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왜땅에 나타난 관음보살
1
부산진의 좁다란 성곽이며 그너머의 검푸른 남해가 한눈에 안겨오는 산등성이에 자그마한 암자 하나가 자리잡고있었다.
그닥 높지 않은 벼랑턱우에 묘하게 올려앉힌 절인데 이제는 그곳에다 기둥그루를 박은지 수백년이 넘은듯 처마도 고삭았고 단청도 퇴색되였다.
읍거리의 민가와 멀리 떨어진 외진 곳인지라 인적이 뜸하던 암자였는데 이해 여름 가야산 해인사의 유명한 녀의승이 옮겨와 살면서부터 갑자기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녀의승의 의술이 신통한데다가 인심 또한 후해 그에게 치료받으러 찾아오는 환자와 치성드리러 오는 신자들이 많아졌던것이다.
용모가 준수하고 성품 또한 단정스러운 녀의승이 거처한 후 암자는 몇달새에 몰라보게 때벗이를 했다. 생긴것처럼 생활습성도 깨끗하고 손끝이 여무진 녀의승이 절간안팎을 걷어낼건 걷어내고 새로 보수할건 보수하면서 늘 알뜰하게 관리를 했기때문이다.
산과 들이 첫눈을 맞아 하얗게 소복단장을 한채 굳잠에 든 초겨울철의 어느날 해질녘이였다.
새로 아담하게 꾸려진 승방안에 나이지숙한 녀의승이 법의차림으로 불상을 마주하고 앉아있었다.
이목구비가 남달리 특이하고 살결이 흰 얼굴이며 조금 훨사했으나 아직 기력이 넘치는 늘씬한 허리를 가진 그 녀의승은 항간에서 청목스님으로 불리우는 송희령이였다.
희령은 유정이네가 바다를 건너 왜나라로 간 후 이곳으로 옮겨와 살면서 쯔시마쪽의 망망대해를 늘쌍 바라보며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부처님께 매일 조중석으로 직심스럽게 불공을 드려왔었다.
이날도 송희령은 서산너머로 기울어지는 해를 시름겹게 지켜보다가 무거운 심중을 안은채 승방에 들어앉아 향불을 지핀것이다.
두손바닥을 모아 가슴팍에 붙인채 념불을 한바탕 곡진하게 읊조리고난 희령은 단우에 가부좌를 틀고앉은 부처님의 존상을 우러르며 애절한 음성으로 마디마디 간장이 타들게 소원을 빌었다.
《하늘땅이 다하도록 빌고비오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 길할 양기엔 힘을 주시고 흉할 음기엔 방책을 내리시여 의롭고 강직한 애국충신들이 무난히 바다너머 왜땅에서 간악무도한 아수라들을 이겨내고 대업을 이룩한 후 몸성히 돌아오도록 보살펴주옵소사.》
이러다가 왜서인지 희령의 기맥이 풀리면서 차츰 말소리가 잦아들었다. 애타는 갈망으로 하여 열끓어번지던 심정이 어언간에 재로 변해버렸는지 가슴이 꽉 메이여 수백번나마 입에 담은 그 말마디들도 제대로 번져지지 않는것이다.
가욱- 가욱-
밖에서 귀익은 새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송희령은 문밖에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석양이 드리운 바다상공에서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날아예고있었다. 아득한 수평선너머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쏜살같이 날아와서는 크고작은 목선들이 몰켜서있는 부산포상공을 빙글빙글 감돈다.
그러면서 뭍의 사람들한테 어떤 긴박한 사연이라도 전하련듯 목갈린 소리로 애달프게 울어댄다.
