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기이한 상봉

5

 

동녘하늘이 희푸름해지자 계명은 잠자리를 걷고 일어났다.

그는 곁에서 그때까지도 코를 골고있는 홍창해를 소리쳐 깨웠다.

《창해형, 날이 샜이요. 어서 일어나우.》

그 소리에 홍창해는 《엉? 벌써?!》 하며 눈을 번쩍 뜨고 창밖을 내다보더니 닁큼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옷을 급히 껴입고 밖으로 나왔다.

객관 마당 한구석에 자리잡은 마구간에서 밤새 귀밀을 실컷 먹고 뻗쳐나는 기운을 걷잡지 못해 뜀박질을 하던 야생말 한쌍이 주인들이 나타나자 대가리를 주억거리며 반기였다.

계명이와 창해는 각기 제 맡은 말을 한마리씩 잡아 끌어냈다. 얼른 말안장들을 메우고 평보로 몇발자국 걷기우다가 말궁둥이를 한대씩 탁- 줴박았다. 흠칠 몸통을 떨던 말들은 네굽을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두 젊은이는 잰걸음으로 뛰는 말을 뒤따르다가 불시에 몸을 휙- 날려 말잔등에 올라앉았다.

신선한 새벽공기가 페부로 알싸하게 쓸어들어왔다. 추운 겨울의 찬공기였으나 열기에 뜬 젊은이들에게는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기분이 상쾌해진 홍창해와 계명은 단숨에 교외까지 내처 달렸다.

《창해형, 좋지요?》

《응. 넌 기분이 어떠냐?》

《나도 흥이 나요. 헌데 좀 떨리는군요.》

《떨리긴 웨 떨려? 펄짝 나는 택견군이.》

《숱한 왜인들앞에서 혹시 실수라도 해 말에서 떨어질가봐 그래요.》

그들은 오늘 일본막부의 장군들과 고위급관리들 그리고 교또성안의 주민들앞에서 마상재를 해야 한다.

계명이와 창해는 전쟁 6년동안 늘 말을 타고 전장을 달린지라 기마술이 뛰여난데다가 천성적으로 날파람기질까지 타고나 이번에 마상재를 할 필요가 생기자 제꺽 그것을 수행해냈다.

원래 조선사신일행은 일본에 건너와 마상재를 할 작정까진 못했었다. 그런데 교또에서 오래동안 묵으면서 막부의 장군들로부터 조선사람들은 기마술과 무예가 능하다던데 한번 구경시켜주면 좋겠다는 청을 받고서야 뒤늦게나마 유정이가 계명이네한테 마상재를 익히게 했다. 아무래도 조선의 기마술과 무예를 현실로 펼쳐보여 왜인들의 기를 꺾어놓아야 앞으로 담판에서 유리할것 같았기때문이다.

유정은 계명이와 창해가 생소한 그 일에 차마 념을 못내고 주저하자 엄하게 오금을 박았다.

《왜놈들과는 말보다도 오직 실력만이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

스님의 그 훈시를 가슴속에 새겨안은 계명이와 창해이기에 출중한 기마술로써 섬나라 왜인들을 납작하게 눌러놓기 위해 이 아침도 조기운동을 벌린것이다. 더구나 그들이 기량련마에 육신을 아끼지 않는것은 나는 새도 깃을 쳐야 높고 멀리 날수 있다며 훈련에로 채찍질해온 유정스님의 강한 요구때문이기도 했다.

산뜩한 랭기에 땡땡 얼어든 해가 동쪽산마루우로 비죽이 얼굴을 내밀 때까지 말을 짓쳐몰아대며 말잔등우에서 누웠다섰다하는 각종 동작도 펼치고 또 말을 따라 달리면서 말잔등에 뛰여오르고 내려뛰고 하면서 오륙이 뻐근해지도록 기마훈련을 하고난 계명이와 홍창해는 시간이 어지간히 지난 뒤 말을 평보로 걷기우면서 객관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반찬거리를 꿍져 든 왜녀들이 분주스레 들락이는 저자거리를 지날 때였다.

