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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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 지금까지의 토론을 통해 우리모두의 의사가 한점에 일치된것 같소. 그럼 좀더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론의해봅시다.

용세동무, 거 지도를 좀 가져오오.》

비행대대장과 자리를 같이하고 앉은 유진철은 저쯤 좀 떨어진 곳에 동생 진혁이와 나란히 앉아있는 차용세에게 일렀다.

그랬는데 눈섭이 구핏하고 주먹코가 얼굴 한복판에 틀지게 들어앉은 대대장이 진중한 표정을 지은채 제먼저 벌떡 일어나 지도를 가져왔다.

지도가 있는 책상에 가려던 차용세는 자기가 한발 늦은것이 미안한지 짧은 지시봉 한개를 들고왔다. 눈치가 빠르고 가분가분하였다.

차용세와 진혁은 이번에 뽑혀온 비행사들중에서 제일 젊고 비행년한도 오래지 않은 축에 속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가슴에는 맑고 푸른 조국의 하늘을 통채로 맡아안은것과 같은 이름할수 없는 긍지와 영예감이 가득차있었다.

부대를 떠나올 때 부러워하는 동무들이 많았다.

진혁이는 그런 그들앞에서 겸손하려고 애썼다. 절대로 으시대지 않았다. 말이나 몸가짐, 행동거지를 점잖게 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안해앞에서 뻐기지 못한것만은 못내 아쉬워했다. 하필 이런 때에 그가 친정집으로 가다니, 자기가 승인하여 보낸것이지만 은근히 후회되였다.

진혁은 비행술이 뜨르르하고 경험이 많은 비행사들속에 햇내기나 다름없는 자기가 속했는데 이번기회에 많이 배워야 하겠다고 자신을 은근히 다잡았다.

지휘관들과 년한이 오랜 비행사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도 의도를 제꺽제꺽 알아차리고 눈썰미가 있게 행동하려고 애썼다.

그러면서도 그의 가슴속에서는 만만한 야심이 꿈틀거렸다.

어버이장군님의 품속에서 자란 조선인민군 비행사인데 내가 왜 다른 사람들보다 못하단 말인가. 이번기회에 훈련에서나 전투임무수행에서 조선인민군의 당당한 비행사라는것을 보여주고야말테다. 두고보라, 적들이 기절초풍하고 온 세상이 이제 이 유진혁이를 알게 되지 않나!

그는 은근히 별렀다. 그의 이런 꿈과 결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휘관들과 오랜 비행사들은 진혁이를 무척 사랑하였다.

《자, 다들 가까이 오시오. 이 지도를 봅시다.》

유진철이 차용세가 가져온 지시봉으로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지시봉끝에 빨간 표식을 해서 그것의 움직임이 인차 눈에 알렸다. 더러는 앉고 더러는 의자를 밀며 일어서서 머리를 수그렸다.

진혁이는 이번 전투임무수행과 관련한 일을 총참모부에서 내려온 형님인 유진철이 주관하는것으로 해서 더 자신을 다잡고 말이나 행동을 주의하였다.

유진철은 비행사들을 한번 둘러보고나서 입을 열었다.

《여기가 현재 우리가 차지하고있는 지점이요. 미제침략군 이지스구축함들은 여기에서 떠나 현재 이 계선에까지 왔다는 통보가 있소. 앞으로 우리 나라 령해가까이 ××키로메터계선까지 접근할것을 시도한다고 하오.

한편 이 지역 고공에서는 미제침략군 전략정찰기 RC-135가 비행하면서 우리 나라에 대한 정찰임무를 수행하고있소. 이뿐만아니라 미제와 일본반동들은 여기, 여기…》

지시봉으로 우리 나라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려 미제침략군정찰기의 비행지역을 표시하고난 유진철은 이번에는 태평양상의 섬들, 일본령토, 미국 얼래쓰커주에 있는 미제침략군 군사기지들을 정확히 하나하나 찍어갔다. 눈에서 정기가 번뜩이고 온몸에서 패기와 열정이 넘쳐났다. 모두의 눈길이 빨간색칠을 한 지시봉의 앞끝을 재빠르게 따라가며 익혔다.

