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교또의 회오리바람

2

 

대궐앞마당에서 개싸움이 벌어지던 그때 가또 기요마사는 대궐후원에 외따로 떨어진 별당안에 있었다.

신년연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요시하찌와 마주앉아 차를 마시는중이였다. 비취색도자기잔에서 찰랑거리는 향긋한 홍차를 점도록 들여다보며 무슨 생각엔가 옴해있던 가또가 요시하찌한테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어쩌겠다고?》

요시하찌는 별로 심각해하는 상전의 비위를 맞추느라 몸을 반쯤 일으키며 대척했다.

《연회도중에 검객을 불러들여 칼춤을 추게 하다가 우연한 사고처럼 그 수염쟁이를 슬쩍 찔러죽이게 했소이다.》

그 말을 별스레 심드렁해서 듣고난 가또는 구레나릇이 꺼칠한 턱을 가로 저었다.

《그건 지내 치졸한 수법이네. 그게 만약 성사된다 해도 인간으로선 우리도 죽은거나 같거던.》

《할수 없소이다, 군장님. 비록 우리네 체면이 깎이는 한이 있어도 본국을 위해선 그렇게 해야 하옵니다.》

《나라를 위한다는 말을 그렇게 값없이 망탕 쓰는게 아니다-》

이렇게 역증을 내는 가또의 감때사나운 눈에선 불꽃이 펑끗 튕겨났다.

일인즉은 요시하찌가 도꾸가와쇼궁이 신년연회에 조선사신일행을 청했으며 또 조선사신측에서도 그에 쾌히 응했다는것을 알고 량측이 모두 명절분위기에 들뜨어 방심해진 틈에 금강산중을 죽여치울 잡도리를 했는데 그 책략이 가또의 웅지에 수응되지 않아 질책을 당한것이다. 사실은 요시하찌가 제나름의 의기를 발양하여 내린 결단이였었다. 엊그제 가또의 처소로는 오사까성으로 쫓겨가 령어생활을 하고있는 도요또미 히데요리의 밀사가 찾아왔었다. 밀사는 히데요리가 직접 자필로 쓴 서신장을 내놓았었다.

 

도라노스께군장.

군장은 소자의 부친인 다이고도노의 대업을 받들어 분골쇄신하던 무장이 아니오이까. 비록 자국내의 불가피한 동란으로 인해 군장이 의지를 달리하여 역신 도꾸가와의 일당이 되긴 했으나 그 변동은 일시적인 착오지 본심은 아니라고 믿소이다. 군장이야 본래 부친이 제창하던 해외정복론의 신봉자가 아니였소이까?

바라건대 부디 그 웅지를 변치 말고 소자와 합심하여 조선과의 화친을 꿈꾸는 역신 도꾸가와무리를 쳐없애고 대군을 일떠세워 바다를 건너가 조선을 타고앉아 일본의 번성을 이룩하옵시다. 성업실행후 군장은 새로 설립되는 막부의 군정장관직과 수십개의 식읍을 더 할당받을것이옵니다.

 

가또는 히데요리의 간절한 청탁이 씌여진 서신장을 쓴외보듯이 밀어치웠었다.

자기가 이제 히데요리편으로 돌아서면 그러지 않아도 막부의 말직이나 변방으로 밀려나 도꾸가와에게 뒤주먹질을 해대던 《도자마》들이 덩달아 오사까성으로 밀려들어 반변군을 형성할것이며 그러면 불가피하게 세끼가하라격전때와도 같은 동족상쟁이 크게 일어날것이고 그 결과 가뜩이나 피페해진 일본은 아예 망해버릴것이 뻔했기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바다를 건너가 조선을 타고앉아 본국의 번성을 이룩하자는 주장에는 속으로 동의했다. 일본이 조선을 타고앉아야만 비옥한 땅과 풍부한 물산과 근면한 백성을 밑천으로 삼아 광활한 대륙에로 진출하여 전세계를 일본위주의 하나로 만들어 번성해질수가 있기때문이였다.

그런 가또였기에 일시적이든 뭐든 조선과 화친교류를 추구하는 막부의 시책이 달갑지 않았었다.