키꼴이 좋은 젊은 사무라이 하나가 옆구리에 찬 칼을 절렁거리며 마주오다가 계명이네를 띄여보자 제켠에서 먼저 알은체 하며 인사말을 건네였다.

《일이 잘돼가옵니까?》

계명이네도 막부시위대 초장인 히까리를 알아보고 말을 멈춰세우며 반색을 했다.

《덕분에 호사를 하오.》

히까리는 계명이와 창해가 탄 두필의 말을 번갈아 살피며 노상 벙글거렸다.

조선사신행차가 본국에 첫발을 들여짚었을 때 히까리가 야마가끼까지 마중나와 그들을 호행해올 때부터 면식이 있었던데다가 수일전에 있은 우연한 일로 하여 계명이네는 히까리와 가까운 사이가 되였다.

계명이네가 마상재를 익힐 결심을 하고 막부측에 기마용말 두마리를 요구했을 때 막부에서는 무슨 심산에선지 혹가이도의 야생말 한쌍을 가져다주었었다.

난생처음 다루어보는 그 사나운 야생말들을 길들이느라 계명이네는 갖은 역사를 치르었다.

그러던 어느날 쇼궁의 령장을 가지고 객관에 거처하는 조선사신을 찾아왔던 히까리는 갈개는 말을 잡아타고 마상재를 익히느라고 진땀을 뽑고있는 계명이네를 띄여보았다.

전쟁때 오랜 나날 군마를 다루어온 계명이네는 말을 길들이는 묘리쯤은 알고있던지라 암말과 수말을 따로 갈라놓고 그것들을 며칠동안 굶기였다. 그런 다음 암말을 수말우리앞에 끌어다가 네다리를 말뚝에 옴짝 못하게 비끄러매놓고 몽둥이로 죽어라 하고 때렸다. 사흘동안 거퍼 매질을 한 후에야 귀밀을 푹 삶아 먹이였다.

굶주림과 아픔을 못이겨 숨넘어갈것처럼 후룩후룩 투레질을 해대던 암말은 물론이요 뭇매에 치여나는 제 짝패가 애처로와 질금질금 눈물을 흘리던 수말도 구수하게 삶은 귀밀을 받아먹은 후부터는 한결 공순해지여 계명이네한테 잔등을 내주었다. 그러긴 하면서도 정작 제 잔등에 올라탄 사람이 고삐를 채며 이래라저래라 하자 그것이 맞갖지 않아 또 날치기 시작했다. 성깔사나운 야생말의 본성을 고쳐주기가 정말이지 헐치 않았다.

그래서 그것들의 혼맹이를 아예 뽑아치울 방도를 궁리하느라 골머리를 짜내는 계명이네한테 히까리는 야생말을 수월히 길들이는 방법을 몇마디 튕겨주었다. 대대로 군마목장의 방목공집안에서 나서자란 히까리인지라 말문세에서는 귀신이나 한가지였던것이다.

그의 조언이 은을 내여 계명이네는 끝내 혹가이도의 야생말을 휘걷어잡아 재주를 부리는 말로 쓸수가 있었다.

그때로부터 계명이네는 히까리를 고맙게 여기며 각근히 대해왔다.

《요즘은 꽤나 바쁜게지? 한번 얼씬 안하는걸 보니.》

홍창해가 웃으며 이렇게 한마디 던지자 히까리도 벌쭉거리면서 마주 대꾸를 했다.