그러한 광경을 점도록 바라보던 송희령의 입에선 시름겨운 한숨이 가느다랗게 흘러나왔다. 쯔시마쪽에서 날아온 저 물새들이 혹시 왜땅에 가있는 송운대사님네의 소식을 날라온게 아닐가? 이해 섣달그믐도 다 저물어가는데 그인 어이하여 돌아올줄을 모를가. 바다를 건너간 사신일행이 어인 일로 하여 수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소식도 보내오지 않을가. 혹시 그네들의 신상에 어떤 불상사라도 생긴게 아닐가. 나한테 하늘나라 선녀들이 입는 그런 날개옷이라도 있다면 바다를 훨훨 날아넘어가 그분의 성업을 돕기라도 하련만.
희령의 안타깝고 속상한 심정은 눈물이 되여 흘러내렸다.
그는 눈이 뽀얗게 흐려져 앞이 안 보였다.
그러자 어데선가 호오흥- 말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망막을 덮은 안개발을 헤가르며 군마 한필이 시야로 뛰여들었다. 그 말우에는 턱수염을 두자 넘도록 길게 늘어뜨린 승군장수가 위엄있게 올라앉아있었다.
《백성을 해치는 살인마들을 징벌하라-》
승군장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벽력같이 웨치더니 분노가 서리발치는 장검을 기세차게 휘두르며 적진을 향해 짓쳐나갔다.
《총섭님, 위험하나이다.》
희령은 승군장수를 허위단심 따라가며 걱정했다. 그러자 승군장수는 뒤를 돌아보더니 정겹게 웃는것이였다.
《걱정마오, 희령이! 내 꼭 살아돌아오겠소. 우린 아무래도 이렇게 한평생 헤여져살아야 될 운명인가 보오.》
그 소리에 희령은 눈물을 훔치며 대척했다.
《설사 함께 못 있는다 해도 당신의 안녕을 바래 불공이나마 열심히 드리겠나이다.》
그 말을 덤덤해서 듣고난 승군장수는 머리를 설레설레 젓는다.
《불공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위해 드려야 하오. 자, 그럼 잘있소.》
《도련님-》
희령이가 애타게 소리치며 뒤따랐으나 승군장수는 뒤돌아보지 않고 말을 짓쳐몰아 적들속으로 뛰여들었다. 그는 장검을 무섭게 휘둘러 원쑤놈들의 가증스러운 몸뚱이를 삼대찍듯이 베던지다가 탄환에 맞았는지 갑자기 허리를 꺾더니 말에서 굴러떨어진다.
《도련님!- 아유, 이 일을 어쩐담?》
희령은 가슴타드는 소리로 목놓아부르다가 환각에서 헤여났다.
삼생연분(과거, 현재, 미래에서 끊어지지 아니할 기이한 연분)으로 얽혀진 송운대사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듯이 그의 가슴속으로 흘러들었다.
송희령은 애절한 심정에 잠겨들며 방금전 시야에 비껴들었던 정다운 그 모습을 다시금 그려보았다. 그의 마음속에 새겨진 유정의 모습은 꽃피는 오얏나무아래서 책을 읽는 어린 도령으로부터 시작하여 반백의 수염발을 날리면서 승복차림으로 배에 오르던 중늙은이에 이르기까지 인생행로의 도간도간 여러 구간에서 각이한 모상을 드러내는 허다한 형태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마음들고 아껴지는것은 갑옷차림으로 장검을 휘두르면서 말을 몰아가는 화상이였다.
불쌍한 중생을 위하는 교도의 자비는 어떻게 발휘되여야 하며 인간의 복은 결코 공명이나 부귀영달에 있지 않다는것을 위험한 전장에 제
송희령은
송희령의 눈굽에서 솟구친 눈물이 두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사랑하는 련인을 수천리밖의 위험한 타국에 둔 삼상지탄(멀리 떨어져있는 괴로움)의 애끓는 눈물이였다.
깍-깍-
뜨락의 념주나무꼭대기에서 까치가 야단스레 울어댔다.
예로부터 저녁까치소리는 불행을 예고하는 소리라는 생각이 느닷없이 갈마들며 송희령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가 서둘러 불공을 끝내고 상을 치울 때였다.