바로 그래서 사신으로 나타난 금강산중을 회유하는 접반사중임도 시답지 않게 여겨오는것이다.

가또는 이번에 또다시 금강산중을 상대하면서 그가 결코 막부에서 추구하는 회유기만책에 호락호락 넘어갈 위인이 아니며 또한 그로 인하여 일본이 조선측으로부터 털끝만 한 양보도 받아내지 못하리라는것을 다시한번 더 확신했다.

그야말로 살아움직이는 부처처럼 천하만사에 도통한 령물스러운 존재인 금강산중을 그냥 두었다가는 막부가 오히려 그한테 휘잡혀 코꿴망아지신세가 되고 궁극엔 일본이 돌이킬수 없는 손해를 당할것이라는 위구만이 짙어졌다.

바로 그러한 가또의 내심을 빤드름히 아는 요시하찌였기에 상전의 정신적부담도 덜어주고 전쟁때 당한 수치도 씻자고 그 수염쟁이중을 암살해버릴 결단을 내린것이였다.

더구나 그가 열증이 나하는것은 조선녀의승때문이기도 했다.

광안에서 귀신같이 사라진 그 녀의승의 행방을 찾으라고 급파했던 부하들이 기막힌 소식을 물어들였는데 그 내용인즉은 랑화강배사공한테서 교또에 와있는 조선의 년로한 수염쟁이도승이 녀의승을 배에 실어 남도로 빼돌린 사실이였다.

그래서 복수감이 굴뚝처럼 치받쳐 본국의 사무라이들중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번번나는 검술가를 숱한 금붙이를 뿌린 끝에 겨우 얼리여 조선사신암살음모에 끌어들였던것이다.

헌데 누구보다도 그 거사를 찬양할줄로 알았던 상전에게서 도리질을 당하니 요시하찌로서는 좀 억울한 일이 아닐수가 없었다.

사실 가또는 요시하찌의 조선과 끝까지 해보려는 그 의지에 속으로 탄복하기는 했지만 왜서인지 그가 꾸며낸 조선사신에 대한 암살술책이 졸렬하게 여겨지여 선듯 찬동을 안한것이다. 사실 말해 그는 조선의 금강산중을 없애치워도 그와 전장에서 맞다든 장수들처럼 만사람들앞에서 공정하게 일 대 일로 검과 주먹으로 격투를 벌려 타승하고싶은 심정이였다. 그래서 제 부하의 알량스러운 열성에 찬바람이 일도록 한바땅 책망을 해댄것이다.

가또는 요시하찌의 경망스러운 처사를 한참 탓하다가 이미 쏟아진 물이기에 맹랑한 투로 대척하고말았다.

《일단 버르질러논 일이니 밥이 되든 죽이 되든 그대로 내밀어보긴 하라구. 만일에 판이 글러지면 내가 쇼궁앞에 목을 내대고나서는 수밖에 없지.》

그쯤 대화가 이어지며 둘이 골심을 합쳐 오늘의 거사를 무난히 치를 대책을 세우고났을 때 다나까가 들어와 연회가 시작되였음을 알리였다.

가또는 차잔을 들어 단숨에 쭉 마시고나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말코지에 걸어놓았던 관모를 내리워 쓴 다음 부하들을 꽁무니에 달고 침중해서 연회장으로 향했다.

옛날에 태합 히데요시가 조정의 문무백관들을 량줄로 늘어세워놓고 조회를 하기도 하고 또 66주의 다이묘들을 불러다놓고 복종과 충의를 맹약케 하던 너렁청한 대청안의 마루바닥에는 히바찌의 훈훈한 열기가 풍기는 속에 연회상이 굉장스레 차려져있었다. 널마루에 화문석을 깔은 넓다란 실내를 따라 흰보를 씌운 다리긴 상을 빙 둘러놓았는데 탁자우에는 명절특유의 갖가지 음식들과 각양각색의 단음식들 그리고 기름에 튀기거나 초에 회치거나 가마에 찐 산해진미의 특산물들이 상다리부러질 정도로 올랐다.

