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왜땅에 나타난 관음보살

8

 

추운 겨울밤에 얼음물속에 온몸을 적시며 오랜 시간 지체한탓으로 유정은 끝내 촉한을 만나 몸져누웠다.

근 이틀째 앓음소리까지 내며 고열에 시달리던 그가 문창호지에 비낀 해빛이 설펴지는 오후 늦무렵에 펀뜩 의식을 차려보니 머리맡을 지켜앉은 계명이가 사발에 담겨진 보리길금감주를 숟가락으로 한술두술 떠넣어주고있었다.

《나때문에 네가 고생을 하는구나.》

《…》

계명은 전날에 옥맺혔던 감정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는지 시무룩해서 대꾸를 안했다.

밉살스러운 마광우를 욕할 대신 오히려 이 제자승을 욕해요?

이런 속웨침이 지금도 연연히 눈에서 내비치는 계명의 심중이 헤아려져 유정은 허거프게 웃다가 그의 한쪽손을 끄잡아 어루쓸었다.

《얘, 내가 이야기를 하나 할테니 좀 들어보렴.》

《…》

지속되는 묵묵부답에 개의치 않고 유정은 제 심정의 소리를 그대로 꺼냈다.

《내가 대여섯살났을 땐가 하루는 한동네의 어떤 애와 되게 주먹다툼을 벌린적이 있었느니라. 난 원체 아이때부터 기골이 좋고 성미가 드세찼던지다 나보다 두세살이나 우인 그 애와 맞붙어 때리고 맞으며 한창 악증을 내는중인데 우리 어머니가 뒤늦게야 사실을 알고 달려나왔다네. 난 그때 어머니가 틀림없이 나를 탕정들어 나에게 주먹찜을 해오는 그애를 줴박을줄로 알고 사기가 났었지. 헌데 글쎄 의외로 어머니가 나를 욕하며 내 귀뺨을 후려치지 않겠나. 그때 어머니가 얼마나 야속스럽던지 참. 난 얻어맞은 뺨이 아파서보다 마음이 서러워 더 왕왕 소리내여 울며 어머니를 원망했었다네. 그날 밤 내가 잠에 들었다가 얼굴에 무슨 뜨스한 물이 떨어지는 느낌에 놀라 깨여나니 아니글쎄 어머니가 자기 손자리가 난 나의 볼을 어루만지면서 울고있는게 아니겠나. 그때까지도 노염이 채 안 풀렸던 나는 어머니의 손길을 쳐버리고 뻑 돌아누웠다네. 그러자 어머니가 목갈린 소리로 <애야, 난 달리할수가 없었단다. 넌 내 아들이 아니냐. 사랑하는 내 자식이기에 막 손을 댄거란다. 한동네 애들끼리 싸우면 못쓰는지라 싸움은 말려야겠는데 떨어지지는 않지. 그래서 엄한 매질로 싸움을 그쳐야겠는데 남의 자식한테야 어떻게 차마 매를 치겠냐. 그래서 할수없이 널 친거란다.> 이러고는 꺽꺽 흐느껴우는게 아니겠나. 자기의 손에 맞아 약간 허물진 이 아들의 만문한 얼굴을 가슴아프게 쓸어만지며 밤깊도록 잠 못 이루는 어머니를 보며 난 부모의 진정한 애정이 사무쳐와 어머니의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다시는 소꿉동무들과 싸우지 않으리라 마음다졌었다네.》

그때까지 반반머리를 수굿한채 응대가 없던 계명이가 《스님!…》 하고 꺽 목메이는 소리로 한마디 외우더니 유정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오열을 씹었다.

유정은 한결 안심이 되고 젖어드는 심정으로 제자승의 오르내리는 량어깨를 어루쓸어주었다.

