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기이한 상봉

2

 

밤새 땡땡 얼어들었던 겨울하늘을 녹이며 해살이 가득 퍼지는 한낮 때였다.

풍막천으로 유개를 해씌운 마차 석대가 방울소리와 말발굽소리를 요란하게 올리며 교또시내를 벗어나고있었다.

맨앞에서 달리는 유개마차는 가또와 유정이 함께 탄 마차였고 그뒤를 따르는 두대의 마차는 량측의 수행원들이 따로 갈라탄 마차였다.

손문욱은 오늘도 몸이 여의치 못해 행차에서 빠지였다.

행인이 번잡한 북쪽도로를 십여리쯤 축내자 제법 란간까지 만들어 붙인 나무다리 세개가 연줄 나타났다. 다리를 건너 주막이 자리잡은 나직한 고개를 넘자 뾰족지붕을 쓴 민가가 촘촘히 널려앉은 초원끝에 기암괴석이 수림과 어울리며 절경을 이룬 야산이 나졌다.

그 야산쪽으로 오래도록 달리다가 이름모를 돌성이 아슴푸레 바라보이는 산기슭에서 마차들이 멎어섰다.

산등에는 귤나무, 유자나무, 소나무, 찔광이나무가 뒤덮이고 골안 벼랑들에선 폭포수가 쏟아지는 그만하면 경치가 좋다고도 할수 있는 곳이였다.

일행은 마차에서 내려 눈깔린 비탈길을 걸어올랐다.

가또는 유정이와 나란히 걸으면서 이곳에 일명 교또의 대사찰로 일러오는 천연사, 상국사, 건인사 등이 있다는것을 알려주었다.

남선사를 종사로 삼고 그다음에 대덕사를 두고 또 그아래로 이와 같은 사원들이 있다는것이였다.

한마장쯤 톺아오르자 새둥지처럼 아늑한 골안에 웅좌를 튼 큰 절간이 나졌다.

요시하찌가 가또와 유정이사이에 끼여들어 절간을 손짓으로 가리키면서 유정이한테 말했다.

《어떠시우? 마음에 듭네까? 본국에서 그중 유명한 동북사요. 조선원정에 나가 명성을 떨친 안고꾸찌 에께이도 이곳 동북사 퇴경암에서 도를 닦아 히로시마에 있는 안국사의 주지가 됐던거요. 승려노릇을 할바에야 이쯤되는 곳에서 해야지요. 승장이 원하기만 한다면 내 쇼궁사마께 상주하여 이곳 종사의 불왕자리를 하사하도록 하겠소. 한해수입이 50만석이고 숱한 주지들과 법사들을 통솔하는 호사로운 직책이요.》

《제발 사람을 웃기지 마오.》

어이가 없어 입을 쓰겁게 다시던 유정은 가또의 부하가 더이상 수작질을 못하도록 눌러치웠다.

《난 우리 나라 임금이 수천만근의 생산물과 수십의 관가와 군영들과 불사를 거느리는 삼도관찰사직을 하사하는것도 마다한 사람이요. 그러한 내가 만약 직권과 진상공물에 생심이 있다면 농토가 비옥하고 물산이 많은 조선에서 대관노릇을 하며 떵떵거리지 이 작은 섬나라에까지 힘들게 찾아와 고작해서 그 정도의 록봉을 받으며 불승이나 거느린단말이요? 소승은 권력과 재부엔 미련이 없는 사람이니 이후론 다시 그런 권고를 하지 마오.》

짭짤하게 한대 줘맞고도 요시하찌는 매집좋은 싸움군처럼 시물거리며 그냥 늘어붙어 지분거렸다.

《그러니 다사한 속세와 동떨어진 한적한 강호생활을 하시겠다는건데 아마 지우들도 그런 류의 사람들로 두고싶겠구려?》

《그 말만은 내 생각과 비슷하게 했소.》

《좋소, 그럼 오늘 승장에게 사궐만 한분을 하나 소개해드리지요.》

음흉한 미소를 짓던 요시하찌는 승벽심이 살아난듯 일행을 꽁무니에 달고 골짜기를 지나고 산릉을 타고넘으면서 어데론가 정신없이 가더니 절벽으로 둘러싸인 산자드락에서 멎어섰다.