여기에 있는 전파탐지소들과 요격미싸일체계들도 가동시켜놓았소. 적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우리가 인공지구위성을 발사하는 경우 운반로케트의 기관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조기경계기로 포착하며 그것을 공중과 지상, 해상에 있는 저들의 타격부대들에 알려주어 발사물체의 속도, 비행방향, 탄착지점 같은것들을 분석하여 알아낸 다음 요격한다는거요. 적들의 기도는 이렇소.》

유진철은 다시 잠간 숨을 돌리며 비행사들을 둘러보았다. 도두룩한 이마에 가는 땀발이 내돋고 얼굴전체는 좀 상기되여있었다.

《어리석은 놈들!》

유진철의 곁에 앉아있는 조영철이 두주먹을 꽉 틀어쥐였다가 쿵 하고 책상을 치며 분노를 터뜨렸다. 마주앉은 김철윤이도 눈에서 불이 펄펄 일었다. 얼굴은 갱핏한데 몸은 여간 다부지지 않았다.

일상때도 좀 발끈발끈하는 성미인데 지금 그는 누가 뭐라고 한마디 하기만 하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것 같았다.

종일 가야 한두마디 말밖에 모르는 저쯤에 앉아있는 항법사까지 유진철을 바라보며 한마디 하였다.

《파렴치한 놈들이 개꿈을 꾸는군.》

지금 비행사들의 가슴에서는 적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세차게 끓어번지고있고 그들이 여간 흥분하지 않았다는것을 잘 알수 있었다.

《아니, 이건 적들의 개꿈도 아니고 앞으로 예견해서 있을수 있는 정황도 아니요. 놈들은 이미 행동을 시작하였고 이 시각에도 부산스레 움직이고있소.》

유진철은 빙 둘러앉거나 서있는 비행사들의 흥분을 온몸으로 느끼며 지금 벌리고있는 작전전술훈련방안토론을 이끌어나갔다.

요즈음 그의 사색과 행동은 최고사령부로부터 받은 임무를 어떻게 하면 한치의 드팀도 없이 가장 철저하게, 가장 완벽하게 수행하고 승리의 보고를 드리겠는가 하는 일념으로 불타고있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 생각, 밥을 먹고 걸으면서도 그 생각뿐이였다.

적들을 가장 무자비하게 철저히 소멸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진철은 그동안의 훈련집행정형을 보고하기 위하여 총참모부에 올라갔을 때에도 자기의 생각을 그대로 내놓았다. 그리하여 훈련장소를 동해상공으로 이동하는 문제를 승인받았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빨리 새로운 훈련장소로 옮겨야 한다.

진철은 도착하자바람으로 《폭풍》신호를 내렸다.

비행사들은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새로 옮긴 비행장에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의 현지지도사적비가 정중히 세워져있었다.

진철은 비행사들과 함께 위대한 령도의 자욱이 새겨진 곳에서 받은 전투임무를 한목숨바쳐 수행할것을 맹세하는 결의모임에 참가하였다.

모임에서 비행사들은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 자기들의 절절한 심정과 불타는 맹세를 담은 다음과 같은 편지를 삼가 드리였다.

 

우리의 운명이시며 태양이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이시여

 

오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전투명령을 피끓는 가슴에 받아안은 ○○추격기비행련대 14명의 전투비행사들은 출격을 앞두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 삼가 이 글을 올립니다.

미일침략자들과 리명박역적패당이 우리의 인공지구위성발사문제를 놓고 감히 요격하겠다 어쩌겠다 하면서 분별없이 날뛰고있는 이 시각 적들의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데 대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전투명령을 받아안은 우리 14명의 하늘의 결사대원들은 드디여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한목숨바쳐 싸울 때가 왔다는 결사의 각오로 가슴불태우고있습니다.

언제나 우리 비행사들을 나의 비행사라고 하시며 조국통일을 위한 싸움이 일어나면 공군이 제일먼저 나가야 한다고 하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크나큰 신임과 믿음을 심장에 새기고 사는 우리들은 미제의 대형간첩비행기 《EC-121》을 단방에 쏴떨군 위훈높은 부대의 전통을 이어 적들이 감히 우리의 인공지구위성발사에 선불질을 한다면 한몸이 그대로 비행기와 함께 육탄이 되여 적구축함을 무자비하게 죽탕쳐버리겠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한목숨바쳐 싸우자!》, 《돌아올 연유대신 폭탄을 더 달라!》, 바로 이것이 우리 비행사들이 지닌 절대불변의 신념이며 의지입니다.

