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교또의 회오리바람

3

 

대궐과 멀찌감치 떨어진 산탁에 뾰족지붕을 얹은 단층가옥 여러채가 처마를 겯고 나란히 들어앉아있었다.

쇼궁을 호위하며 교또로 내려온 막부시위대는 그 가옥들을 병영으로 정하고 들어살며 군무를 수행하고있었다.

초장이 든 집이라고 별도로 품들여 꾸려준 제 방에 힝힝 들어선 히까리는 누비돗자리바닥에 큰 대자로 네활개를 벌리고 벌렁 드러누웠다.

얼룩덜룩한 문양이 조잡스럽게 찍힌 도배지천정을 멀거니 올려다보며 가슴을 풀떡이던 히까리는 힝 코바람을 내불었다.

《그 잘난 금붙이 몇개를 받고 한 나라의 사신을 죽이는건 수지가 안맞는 일이지. 그 쌍 <도자마>들이 날 뭘루 아는거야?》

히까리가 번거로운 상념에 휘묻혀있는데 밖에서 누군가 투닥투닥 달려오는 소리가 나더니 기척도 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

막부시위대를 총괄하는 시위대장의 막하 비장이 숨을 헐썩이며 들어섰다.

《초장, 가시라사마께서 부르시네.》

그러지 않아도 자기가 군률을 어기고 자의대로 연회장에 나가 검무를 했기에 필경 상전들한테 두드려맞을것이라고 각오하고있던 히까리인지라 흔연히 비장을 따라나섰다.

사관 별채에 지휘부를 정하고 들어박힌 군장방에 들어서는 히까리한테로 우직스레 생긴 사무라이 여럿이 와락 달려들더니 그에게서 칼을 빼앗고 량손을 뒤로 비틀어 결박을 지워 꿇어앉혔다.

수달피가죽을 씌운 상좌에 거드름스럽게 앉아있던 시위대장이 시펄뚱한 상통으로 히까리를 쏘아보았다.

《초장은 자기 죄를 알겠는가?》

《이날껏 군무에 충실해온 소장한테 갑자기 죄가 있다니 영문을 알수가 없소이다.》

히까리는 자백은 자살이라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라 배심좋게 그대로 아닌보살을 하며 시치미를 뗐다.

그러자 시위대장은 증이 나서 《고노야로-》 하고 팔걸이를 쾅 내려치며 뛰쳐일어나더니 히까리를 둘러싼 제 부하들한테 호령했다.

《막부군의 얼굴에 똥칠을 한 그놈한테 군률맛을 보여라-》

그 불같은 호령에 따라 즉시에 히까리한테 뭇매가 안겨졌다.

사정없는 주먹질, 발길질에 녹초가 되여 쓰러진 히까리를 쾌씸하게 굽어보던 시위대장이 돼지멱따는 소리로 따져물었다.

《살겠으면 냉큼 이실직고를 해. 규슈의 <도자마>들한테서 무얼 받아먹고 그런 망동을 부렸느냐?》

《…》

히까리는 자기가 자칫하다간 맞아죽을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사무라이의 기개를 스스로 버리기가 싫어 매를 맞으면서도 입에 빗장을 꾹 질렀다.

《죽고싶어 함구무언이야? 말똥이나 쳐내던 거랑배새끼를 잔재간이 있다고 크게 써주었더니 이젠 제 상전도 모르는 안하무인이 됐구나. 야, 저놈을 아예 저승에 보내고말라-》

《하잇.》

죤마께를 갑삭거리며 군례를 표하고난 비장이 장도를 쭉 뽑아들고 히까리한테로 다가들었다.

시퍼런 칼날이 허공을 내리썰려는 찰나에 문밖에서 거쉰 음성이 날아들었다.

《그 정도 해놓으라-》

그 웨침소리가 잦아들기 전에 군정보좌관이 시종들의 옹위를 받으며 들어왔다.

피투성이가 된 히까리를 측은히 들여다보던 군정보좌관은 시위대장한테 눈을 흘기며 쯧쯧 혀를 찼다.

《한창 용력이 뻗치는 시절인지라 자의로 장난질을 좀 친건데 그런 하찮은 일로 해 아까운 싸움군을 죽이려드느냐? 저 애가 죽으면 시위대의 기둥이 뽑히우지 않는가. 우리한텐 백대의 서까래보다도 한대의 기둥이 더 소용된단 말이다.》

군정보좌관의 태도가 실로 위엄스러운지라 시위대장은 찍소리 한마디 못하고 얼친채 굳어지고말았다.

군정보좌관은 방금 도꾸가와쇼궁을 만나고 오는 길이였다.

군정보좌관한테서 가또네가 조선사신을 암살하려고 책동한 사실과 오늘 신년회에서 검무를 한 막부군의 초장이 가또네한테 매수되여 그들의 계책심행을 위해 나섰댔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도꾸가와는 어이가 없는지 한참이나 허거프게 웃고나서 심각해서 제 의향을 내비쳤다.

《실로 궁냥들이 막힌 처사요. 본국의 운명을 진정으로 위하는 중신들답지 않다니까. 당장 우리한테 긴급한건 조선사신들의 환심을 사 일본에 유익하게 통상체결을 하는거요. 헌데 그런 급선무적인 대업을 망각하고 조선사신을 살해하려고 하니 어디 됐소? <도자마>들은 지내 과격하고 급진적이니 도라노스께를 령지로 내려보내고 이제부턴 보좌관이 조선사신접반사일을 맡아봐야겠소.》

《사신한테서 조선왕의 국서를 받아냈는데 사신들의 환심을 사야 할 필요가 무업니까?》

《국서는 조선왕의 한갖 의향에 불과할뿐이고 보다 중요한건 량국의 합의서에 직접 인장을 누를 사신의 립장이요. 왜냐면 그들은 대방국에 직접 와 실정을 알아보고 그에 맞게 항목을 작성하여 통상체결문서를 교환하는 당사자이기때문이요. 그 통상체결문서야말로 력사에 남는 증서거던.》

그제서야 쇼궁의 트인 궁냥이 리해가 되여 이마를 주억거리는 군정보좌관한테 도꾸가와는 검무사로 출연했던 젊은이는 막부가 유용하게 써먹어야 할 재간둥이니 어지간히 꾸짖음이나 하고 그냥 놔두라고 일렀다.

그런 쪼간이 있는지라 군정보좌관은 말단직의 장수인 히까리한테 결초보은할 정도의 관용을 베푸는것이였다.

그는 친히 제 손으로 히까리를 결박했던 오라줄을 끊어던지고 그를 안아일으켜세웠다.

《고맙소이다, 도노사마.》

히까리가 무릎을 꿇으며 큰절을 하자 군정보좌관은 앞으로 막부를 위해 분골쇄신하라면서 그의 잔등을 다독여주었다.

히까리는 백골난망한 그 은공에 눈물을 흘리며 고두사례를 했다.

한식경후 히까리는 저한테 매질을 해대던 사무라이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히까리는 애매하게 죽을번 했던 일보다도 되려 제 가문이 통채로 모욕을 당한것이 분하여 뭐, 말똥이나 쳐내던 거랑배새끼라고?! 내 기필코 그 말값을 받아낼테다, 어디 두고보자- 이러며 이발을 으드득 갈았다.

돌덩어리같은 앙심이 히까리의 가슴속에 옥맺히였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