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9(2020)년 제11호에 실린 글

 

수 필 

 높은 자리

 리 범 혁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학교게시판앞에 다달은 나는 슬그머니 내 사진을 한번 더 바라보고나서 교실로 향했다.

교실은 벌써 문이 열려있었고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청소를 하고있었다. 누굴가? 얼마전에 우리 학급에 전학온 명남동무였다. 그는 나를 보고 기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축하해, 영예게시판의 제일 높은 자리에 올랐더구나.》

나는 씩 웃어보이고 자기 자리에 들어가앉았다.

그리고는 수학문제집을 펼쳐놓고 어제 다 못푼 수학문제를 풀기 시작하였다. 아침 첫 수업이 수학이였던것이다.

그런데 복소수방정식이 잘 안 풀린다고 뒤에 앉은 청송동무가 나에게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하는것이였다. 시계를 보니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5분도 안 남았다.

《나도 못 풀었어. 다 푼 다음에 보자.》

이렇게 말하고 돌아서는데 등뒤에서 《내가 좀 볼가?》하는 조용한 목소리와 함께 복소수방정식에 대한 침착하고도 원리적인 설명이 시작되는것이였다.

돌아보니 새로 전학해온 명남동무였다. 가슴이 띠끔거리고 후회가 됐다. 좀 봐주었을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 수업시간에 청송동무는 칠판에 나가 명남동무가 대준 문제들을 잘 풀고 설명도 잘하여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다. 동무들이 감탄하는 소리를 들으니 가슴 한구석에 서운한 감정이 차오르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저녁에 집으로 가는 뻐스에 앉아 영어단어장을 펼쳐들었지만 글줄이 들어오지 않고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 자꾸만 되새겨지는것이였다.

확실히 명남동무는 전학온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학급동무들 누구나 좋아하고 따랐다.

《여기 앉으십시오.》 귀에 익은 목소리에 머리를 드니 명남동무가 애기를 업은 아주머니에게 자리를 내주는것이였다.

분명 아주머니는 내앞에서 올랐을텐데 허튼 생각을 하느라고 보지 못했다고 자신을 변명해보았지만 그것은 정말 변명일뿐이였다.

뻐스에서 내려 아빠트의 층계를 올라가는데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오늘 아침에 학교게시판의 제일 높은 자리에 붙어있는 나의 사진을 보며 기뻐했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높은 자리의 의미를 나는 아직 다 몰랐던것 같다. 언제 생겨났는지 모를 소총명과 자기밖에 몰랐던 나의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오늘 명남동무는 나에게 자신의 행동으로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있는가를 가르쳐주었던것이다. 정말로 높은 자리에 오른것은 저 명남동무가 아닐가?

수학학과경연의 등수도 중요하지만 덕과 정이 넘치는 사회주의사회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동무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과 교실을 자기 집안처럼 거두는 마음, 웃어른들을 존경하고 위하는 마음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한것이 아니랴. 진정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학생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명남동무는 실천으로 나에게 보여주었다.

집단의 사랑과 동지들의 믿음우에 떠받들린 높은 자리에 오르자.

아빠트의 층계를 오르는 나의 마음속에는 굳은 결심이 다져지고 또 다져지였다.

(은산군 평산기술고급중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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