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97(2008)년 제10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우   화

 

누 구 탓 일 가

 

                                                        리 창 빈

 

풍치수려한 꽃동산에 맑고 시원하기로 유명한 샘이 있었다. 꽃동산에서 사는 여러 짐승들과 나무들은 이 샘물을 마시면 천년을 산다는 의미에서 그 샘을 《천년샘》이라고 부르면서 몹시 아끼고 사랑하였다.

백리밖에서도 하나의 산봉우리처럼 바라보이는 멋진 버들풍경에 온갖 뭇짐승들과 산새들이 줄을 지어 찾아들고 사시절 퐁퐁 솟구치는 《천년샘》은 한모금만 마셔도 부쩍부쩍 장수힘을 솟구어주었다.

초겨울 어느날이였다.

샘물웃쪽에 사는 오소리네 집에 줄무늬너구리가 새 청소부로 들어왔다.

《제집 하나 짓기 싫어서 남의 집 청소부로 겨울나이를 하는 저 너구리신세가 참 한심하군. 쯧쯧…》

샘터옆에 있던 노루가 혀를 차며 하는 말이였다.

《아유― 넌 별걸 다 상관한다. 제몸이나 잘 건사하면 그만이지. 남이야 집을 짓든 오물을 치우든 무슨 상관이람.》

아침부터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던 사슴이 눈을 할깃하며 던지는 말이였다.

그 다음날이였다.

아침에 물을 먹으러 온 노루는 그만 두눈이 둥그래졌다. 글쎄 너구리가 밤새 오소리네 집 오물을 샘터우에다 마구 버린게 아닌가.

《너구린 정말 한심하구나. 오물을 망탕 버리다니… 아무래도 내 말을 좀 해줘야겠어.》

《넌 또… 그까짓 남의 일에 상관말어.》 하고 사슴이 또 핀잔을 주었다.

《나쁜줄 알면서도 모르는척 지내다간 무슨 화를 입을지 몰라.》

《화는 무슨 화. 아무렴 고까짓 오물때문에 샘이 흐려지겠니? 걱정말어.》 이렇게 대꾸한 사슴은 아닌보살하고 흥흥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루는 그 말에 쓴입만 쩝쩝 다시고말았다.

어느덧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왔다.

올해에도 꽃동산의 짐승들과 고운 산새들은 봄잔치를 차리려고 샘터로 모여들었다.

사슴, 너구리들이 앞을 다투어 《천년샘》에게 인사를 하며 샘물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사슴과 너구리를 비롯한 짐승들은 낯색을 찡그렸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따뜻한 봄날씨에 녹아내린 오소리, 너구리네 오물들이 그처럼 맑고 달던 샘물을 사정없이 더럽혀놓았던것이다.

그뿐이 아니였다. 그 일대에 차넘치던 꽃향기대신 악취가 풍겼던것이다.

그때에야 사슴은 노루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네 말을 새겨듣지 않은 내 잘못이다. 남의 결함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외면했더니 결국 우리모두가 피해를 입게 되였구나.》

(평안북도 곽산군 천태리 농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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