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1
《여 용세동무, 무슨 소식 못 들었어?》
《무슨 소식? …》
방금 전투직일근무를 교대하고 비행기에서 내린 유진혁은 마침 저쪽에서 마주오는 차용세를 띄여보자 불쑥 이렇게 물었다.
아닌밤중에 홍두깨내미는 격으로 던진 물음이라 차용세는 오히려 눈이 떼꾼해지며 마주보았다.
그들 둘은 비행군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한날한시에 이 비행부대에 배치받은 추격기비행사들이였다. 둘이 다 남자치고는 키가 좀 작을사 하지만 몸은 여간 다부지지 않았다. 철봉에서 대차같은것을 할 때 보면 팔과 온몸의 근육이 얼마나 단단하고 울뚝불뚝한지 체력교예배우들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 둘이 머리까지 꼭같이 뒤고 옆이고 빡 밀어 올리추고 웃머리를 손가락 한마디기장도 안되게 짧게 깎아서 비행모나 군모를 벗었을 때 보면 더 날파람있어보였다.
그들은 비행사침실의 한방에 량쪽으로 갈라 나란히 놓은 침대에서 코를 맞대고 몇년 잘 총각생활을 하다가 약속이나 한것처럼 한해전 같은달에 결혼식들을 하였다. 지금은 신혼생활로 깨가 쏟아지는 때이지만 둘사이의 동지적, 전우적우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부대에서나 동무들은 급히 유진혁의 일에 대해 알아보자다가 본인을 만나지 못하는 때면 차용세를 찾았고 차용세에게 또한 그런 경우가 있을 때에는 유진혁을 보고 알아보군 하였다. 그러면 별로 등탈이 없었다.
《무슨 소식이게?》
이번에는 차용세가 오히려 더 궁금한지 진혁이에게 다시 되물었다.
《아직 듣기만 하구 누구에게 발설하지 말라구.》
진혁은 사위를 둘러보았다. 저쯤 좀 떨어진 장소에 비행기정비를 나온 성원들이 모여있을뿐 가까이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이야. 이건 다른 일과 달라서 소문을 내면…》
진혁은 또 뒤다짐을 받는다.
《챠- 이 유진혁이 언제부터 이렇게 됐어? 장가를 들더니 사람이 달라진게 아니야?》
《장가야 뭐 나 혼자 들었는가, 동무도 들었지.》
《하긴 그렇긴 해.… 그런데 무슨 일이야?》
《이제 곧 중요한 전투임무수행을 위해서 비행편대들을 새롭게 구성한다는거야. 요즈음 적들이 우리 나라에서 인공지구위성을 발사하면 〈요격〉하겠다구 얼마나 미친듯이 발악하나. 실제로 이지스함이 기동해서 우리 나라 령해가까이로 다가오고 전략정찰기들이 뻔질나게 출격하고있지 않나.…》
《그야 무슨 비밀인가. 며칠전 강연회때 정치위원동지가 구체적으로 해설하지 않았어. 이번에 적들이 감행한 〈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연습의 침략성과 위험성에 대해서까지 말이야.》
《그게 비밀인게 아니라 선발하는 비행편대에 누가 뽑히는가 하는것이 아직 비밀이라는거지.》
《선발비행편대를 조직한다는게 사실이야?》
《그래서 내가 동무에게 묻지 않나? 무슨 소식을 못 들었는가구.…》
이야기는 시작점으로 되돌아갔다.
《동무 총참모부에 있다는 형님한테서 무슨 신호를 받지 않았어?》
《여 용세,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라두 그런 원칙성없는 말은 함부로 하지 말라구. 우리 형님이 터울이 뜬 나를 아버지맞잡이로 사랑하는건 사실이지만 사사와 공사를 못 가리는 일군같은가.》
《하긴 동무말이 맞아. 내가 잘못했어.》
차용세는 인차 자기를 뉘우치며 사과했다. 진혁은 씩 웃었다.