그곳에는 좀전에 본 동북사보다 더 웅장하고 화려한 사원이 자리잡고있었다.

교또사찰들의 종사인 남선사였다. 건물들이 으리으리한 절간은 궁성의 대궐들만치나 컸다. 서너아름씩 되는 둥글나무기둥에는 황금을 입혔고 창문들은 다 무늬목각이고 서까래며 도리며 중방들엔 까만 옻칠을 해 사람모양이 어룽어룽 비치기까지 했다.

석탑이 우뚝 솟은 널직한 마당과 목탁소리가 울리는 법당안에서는 다홍색비단장삼을 품위있게 차려입은 년로한 법사들과 검은 도포 비슷한 먹베장삼차림인 불승들이 오가고있었다.

애젊은 불목하니로부터 시작하여 나이지긋한 지전에 이르기까지 가또와 마주치는 중마다 한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며 읍례를 표했다. 그들모두가 가또를 은근히 두려워한다는것이 첫눈에도 알리였다.

쌍미닫이문이 활짝 열려진 법당안에서 비단홍색장삼을 차려입은 고령의 법사가 틀스럽게 좌선을 한채 백팔념주알을 세여넘기며 웅얼웅얼 념불을 외우고있었다.

그가 불상을 마주하여 고개를 약간 숙이고있다나니 모상이 잘 알리지 않았다.

유정의 눈치를 흘끔 살피고난 가또가 먼저 퇴마루에 올라섰다.

《태장로님, 그간 귀체만강하셨소이까?》

가또가 문안인사말을 건드러지게 던지자 념불소리가 뚝 끊겼다.

이때껏 념불에 열중하던 로승이 천천히 상반신을 돌렸다.

은연중 호기심이 동해 법당안을 기웃이 들여다보던 유정은 그 풍채좋은 고령의 왜인법사가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어 자연히 시선이 끌리였다.

자기네 사원을 찾아온 낯선 객들이 누군가 하여 우무적 일어나서 밖을 내다보던 왜인법사도 유정의 얼굴에 시선이 못박히며 굳어졌다.

요시하찌가 두사람사이에 나서서 량쪽을 번갈아 소개했다.

《교또사찰들의 종사에 상거하시는 태장로인 시나지로스님이시오. 태장로님, 이분은 조선에서 사신으로 온 유명한 승장인 송운대사옵니다.》

《송운? 송운이라…》

나직이 되뇌이며 유정을 뚫어지도록 건너다보던 시나지로의 주름발 무성한 얼굴에 놀라움이 확 비끼였다.

《유정… 유정스님이 옳지유?》

《?!》

아연하여 굳어졌던 유정이도 차츰 눈이 커졌다.

그의 기억은 푸드득 날개를 쳐 수십년전세월에로 줄달음쳐가 한사람의 모상을 끄집어내여 시야에로 떠올렸다. 황악산 직지사의 법승이였던 설봉이다.

그러하자 유정은 경신(1560)년 여름철의 어느날 초저녁때의 일이 피뜩 상기됐다.

바삐 볼일이 생겨 근처 말사에 다녀오던 유정이 불가와 민촌을 경계짓는 고개마루에 올라서는데 길가에 홀로 앉아 아슴푸레한 륜곽으로 안겨오는 먼 촌락쪽을 바라보면서 소리없는 눈물을 짓고있는 한 중년기의 중이 눈에 띄였다.

그는 여러날전부터 유정의 문하에 들어 경문을 수양하는 설봉이였다.

설봉은 불가에 익숙되고 불법에 능통한것을 보아 여느 다른 사찰들에서 승려생활을 하다가 직지사로 온 사람이 분명했건만 자신의 전적에 대해선 일체 함구무언이고 오직 령남에서 수재승으로 떠받들리우는 유정에게서 문생노릇을 하겠다면서 자진해 직지사에 입적을 했었다.