도꾸가와쇼궁이 틀스럽게 앉은 귀빈석을 중심으로 하여 대관, 장군, 태수, 관원들이 품계별, 직급별로 순서를 이루며 줄느런히 둘러앉아있었다.

조선사신들인 손문욱참의와 송운대사와 마광우종사관들은 한쪽으로 치우쳐 문가에 앉았는데 그의 젊은 호위원들은 사신들의 뒤에 긴장한 자세로 서있었다. 모두거리식으로 례를 표하며 제자리를 찾아가던 가또는 언뜻 수염쟁이 금강산중과 눈이 마주쳤다.

《아, 승장! 새해에 복많이 받으옵소.》

가또가 능글거리며 한소래기 던지는통에 유정이도 온화한 낯색을 보이며 한마디 대꾸했다.

《군장도 새해에 복이 있기를 바라오.》

그 유한 태도에 가또는 한결 속이 누그러져 재차 말을 걸었다.

《참, 요즘 일이 잘돼가시오?》

《별로 일이 잘돼가는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썩 안되는것도 없소.》

《여하튼 오늘은 이국에서 쇠는 설이니 한껏 즐기시우.》

《생각해주어 고맙소.》

유정은 담담한 기색으로 대꾸하며 반백의 긴 수염발만 쓱쓱 내리쓸었다.

그러는데 음식심부름을 맡아하던 한 관노가 유정의 앞에 쪽지를 하나 슬쩍 놓아주고 지나치는것이였다.

유정은 이건 또 웬 시시껄렁한 놀음질인고 하며 주변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접어진 쪽지부터 펴보았다.

 

-자객이 들었다. 칼춤을 주의하라. 동포-

 

유정이 막부 쇼궁이 직접 주관하는 의례식에서 생뚱같이 자객은 왜서 들고 동포라는건 또 무슨 감투끈인고 하며 머리를 지싯거리는데 관노들이 들락거리는 출구쪽에서 백손이의 모습이 한번 희끗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때 웬일인가 하여 스님이 펼쳐읽는 쪽지안의 글을 기웃이 넘겨다보던 계명이가 금시 사색이 되여 안절부절했다.

《스님, 돌아가고마옵시다.》

《…》

《여기에 그냥 있다가는 스님신변이 위태롭소이다.》

《…》

계명이가 애간장이 말라 숨넘어갈듯이 재촉을 했으나 유정은 눈을 반쯤 내려감고 목에 건 념주알만 한알두알 세여넘기였다.

그러다가 엄한 눈초리로 힐끗 계명을 눌러놓고는 연회석에서 펼쳐지는 광경에만 줄곧 정신을 팔았다.

도꾸가와가 점잔을 빼며 일어나 막부의 장군들과 각 주의 태수들과 크고작은 다이묘들에게 신년축사를 짤막하게 번지고 되앉은 후 축배잔들이 공중에서 쟁강쟁강 부딪치며 술보라가 튕기고 호호탕탕 랑소가 파도치였다.

유정은 막부의 장군들이나 지방 태수들이 걸어오는 말에 일목료연하게 대답도 하고 또 적당히 음식도 들면서 왜인들이 저희들끼리 주고받는 말에 귀를 기울이였다. 그 과정에 왜국의 내정과 허실을 어지간히 알수가 있었다.

쇼궁의 지시를 받았는지 교또태수가 조선사신들사이에도 해사하게 생긴 게이샤들을 불러다앉혔으나 유정은 새해벽두에 녀자를 가까이하면 부정을 탄다는 듣기 좋은 소리로 그들을 물리쳐버렸다.

우선 그는 불교계률도 계률이거니와 왜녀들의 몸거둠새부터가 맘에 들지 않아 눈살을 찌프렸었다. 조선복색법에는 창기는 삼회장을 입을수 없고 옷소매는 협수(좁은 소매)에 배례의 곡선이 없으며 치마는 홍상(붉은 치마)을 하고 왼편으로만 여미게 되여있는데 왜인게이샤들은 민간의 상하층녀자들과 구별이 없는 알룩달룩한 기모노차림새였다.