《사실은 어제 참모부에서 불러 갔더랬는데 거기서 부사단장동지랑 하는 이야길 귀동냥해들었단 말이요. 나한테도 비행년한이랑 지금까지의 실전훈련정형이랑 료해하길래 낌새가 다르구나 하는걸 느꼈는데…》
《그러구보면 정치부에서 무슨 중요한 동원회의 같은것을 준비한다면서 대대정치지도원동지랑 찾은것과 무슨 일맥상통한데가 있지 않아?》
《그래서 동무에게 묻는게 아닌가.》
둘은 자꾸 머리를 기웃기웃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나 누구한테서도 시원한 소리는 없고 오히려 알쑹달쑹해졌다.
그러는데 저쯤에서 대대장이 그들을 띄여보고 불렀다.
코가 뭉툭하고 입술이 두툼한 그는 웬간해서는 비행사들을 먼데서 소리쳐 부르는 일이 없었다. 자기가 달려오거나 누구한테 시켜서 전달하게 했다. 그는 여느때없이 불러놓고는 머리를 수굿하고 무슨 생각에 잠겨있었다.
한손에 항법지도가 든 가방을 들었는데 흥분할 때 하는 버릇대로 다른 한손으로는 코방울을 자꾸 훔쳤다. 진혁이와 용세가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하며 보고하려 하자 대대장은 한손을 들어 제지시켰다.
《진혁동무, 안해가 돌아왔소?》
《예?》
《평양으로 갔다던 안해가 돌아왔나 말이요.》
대대장은 여전한 얼굴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너무도 생각밖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이였다.
진혁은 얼굴이 확 붉어지며 당황해하였다. 장가간지 1년밖에 안되지만 대대장이 지금까지 안해나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에 대하여 물은적은 한번도 없었던것이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진혁은 부끄럼을 타며 주눅이 들어 대답했다.
《산원에 들려보겠다고 했다지?》
《거기에도 가보고 입원해있는 형수 병문안하겠다고 했는데…》
《총참모부에서 일하는 형님 말이요?》
《형님이 아니고 형수 말입니다.》
《글쎄 형수…》
《예.》
《용세동문 안해가 집에 있소?》
《제 처도 함께 갔습니다.》
차용세가 진혁이를 흘끔 훔쳐보며 역시 주접이 든 소리를 하였다.
《잘은 한다. 나는 동무네 둘이만 쌍둥이처럼 붙어다니는줄 알았더니 안사람들도 마찬가지군. 하긴 동무들이 지난해 같은 달에 결혼했으니 산원걸음도 같을수밖에… 허허 참, 좋은 일이지.…》
대대장은 좀해서 웃지 않는 성미인데 오늘은 기분이 좋은지 소리내여 웃었다. 그리고나서 아까처럼 코방울을 만지작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진혁이와 용세는 좀 싱거운 생각이 들었다. 진혁이는 말을 못 붙이고 차용세가 용기를 내여 한 둬걸음을 뗀 대대장의 등뒤에 대고 물었다.
《대대장동지, 우리 집사람한테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일? 무슨 일?》
대대장이 걸음을 뚝 멈추고 머리를 돌렸다. 오히려 웬일인가고 묻는 표정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엉- 이제 다 알게 되오. 참, 동무들도 이제 들어가서 침실에서 휴식하다가 련락이 있으면 다 모이는걸 알지?》
《모릅니다.》
《몰라? 챠, 난사로군. 그렇게 빈틈이 없다던 부대대장이 어떻게 된거야?》
대대장은 팔목시계를 보았다. 급한 걸음인지 다시 가던쪽으로 돌아서며 일렀다.
《어데 나다니지 말고 가서 다른 동무들과 함께 기다리오.》
그리고는 늦은 걸음을 봉창하려는지 지휘부청사쪽으로 뛰여갔다.
《여 용세동무, 이거 어떻게 된거야? 점점 더 아리숭하구만. 대대장동지가 우리 집사람들이 평양에서 돌아왔는가 하는건 왜 알아볼가?》
《지휘관이니까 다 알구있기야 해야지.… 그만큼 내 걸음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보고싶어요.〉, 〈형수병문안 해야 돼요.〉, 〈산원에도 들려보아야지요.〉하며 호들갑을 떨더니…》
진혁은 안해가 앞에 있으면 손가락으로 고 오똑한 코라도 튕겨주려는지 한손을 쳐들고 차용세에게 한걸음 다가셨다.
