령님!》

경림은 엎어질듯 그이앞에 다가섰다.

수령님께서 얼른 그의 두손을 잡으시였다.

《손이 차구나.…》

그이께서는 경림의 손을 잠시 감싸안고 비벼주시였다.

《반장은 어서 애 젖부터 먹어야겠소.》

그제서야 경림은 차에서 내리는 어머니를 알아보았다.

수령님께서 선뜻 갈념을 안하고 머밋거리는 경림이를 차있는쪽으로 떠미시였다.

《애를 돌보고 마른 옷을 갈아입어야 나두 속시원히 반장을 욕 좀 할게 아닌가. 어서…》

둘러선 농장원들의 차림새도 걱정스럽게 바라보시였다.

《이런 진날 들에서 일하는분들에게 비옷도 골고루 못 입혀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조용히 하신 말씀이 리창린에겐 너무나도 진폭이 크게 들려왔다.

수령님, 제가 일을 쓰게 못해…》

송구스러움과 뜨거움에 북받친 리창린의 목소리가 끝을 맺지 못했다.

수령님께서 리창린을 바라보시며 심중히 말씀하시였다.

《나도 인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일군들중의 한사람으로서 책임을 느끼는겁니다.》

수령님께서는 농장원들이 집에 돌아가 젖은 옷들을 갈아입게 하시였다. 리창린에게는 관리위원장과 리당위원장을 데려오게 하시였다.

그러시고는 길옆에 보이는 문동상점을 향해 걸으시였다.

그이께서 신발을 툭툭 털고 상점에 들어서시였을 때 한적하게 앉아 뜨개질을 하던 젊은 판매원이 놀라 일어섰다.

그 서슬에 주먹만 한 호박색실꾸리가 떨어져내렸다.

《애기뜨개옷을 좀, 제가 그만…》

어리둥절한 판매원은 무슨 말부터 어떻게 할지 몰라하였다.

수령님께서 당황해하는 녀인의 말머리를 틔워주시듯 물어보시였다.

《지나가던 길에 잠간 상점구경을 하느라고 들렸소. 애들 옷 파는게 없는게로구만.》

《아동옷은 수요가 높아 한 이틀이면 다 나갑니다.》

수령님께서는 그 말을 들으시며 진렬된 상품의 가지수를 눈여겨 살펴보시였다.

투박하게 만든 둥근 밥상, 연풀색의 면양말, 몇벌 안되는 어른들 편직물내의, 초물모자, 빨래비누, 성냥, 소금… 너무나 초라해보이는 농촌상점이였다.

《비옷이나 고무장화 같은건 얼마나 공급되오?》

《초봄에 군에서 각각 백개나마 공급받았댔는데 지금은…》

더 말을 잇지 못하는 판매원을 바라보시는 그이의 생각은 깊으시였다.

《그러니 수요가 높은 상품일수록 사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았구만.》

수고하라는 인사말을 남기신 수령님께서는 들어서실 때처럼 조용히 상점문을 나서시였다.

한동안이 지난 후 그이께서 뜨락또르차고앞에서 리일군들과 옷을 갈아입고나온 경림이를 만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아무 말씀 없이 차고에 서있는 고장난 두대의 뜨락또르만 바라보시였다. 가슴이 막 답답해나시였던것이였다.

《도당위원장동문 이 뜨락또르를 내가 보내주었다고 아껴야 한다고 했다는데 이건 내가 아니라 우리 로동계급이 농민들에게 보내준거요, 기계화의 덕을 보라고 말이요.

대대로 어깨에 가대기멍이 들고 등이 닳게 지게를 진 농민들이 이젠 기계로 일을 헐하게 하라고 말이요.》

리창린은 그이앞에 고개를 숙인채 서있었다.

준절하신 말씀이 이어지고있었다.

《우리 당이 뭘 바라는가? 기계로 일하는 농촌이요. 기계로 김도 매고 모도 내는 농민들을 보고싶어한단 말이요.

비맞으며 쇠스랑으로 엎은 논에서 가꾼 쌀이라면 이 수상인들 밥술을 달게 들수 있겠는가?!》

갈리여드신 음성이 모여선 일군들의 가슴을 봄물이 든 땅처럼 적셔주고있었다.

《난 경림이가 아이젖도 제시간에 못 먹이며 열톤을 낸대도 반갑질 않아! 이건 농촌기계화의 담당자가 동무네 자신들이라는 사상이 부족해서 그런거요. 기계가 좀 마사진들 뭐라나. 또 나라가 한손 밑진들… 난 그저 우리 농민들로부터 기계를 실컷 써보았수다 하는 말을 들으면 정말 소원이 풀릴것 같소.》

곡진하게 젖어드는 말씀에 경림이가 흐느껴울기 시작했다.