《군률에 매인 몸이니 어디 짬낼새가 있어야지요. 로형네한테 가서 먹은 그 보리막걸리가 자꾸 생각나서 죽을 지경이웨다.》

《조선막걸리가 먹구싶거든 아무때나 오라구.》

《랠모레쯤에 내 꼭 시간내여 놀러가리다.》

《자네 그러다가 조선사람과 가깝게 지낸다고 형틀에 매일가봐 걱정 되네그려.》

《형틀에 오르든 형장에 나서든 무섭질 않소다. 내 하고싶은 일 기껏하고 내 먹고싶은것 실컷 먹다 죽으면 한이 없는걸요. 하하.》

《하하, 역시 무사다운 결패일세. 자넨 지내볼수록 여느 왜인들하군 다른걸.》

그러루하게 대화가 한동안 이어지며 둘의 간격이 허물없어졌을 때 히까리가 문득 정색해서 물었다.

《참, 로형네 그 백손이라는 호행원의 본향이 어디메유?》

《건 어째 묻나?》

《분명 내가 전에 막부궁안에서 본 사람같은데 왼뚱같이 조선사신호행원노릇을 하고있어 그럽네다.》

그 뚱딴지같은 소리에 창해는 어처구니가 없어 허허 웃다가 《천하에 번번나는 둔갑술을 썼다 해도 그럴리야 없지. 세상에 모상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하는 말로 가볍게 부정을 하고는 있은 사실 그대로 말해주었다.

《백손이가 쯔시마에서부터 동행을 했는데 우리와 혈통이 같은 조선이주민의 후손이네. 여하튼 그는 무예에 펄짝나는 협객일세. 나도 못당할 정도라니까.》

《그렇다면 더 의문스러운걸요. 본국에서 무예가 능한 협객이란 일본인, 조선이주민 다해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여서 내가 모를리가 없거던요. 내가 좀 까리까리하게 아는건 〈비룡〉뿐이지요. 무술이 천하에서 으뜸이라는 〈비룡〉은 쇼궁의 비밀호위원이여서 좀처럼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지라 쇼궁저택에 나드는 우리 시위대장밖에는 그를 본 사람이 없지요.》

《그까짓 나는 룡이든 뛰는 룡이든 왜인이라면 우리한테는 매한가질세. 자네도 우리한테 왜군장수행세를 지나치게 할 땐 한몽둥이로 후릴줄 알라구.》

《하하, 그 몽둥이후림에 근육풀이를 좀 해봤으면 좋겠군요. 여하튼간에 로형네 일이 잘되기를 바랍네다.》

《고마우이. 후에 다시 만납세.》

홍창해는 거리 한복판에서 희락거리며 행인들을 지내 방해하는것 같아 말고삐를 잡아채여 먼저 자리를 떴다.

용맹이 넘쳐나는 조선사신호행원들의 름름한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며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있던 히까리는 자기가 길을 너무 지체했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걸음을 내옮겼다.

그가 활개치며 몇행보쯤 갔을 때 등뒤에서 《겐까다이쇼-》 하고 부르는 소리가 울려왔다.

히까리는 누가 자기의 골목패시절의 별명을 부르는가 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중키에 몸이 다부지고 눈매가 표독하게 생긴 스물서너살났을 사무라이가 칼집을 절렁거리며 반달음쳐왔다.

요즘 교또에 올라와 조선사신접반사노릇을 하는 가또태수의 가병대장인 다나까였다.

《오이, 태수어른의 가병대장이 되더니 무척 바쁜게지. 한번 보기가 쉽지 않군그래.》

《내가 할 소릴 제가 먼저 하는구나. 쇼궁사마의 시위대장수가 됐다고 되우 뻐기는데 옛친구지간에 그러면 못쓰지 뭐.》

《쇼궁사마가 아니라 설사 옥황상제의 총애를 받는 제천대왕이 됐다해도 난 친구를 무시하는 무뢰한은 안될거네.》

《옛 우의를 중히 여겨주니 고맙구만.》

거리바닥이 떠들썩하게 인사수작질을 해대던 두 사무라이는 서로 어깨를 툭툭 치며 롱질로 넘어갔다.

히까리가 철부지소년시절에 오사까와 교또와 에도성 등지를 방랑하며 불망나니패의 주먹대장질을 할 때 다나까는 그의 오른팔노릇을 해온 자별한 사이였다.