《나보군 왜 이래?》
《내가 뭐 어쨌는가, 허허참.…》
《나도 잘못했어. 산골내기인 우리 처는 집이 평양인 동무 처와 같이 가야 구경을 실컷 한다면서 기어이 따라나섰는데 그 몸으로 뚱기적거리며 어데를 다니며 구경한다구…》
《정세가 긴장한데 비행사의 안해들이 한가하게 구경이야 무슨 구경을 다니겠는가. 사실이야 해산날이 오래지 않은 녀자들이 속내를 다 터놓을수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거겠지.》
《동무는 그런것까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이제 곧 아버지가 되겠는데 그쯤한거야 알아둬야지?》
《하하… 오늘 보니 이전 진혁이 아니구만. 혹시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준비때문에 찾은게 아닐가?》
《정세가 이렇게 긴장한 때에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이란건 또 뭐요?》
《챠- 동문 혁명적락관주의가 없어. 아까부터 정세가 긴장하다 긴장하다 하면서 구경두 못한대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도 안된대.… 구데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는가? 적들이 날치면 우리가 족치고 가족들은 승리의 노래를 부르면 더 좋지 나쁠게 있는가. 그건 노래폭탄이라는거야.》
둘은 이렇게 흥야랴붕야라하며 여러가지로 추측해보았으나 종시 의문을 풀지 못하였다. 가서 휴식하면서 대기하라던 대대장의 당부도 있고 해서 걸음을 빨리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였다.
총참모부에서 박두성중장이 부대에 내려왔다. 유진철대좌와 몇명의 성원들도 함께 왔다.
이들보다 한발 앞서서는 공군사령부(당시) 책임일군들이 내려와있었다.
총참모부 일군들은 승용차에서 내리자바람으로 계단을 급히 올라 지휘부청사안으로 들어갔다.
부대장방에서는 한동안 무슨 중요한 문제가 론의되는것 같았다.
얼마쯤 있다가 청사에서 부대정치부장이 먼저 나오더니 곧바로 비행사들이 있는 비행강당으로 향했다. 늘 웃음을 띠고 사람들을 사근사근하게 대하는 일군인데 오늘은 그런 경황이 못되는것 같았다. 얼굴표정이 자못 엄숙하였다. 지나치는 군인들이 인사하는것도 다른 때와 달리 정색해서 바삐 받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비행사들이 대기하고있는 강당으로 가서 그들을 빨리 군인회관에 모이라고 했다.
《한명도 빠지면 안되겠소.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빨리 모이시오.》
그는 이 한마디를 하고 도로 나가려다말고 다시 안에 대고 물었다.
《가만… 누구 명옥동무를 본 사람이 없소?》
《…》
정치부장은 대답이 없자 빨리 모이라는것을 또 한번 강조하고 오던 때처럼 총총히 제 먼저 군인회관으로 걸어갔다.
《1대대 모엿!》
《2대대 모엿!》
여기저기서 구령소리가 울리고 대오를 정렬시켰다.
저쯤에 있던 진혁이가 사방을 휘둘러보다가 차용세를 발견하고는 급히 다가왔다.
《보라구. 내 말이 맞지?》
《동무짐작이 비슷한것 같애.》
《비슷한게 뭐야? 딱소리가 나게 들어맞지. 그런데 오늘 가족을 찾는 일군들은 왜 이렇게 많아? 방금 정치부장동지도 명옥동무를 못 봤냐고 하지 않나.》
《글쎄말이요.》
둘은 어깨를 맞대고 걸어나오면서도 계속 수군거렸다.
《동무들은 뭐요? 빨리 움직이라는데…》
벌써 마당에 나가선 비행부련대장이 그들을 보고 소리쳤다. 진혁이와 용세는 흠칫하며 서로 떨어져서 뛰여갔다.
《진혁동무, 출발하면 노래를 떼오. 우렁차게.》
비행부련대장이 대렬에 들어서는 진혁이에게 한마디 더 하였다.
비행사들이 정렬하자 부련대장은 그들을 인솔하고 군인회관으로 향했다.