리창린도 수령님께서 안고계시는 낟알의 참의미를 너무도 모르고있었다는 죄스러움에 젖어들었다.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수령님께서 그러는 리창린을 바라보시였다.

《이 비를 맞으며 지금처럼 논을 뚜져내라고 당에서 지시했다면 농민들이 할수는 있지만 그만큼 당이 그들에게서 신뢰를 잃게 된다는것을 우리 일군들은 알아야 합니다.》

수령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운전수들, 농장일군들과 차고안의 마른 땅에 허물없이 무릎을 마주하시였다. 무슨 부속이 고장났는가 알아보시고 수첩에 하나하나 적어도 두시였다.

《자, 이젠 얘기들을 좀 해보오. 이렇게 이따금 농촌에 나오다나니 사실 동무들보다 모르는게 더 많소. 뜨락또르속내랑 농사물곌… 물이 늘 차있는 논을 갈 무슨 방도가 없을가?》

그이께서 흉금을 터놓고 물으시였다.

책임운전수가 경림이의 눈총을 받으며 웃옷주머니에 접어넣었던 종이를 정히 펴올렸다.

《이 덧바퀴를 좀 봐주십시오. 우리 경림반장동무가 생각해낸겁니다. 반장동문 이젠 뜨락또르몰줄도 압니다.》

서툴게 그려진 그림을 주의깊게 보시던 그이께서는 눈길을 들어 경림이를 정겹게 바라보시였다.

《이것 보우 도당위원장, 경림반장이 나나 동무보다 더 낫구만, 응? 난 극상해서 속으로 걱정이나 하구 동문 뚜져낼내길 작정했는데 경림인 이런 생각이 트인걸 보면 뜨락또르 고장낸 값을 톡톡히 치른셈이 아니요?

내 그래서 우리 일군들이 현실에 내려가 인민들속에서 배워야 한다는거요. 나도 오늘 경림반장에게서 많은걸 배우게 되오.》

경림은 너무도 송구스러워 얼굴이 대번에 감빛으로 물들었다.

경림이 그런 생각을 한것도 모른 리창린은 더 숨을 쉴것 같지 못했다.

수령님께서는 덧바퀴를 그린 종이를 정히 접어 수첩갈피에 넣고 차에 오르시였다.

평양에서 외국사절들과의 중대한 담화일정이 긴박하게 그이를 기다리고있는줄 아직은 경림이도 리창린이도 다 알지 못했다.

수령님께서 뒤시창으로 비내리는 들길에 눈물을 머금고 서있는 경림이네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시였다.

이윽고 달리는 차안에서 그 푸른 수첩을 또 펴드시였다.

수첩우에 천리사색이 글줄로 이어지고있었다.

그이께서 문득 점을 꾹꾹 찍으시며 속으로 뇌여보신다.

(아무래두 농민들에겐 팔달린 비옷이 틀렸어. 팔이 없으면… 없으면…)

그이의 안광에 바람에 펄럭이던 무엇인가가 떠올려지며 생각을 모두어잡고있었다. 그러다 번쩍 뜨이시였다.

(빨찌산백포처럼!… 그래, 그게 낫겠어. 응, 그게!)

수첩웃머리여백에 크게 참고부호를 치시였다.

《리상점- 팔없는 비옷, 고무장화, 긴양말, 아이들 신발, 학용품, 아동옷, 머리빈침…》

그이께서 뭔가 스친것이라도 없을가 하고 생각을 더듬으시다가 경림이 소리를 다시 꺼내시였다.

《두해전에 경림이를 처음 만났을 때 몸이 약하다고 걱정만 말고 미리감치 이런 생각을 해두었어야 하는걸.…》

리창린을 돌아보시며 속생각을 그냥 퍼내시였다.

《…그러니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고말았소. 내가 아무렴 제 부모만 하겠소.》

수령님께서 옆시창유리를 반쯤 내리시였다.

흩날리는 차거운 비방울들이 그이 존안에, 옷에 휘뿌려졌다. 그래도 그이께서는 아랑곳하지 않으시였다.

《이보우 도당위원장, 난 그런 젊은 색시들이 경림이 하나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누만. 경림이두 무슨 병은 없고 그저 몸이 약해서만이 아닌것 같단 말이요. 일이 고되니 더하지 않을가? 일이 고되니…》

힘들게 덧뇌이신 말씀에 리창린의 마음이 막 허비여들었다.