먹자판이 어지간히 벌어져 장내의 취흥이 도도해졌을 때 요시하찌가 단단하게 돌려맺힌 몸통을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그는 일여덟사람쯤 건너에 저와 초간히 사이를 두고 앉은 도꾸가와쪽으로 굽신 허리를 숙여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거룩하신 쇼궁사마, 뜻깊은 이날을 즐기기 위해 우리 일본사무라이정신을 반영한 검무를 출연시키기로 하였소이다.》

《검무?》

흥겨운 장소에서 칼춤은 또 뭐냔듯 요시하찌의 상전인 가또쪽에 한순간 뜨아한 눈총을 쏘던 도꾸가와는 가또가 《사무라이들의 기백이 담긴것이기에 소장도 응했소이다.》 하고 한마디 덧붙이자 술기운에 저도 사무라이기질이 살아났는지 곧 아량을 베풀었다.

《음, 사내들한테야 그런 구경거리가 좋지.》

쇼궁의 동의를 얻은 요시하찌는 움찔 허리를 펴고 다시 일어나 출입문쪽을 향해 손벽을 쳐보였다. 때를 기다리고있은듯 량손에 긴 쇠칼을 하나씩 비껴든 전복차림의 젊은 검무사가 경쾌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호랑이탈로 얼굴전체를 가리웠으나 키가 늘씬하게 크면서도 어깨와 팔다리에서 팽팽 탄력이 넘쳐나는걸 보아 이십대의 한창나이가 되였을 사내였다.

검객은 칼잡은 두손을 가슴에 십자로 사귀여얹고 칼날을 아래로 드리운채 귀빈석의 쇼궁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인 다음 다시 이쪽저쪽으로 돌아서며 대중들한테 묵례를 했다. 그리고는 두 칼을 곧추 들었다가 서서히 내리워 칼등을 어깨에 멜듯 하며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악대석에서 대고, 소고가 장단을 쳐대기 시작했다.

《두둥둥- 두둥둥-》

《쿠궁궁- 쿠궁궁-》

처음엔 무악도 무사도 다 느리고 부드러웠다.

웅글은 북장단에 맞추어 검객은 걸음을 크게 하여 우줄우줄 앞으로 내달으며 어깨나란히 세운 칼을 걸음에 맞추어 좌로, 우로 동그라미를 묘하게 그렸다. 관중의 시선을 모으면서 연회장을 한바퀴 돌고난 검무사는 이번엔 복판으로 나와 두 칼을 다시 머리높이 들더니 그대로 칼과 몸을 서서히 뒤로 젖혀 칼끝을 바닥에 박고 거꾸로 벌떡 칼우에 도립했다.

그러자 대고가 멎고 소고가 잔가락으로 다다다다- 하고 격동된 장단을 울려댔다.

이마에 내 천자를 그리고 실뚱해있던 군정보좌관이 움쭉 일어나 술이 가득 찬 사기잔을 들고 가또한테로 다가갔다.

그는 가또와 술잔을 맞쪼으면서 나직한 말소리로 추궁을 했다.

《도라노스께- 이건 무슨 망동이요?》

《한창 흥이 도도해지는 때에 턱자없이 웬 책망이시오?》

가또가 아닌보살을 하며 시치미를 떼자 군정보좌관은 모든 내막을 다 알고있는듯 한보 더 깊이 들이찔렀다.

《부디 충언하건대 바람잡아먹고 구름똥 쌀 그런 궁냥은 줴버리오.》

그 진지한 충고를 들은둥만둥하던 가또가 《허- 막부의 어르신이 철부지애들처럼 웬 생심이 이리도 세차시오?》 하며 코바람을 내불고 제볼장만 보자 군정보좌관은 도끼눈이 되여가지고 요시하찌네를 쏘아보았다.

《전하를 봐서 지금은 내 참는다. 이제 자그마한 불상사라도 일으키는 날엔 국사를 망그러뜨린 <도자마>들을 싹 쓸어버리고말테다.》

군정보좌관은 사기잔의 술을 방바닥에다 활 쏟아버리고 이발을 갈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둥둥둥- 둥둥둥-

검무는 한창 고조에 이르렀다.