《계명아, 난 너를 남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네가 여섯살나던 해에 길가에서 죽어가던 너를 만나 절간으로 업고온 그때부터 난 너를 친자식처럼 여겨왔단다. 어떤 땐 너없이 나혼자 지내거나 길을 보행하느라면 막 외롭고 허전하고 네가 얼마나 그리워지는지 모른단다. 너 또한 나를 친부모처럼 여기고 따르면서 온갖 잡시중과 신변호위를 맡아해주질 않았냐. 허지만 나라위한 사신행의 길에서 나라일보다도 개인감정에 치우쳐 대업을 망그러뜨리려는 그 부실한 행실을 중지시키려고 나의 자식이나 같은 너에게 매를 든거니 량핼 해다오. 너도 그때 한성안에서 왜놈들때문에 집과 부모들을 잃고 빌어먹으며 사는 류랑아들을 봤지? 우리가 이곳에 와 합심하여 왜놈들을 짓눌러놓지 못하면 놈들이 임진년란리때처럼 또 우리 나라를 침범해와 숱한 조선사람들을 죽이고 그로 인해 불쌍한 고아들이 더 많아지게 된단다.》

《스님, 소승의 생각이 짧았댔소이다.》

제자승의 허심한 반성에 유정은 속이 한결 개운해졌다.

유정이 어지간히 안심이 되여 촉한에 치여난 육신을 가다듬는데 또다른 변괴가 생겨나 그를 괴롭혔다.

오팔이가 누구한테 어디 간다는 말도 없이 훌쩍 없어졌는데 저녁끼때가 지나도록 들어오지를 않았다는것이다.

사랑채에서 그 소식을 안채의 작은 상방으로 날라온 홍창해의 걱정어린 얼굴을 망연히 건너다보던 유정은 어이가 없어 웃고말았다.

《옛날 별초군때의 성정이 되살아난게로구나. 훌쩍 사라졌다가는 넌떡 나타나군 하던 그 버릇이 아직두 남아있는게지. 허참, 애꾸러기들 같으니.》

말은 이랬으나 유정은 실상 속이 불안하여 견딜수가 없어 종내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홍창해와 계명이와 백손이가 스님의 몸조리를 념려하며 자기네가 나가 찾아보겠다며 유정을 이부자리에 되눕히려고 했으나 유정은 그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서둘러 승복을 내리워입었다.

그가 객관을 나서려고 하는데 손문욱참의가 마른기침을 톺더니 언짢은 말투로 한소래기 내뱉았다.

《원체 상민들은 막돼먹은지라 그런 짓거리가 여반장이니 지내 신경쓸것도 없소.》

그 소리에 유정은 속이 왈카닥 뒤번지여 그 자리에 서서 눈을 지그시 감으며 목에 건 념주알을 한참이나 세여넘겼다.

바로 그 시각 사달의 장본인인 오팔은 랑화강가의 나루터에서 왜인사공과 주먹다툼질을 벌리고있었다.

사실 그는 전날에 량반을 한번 힐난한 죄로 억울하게 태장을 맞고 방안에 업혀들어가 자기를 그렇게 만든 손문욱령감과 마광우에 대한 반감이 굴뚝같이 치받치여 끙끙 속앓이를 했다. 맞은 자리보다도 마음이 더 들쑤셔나 그래서 신음을 내였다.

그러면서 유정스님을 원망했다. 아무리 나라법이 지엄한들 이 험난한 원쑤의 땅에 와서까지 제 사람들끼리 량반이요 쌍놈이요 하면서 동에 닿지 않게 놀면서 나라일보다도 신분차별에나 신경쓰는 우매한것들한테 말 한마디 안하고 가만 앉아만 있는가? 이러다가 유정스님이 눈을 꾹 감고 후들거리는 손으로 목에 건 념주알만 세여넘기다가 장발수염을 뚝뚝 잡아뜯는것을 보고는 감정이 달라졌다. 스님이 오죽 속상하고 안타까우면 평시에 그토록 아끼며 애심들여 가꾸던 장발수염까지 막 잡아뜯으랴. 그래, 스님은 얼마든지 참의령감과 마광우따위를 밀어치우고 매질을 그쳐버릴수도 있으나 그러면 일이 더 복잡해져 나라대업이 망그러지겠기에 억지로 참고있음이 분명하다. 오팔은 자기 살이 찢기고 피가 흐를 때 유정스님의 마음도 찢기여 피가 흐르고있다는것을 알았다.

