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기이한 상봉

6

 

때맞추어 아침식사를 하고나서 마상재를 할 젊은 패들은 말을 풀어가지고 웃고 떠들면서 후시미성안으로 떠나가고 또 유정이는 백손이의 호행을 받으면서 대궐에서 기다리는 쇼궁을 만나러 가고 하니 객관에는 배앓이때문에 치료중인 손문욱참의네 일행과 마광우네 일행만이 남았다.

하인배들은 사랑채방에 따로 저들끼리 모여들어 시시펑덩한 한담을 나누고 안채 상방에서는 손문욱과 마광우 단둘이서 퍼더버리고앉아 각기 제 시중군이 끓여다준 결명자차를 훌훌 불어가며 입가심을 하는 참인데 무얼 잘못 먹기라도 했는지 그때까지도 우거지상을 하고있던 마광우가 제잡담 손문욱이한테 등골 써늘해지는 말을 해왔다.

《참의어른께 심각히 충간할게 있소이다.》

《무언데?》

빈 약물그릇을 쟁반에 내려놓고 구레나룻이 다북한 턱을 손바닥으로 쓱쓱 문다지던 손문욱이 대수롭지 않게 응대하는걸 본 마광우는 제절로 격양되여 여태껏 품어오던 오감을 털어놓았다.

《우리 사신일행속에서 나라법을 공공연히 위반하는 불상스러운 행위들이 련발하고있다는겁니다.》

《아닌밤중의 홍두깨처럼 건 또 웬 고변인고?》

평상시에도 허실푸실하게 말시비질이 많은 마광우인지라 장마철의 도랑물소리처럼 심상하게 흘려들으려던 손문욱은 나라법을 위반한다는 소리에 차츰 긴장해지며 그 사연을 따져물었다.

《사신행차에 끼여든 상민들이 나라에서 제정한 〈량존천비〉법을 흐지부지로 만들어놓고있지 않소이까. 목탁중에 불과한 부사신은 조정대신인 정사를 뒤전에 밀어버렸지 또 불학무식한 시골 쌍놈에 불과한것들이 제 스님호위요 뭐요 하면서 대궐과 조정의 연회석상에까지 마구 들락거리지 않소이까.》

《난 또 웬 사달이라도 난줄 알았구만.》

《이게 사달이 아니고 뭐옵니까? 반상구별이 영 개차반이 되고말았는데. 식전에 어른께서도 목격한바처럼 같잖은 쌍놈들이 조정의 무반관료인 종사관과도 막 시시닥질을 하는 정도로 판이 글렀단 말입니다. 참의어른은 현재 자기가 왜국의 장관들에게서나 우리 사신일행에게서나 꼭두각시에 불과한 인물로 취급되고있다는걸 알기나 합니까?》

처음에는 마광우의 말을 개인감정에 빠져버린 사람의 일장광설로 여겨버리던 손문욱이였으나 그가 구구히 력설하는 내용들이 일리가 있는 사실인지라 차츰 저도 속이 옹쳐들어 흠- 흠- 하고 마른기침만 깇어댔다.

순수 백면서생에 불과한 손문욱의 희말쑥한 얼굴에 내비치는 내심의 변화를 지그시 살피던 마광우가 속에서 반감의 불씨가 튕긴 그한테 련속 덧바람을 부쳐댔다.

《모든 비참상은 행차의 총수인 참의어른이 손탁무르게 논 결과로 인해 생겨났소이다. 자고로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대가리를 쳐든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그래서 내가 어찌라는건가?》

《대를 세워야 합니다, 대를. 쳐버릴건 쳐버리고 눌러버릴건 눌러버리면서 말입니다. 그래야만이 나라법이 준수될수가 있사옵니다.》

《그렇긴 하네마는 남의 나라에 와서 우리 사람들끼리 너무 야박스럽게 놀수야 없지 않나?》

속에선 팥죽이 끓고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식은 숭늉물인체 아닌보살을 하며 체면을 차리려드는 손문욱이가 민망스러워 마광우는 저런 샌님같은 령감이 어떻게 일국의 사신으로까지 천거됐는지 모르겠다고 입안소리로 중얼대고는 씁쓸해서 나앉고말았다.

그러는데 손문욱이 우무적 일어나 의관을 갖추는것이였다.

《우리도 대궐로 들어갑세나. 오늘 막부의 거두들이 우리 사신단에서 진행하는 마상재공연을 보러 나온다는데 정사가 빠져서야 안되지.》

부랴부랴 행장을 차리고 제 하인의 시중을 받으며 객관을 나서는 손문욱참의를 본 마광우는 (저 령감이 이제야 제 직권을 되찾을 생심이 난게군. 하긴 량반대관이 일개 목탁중의 뒤전으로 밀려났으니 속이 편할리가 없지. ) 이런 생각이 들어 비죽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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