척척척척척 발걸음 우리
2월의 정기 뿌리며 앞으로 척척척
발걸음 발걸음 힘차게 한번 구르면
온 나라 강산이 반기여 척척척
…
비행사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석양이 짙어가는 하늘가로 메아리쳐갔다.
이 노래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막을수 없는 힘으로 어느새 전군의 부대와 구분대, 초소마다에서 우리 인민군장병들의 심장을 틀어잡고 절절하게, 우렁차게 울려퍼지고있었다.
그때 박두성중장과 일행이 항공부대 지휘성원들과 함께 청사에서 나왔다. 그들은 저쪽에서 대렬합창을 힘차게 하며 씩씩하게 행진해오는 비행사들을 한참이나 미덥게 바라보다가 먼저 군인회관안으로 들어갔다.
군인회관안에는 벌써 부대지휘부 일군들과 군관들, 군인들이 꽉 차있었다. 무대와 면한 제일 앞 중심좌석만 비여있었다. 비행사들의 자리로 남겨놓은것 같았다.
비행사들이 일렬로 회관안에 들어서자 장내의 눈길이 일시에 그들에게로 쏠렸다. 비행사들은 그렇게 인원들이 다 자리를 차지하고있는줄을 모르고 들어섰다가 첫 순간에는 놀라고 당황해하였다. 어떤 비행사들은 그것이 미안해서 허리를 구붓하고 조심스럽게 걸었다.
《비행사동지들은 여기 앞으로 나오시오. 자리를 따로 내놓았습니다.》
그러는 그들을 앞에서 자리정돈을 맡은 부대정치부 일군이 친절하게 손을 들어 좌석을 가리키며 알려주었다.
비행사들은 더 송구해하며 어쩔바를 몰라했다.
비행대대 정치지도원(그들도 비행사였다.)들이 옆으로 삐여져나와 뒤를 돌아보며 자기 대대 비행사들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독촉했다.
《동무들, 빨리빨리.》
《행동을 빨리 하시오.》
유진혁과 차용세는 마주보며 싱긋 웃었다. 얼굴이 몹시 상기되여있었다. 공군부대에서는 어데 가나 비행사들이 우대를 받지만 오늘따라 더한것 같았다.
뒤에서 앞좌석에 앉은 비행사들을 보고 서로 소곤소곤하는 축들이 많았다.
비행사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인차 무대로 박두성중장과 공군부대 책임일군들이 나왔다. 유진철대좌도 있었다. 부대책임일군이 연탁에 나와서 오늘
비행사들과 부대군관, 군인들이 모이게 된 취지를 알려주었다. 그는 얼마전 적들이 《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연습을 미친듯이 벌리는것과
관련하여 우리 공화국의 하늘과 땅, 바다에 단 한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가차없이 무자비하게 징벌할데 대하여 하달한 조선인민군
《침략적이고 극히 모험적인 전쟁연습을 미친듯이 벌리면서 우리 공화국을 위협하는것으로도 모자라 미제와 일본반동들, 괴뢰호전광들은 우리의 평화적인공지구위성까지 〈요격〉하겠다고 미쳐날뛰고있습니다. 미제와 일본반동들은 이미 대공미싸일들을 탑재한 이지스구축함들을 우리 나라 령해가까이로 출동시켰으며 정찰위성들의 주야 24시간 집중감시와 전자정찰기들의 공중정찰도 모자라 남조선과 일본, 얼래쓰커 등 우리 나라 주변에 있는 제놈들의 모든 전파탐지소들을 가동시키고 군대와 경찰들을 전투태세에 진입시켰습니다.
동무들, 적들의 이러한 오만무례하고 날강도적인 행위를 수수방관할수 있습니까! 용서할수 있겠습니까!》
부대책임일군은 이렇게 그루를 박아 묻고 회관안을 한번 휘둘러보았다. 눈에서 불찌가 튕기는것 같았다. 장내에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바늘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듯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조선인민군
이 말이 있자 장내에서는 갑자기 우뢰치듯 하는 요란한 박수가 터졌다. 모두가 이발을 꽉 억물고 어깨를 들썩들썩하며 손바닥이 터져라 두드렸다.
부대책임일군이 같이 박수를 치다가 왼손주먹을 입가에 가져다대고 몇번 가벼운 기침을 하는 동안에도 박수는 계속되였다.