오팔은 워낙 우람진 체동처럼 속도 헐헐한 사내라 매에 치여 죽어가면서도 (까짓거, 참자. 내 하나 참으면 사달이 이것으로 끝나버리고말텐데.) 이러면서 꿈쩍 항변을 안했었다.

오팔은 방안으로 맞들려와 누워 매독을 푸는 요 며칠새에 사신일행이 겪는 난사를 두고 이래저래 심기가 괴롭다가 자기가 마광우같은 량반떨거지들의 꼴을 안 보려면 어서 일을 끝내고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사신일행을 본토에까지 건너오게 만들고 이피탈저피탈하며 날만 질질 끌다가 이제 와선 빈손으로 돌려보내려는 간사스러운 왜놈들에 대한 역겨움이 동했다.

그는 엊그제 교또태수가 유정스님을 대궐에 호출하여 귀환령을 내렸다는것을 알고는 저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여졌었다.

(고현놈들, 제발 저희 나라에 사신을 보내주십사 하며 손을 싹싹 빌던건 언젠데 이제 와선 휘딱 변하여 뭐 날래 가달라고?!)

왜인들의 변덕스러운 처사와 량반떨거지들의 시달림에 고박하고 쇠정스러운 유정스님만 새짬에 끼워 심뇌를 당한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홍두깨가 두근거려 참을수가 없었다.

오팔은 의연히 쇼궁이요 태수요 하는자들의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고 픈 충동이 일어났다. 미친개는 몽둥이로 질들이랬다고 원래 조상뼈다귀때부터 못돼먹은 그따위 왜놈들과는 말이 아니라 주먹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것이다.

그러느라니 추방령이나 같은 놈들의 요설을 떡먹듯 받아들이는 손참의나 어떤 결단도 못 내리고 그저 속앓이나 하는 유정스님이나 다 그 처사들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자기가 한번 나서서 놈들한테 본때를 보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교또태수를 찾아가 도대체 왜 조선사신을 쫓아보내려고 하는가고 문책을 한 다음 사신일행을 헛걸음시킨데 대한 보상비를 받아내려고 새벽녘에 가만히 객관을 빠져나왔다.

사랑채 퇴마루에서 꼬리를 사리고 자던 누렁이도 제 주인을 뒤따라나와 자기를 버리고 어디로 가느냐고 묻듯이 끙끙거리더니 무작정 남쪽으로 향방을 잡아나가는 오팔의 뒤를 따라왔다.

그런데 벼르어 찾아갔건만 교또태수는 전날에 오사까에 가고 없었다.

오팔은 내친김에 오사까에까지 가 기어코 태수를 만나려고 그곳으로 향했다.

오팔은 날이 한창 밝아올무렵에 오사까로 건너가는 랑화강포구의 강문덕에 이르렀다.

괴이하게 비틀어올린 상투를 먹베수건으로 싸맨 왜인사공이 첫아침에 나루배를 탈 행인에게서 마수걸이를 듬뿍이 해보련듯 걸싸게 노를 저어 배를 부교에 가져다대였다.

오팔은 예까지는 울김에 나왔으나 정작 배에 오르자고 하니 자기가 지내 오새없이 어른들 일에 참견한다는 자각이 들고 또 유정스님에게 아무 말도 없이 나온것이 속에 걸려 주저되였다. 그래서 선뜻 배에 못 오르고 주밋거리던 그는 옛다 모르겠다 써놓은 죽이 다시 밥이 되랴- 하며 부교에 들어섰다.