《스님- 스님-》
챙챙한 부름소리가 문밖에서 울리더니 한참후 몸집 호리호리하고 얼굴해사한 젊은 녀승이 숨을 할싹거리며 들어섰다.
송희령의 애제자인 봉림이다.
그는 여러날전 암자에 와서 병치료를 받고간 읍거리에서 사는 중환자한테 새로 제조한 초약을 가져다주느라고 정오때 고을로 내려갔었다.
송희령은 여느때없이 설레발을 치는 봉림을 의아쩍게 여겨보다가 엄한 기색을 지어보였다.
《웬일이게 이리 부산스러우냐?》
《관가에서 수교가 왔소이다.》
울상이 된 봉림이가 손짓으로 뜨락입구쪽을 가리켰다.
웬일인가 하여 그쪽을 내다보던 희령은 놀라며 눈이 커졌다.
홍색더그레를 멋이 나게 차려입은 키큰 권관이 산수털벙거지를 쓴 사령 둘을 거느리고 들어서고있었기때문이다.
서른고개를 갓 넘겼을 그 젊은 장교는 희령이가 이미 풋낯이나 익힌 부산진영의 권관이였다.
권관은 널마루우에 올라서지는 않고 뜨락에 선채로 영문을 몰라하는 희령이한테 고개숙여 건숭 례를 표한 후 직발 찾아온 용건부터 터놓았다.
《녀의승을 모셔오라는 첨사님의 령을 받고 왔소이다.》
《나리님 병증세가 도지셨소?》
희령은 달포전 말에서 떨어져 허리를 상한 부산진첨사를 치료해준적이 있는지라 앞질러 사연을 물었다.
그러자 권관은 락심한 기색으로 대척하는것이였다.
《읍거리의 의원에게서 초약이나 달여먹어서는 도무지 차도가 없는지라 뜸과 침구료법을 받아보겠다고 부디 녀스님을 청하는바이니 어서 산을 내리옵시다.》
관권과 군권을 량손에 거머쥔 종3품의 장수인 첨사의 노염을 사는 날엔 오라에 묶이여 끌려가 태장을 당하고 죽든지 옥살이를 하든지 둘중의 어느 한 역사는 치르어야 함을 모르지 않았으나 희령은 날저무는 때에 드닥친 반갑지 않은 청이여서 시답지 않게 밀어버리고말았다.
《요즈막 심기가 썩 개운칠 못해 기거보행이 힘겹사오니 후일에 짬을 내여 사또님을 뵙도록 하옵시다.》
《녀스님, 진짜루 사또님의 병증세가 위중해 그러니 응해주옵소서.》
군영의 하급장교이기는 하나 종9품의 무관직으로서 첨사의 턱밑에서 그 손발노릇을 하며 어떨 땐 첨사의 군권까지도 대행하기도 하는 권관 정도면 웬간한 불승같은건 호외의 대상으로 마구 드닥질할수도 있건만 그는 평시에도 희령의 인격과 명성을 존중해와서인지 막스럽게 야료는 부리지 않고 점잖은 태도로 통사정을 하는것이였다.
권관의 태도가 진지하고 요구 또한 절절했건만 희령은 일단 아니하면 소 열마리로 끌어도 움직이지 않는 성미인지라 듣기 좋은 소리로 그들을 리해시켜 되돌려보냈다.
송희령은 이튿날 그닥 내키지 않는 걸음이였으나 앞으로도 무난히 이곳에서 거처하자면 부산첨사와 뒤틀리지 말아야겠기에 할수없이 길차비를 하고 산을 내리였다.
그는 초겨울의 싸락눈이 뒤덮인 벌판과 촌락들을 서먹서먹한 기분에서 부감하며 걸음발을 늦잡다나니 해가 중천에 뜬 한낮때에야 바다가 가까이에 자리잡은 군영에 이르렀다.
어제 희령이를 데리러 산에 올라왔던 권관이 그를 맞아주더니 곧장 읍바닥에 떨어져있는 관가로 데리고갔다.