《우리 어쩌다가 만났는데 가서 한대포 하자구.》

다나까가 주막쪽을 눈짓하며 덥석 손을 잡아끌자 히까리는 잡힌 손을 뽑으며 그를 힐난했다.

《아침부터 술이야? 난 지금 막부의 군령장을 전하러가는 급한 몸이네. 중낮전에 이웃고을 태수님한테 다녀와야 해.》

《어랍쇼- 술귀신이 술마다할 때도 있군. 막부가 우리 할애비냐? 새망때기 기생처럼 얌전빼지 말고 냉큼 응하라구.》

《그러다가 밥자리 떨어질라.》

이러며 히까리가 죤마께를 내젓자 다나까는 두눈이 커져가지고 호통을 쳐댔다.

《누가 감히 우리 밥자릴 떼?》

《쇼궁사마와 너희 도노사마지.》

《흥, 천만부당하다. 그 어른들이 우리처럼 난다긴다하는 싸움군을 떼버리면 누굴 호위병으로 삼는다는거야. 제 목숨과 제 집가산 아끼는건 장관이나 도노사마들이 더하단 말이야. 그러하니 괜한 걱정말고 얼른 가서 잠간만 즐기자구.》

이러면서 그냥 시끄럽게 고집을 부려대는 다나까한테 못이겨 히까리는 그가 잡아끄는대로 껄렁껄렁 주막으로 향했다.

둘이 주막에 들어앉자 다나까가 자진하여 주인한테서 진수성찬을 청해다가 히까리에게 한턱 흐드러지게 냈다.

히까리는 진귀한 제백술과 소갈비찜을 사양않고 받아먹긴 하면서도 여느때없이 자별하게 대해주는 다나까의 속심을 가늠할수가 없어 은근히 신경을 도사렸다.

한편 조기운동을 끝낸 홍창해와 계명이가 말고삐를 채며 일행이 거처하는 객관에 들어서니 뒤늦게 잠을 깬 사람들이 내의바람으로 소변을 보러 들락거리고있었다.

뜨락 한가운데의 세면대야에서 상의를 벗어던진 마광우가 어푸- 어푸- 하며 랭수마찰을 해대는중이였다.

추운 겨울아침에 우야 속옷까지 훌 벗어 상체의 몸통을 드러내고 근육자랑, 뚝힘자랑을 해대는 그 모양이 눈꼴사나와 홍창해와 계명이가 눈을 흘기며 힝 지나치는데 마광우가 먼저 그들한테 지부렁거렸다.

《여- 계명이, 마상재 꽤 자신있어? 자칫하단 곤두박혀 골깨지니 조심하는게 좋을게야.》

말이란 툭해 다르고 탁해 다르다고 마광우가 상대의 감정을 긁히게 건늬는 그 소리에 안팎이 호걸스러운 창해는 씩 웃어넘기는데 성미 패로운 계명은 대뜸 새파래서 맞대들이를 한다.

《내 골 쏟아지문 마종사보구 받아달랄가봐 걱정이우? 그따위 망해빠질 걱정 할새면 비자루를 들고 마당이나 훤하게 쓸구려.》

《뭐, 일개국의 종사관보고 비자루질을 하라고?! 조게 앙바라진 성미 여전하구나. 즈쌍.》

《흥, 내 됨됨이 맘에 안 들면 좀 주먹으로 다스려주시구래.》

《조게 마상재나 좀 한다고 삼대끝에 올라선 베짱이처럼 잔뜩 우쭐해졌구나.》

《내가 우쭐해진게 아니라 마종사가 기고만장해졌지요.》

《어따대고 감히 뿔질을 해? 모가지를 잘리지 못해 몸살이냐?-》

떡가루는 칠수록 고와지지만 다투는 사람의 말은 할수록 거칠어지는 법이다. 차츰 둘의 말투가 험해지는통에 판이 시시펑덩하게 번지며 자칫하다가는 주먹이 오갈 그런 때인데 좀전에 내의바람으로 대문밖에 나가 아침바람을 쐬며 산책을 하고 들어오던 유정스님이 계명을 맞갖지 않게 흘겨보았다.

