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8호에 실린 글

 

 우 화

남만 믿다가

 

                                       전룡군

 

립동을 며칠 앞둔 어느날 재빛토끼네 집에 승냥이놈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으흐흐, 요거 정말 하나먹다 둘이 죽어도 모르게 맛있겠는걸…》

승냥이놈이 군침을 흘리며 하는 말이였다.

이때였다.

《이 승냥이놈아!》

갑자기 벼락같은 소리가 울리더니 이어 승냥이놈이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때마침 지나가던 곰이 그 광경을 보고 달려와 승냥이놈을 단매에 쓰러뜨린것이였다.

이젠 영낙없이 죽었구나 하고 눈을 꼭 감고있던 재빛토끼는 혀를 빼물고 너부러진 승냥이를 보고는 호― 한숨을 내쉬였다. 그리고는 곰에게 자기를 구원해주어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곰은 밖으로 나오면서 토끼에게 말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나를 찾아오게.》

재빛토끼는 멀어져가는 곰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 또 나쁜놈들이 달려들겠는데 곰아저씨가 어떻게 알고 날 도와준단 말이야. 차라리 내가 곰아저씨네 집옆에 이사가고말자.)

재빛토끼는 다음날 아침 이사짐을 싣고 곰네 집으로 갔다.

아침운동을 하고있던 곰은 짐을 한수레 싣고오는 재빛토끼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재빛토끼가 이른아침부터 어떻게?!》

재빛토끼는 깍듯이 인사까지 하며 대답했다.

《저… 사실은 나쁜놈들이 달려들면 곰아저씨에게 련락할 사이도 없고 해서 아예 이사를…》

곰은 아연해하며 말하였다.

《허, 이거 참 어쩐다. 난 이제부터 겨울잠을 자야 하네.》

재빛토끼는 잠을 자면 깨우면 될텐데 하고 생각했다.

《일없어요. 그저 곰아저씨만 곁에 있으면 돼요.》

얼굴에 웃음을 띄운 재빛토끼는 와락와락 이사짐을 풀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이웃동산에 갔다오던 재빛토끼는 길가에서 여우놈을 만나게 되였다.

여우는 너무 기뻐 천길만길 뛰였다.

《아유, 이게 웬떡이야. 오늘은 참 운수가 좋은걸. 요런 복덩이가 굴러오다니.》

재빛토끼는 호득호득 뛰는 가슴을 부여안은채 달음박질을 하였다. 곰네 집앞에 다달은 토끼는 문을 쾅쾅 두드리며 웨쳤다.

《곰아저씨, 곰아저씨, 날 살려주세요. 여우놈이 따라와요.》

하지만 방안에서는 코고는 소리만이 요란하게 울려나왔다.

《호호호. 요 어리석은것아, 곰이 겨울잠을 잘 땐 업어가도 모른다는것을 알지 못했지. 요놈.》

더는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 토끼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중얼거렸다.

《자기힘으로 살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힘만 바라다나니 결국엔 여우놈의 밥이 되였구나.…》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1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