우리들은 설사 이 길에서 돌아오지 못할수도 있지만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구상하시고 존경하는 청년장군 김정은대장동지께서 직접 지휘하시는 영예로운 전투에 참가한다는 남다른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이번 전투명령을 육탄, 자폭으로 무조건 끝까지 수행할것을 최고사령관동지께와 대장동지께 굳게 맹세합니다.

다만 아쉬운것이 있다면 결전장으로 떠나면서 한없이 자애롭고 인자하신 존경하는 김정은동지를 뵈옵지 못한것입니다.

전투출동을 앞둔 우리 비행사들의 한결같은 념원은 오직 하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와 존경하는 김정은대장동지의 안녕과 건강입니다.

조국의 통일과 사회주의강국건설위업의 승리를 위하여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와 존경하는 김정은대장동지께서 부디 안녕하시기를 삼가 축원합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 만세!

존경하는 청년장군 김정은대장동지 만세!

조국이여, 길이 번영하라!

 

편지를 비행대대장이 선창하면 전체 비행사들이 따라 합창하였다.

그런 뒤 비행사들은 편지마감장에 자필로 자기들의 이름을 적었다.

그러고보면 지금 여기에 둘러앉아있는 비행사들중에는 받은 전투임무를 두고 걱정하거나 자기의 생명 같은것을 우려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애당초 그런것은 념두에 두지조차 않은 견결하고 미덥고 사랑스러운 하늘의 결사대들이였다.

이 시각 유진철은 일군으로서 자신을 포함한 이들의 맹세가 빈말이 되지 않도록 이끌어주며 이 투철한 사상정신적장약으로 한계를 모르는 타격력을 발휘하게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것을 통절하게 느끼고있었다.

아니, 그것은 책임과 의무이기 전에 총참모부일군의 본분이고 의리였다.

그 어떤 극악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조건에서도 임무를 원만히 수행할수 있는 작전전술방안과 전투행동조법, 비행술을 가져야 하며 그것을 짧은 기간에 련마하고 전투에 진입해야 했다.

《동무들, 누구든 좋소. 기탄없이 의견들을 말해봅시다.》

유진철은 비행사들을 또 한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자기도 의자를 끄당겨앉았다. 모두들 심각한 표정이였다. 곁에 앉은 대대장의 두볼이 이따금 푸들푸들 뛰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방안에 서렸다.

《한가지 나의 의견을 말할수 있습니까?》

다혈질이고 급한 성미인 주도기비행사가 제일먼저 일어섰다.

눈덕이 핑핑하고 눈에서 불찌가 튕기는것 같았다.

《어서 말해보오. 앉아서 말해도 좋소!》

《서서 말하겠습니다. 나는 여기 우리가 차지한 계선으로부터…》

그는 아까 유진철이 하듯이 지도에서 현재 비행대가 차지한 위치를 손가락으로 짚은 다음 그것을 바다쪽을 향해 금을 그어 내밀다가 또 한점을 짚고 뚝 멈추었다.

《…적들이 차지하려고 시도한다는 ××키로메터계선을 쑥 벗어나서 그 앞계선에서부터 타격하자는것을 제기합니다.》

《그러니까 아예 우리의 령해가까이에는 범접하지 못하게 하자는것이겠지?》

유진철의 곁에 듬직하게 앉아 턱을 슬슬 쓸며 그의 말을 듣고있던 대대장이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그렇습니다.》

머리를 끄덕끄덕하는 사람이 여러명 되였다. 차용세가 곁에 나란히 선 진혁이를 훔쳐보았다. 진혁이는 눈치를 못 채고 주도기비행사가 손가락으로 짚고있는 지점에 눈길을 박고있었다.

《연유문제가 제기되지 않겠소?》

마주앉은 다른 편대의 한 비행사가 얼굴을 들지 않은채 중얼거렸다.

《연유라는건?…》

주도기비행사가 그를 건너다보며 물음에 물음으로 응하였다. 좀 도전적이였다.

《우리가 지금 세운 방안에는 동무가 짚은 지점이나 계선이 아니라 거기보다 뒤계선에서 적들을 타격하고 되돌아왔다가 다음임무를 수행하게 되여있지 않소?》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요. 그 방안은 웃단위 지휘관, 참모부가 우리 비행사들을 귀중히 여겨서 돌아올 항로까지를 타산한것이라고 난 생각하오. 그렇지 않습니까. 대좌동지.》

유진철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야 그렇지.》

《그 말이 옳은것 같소.》

오히려 다른 비행사들이 대답했다. 그 어조에는 주도기비행사가 내놓은 안을 지지한다는것이 슴배여있었다.