거꾸로 선 검무사는 칼을 뚜덕뚜덕 옮겨짚으며 연회장을 한고패 돌고나서 이번엔 벌떡 몸을 뒤채며 바로 떨어져앉아 칼로 벽을 겨누면서 뉭큼뉭큼 뜀뛰기를 해댔다. 그러다가 불시에 휘익- 흰 무지개를 일으키며 몸을 솟구치더니 어데론가 당장 뛰쳐나갈듯 한 자세를 취하는것이였다.

그 거동이 과히 방자스럽고 탈바가지구멍새로 뿜어지는 눈빛이 별로 번쩍거리며 살기를 풍기는게 심상치 않아 조선사신을 호위해온 젊은이들은 자못 긴장해서 가슴을 조였다.

하지만 유정은 좌석등받이에 상반신을 반쯤 기대인채 풍성한 수염발만 슬슬 내리쓸면서 태연스럽게 앉아있었다.

검무사가 별안간에 칼로 허공을 썰으며 좌석가까이로 접근할 때였다.

손문욱과 유정의 등뒤에 서있던 홍창해가 한쪽 옆으로 나서서 막부 장관들에게 말했다.

《검무는 외검보다 쌍검이 추기 좋듯이 단무보다 군무가 볼맛있지요.》

량손을 맞잡아 가슴팍에 얹으며 이쪽저쪽에 대고 무게있게 례를 표하고난 창해는 쇼궁호위무사들한테서 장검 두개를 달래가지고 자연스럽게 춤판으로 섞여들었다. 그는 검무사와 사이좋게 어울려돌아가기 시작했다. 검무사와 창해는 키도 체격도 비슷했다. 얼핏 보기에 다른 점이 있다면 창해보다 나이가 훨씬 아래일 검무사가 더 패기있고 재빠른것이였다. 하지만 창해는 보다 폭이 넓으면서도 민활한 동작으로 그와 호흡을 맞추면서 검무를 원만하게 이어나갔다. 검무사가 칼끝으로 유정을 겨누고 돌진할 기세를 취하면 창해가 어느새 유정을 뒤로 감추면서 칼날로 슬쩍 밀어 그의 칼끝을 돌려치웠다. 검무사가 회리처럼 몸을 돌려 연회장 한복판으로 창해를 끌어다놓고 다시 휘뚝 공전을 하여 들어오면서 좌석가까이에서 칼을 휘둘렀다. 했지만 사람목이 아니라 쇠붙이를 맞혔다. 창해의 칼둥이 그의 칼을 받은것이였다. 구경군들이 보기에는 유하고 흥취로운 쌍검무였으나 실지로 내막을 아는 사람들이 보며는 소름이 끼치면서 피가 튕기는듯 한 소리없는 싸움이나 같았다.

그러기를 수십여차 거듭하다나니 둘이 다 지쳐 숨을 헐떡거렸다.

눈빛이 표독해져 칼춤을 뚝 멈추고 홍창해를 지그시 노려보던 검무사가 칼을 힝 던져 바람벽에 꽂아버리더니 머리에 뒤쓰었던 탈바가지를 벗었다.

그 순간 지금껏 그와 어울려돌아친 홍창해본인은 물론이요. 유정이곁에서 손에 땀을 쥔채 대응자세를 취하고있던 계명이네도 경악을 했다.

자기네와 어지간히 친교를 맺어온 히까리였기때문이다.

《이 웬일이요? 거기서 차마 우릴…》

아연하여 굳어졌던 홍창해가 놀라움을 누르며 영문을 알려고 하자 히까리는 홱 돌아서서 연회장을 나가버렸다.

당황망조한 요시하찌와 다나까가 그를 허겁지겁 뒤따르면서 소리쳐불렀다.

《오이, 히까리- 히까리-》

《겐까다이쇼- 겐까다이쇼-》

그들이 분주탕을 피우는 바람에 일껏 흥그러워졌던 연회장의 분위기는 개판이 돼버리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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