그런데 먼저 값을 치르고 타려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보다가 아차- 하며 혀를 깨물었다.

교또관사에나 갈 생각을 하고 떠나오다나니 로자없이 그냥 나왔던것이다.

빈주머니만 뒤적거리다가 굳어지는 오팔이를 맹랑해서 지켜보던 왜인사공이 낯색이 달라지며 첫 마수걸이부터 김이 샌다고. 게두덜거리더니 배머리를 돌리는것이였다.

오팔은 원래 사람이 대틀인데다가 푸접이 좋은 사내라 비위살을 부리며 왜인사공에게 접어들었다.

《값은 후날에 곱배로 치르겠으니 외상 좀 하기요.》

그러자 중년기의 사공은 발칙하기가 이루 다 말할수 없는 왜인특유의 본성을 살리는것이였다.

《산이 크면 그늘이 크다던데 객은 영 반대구려. 체집은 퍼그나 흐덕진데 푼전 몇잎때문에 신아침부터 재수빠지게 외상놀음이요?》

푼전 몇잎을 아끼느라 사람스럽지 않게 논다는 그 소리에 오팔은 신경이 살아났다.

《뭐요? 내가 푼전같은걸 아낄 사낸줄 아우? 난 로자를 잊어먹고 나와서 그런단 말이요.》

오팔이가 이러며 눈총을 휘갈기자 왜인사공은 이건 왕청같은데서 굴러온 객이 되려 주인한테 으른다고 쭝얼대더니 아무래도 판이 글렀다고 생각했는지 선체에 기대앉아 야시꼽게 웃어대는것이였다.

《흐흐, 외상으로 태워주었다가 훌쩍 꼬리를 사리면 나만 밑지리다. 몇푼 배값을 받으려고 수십냥 로자를 새기며 그 먼 조선에까지 가겠소.》

그 소리가 오팔의 해묵은 상처를 쑤셔댔다.

《너희놈들은 몇푼 외상값은 고사하고 공짜로 강탈해가려고 그 먼 조선에 무리지어 침범해와 살인방화를 저지르지 않았느냐? 원래 리치를 따진다면 늬가 그 배로 우리 조선사람들을 몇백탕 공짜로 실어다줘도 사죄보상비가 안돼.》

《어허- 남의 나라 땅에 흘러와서 더부살이를 하는 주제에 제켠에서 큰소리군.》

《뭐, 조선사람들이 더부살이를 한다고?! 하- 참, 빈대벼룩이보다도 못한게 입건사마저도 난당 개차반이로군.》

《푼돈 한잎도 없는 처지에 웬 큰소리야? 제까짓게 본국의 배신세를 안 지고 한걸음이나 움직일것 같아?》

이러던 왜인사공은 제켠에서 되려 신경을 내며 노대를 휘둘렀다.

길다랗고 넙적한 노대가 강물에 절싹 줴박히면서 물을 사방으로 튕기였다.

그통에 오팔은 물벼락을 당하고 옷이 안에까지 젖었다.

추운 겨울날 아침에 옷을 적시고 난처하게 된 오팔은 그만에야 참을성을 잃고말았다.

나루배우에 와당탕 뛰여오른 그는 보매 나살이나 건사했을 왜인사공의 멱살을 거머잡았다.

《조선장사의 주먹맛이나 보고 입질을 다시 해.》

이러면서 왜인사공을 서너고패 휘둘러대다가 주먹찜을 한대 지끈 줴먹이고는 휙 뿌려던졌다.

코피가 터져가지고 강물에 허궁 나떨어진 왜인사공은 물장구를 첨벙거리면서 고마놈이 살인을 친다고 아우성을 쳐댔다.

그자가 고래고래 질러대는 소리를 듣고 근처의 주막안에서 해정술을 마시고있던 야경군 네덧놈이 웬일인가 해 달려나왔다.

