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운명의 쪽배
3
조선에서 사신행차를 띄울 준비를 한창 다그치던 그무렵에 일본 규슈의 남단을 이루는 구마모또지방의 어느 경치좋은 야산기슭에 자리잡은 호화주택에서는 백만석의 큰 식읍(령지)을 가진 사십대 초엽의 체구 우람찬 태수가 비단도포차림으로 불상을 마주하고앉아 열심히 불공을 드리고있었다.
두손을 합장하여 가슴팍에 올려붙인채 상단에 신주처럼 정히 모신 주먹보다 조금 클사한 금불상을 우러르며 《모사엔스님이시여, 부디 자비를 베푸시여 이 불민한 소장에게 시국에 대처할 령험을 내려주옵소사.》 이렇게 애절하게 소원을 빌며 한동안이나 두눈을 지써 감고있던 태수는 뭐라고 웅절거리고나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몇행보쯤 되는 곳에서 두손을 모아쥔채로 대령하고있던 역시 비단도포차림에 외뿔상투를 늘어뜨린 사십대 초엽인 십여만석짜리 다이묘가 량어깨를 갑삭거리면서 다가와 읍을 하며 맞아준다.
《태수님, 보살님께선 뭐라고 점지하셨소이까?》
《존귀하신 스님께선 나에게 무척 요긴한 계시를 내리셨네.》
건성 한마디 대꾸한 후 긴숨을 내그으면서 심기를 다잡던 태수는 흥분이 치밀어올라 범나비눈섭을 꿈틀 떨며 부르짖었다.
《이 세상에서 오직 우리 일본위주의 한 나라만이 존재하자면 일대 용단을 내려 저 서북쪽에서 불어오는 불상스러운 액살을 미연에 방지하라는거네.》
《?!…》
《그 조선의 사신들을 본국에 들여놓지 말라는 뜻일세.》 하고 퉁- 내뱉으며 어깨를 으쓱대는 태수는 다름아닌 조선에서 벌어진 임진조국전쟁때 우군선봉장을 한 가또 기요마사이고 그앞에서 외뿔상투리를 갑삭거리는 체소한 몸통인 다이묘는 가또의 수하에서 참모노릇을 하던 요시하찌였다.
요시하찌는 임진조국전쟁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가또태수의 수하에서 한개 고을을 맡아 관할해오고있었다.
매서웁게 치째진 눈을 바르르 떨던 요시하찌가 담기가 저려들어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대척을 한다.
《조선사신의 통상래왕은 막부의 쇼궁께서 취하신 조치온데 그 일을 방해했다가 혹시 또 형벌이라도 당하면 어찌하옵니까.》
근심이 연연하게 내비치는 그 소리에 가또의 사납게 생긴 눈에서는 불찌가 벙끗 내튕기였다.
《궁냥이 협소하기란. 설사 우리가 쇼궁의 오감을 사 목을 잘리우는 한이 있어도 일본의 리권을 지키려면 스님의 취지를 따라야 하네. 임자도
조선사신으로 온다는 그 수염쟁이도승이 어떤
《도꾸가와쇼궁이 있지 않소이까.》
《쇼궁이 웅지가 있고 책략엔 능해도 대가 무르고 립장이 견결치 못한게 탈이다. 헌즉 가장 지당한 방책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수염쟁이도승의 일본행차를 저지시키는거다. 졸망스러운 쯔시마도주가 필경 쇼궁의 신임을 얻어 제 리속을 채우려고 조선사신행차를 본국에로 이끌어올것이 불보듯 뻔하니 사전에 그걸 막아야 한다. 조선의 그 금강산 중이 본토에까지 발을 들여놓는 경우엔 우리 일본은 헤여날수 없는 곤궁에 빠지고만다. 자칫하단 나라가 망할수 있단 말이다.》
이러며 격정이 살아나 이발을 으드득 갈던 가또는 결단성있게 밖으로 나가면서 《오이, 다나까-》 하고 제 가병대장을 소리쳐 찾았다.
그 소리가 채 잦아들기도 전에 벌써 중대문밖의 외랑채에서 대령하고있기라도 한듯 다부지게 생긴 젊은 사무라이 하나가 급급히 뛰쳐들어와 가또태수앞에서 정중히 읍을 했다.
까마귀의 날개옷과도 같은 시꺼먼 하까다를 멋들어지게 휘늘어뜨려 입고 오비를 둘러띤 량쪽옆구리에 단검과 장검을 찬 그 사무라이는 체구가 단단하게 생겼는데 칼자리가 험상하게 난 얼굴에서 내풍기는 살기와 날파람있고 박력이 넘치는 거동만 척 봐도 서로 죽이고 때리고 하는 싸움판에서 제노라 하는 사무라이라는것이 알리였다.
가또는 한창시절의 혈기와 맹수의 독기가 연연히 내풍기는 젊은 사무라이를 엄하게 굽어보며 오금을 박았다.
《넌 이제 곧 준비를 하고 쯔시마로 건너가라. 조선사신이 그곳에 온 다음 동태를 살피다가 그들이 본토행을 단행할 기미가 보이면 죽이든 병신을 만들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지시키라. 본국의 장래운명을 위하는 장한 거사이니 부디 각성하여 실수가 없도록 하라.》
《하잇, 태수님의 령을 각골명심하고 천만번 죽는 한이 있어도 기어이 실행하겠소이다.》
사무라이는 절도있게 대답을 하고는 용기가 양양하여 칼을 절렁거리며 물러났다.
그제서야 한결 직성이 풀리여 기색이 느긋해진 가또태수는 그때까지도 걱정을 놓지 못하고있는 요시하찌쪽으로 돌아서며 그를 안심시켰다.
《쇼궁은 내가 리해를 시킬테니 그에 대해선 더이상 관여치 말게. 대업실행을 위해서는 쇼궁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하나님이래도 절대로 그에 위축되거나 눈치나 보면서 주저해서는 안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