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9(2020)년 제3호에 실린 글

 

수필

시험자격

                                                         리 향

 

살같이 흘러가는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훨씬 넘었다.

찬물에 손발을 담그며 몰려오는 졸음을 쫓은적도 그 몇번… 하지만 겹쳐드는 피곤은 나의 마음에 나약의 금을 그어놓았다.

오래지 않아 있게 될 대학입학시험을 앞두고 밤을 패며 시험공부를 한지도 퍼그나 날이 흘렀지만 오늘 밤만은 견디기 어려웠다.

오늘 우리 청년동맹조직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정신을 높이 받들고 평양화력발전련합기업소에 달려나가 힘있는 경제선동과 함께 벅찬 로동으로 하루를 보내였다.

책상에서 문서나 다루던 습관과 달리 현장에서 허리가 늘씬하게 일한때문인지 나는 정신없이 흐리멍텅한 글줄을 따라 안개속에서처럼 헤매였다.

《어머니, 정말 피곤해서 그러는데… 빨리 쉬자요. 딱 오늘만.》

100메터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선수마냥 분과 초를 다투는 나와 함께 신들메를 조여매고 긴장하게 곁에서 뛰는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응석기가 살아올랐다.

20살이 지난 처녀이지만 외동딸이여서인지 걱정이 먼저 앞서 어머니의 엄하던 요구성은 봄눈처럼 녹아버리고말았다.

《에그, 어쩔수 없구나.》

나는 끝내 미지수를 남겨두고 포근한 이불속으로 끌려들어가고말았다.

다음날 아침 출근한 나는 여느때없이 흐르는 부서안의 열띤 분위기에 접하였다.

부서의 김동무가 쓴 작품이 모두의 가슴을 흥분시켰던것이다.

《역시 얼마전에 백두산답사를 갔다온 동무가 다르구만.》

나는 문득 그도 어제 평양화력발전련합기업소에서 하루를 바쳐왔다는것을 새삼스럽게 되새겨보게 되였다.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는 밤새껏 당에서 중요시하는 전력문제해결을 위해 새해정초부터 분투하고있는 로동계급의 모습을 생활적으로 훌륭히 반영해낸것이다.

나는 남의 집 창문을 들여다보는 사람처럼 조용히 그가 쓴 작품을 읽었다.

왜서인지 내가 어제밤 다하지 못한 학습문제들이 파도에 밀려나는 조가비처럼 느껴졌다.

지칠줄 모르는 열정으로 충만된 김동무의 모습과 안온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 나의 모습이 시야에 안겨들었다.

이것은 부닥치는 시련과 난관을 뚫고나가는 자세와 준비정도에서의 너무도 판이한 대조였다.

당을 받드는 혁명인재가 될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대학시험앞에서 오늘의 난관과 피로에 동요하고 자신을 위안하면서 배움의 전선, 탐구의 화선에서 물러선 나.

누구나 당이 바라는 실력가, 인재가 될것을 열렬히 갈망한다.

하지만 누구나 기다린다고 저절로 익는 열매가 아니며 바란다고 쉽게 도달할 우리의 목표는 더욱 아닌것이다.

분초를 아껴 열심히 분발하고 또 분발하면 실현은 분명한것이지만 그 길은 무수한 난관과 시련을 용감히 헤쳐나가야 하는 신념의 길, 결사의지의 길이다.

어찌하여 우리 원수님 칼바람 세찬 12월 백두산군마강행군길에 오르셨는지, 허리치는 생눈길을 헤치시며 가슴에 억척으로 벼리신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겨보게 된다.

나는 지금 종이우에 펜으로만 시험지의 답을 써나가려고 하였다.

쫓아오는 피곤과 안온한 이불자리, 어머니의 사랑에 묻혀 수치스러운 인생의 잠을 청할번 하였다.

백두에서 마련된 우리의 행복을 어떻게 지키고 꽃피워야 하는가를 나는 신념으로 시대앞에 적어야 한다.

가정의 울타리를 뛰여넘어 사회의 전역에서 시련과 고난을 맞받아 용용히 뚫고나가는 인생의 빛나는 자욱을 새겨야 한다.

그렇다. 《백두산대학》에서 먼저 나는 시험을 치리라. 백두의 칼바람에 나의 사상과 의지를 검증받으리라.

나의 이 결심은 청년동맹조직의 지지를 받았다.

저녁무렵 또다시 탐구의 주로에 나선 나는 어머니에게 나의 의향을 이야기하였다.

《진짜 시험자격을 〈백두산대학〉에서 먼저 받겠단 말이지. 정말 용타.》

감동에 겨워 등을 두드려주는 어머니의 품에 나는 어린애처럼 안기여들었다.

모녀의 사심없는 웃음이 자정의 장막을 밀어내며 조용히 울렸다.

오늘날 어머니의 사랑에 응석받이가 되여 후날 조국의 부름앞에도 응석받이로 대답한다면 어찌 미래를 떠안고사는 새 세대 청춘이라 말하랴.

결코 백두산이 우리를 용서치 않으리.

어머니와 나는 밤새 백두산행군려장을 갖추었다.

오늘만이 아니라 래일도 영원히 가리라고.

그리고 심장속에 깊이 쪼아박았다.

언제나 마음속에 백두산을 안고 청춘을, 인생을 값높이 빛내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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