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왜땅에 나타난 관음보살

4

 

교또 후시미성안의 공지에서 조선사신호행원들의 마상재공연이 대성황리에 벌어지던 그무렵의 어느날 해질녘때였다.

교또의 붐비는 거리를 벗어난 짐마차 한대가 놋방울을 절렁거리며 교또와 오사까를 련결하는 황토길을 달리고있었다.

오사까해변부락에서 제염해낸 소금을 교또성안으로 실어나르는 마차다.

그 소금마차의 주인은 임진왜란때 왜놈들한테 붙들려 강제로 끌려와 오사까의 해안 갈밭개간장에서 고역을 치르는 조선사람인 중늙은이다.

그 중늙은이마부는 뼈빠지도록 고되고 지겨운 노예살이에 치운듯 피골이 상접한 모상인데 게다가 허기까지 들어선지 람루한 겹저고리안에 새우처럼 몸을 잔뜩 옹송그린채 느릿느릿 홍사마에 채찍을 안기며 마차를 몰아간다.

교또주변촌락에서 굽이쳐와 오사까해변쪽으로 흘러내리는 랑화강방천길을 달리던 마차가 나지막한 등성이길을 넘어내릴 때였다.

길주변을 두릿두릿 살피며 말채찍을 휘두르던 마부가 갑자기 《엉?! 저건 뭔고?》 하며 놀란 소리를 내다가 급기야 말을 멈춰세웠다.

길가에 나딩구는 마차와 사람을 띄여봤던것이다.

마차군으로서의 의협심과 동정심이 살아난 마부는 서둘러 제가 몰고가던 마차를 세우고 사고난 마차에로 내려갔다.

풍을 쳤던 적재함이 바위에 되게 짓쪼아 산산이 마사지고 바퀴며 앞채가 떨어져나간 마차근처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마부인듯 한 중년남정과 행인인듯 한 젊은 녀자를 측은히 굽어보던 마부는 《이크, 왜놈들이군. 외도질에 정신이  홀렸던게지.》 이러다가 고개를 가로젓고는 그 자리를 뜨려 했다.

눈아픈 피해상황을 외면하고 그냥 지나치려던 마부는 피끗 녀인의 찢기여 헤쳐진 기모노자락새로 드러난 조선치마저고리를 띄여보고는 다시 멈춰서서 이상한 예감이 들어 고개를 기우뚱거렸다.

그러할 때 죽은듯이 기척이 없던 녀인의 피거품진 입새에서 조선말이 가느다랗게 울려나왔다.

《아-버-지-》

《원, 이런 변사라구야. 조선내인이 분명토다.》

마부는 간간이 숨이 붙어있는 그 젊은 조선녀인을 급급히 안아들고 되올라와 빈 마차에 실었다.

《쩌엇- 쩌-》

마부가 급스레 내려치는 채찍을 맞은 홍사마가 급기야 네굽을 안고 바퀴를 왈캉덜캉 굴리며 내달렸다.

그렇게 이십여리쯤 길을 축내자 랑화강하구와 바다물이 합수하는 해변촌락이 나졌다.

어슬녘이 되여 갈밭개간지에서의 고된 하루일을 끝내고 동네로 들어오던 조선인들이 마차를 둘러싸고 웅성거렸다.

《아그먼사, 예쁜 내인이 어쩌다 저런 참사를 당했누?》

《도서방, 늘그막에 장가라도 들려우? 왜년은 어째 싣고오슈?》

《왜년이 인물은 남달리 밴밴도 하우다.》

그러는 사람들한테 마부는 황황히 이러저러한 말로 사유를 까밝히다가 찢겨져 헤풀어진 기모노를 잡아제끼고 무명치마저고리를 보여준다.

《이 내인은 왜년이 아니라 조선녀자웨다. 자, 보시우, 이 조선치마저고리를.》

그러할 때 마차안에 기신이 없이 쓰러져있던 젊은 녀인이 《아-버-지, 아-버-지.》 하고 웅절거렸다.

《옳거니, 조선사람이 분명토다. 뭣들 하느냐? 날래 집으로 들여라.》

동네일좌인 탁서방이 설레발을 치자 힘꼴이나 쓰는 장정이 인사불성이 된 그 녀자를 둘쳐업고 동네를 향해 장달음을 쳤다.

오사까해변촌락의 조선인들에 의해 구원된 그 미모의 젊은 녀자는 다름아닌 윤옥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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