《…거 우리가 젖대신에 애들에게 물릴걸 좀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가? 어떻소? 우유랑 달달한거랑 맞춤히 섞어 뭐랄가? 여하튼 뭘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나? 응?》

아직은 딱히 적중한 표현을 고르지 못해 몹시 안타까우신 표정으로 리창린에게 도움을 청하시듯 물으시였다.

리창린은 그이께 얼른 대답을 드릴수 없었다. 그 지극하신 사랑에 마음이 뿌듯해서였다. 어쩌면 그는 경림이를 아버지때부터 자기가 잘 안다고 생각해왔다. 또 경림에게 남같지 않은 정을 기울인다고 여겨오기도 했다. 하면서도 그는 경림이의 진짜 마음속 근심도, 일신상의 애바른 걱정도 모르고있었다. 허나 우리 수령님께서는 경림이를 통해 비단 그만이 아닌 얼마나 많은것을 떠올리시는것인가.

《어린이식료공장에 과업을 주어야겠소. 모내기 전에 만들어내면 좋겠는데… 그래야 내 마음이 좀 편할것 같아.》

수령님께서는 발동이 걸린 차에서 다시 내려서시였다. 가로수가 늘어선 비내리는 길가에서 리창린의 어깨에 손을 얹고 떠나실 길과 반대방향으로 그를 이끄시였다.

그이의 젖어든 음성이 리창린의 심장속에 뛰는 피처럼 흘러들고있었다.

《동문 나에게 잘못했다고 하는데 실은 인민에게 죄를 지었소.

민심을 무시해버렸거던. 그게 바로 관료주의라는거요. 그건 내가 인민우에 서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생기게 되오. 그러면 당과 인민사이엔 벌써 틈이 생긴단 말이요. 그런 틈사리는 우리의 근본을 좀먹게 하오, 근본을…》

그이의 눈길이 재빛으로 물들여진 하늘가 어느 한곳에 모여지고있었다.

《난 말이요, 오늘 아침도 이런 생각을 해봤소. 이렇게 비오는 날이라고 해가 솟지 않는건 아니라는걸 말이요.

마찬가지지. 우리 일군들도 흐린 날, 비오는 날이 따로없이 언제나 인민에게 빛과 자양을 바치는 사람들이여야 한다는거요.》

수령님께서 다시 리창린을 이끄시고 오던 길을 되돌아 차있는데로 향하시였다.

봄비가 그냥 지꿎게 흩날리고있었다. 젖어든 그이 옷자락에 그 방울방울은 그냥 슴배들고있었다.

《인민의 행복은 사무실에서 가꾸는 화분같은게 아니지. 그건 나나 동무네들이 이 사회주의대지우에 한생 품을 들이고 또 들여서라도 가꾸어야 한다는걸 새겨두자구.》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이를 우러르는 리창린에게 소박한 그 말씀 한마디한마디는 소중히 간직되였다.

리창린은 차가 점처럼 작아져 더는 보이지 않자 다시 그이께서 짚으신 자욱자욱을 더듬고 또 더듬었다.

일군의 책임이 내짚어야 할 첫걸음도, 가닿아야 할 마지막걸음도 그 자욱에 있는듯 보폭을 맞추어 걷고 또 걸어보고있었다.

 

그날도 점심시간을 수령님께서는 사업으로 보내시였다.

리창린은 때식마저 건느신 우리 수령님의 마음속에 얼마나 위대한 사색의 세계가 비껴흐르고있었는지는 미처 다 알수 없었다.

따스한 봄빛이 얼어든 대지에 스며들던 이듬해 2월말의 어느날 농민들 누구나가 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발표하신 불후의 고전적로작 《우리 나라 사회주의농촌문제에 관한 테제》를 받아안게 되였다.

…도시와 농촌간의 차이, 농촌경리의 종합적기계화, 농민들의 학습과 문화생활…

그 불멸의 대강을 자자구구 마음에 새기며 리창린은 더운 눈물을 쏟고 또 쏟았다.

이 나라의 전야와 농민들모두를 사회주의령마루에 이끌어가시는 위대한 책임이 구절구절 더없이 열렬한 사랑으로 흘러넘쳐서였다.

그리고 그이 로고가 가슴에 사무쳐 잊지 못하는 그날이 생각나서였다.

그날은 비내리는 봄날이였었다.

정녕 이 나라의 전야를 적시는 따뜻한 봄비는 인민을 위하시는 길에서 찬비를 다 맞으시여 자신의 뜨거운 열과 정으로 덥혀주신 우리 수령님의 사랑이 안아온 봄의 생명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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