스님의 엄한 눈총을 줘맞고서야 피뜩 자각이 된 계명은 스님이 가르쳐준 현인군자수양법대로 입을 꾹 다물고 속으로 쉰까지 셈을 셌다.

손문욱참의가 세면을 하려고 수건을 목에 걸치고 나오다가 마광우와 계명이를 막잡아 휘둘러보며 《병도 입으로 들어가고 화도 입에서 나오니 부리들을 조심하라구.》 하고 모두거리로 엄히 기갈을 했다.

소풍을 나갔다오는 유정스님을 시중들며 뜨락에 들어선 백손이가 어느새 형세를 간파하고 어물스럽게 롱질을 걸어 험상해지는 분위기를 능그려치였다.

《어허라, 우리 계명이 신아침바람 쐬더니 되우 신바람났는걸.》

《바람이 나다못해 허파가 뚱해졌시유.》

마침 쉰까지 셈을 세며 신경을 눅잦힌 계명인지라 백손이의 엉큼한 수작에 쉽사리 휘말려가지고 단박 웃는 기색으로 변하여 몇마디 받아넘기는데 주방운영과 말관리를 맡은 오팔이가 푹 삶아서 김이 물물 나는 귀밀을 질동이에 무겁게 담아들고 나오더니 그걸 말주둥이앞에 놓아주며 벌씬거렸다.

《옛다, 실컷 먹어라. 이것들은 그저 배가 불러야 말을 잘 듣는다니까.》

《이거 대틀인 오형한테 시시부런 잡부노릇만 시켜 안됐소.》

홍창해가 미안한 기색을 지어보이며 말고삐를 넘겨주자 오팔은 제꺽 고삐를 넘겨받아 엇비듬히 박힌 말뚝에 비끄러매면서 혀를 찼다.

《사내장부가 치마두른 가시내처럼 잔걱정이 그리 많소? 사람이란 다 제 본분을 생각하며 근력껏 일하면 되는거니 이 오황소걱정 탁 놓고 날래 마상재나 불번쩍나게 익혀 왜놈들의 넉살통을 쭉 뽑아놓구려.》

《우리 오팔형님이 그저 제일이라니까.》

계명이가 훌쩍 올려뛰여 오팔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다독여주고 또 실팍한 겨드랑이도 살살 긁어주었다.

오팔은 아고고 죽갔다 엄살을 부리면서 계명의 손을 털어버렸다.

《야가 진짜 바람난 망녕과부처럼 노는구나, 허허. 얘, 이러다간 부정탄다.》

《쳇, 파승하고 장가든 사람이 녀자를 꺼리니 부처님이 웃다가 홍문터질 일이 아니유.》

《부처님 밑이 터지기 전에 내 무사니가 쏟아질가봐 걱정이다.》

《에- 참, 쌍소리군과는 애초 마주서지 말아야지.》

《옳다, 계명아. 오형하고 너하곤 애초에 궁합이 안 맞으니 상대말고 나와만 놀자. 바늘은 작아도 물에 가라앉고 통나무는 커도 물에 뜬다고 우리 계명인 작아도 여물어맺혀서 푹 가라앉아 자중하는데 체통이 황소같은 오형은 허풍덩이처럼 자꾸 둥 떠서 흐들거리니 사달이 아니냐.》

백손이가 이렇게 계명의 역성을 들자 또 오팔은 저대로 볼이 부어 백손이쪽에 대고 자기가 손때묻혀 키워온 동생을 얼려서 빼앗으려든다며 야단을 쳐댔다.

찧고불며 허물없이 갈갬질을 해대는 젊은이들을 지켜보던 유정은 허허 웃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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