조선의 령남지방에서는 그중 큰 사찰이라 할수 있는 직지사에서 결원중인 법무조실(교육을 맡은 중)을 대신하여 사미들에게 불경을 가르쳐오는 유정은 자기의 제자중이 당하는 심뇌를 외면할수가 없어 그의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건늬였다.

《설봉은 혹시 집생각을 하는게 아니시오?》

《그렇소이다, 선사님. 소승은 멀리 두고온 고향과 혈육들이 보고싶어 이럽니다.》

설봉은 유정의 순편한 인상에 끌려 제 속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 솔직성이 한층더 유정의 동정을 자아냈다.

《보아하니 승은 남다른 인생곡절이 있는 사람같은데 하여튼간에 일단 속세를 등진 이상 그 슬픔을 잊어야 하오.》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는게 사람의 정인가 봅네다.》

이렇게 웅절거리면서 번뇌를 쉽사리 털어버리지 못하는 설봉의 뻘겋게 살이 드러난 까까머리를 측은해서 굽어보던 유정이 짐짓 신중한 낯색을 지었다.

《그대는 정식으로 부처님의 세례를 받은 불승이 된지도 오래니 매사에 불법에 충실해야지 않겠소. 불법의 리치로 따져볼 때 사실상 나의 고국, 나의 부모, 나의 재산이란 있을수가 없다오. 불법에서 일체 번뇌를 일으키는 없애야 할 여덟가지 생각중에 고향과 부모친척을 생각하는 <친리각>, 나라를 생각하는 <국토각>, 문벌을 생각하는 <족성각> 같은것을 꼽고있는 까닭이 바로 그래서지요. 그 모든것에서 벗어나야만 일체 번뇌에서 해탈하여 열반에 이르고 장차 보살이 될수가 있는거요.》

그 말뜻을 심각해서 새겨들으며 고개를 수그리는 설봉을 한참 눈여겨보던 유정은 그에게 승은 어째서 산속에 들어와 중이 되였는가고 슬쩍 엇찌름을 했다.

그러자 설봉은 자기는 불쌍한 중생을 구제하는 자비와 이 세상을 경륜하는 리치를 체득하려고 입적했노라고 변명조로 중얼댔다.

그 소리가 유정을 은근히 격양시켰다.

《그것 보시오다. 자비의 화신이란 결국 보살님이고 우리 승려들이 세상을 대하는 리치도 무상무아인데 보살이 되겠다는 사람이 속세의 잡념에 휩싸여 눈물이나 짜고있으니 실로 잘된 처신이 아니지 않소.》

그 말에 설봉은 살갖 터실한 볼살이 뻘개지며 까까머리를 푹 떨구었다.

그날 유정의 꾸짖음에서 심히 자각을 했던지 그는 이후부터 잡념을 버리고 불경공부에만 전념했다.

그때 당시 마흔다섯살나던 설봉은 원래 웬간한 불경은 무불통달한 상태인데다가 천자문은 물론이요 4서5경같은 온갖 유학에도 정통한지라 일단 열성을 내며 달라붙자 한해사이에 조선의 기본 불종인 선종, 교종, 천태종 등 숱한 불경들을 체득해냈다.

그는 유정이가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아래였건만 이미 열여덟살때 벌써 불문에 정통하여 승과급제까지 한 그를 존중하며 그에게서 허심하게 가르침을 받았다.

유정이도 비록 나이는 퍽 들었으나 남들보다 두뇌와 열의가 비상한 그를 중히 여기며 특별히 품을 들여 폭과 심도를 다해 배워주었다.

스승인 유정은 25살이고 제자인 설봉은 45살로서 20년이라는 나이차이가 있었으나 오직 학구열에만 불타는 사람들이였던 그들에게는 결코 그런것이 구애로 되지 않았었다.

