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97(2008)년 제11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일  화

장 원 급 제 감

 

 

리문원은 리조 정조때 사람이다. 대대로 높은 벼슬을 한 세도가의 가문에서 태여난 그는 조상의 덕으로 벼슬이 판서에까지 올랐다.

리문원은 이름난 량반가문에서 태여나 높은 벼슬까지 지냈지만 부패한 봉건사회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질시를 느끼고 자기식의 반항과 반발로 많은 일화를 남기였다.

그가 한번은 과거시험장의 상시관노릇을 하게 되였다. 말하자면 세명의 시험관중에서 가장 웃자리를 차지한셈이였다. 그런데 그의 밑에 있는 두명의 시험관들은 다 《문장》에서는 제노라고 으시대는 사람들이였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리문원이가 비록 상시관이기는 하나 눈에 차보이지 않을것이 뻔한 일이였다.

리문원은 시험제목을 제시만 하고는 이제는 자네들이 다 알아서 처리하게 하는 식으로 맡겨놓고는 그들을 주시하기만 하였다.

과장(과거시험장소)에 모여온 많은 선비들이 머리를 짜내여 제목에 맞는 좋은 글을 쓰느라 애를 태우는것을 바라보는 리문원의 귀가에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게, 아까 그 리대감이 부탁한것이 뉘던가?》

《예, 여기 있소이다. 그리구 저 정판서어른께서도 제 집 문객에게 무엇인가 적어서 보내왔소이다. 그리구…》

《아니, 뭐 또 있는가?》

슬며시 눈길을 돌리니 자기의 시선에서 벗어나자마자 두 시험관들이 저들끼리 수군거리는 소리였다.

꼴을 보니 그 알량한 대감어른들이 상시관인 자기를 《무식하다》고 제쳐놓고 그들에게 무슨 청을 들이댄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들이 《무식하다》고 하는데는 그런대로 웃음이 나가는 그였지만 세도줄로 장원급제감을 만들어내자고 하는데는 도무지 참을수가 없었다.

그들의 얘기를 듣고서 혼자서 속궁냥을 하느라니 어느새 시험이 끝났는지 과장이 조용해진것도 몰랐다.

부시험관들은 처음부터 아예 관계하지 않으려는듯 한 자세를 보이는 리문원에게 그래도 상시관이라는 명색이 있는지라 시축(시험을 친 두루마리종이)들을 가지고 와서 보이며 급제감을 골라야겠다고 말하였다.

《아, 거 뭐 자네들이 하게. 내야 뭐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겸손하게 사양하는 그의 말에 부시험관들은 그럼 그렇게 하겠소이다 하고 물러가서 한참 우물우물하더니 몇장을 쑥 뽑아서 관주(과거시험에서 잘된것들에 매기는 동그라미)를 척척 매겨가지고왔다.

(음, 그러니 이게 그 주문품들인 모양인걸. 허허…)

얼굴에 느슨한 웃음을 지으며 그들이 내민것을 받은 리문원은 《그러니 저쪽것들은 다 락축(락제)이겠구려.》하며 나머지 시축들을 가져오라 하였다.

락축이라며 내놓은것들을 들고 무엇인가 생각에 잠긴듯 하던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그대들도 다 알다싶이 나야 선조의 덕으로 벼슬은 해도 문장이야 어디 있나. 그래서 내 자식들과 조카애들만은 좀 착실히 글공부를 시키려 하니 어떤가. 이속에도 뭐 괜찮은 글이 좀 없을가? 그런게 있으면 몇장 골라주구려.》

그러자 두 시험관들은 그 말도 옳다는듯이 머리를 끄덕이며 락축이라고 한것들속에서 몇장을 골라주었다.

《그래, 지금 이것들은 다 쓸만 한가?》

《예, 다 잘된것들이오이다. 비록 락축이라고는 하지만 급제감보다도 더 나은줄 아오이다.》

상시관에게 그래도 저들의 생색을 내느라고 하는 대답에 리문원이 그들을 면바로 쳐다보며 정색하여 말하였다.

《그런가? 자네들이 급제감보다 더 낫다면 이게 바로 급제감이지 어찌 다른게 급제감이겠나. 그러니 관주도 바로 여기다 쳐야지. 그래야 옳은 시관노릇을 했다고 말할수 있을거네.

자고로 인재선발은 재주와 실력으로 하는 법일세. 그 누구의 권력과 재물에 따라 급제가 주문된다면 나라가 어찌 되겠나. 그러니 오늘의 급제는 응당 이것들인줄 알게. 어험.》

상시관이 자기들이 락축가운데서 골라준 시험지들을 손에 쥐고 엄하게 말하며 결정을 내리니 부시험관들은 아무 소리도 못하고 목만 움츠릴뿐이였다.

량반이면서도 량반벼슬아치들의 권세를 붙좇는 무리를 타매하고 질시하면서 그에 반발하려는 리문원의 성격적기질을 엿볼수 있게 하는 이야기이다.

리  원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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