관청의 으리으리한 솟을대문안에 들어서던 송희령은 의외의 광경이 시야에 안겨들어 주춤이 서버렸다.
원이 조회를 하는 너렁청한 동헌 내실에다가 여러개의 화로를 지펴놓고 그 한가운데로는 굉장히 요란스런 연회상이 펼쳐져있었다.
삶은 통닭이며 돼지갈비같은 육붙이들과 찰떡, 송편, 설기 같은 각종 떡붙이들 그리고 경단, 강정같은 기름에 튀긴 단음식들이 초장접시와 더불어 술잔, 수저들과 어울리며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올랐는데 그 기다란 상탁을 사이에 두고 만호나 비장같은 군영의 장수들과 관가의 륙방아전들이 군복 또는 관복을 차려입고 직위순서대로 빙 둘러앉아있었다.
그 한가운데의 상좌에는 융복차림인 풍채좋은 첨사가 웬 낯선 객과 나란히 앉아있었다.
통넓은 자색비단도포를 걸치고 버선을 거꾸로 세운것 같은 시꺼먼 외뿔모를 쓴 낯설은 객이 왜인이라는걸 알아본 희령은 금시 배속이 뒤틀리는것만 같았다.
술이 이미 여러순배 돌았는지 장내에서는 벌써 주정을 하는 혀까부라진 소리가 왁자지껄 오가고 량좌우로 벌려선 악공들은 나리님네들의 들뜬 기분에 바람질이라도 하듯 쿵짜쿵짜 야단스레 풍악을 울려댄다. 그 자지러진 풍악소리에 맞추어 연지곤지로 화장을 곱게 한 허리가 버들가지같은 기생들이 록의홍상의 소매자락과 치마자락을 휘휘 나붓기며 춤을 추어댔다.
녀자들의 춤가락이 펼쳐지자 사나이들의 취흥은 바야흐로 도도해졌다. 장교들과 아전들의 애무어린 시선이 저희네의 예쁜 얼굴과 봉싯한 가슴과 허리아래부위를 더듬기 시작하자 무희기생들은 사기가 나서 저고리고름을 너울거리며 섬돌우 퇴마루너머의 널다란 방바닥을 쉴새없이 감돌았다. 발끝에 찰찰 끌리는 다홍치마자락이 화문석(꽃문양을 수놓은 돗자리)우를 미끄러지듯 휘끈휘끈 돌아가는데 외씨같은 하얀 버선발이 치마끝에서 보일락말락하며 사뿐거렸다. 호화로운 일월병풍앞에 방석을 깔고앉아 주지육림을 마주한 무관들과 선비들은 손벽과 저가락장단까지 쳐대며 녀자들의 춤가락에 맞추어 어화자 좋다- 지화자 좋다- 하고 흥타령을 해댄다. 새납이며 저대며 북소리가 아주 느린 속도로부터 보통속도로 치달아오르자 춤추는 기녀들의 색동고름이 허공을 휘젓고 다홍치마자락이 바람을 품고 구름처럼 부풀어올라 사내들의 눈앞에서 어찔어찔 돌아갔다. 치마속곳새로 드러나는 하얗고 매출한 젊은 계집들의 장딴지를 얼없이 들여다보던 왜인이 《요로시- 요로시-》 하며 얄망스럽게 웃어댄다.
희령은 속이 메슥거리며 숨이 막혀와 더 보지 못하고 힝 돌아서 나오고말았다.
그가 당장 산으로 되올라가려고 행길에 나서는데 권관한테서 듣고 알았는지 첨사가 지팽이를 짚고 띠뚝거리며 그를 뒤쫓아왔다.
《왔으면 본관을 찾아들어와 만나야지 그냥 가긴 왜 가는거요?》
이러며 나무람을 쓰고난 장년의 첨사는 희령을 관청과 가까운 제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동기와지붕을 얹은 호화주택안에 희령이와 동석하여 들어앉은 첨사는 그한테 김해특산물인 저장배를 내놓아주며 량해부터 구했다.