우선 물에 빠진 제 족속인 사공을 건져놓고 그에게서 사건전말을 료해하고난 패장놈이 뎀벙 오팔의 볼따귀를 후려갈겼다.

《굴러온 돌이 되려 배긴 돌을 뽑는다더너 본국에 와서 얻어먹으며 살아가는 이주민이 감히 본토인에게 야료질이냐?》

《이눔아, 난 얻어먹는 이주민이 아니라 당당하게 대접받아먹는 사신호행원이다. 한갖 성거리의 파수군에 불과한 놈이 언감생심 일개국의 사신호행원의 귀체에 손찌검을 해대?》

오팔은 분기가 치밀어올라 자기의 얼굴에 손을 댄 패장놈은 물론 곁에서 그자를 편들려고 하는 놈팽이들까지 모조리 돌아가며 족쳐댔다.

그러한 란장판에서 질겁하여 삼십륙계줄행랑을 친 군졸 하나가 관청에 가서 어떤 고변을 했는지 관청의 포도비장이 군졸 수십명을 꽁무니에 단채 말을 질주시켜 나타났다.

그놈들한테 잡히워 오라에 묶인 오팔은 교또관청의 옥사로 끌려갔다.

그가 옥리들한테 한바탕 초달을 당하고나서 심신이 맥짝해가지고 거적때기를 깔은 땅바닥에 퍼더버리고앉아있는데 교또태수가 제발로 오팔이를 만나려고 옥사에 나타났다. 마침 이날 낮에 오사까순행을 끝내고 돌아온 태수는 비장에게서 랑화강포구에서 란동을 부리다가 잡혀온 불한당이 조선사신호행원이라는 보고를 받고는 이 일이 일반사건과 다른 심중한 문제인지라 제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고 해당한 대책을 세우려고 우야 품을 놓아 나온것이였다.

오팔의 모상을 찬찬히 훑어보고난 태수는 조선사신인 수염쟁이도승을 호행하여 대궐에 여러차례나 드나든 그에 대한 면식이 있는지라 곧 인정을 하고는 막 노염을 써댔다.

《사신들을 불러 속히 본국을 떠나라는 쇼궁의 령을 전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교또에 남아있으면서 란당질을 부려대오? 실루 유감이요. 막부의 의지에 순응하지 않고 정 그럴내기를 한다면 사신일행전부를 억류하고 우리 일본의 국법을 적용하여 처형할줄로 아시오.》

교또태수의 가시가 박힌 그 추궁에 오팔은 가슴이 섬찍해졌다.

자기가 경솔하게 처신한것때문에 조선사신일행의 운명이 위태롭게 됐다는 느낌으로 하여 속이 한줌으로 졸아든 그는 자신의 처사를 후회했다.

자책에 잠겨 입술만 짓씹는 오팔이한테 교또태수는 만약 변사를 일으킨 본인이 스스로 저 하나를 죄책하면 사신일행은 무사히 귀국을 시키겠다고 오금을 박고 물러갔다.

오팔은 까짓 죄책을 하라면 하자꾸나, 나 하나 죽어서 사신일행을 무사케 한다면야 무슨 한이 있으랴, 참의령감이나 마광우따위는 잘못되는게 별로 애석하지 않으나 홍창해며 계명이 같은 친동기들과 오직 하나 나라대업만을 위해 로심초사하는 유정스님과 불쌍한 상민인 여느 하인배들까지 애매하게 피해를 당하게 해서야 안되지, 이런 마음을 먹고나니 속이 오히려 순편해지였다. 다만 창파건너의 조국땅에 어미없이 불쌍하게 자라는 어린 아들을 홀로 남겨둔채 세상을 하직하자니 죽어도 눈이 감겨질것 같지 않았고 계명이와 홍창해 같은 친구들과 더이상 화락한 우의를 나누지 못하고 생을 끝내는게 원통해질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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