그 시절의 설봉법사의 잊혀지지 않는 모습과 지금 눈앞에 있는 늙은 왜승의 모습이 하나로 합쳐지며 꼭같은 한사람의 모상으로 확고해졌을 때 유정은 까무라칠듯이 놀라며 대척했다.

《옳소이다, 태장로. 이 몸은 오래전 그때 직지사에 일생을 의탁했던 한 중년배승에게 경문을 익혀준 유정이웨다. 헌데 이 웬변이시오? 바람에 날린 구름마냥 행적이 묘연해져 숱한 법승들의 애간장을 말리운 설봉이 왜나라의 대사찰에서 왜법사가 되여 왜인의 념불을 외우고있을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소그려. 어이하여 이곳에서 상거하시오?》

《허… 사유는 차차루 얘기하옵시다. 유정선사님! 그새 많이두 변했소이다. 련못가의 창포줄기처럼 싱싱하고 영근 밤알마냥 알차던 애젊은 선사가 이렇듯 반백의 수염에 덮인 로승이 됐구만요. 어허 참, 세월두 무정하지.》

시나지로태장로는 유정의 두팔을 잡아 어루쓸며 격세지감을 금치 못해했다.

그랬으나 유정은 여전히 반신반의의 태도를 취하며 정회에 잠기기를 서슴었다.

그들 두 도승의 놀라운 상봉은 주변사람들의 기분에도 이상한 파동을 일으켰다.

홍창해, 오팔이, 계명이 등의 조선사신호행원들은 늙다리 왜중이 저희네의 총수이며 고명도사인 유정스님의 제자라는 기막힌 사실에 억하 심정이 되여 혀만 찼고 가또네 일행은 《봐라, 우리 일본의 평범한 법사도 바로 너희들 도승과 사제간이니 우린 다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란말이냐?》 이렇게 으시대는 자세였다.

묘연하게 뒤엉키며 어성버성해지는 주변분위기를 시나지로태장로가 먼저 깨치였다.

《참, 이자 무슨 승병장이라 했지오다? 허니 유정선사께서 우리 일본군사들이 조선에 원정했을 때 소문을 낸 그 수염쟁이승군장수웨까?》

그 말에 유정이 흠칫 몸을 떨었다.

《우리 일본군사들이라구요?! 그럼 태장로윈 본족이 일본인이요?》

《옳소이다. 난 본래 일본사람이옵니다.》

《헌데 어인 연고로 해 그때 조선에 와서 승려생활을 했소?》

《천리장성에 못지 않을 그 수다한 인생담을 어이 짧은 겨울해아래서 다 얘기할수가 있으리까. 우리 어쩌다 수십년만에 모처럼 만났는데 하루밤 동숙하며 회포나 나눕시다.》

시나지로가 다정스러운 안색을 지으며 유정의 손을 잡아 상방쪽으로 끌었으나 유정은 그를 가볍게 뿌리치고 그 자리에 밑둥박힌 나무처럼 서있기만 했다. 자기의 시야를 가득 채우는 가사걸친 고령의 승려가 일순간 사악스런 늙다리 왜중으로 느껴지다가는 또 다음순간에는 기억속에 인박힌 사려깊고 박식하던 조선의 법사로 뒤바뀌군 하여 그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갈피를 종잡을수가 없었던것이다.

절로 심중이 복잡해져 저으기 방황모색을 하던 유정은 품속에서 흰 명주천으로 손바닥 절반정도 되게 싼 물건을 꺼내들었다.

천을 펼치니 돗바늘모양의 솔잎 세개가 드러났다. 조국을 떠나기 전 묘향산의 휴정스님이 보내준 조선의 정기가 어린것이였다.

그 푸른 솔잎을 입언저리에 대고 가슴뭉클해지는 향내에 잠시 취해있던 유정은 묘향산이 있는 먼 서북쪽하늘가를 우러르며 웅절웅절 웬 념불같은 말을 외웠다.

조국에 있는 스승인 서산대사와 심중의 대화를 나눈것이다.