《이거 의승한테 추한 꼴을 보여 안됐소. 방금전에 본 그 왜인이 쯔시마도주의 오른팔노릇을 하는 재판인데 기실은 그를 환대해서가 아니라 왜땅에 건너간 조선사신들의 안전을 위해 그자들을 얼리느라고 때없이 잔치판을 편것이니 달리 생각진 마시오다.》
송희령은 맛좋고 시원한 김해참배 한알을 칼로 껍질을 벗겨 목시원하게 먹고나서 치료를 시작했다.
당시의 나라법도에는 녀자들의 병은 녀의가, 남자들의 병은 남자의 원이 보게 제정되여있는지라 송희령은 웬간해서는 어리든 늙었든간에 남자들의 신병에는 관여를 안하려고 했다. 그런데 죽었던 사람도 되살려내는 그의 신비스러운 의술에 혹한 환자들이 그런 나라법같은건 안중에 두지 않고 제 병치료부터 크게 여기면서 공공연히 달라붙다나니 병고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차마 무시할수가 없어 종종 이렇게 손을 대오는 그다.
첨사의 추간판탈출이 온 허리를 깐깐스레 진찰하고 그 증세에 따르는 치료를 하던 희령은 쯔시마의 재판이란자를 잘 구슬리면 자기도 그자와 같이 쯔시마에 쉽사리 건너갈수가 있고 또 그러면 왜땅에 가있는 송운대사도 직접 만나보고 겸사해서 그들의 일을 협조할수가 있다는 생각이 번개쳐 첨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사또님께서 그 재판에게 당부하여 소승이 쯔시마행을 하게끔 해주옵시오.》
《무어요?! 의승이 쯔시마엔 어째 가겠다는거요?》
《긴급한 용무가 있어 그럽니다.》
《그 긴한 용무란게 무언지는 모르겠소마는 살벌한 왜땅에선 생명안전을 담보할수가 없으니 될수록이면 삼가하는게 좋으리다.》
《정말로 꼭 가봐야 할 피치못할 사정때문에 그럽니다.》
《아무리 피치못할 사정이래도 바다를 건늘 때 녀자를 배에 태우면 재수없는걸로 여기는게 배사람들의 굳어진 관습인데 그걸 어떻게 깨뜨리나 말이요.》
《그러게 사또님께 부탁하지 않습니까. 소승은 사실 녀의가 남자의 신체에 손을 못대게 되여있는 나라법까지 감히 어기면서 사또님치료를 해주는데 사또님께서 아무렴 그 정도의 생활관습쯤이야 이겨주지 못하겠나이까.》
희령의 청탁이 하도 절절한지라 첨사는 더 거절을 못하고 순응하고말았다.
《부디 그러하겠다면 내 체결은 해주겠다만 혹시 뒤날에 어떤 등탈이 난다 해도 날 탓하지는 마시우.》
첨사는 침과 부항치료를 사나흘 받고나서 재판을 만나 돌아가는 배편에 송희령을 태우고 가도록 체결을 해주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안 놓이는지 희령에게 자고로 인간세상에서는 가인이나 재사나 다 명이 박하는 법이니 부디 신변안전에 신경을 쓰라고 거듭 강조를 하는것이였다.
암자로 되돌아온 송희령은 제자승인 봉림이한테는 아무런 내색이 없이 먼길 떠날 차비를 착실히 갖추고 기다리다가 약속한 날이 오자 신새벽때 잠든 봉림이 머리맡에 쪽지글을 남기고 조용히 암자를 나섰다.
-생사를 기약할수 없는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났으니 나를 기다리지 말고 가야산으로 되돌아가거라. 너의 장래가 부디 복되기를 바란다. 이 겨울이 지나 남쪽바다너머에서 기러기떼가 날아올 때면 그 철새의 울음소리에 한 나이든 녀승의 넋이 어려있음을 알아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