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9(2020)년 제3호에 실린 글

 

수필

졸업증에 대한 생각

                                                         리우선

 

 

무릇 졸업증이라면 일정한 학교를 졸업하였음을 증명하는 공식문건이라고 할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누구나 졸업증을 받게 된다. 누구는 최우등의 성적으로, 누구는 우등의 성적으로…

하기에 대학을 졸업하면 누구나 졸업증을 받는것을 응당한것으로 여긴다. 이 졸업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나에게 있었다.

그날은 사범대학졸업생인 나의 아들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였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하지만 올해의 대동강물은 꽁꽁 얼어붙을 사이없이 때일찍 풀리고 날씨 또한 봄날처럼 따뜻했다.

그날도 여느날과 다름없이 퇴근길에 오르던 나는 아차 하며 머리를 쳤다. 바로 오늘이 나의 아들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였던것이다.

바삐 서두르며 집에 도착한 나는 서둘러 출입문을 열었다. 방금 집에 도착한듯 짐을 정리하던 아들이 반기며 달려나왔다.

아버님,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음, 그래. 그동안 정말 고생이 많았겠구나. 그래 다른 일은 없었니?…》

《예, 없었습니다.》

나의 외투를 받아들며 아들은 곱살한 얼굴에 느슨한 웃음을 지었다.

어쩐지 그동안 아들이 더 어엿해지고 름름해진것만 같았다. 건강한 아들의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절로 흥그러워졌다.

《그래 백두산의 날씨가 보통이 아니였을테지?!》

《예, 얼마나 맵짠지 온몸이 다 얼어드는것만 같았습니다.》

《암, 그럴테지.》

아들은 배낭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들었다.

아버님, 보십시오. 저의 〈백두산대학〉졸업증입니다.》

긍지와 자랑이 한껏 어린 아들의 희열에 넘친 대답이였다.

《〈백두산대학〉졸업증이라…》

나는 아들이 내미는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백두산마루에서 사납게 불어치는 눈바람에 펄펄 휘날리는 붉은 기발을 배경으로 찍은 아들의 독사진이였다.

아들의 사진을 보느라니 문득 병사시절 내가 흰눈을 맞으며 백두산에 올랐던 그날이 돌이켜졌다.

귀뿌리가 얼어들던 그날 바람은 눈가루를 날리며 왜 그리도 기승을 부리던지.…

몸도 가늘수 없게 사납게 몰아치는 눈바람에 걸음이 휘청거려지는 나의 손을 꼭 잡으며 분대장은 다심한 어조로 말했다.

《리동무, 힘들지? 하지만 우리는 꼭 이겨내야 해. 이 백두산바람을 맞아야 떳떳한 군인으로 될수 있어.》

분대장의 그 말에 힘을 얻어 나는 억척같이 걸음을 옮길수 있었다. 모진 광풍을 이겨내며 백두산마루에 올랐을 때 가슴벅차던 그 기쁨과 환희란 이루 다 말할수 없었다. 그날 백두산에 올랐던 기념으로 나는 분대장과 함께 휘날리는 붉은기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에서 사진첩을 꺼내여 백두산에서 찍은 사진을 펼쳐들었다. 아들이 내곁으로 다가와 그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아버님이 군사복무시절에 찍은 사진이구만요.》

《그래.》

사진을 다시 보는 나의 눈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쳤다.

아, 얼마나 다정다감하고 뜨거웠던 나의 분대장이였던가. 힘들어할세라 힘을 주고 분대원들의 생일날이면 집생각이 날세라 구미에 맞게 생일상을 차려주고… 하지만 나의 분대장은 지금 우리곁에 없다. 물길굴전투가 벌어지던 어느날 붕락되는 갱안에서 우리들을 구원하고 장렬하게 희생되였던것이다. 그후 분대장에게 공화국영웅칭호가 수여되였다.

이 사실은 나에게서 여러번 들어서 나의 아들도 잘 알고있었다.

《너도 알겠지만 백두산에는 분대장동지도 나도 다같이 올랐댔다. 그러나 분대장동지는 온 나라가 다 아는 영웅이 되였다. 왜 그런지 너는 생각해보았느냐?…》

《…》

고개를 숙이고 머뭇거리는 아들을 바라보며 나는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것은 바로 나의 분대장동지가 언제나 백두산을 마음속에 안고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넋과 숨결로 가슴을 불태워왔기때문이다. 하기에 그는 만사람의 존경을 받는 영웅으로 될수 있었다.》

자책에 잠겨있는 아들에게 나는 확신성있게 말했다.

《〈백두산대학〉졸업증은 백두산에 한번 갔다온다고 해서 받는것이 아니라 백두의 넋과 숨결로 심장을 불태우며 바치는 자기의 성실한 땀과 노력으로 당과 조국앞에 뚜렷한 자욱을 남겼을 때 받을수 있는 조국이 주는 가장 값높은 칭호란다.》

《알겠습니다, 아버님.》

아들의 대답은 새로운 신심에 넘쳐있었다.

《난 이제부터라도 분대장동지처럼 살기 위하여 기어이 백두산에 다시한번 갔다오련다. 아버지라는게 아들에게 뒤질수야 없지 않느냐?!》

아들은 소리없는 웃음으로 대답했다.

나의 눈앞에는 백두산의 칼바람을 맞으며 백두산에 오르는 나의 모습이 확대되여 안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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