드디여 유정은 살갖에 닿은 솔잎의 따끔스러운 자극을 통해 스승의 가르침을 하달받았다.

그 찰나 그의 턱수염이 희끗 나붓기며 입안에서 근엄한 음성이 튀여나왔다.

《우리 둘중에 누구든지 선택을 달리하기 전엔 융합이 만무하외다. 내가 조선중이기를 그만두고 옛 제자와의 연고에 말려들든지 아니면 태장로가 왜인이기를 그만두고 옛적의 설봉법사의 모습으로 돌아와 이 선승과의 우의를 이어가든지 하는것이지요. 이 몸은 기필코 조선의 중으로 살 사람이니 만약 태장로까지도 불변할 의지라면 우린 노상 남남으로 지냄이 마땅할뿐이외다.》

유정의 적의가 비낀 선고를 아연해서 듣고난 시나지로는 낯빛이 휘뜩 달라졌다. 시나지로의 주름에 덮인 눈확안으로 옴폭하니 잦아든 외씨같은 뿌연 갈색눈에서 실망과 노기가 벙끗벙끗 쏟아져나왔다.

자고로 글공부를 먼저 하여 세상리치를 앞서 터득한 사람이 뒤에 알 사람을 깨우치는것은 민생을 계몽하는 도리이고 후에 태여난 사람이 앞서 인생살이를 한 선배의 공적을 아량있게 인정하고 그의 경험과 교훈을 참작함은 마땅한 례절이라 했거늘 어이 이다지도 불륜스럽게 도의를 거스를수가 있단 말인가?

시나지로는 이러루하게 올꼬이는 감정으로 인해 속이 쭝해져 옛 선생인 유정에게 나이먹은 재세를 하며 막 성을 냈다.

《으흠, 우리 불가에는 국경과 국적을 가리는 경문이 없소이다. 선사님은 과히 살망스럽소그려.》

이러해 둘사이는 의연히 당장 불꽃이 튕길 정도로 팽팽해졌다.

한편 가또네는 괴이쩍게 번지는 그러한 광경을 모르는척 하다가 슬며시 법당을 떠나 곁채로 돌아가 경당구경을 했다.

한가로운 유람객마냥 두손을 뒤짐진채 이름모를 보살상들이 웅기중기 놓여진 실내를 두릿두릿 살피며 거닐던 가또는 기분이 좋아져 혼자 능글거렸다.

요시하찌도 실로 기이한 연고를 가진 두 도승의 상봉을 품들여 마련한 진목적이 바야흐로 이루어지게 됐다며 제켠에서 들떠 흥떡거렸다.

《임자생각엔 어떤가? 오늘 일이.》

《저 코대 센 수염쟁이중한테 커다란 정신적충격으로 될것이옵니다.

그가 자기의 옛 제자한테 되게 줘맞아 얼떨해졌을 때 슬쩍 뚱기치면 뿌리뽑힌 나무처럼 영낙없이 넘어갈것이옵니다. 말대가리를 삶으면 그 귀와 눈알과 혀는 저절로 익듯이 아마 그 도승만 휘여내면 여느 곁다리들은 제김에 스러지고말것이옵니다.》

《음…만사가 그처럼 쉽사리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나. 여하튼 저 기연기봉의 상면이 우리 일을 성사시키는데 어지간한 조건을 지어줄수는 있으나 완전한 통수로는 못될걸세. 단번에 넘겨뜨리기엔 우리의 상대가 과히 강하거던.》

이렇게 대척하는 가또의 세모진 눈가에 기연가미연가하는 기색이 엷게 서려돌았다.

그러하자 요시하찌도 기세차던 겉표정을 지우며 난감한 투로 나왔다.

《헌데 우리 일본불가의 대법사인 태장로가 조선중의 제자승이라니 어쩐지 기분이 상하옵니다.》

《그렇긴 하네만 어쩌겠나, 대업을 위해 량해하고 넘어가야지.》

그날 오후 늦어 가또네는 번거로움에 휩싸인 금강산 중을 되싣고 득의만면하여 성안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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