《총참모부에서는 적들의 무모한 도발책동을 말로써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철저히 짓부시고 소탕해버리기 위하여 중대한 전투임무를 우리 부대 비행사들에게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또 요란한 박수가 터졌다. 이번에는 앞좌석에 앉은 비행사들이 약속이나 한것처럼 자리를 차고 일어서기까지 했다. 뒤따라 회관안을 꽉 채운 군관, 군인들이 일어나 장내가 떠나갈듯 호응하였다.
《이번 전투임무는 주체조선의 존엄과 명예를 걸고 백두산혁명강군의 총대맛이 어떤것인가를 세계면전에서 적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어야 할 매우 중대한 임무입니다.
《만세!-》
《만세!-》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또다시 터져올랐다.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신
《
2대대 정치지도원이 주먹을 높이 쳐들고 비행사들을 둘러보며 고동구호를 웨쳤다. 장내가 주먹을 굳게 틀어쥐고 화답호응하였다. 장내가 움씰움씰하고 열기가 확확 풍겼다. 활화산이 폭발한듯 끓어번졌다.
비행사들의 두눈굽에서는 물기가 번뜩이더니 뜨겁고 맑은것이 두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누가 선창을 뗐다. 노래가 울려퍼졌다.
사나운 폭풍도 쳐몰아내고
신념을 안겨준 김정일동지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고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
…
서로 팔을 낀 진혁이와 차용세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격정이 너무 북받쳐올라 어깨를 떨며 도간도간 흐느꼈다.
그들만 그런줄 알았는데 맨 앞줄 저쪽에 자리잡은 대대장과 대대정치지도원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이며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장내가 진정된 다음 부대장이 이번 전투임무수행에 참가하게 될 비행사들의 명단을 발표하였다. 이름이 불리울 때마다 비행사들이 한명한명 일어나 힘있게 대답하였다. 이름을 부르는 시간이 몇초밖에 되지 않았으나 진혁은 천년같이 느껴져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귀를 강구었다.
드디여 《유진혁.》하는 호명소리가 들리자 그는 껑충 뛸것처럼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차용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그들은 긴장을 풀고 자리에 앉아 서로 부둥켜안으며 이마를 맞비볐다.
앞줄 저쪽에 앉은 대대장이 한손으로 코방울을 연방 쓸며 그들쪽에 대고 엄한 눈길을 보냈다. 둘은 눈이 마주치자 인차 자세를 바로하였다.
명단발표가 끝난 다음 박두성중장이 이번 전투임무를 성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훈련을 래일부터 시작하게 된다는것과 이번 임무의 중요성으로 하여 총참모부의 유진철대좌가 함께 행동하게 된다는것을 알려주었다. 무대우에 앉았던 지휘성원들이 나간 다음 아까 장내를 정돈시키던 군관이 나서서 래일 아침 훈련장으로 떠나는 비행사들을 환영하는 사업이 있으니 지휘부군관들과 직속구분대 군인들은 시간을 어기지 말며 비행사가족들은 더 말할것 없고 전체 군관가족들도 참가해야겠다고 알려주었다.
그제야 유진혁과 차용세는 아까 대대장이 자기들의 안해소식을 물은것이 무엇때문이였는가를 알았다.
안해가 집을 떠난것이 몹시 아쉬웠다.
진혁은 형수에게 전화를 걸어 안해를 빨리 내려오게 하든가 소식을 알려줄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형수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있는것이고 안해는 이젠 홀몸이 아니여서 이 소식이 주는 충격이 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던것이다.
모든것을 가슴속에 묻어안고 떠나리라 마음먹었다. 이번 길에서 세상을 놀래우는 위훈을 세우고 안해와 만난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과 행복, 그에게 바치는 큰 사랑이 어데 있겠는가.
그러면서도 그는 끝내 그날 밤 형네 집에만은 전화를 걸어보았다. 조카 철림이가 받았다. 안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삼촌엄마를 혹시 만나게 되면 일을 빨리 보고 내려와달라는것을 전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병구완을 잘하라는 부탁도 했다. 철림은 대답하는것이 좀 울먹울먹하는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