《난 우리에게는 돌아올 연유가 필요없다는겁니다. 보조연유통대신 폭탄을 더 많이 달자는겁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적함선집단만이 아니라 흉계를 꾸미는 놈들의 본거지까지 들부셔버리자는것입니다.》

주도기비행사는 자기 말은 끝났다는듯 동무들을 또 한번 둘러보고 지도를 짚었던 손을 가무려 입에 대고 가벼운 기침을 몇번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렇지만 물음을 던졌던 비행사는 여전히 심중한 안색으로 지도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자기 의사를 표명하였다.

《난 철윤둥무의 안에 반대는 없습니다. 적들이 우리 령해가까이에 다가서기 전에 타격하자는데 대해서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타격하겠는가 하는데서는 좀더 구체적인 안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여보 창렬동무, 우리가 왜 있소? 우리 목숨이 무엇때문에 필요한가 말이요?! 총폭탄, 자폭용사가 되겠다고 맹세를 다진건 뭐요? 회의토론때나 쓰는 문구요? 그 맹세를 실천해야 할게 아니요!》

김철윤이 다시 발끈하며 격해서 소리질렀다. 앞으로 당겨 볼을 쓸던 손까지 약간 떨었다. 그런 때는 갱핏한 얼굴이 파릿해보였다.

《철윤동무, 흥분해서 그러지 마오. 총폭탄, 육탄, 자폭용사가 되겠다는건 동무만 아닌 여기 모인 우리모두의 신념이고 철석같은 의지요.》

《그럼 됐지 뭐가 더 필요하오?》

《속단하지 마오. 여기에 누가 자기의 목숨을 생각하며 임무수행을 주저하는 동무들이 있소? 우린 최고사령부가 준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살아돌아와서는 안되지만 죽을 권리도 없는 사람들이요. 그렇기때문에 단 한번의 실수나 사소한 빈틈도 절대로 허용할수 없단 말이요. 자폭이나 육탄으로 돌입하기는 쉽소. 그러나 전과도 없는 무모한 희생이나 실수를 낳는 자폭이나 육탄은 김정일비행대 비행사들의 전투품성이나 기질이 아니라고 생각하오.

우리모두 자폭, 육탄용사가 됩시다. 되되 적들이 상상도 못하고 기절초풍하게, 다시는 살아서 머리를 쳐들지 못하게 만드는 육탄, 자폭용사가 되잔 말이요. 나의 의견은…》

전창렬은 역시 간단치 않은 비행사였다. 부대적으로 생활은 더 말할것도 없고 조종술에서나 복잡비행, 사격에서 손꼽히는 비행사였다. 비행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던 그날의 자세로 10여년세월 하늘을 날고있다. 조국을 지키고있다.

그렇지만 자랑할줄도 뽐낼줄도 자만할줄도 모른다. 평상시에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수 없는 조용한 그이지만 지금처럼 동지들이 내놓은 대담한 안에 공감하고 그것을 지지하면서도 더 높은 요구를 제기하고있는것이다.

전창렬의 말을 다 듣고나서야 김철윤은 자기는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 못했다면서 머리를 긁적이였다. 그는 달아오르기도 잘 달아오르지만 뉘우치는데서도 허심했다.

그들의 론쟁을 주의깊이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던 진철은 오늘 이 기회에 비행사들에게 꼭 새겨주어야 할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유진철은 곁에 앉은 대대장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토론에서 좋은 안이 많이 론의되였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생각도 같습니다.》

《내가 한마디 해도 별일없을가요?》

《어서 그렇게 해주십시오.》

대대장이 코마루를 몇번 쓸면서 장내를 돌아보며 정돈시켰다. 서있는 동무들을 앉게 했다. 진혁이와 용세도 저쯤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진혁은 이번 임무수행을 위하여 내려온 총참모부 일군이 자기 형인것으로 하여 말이나 행동을 더 조심하는것 같았다. 그는 될수록이면 눈에 잘 띄지 않으려고 하였다. 진철이도 동생을 다른 비행사들과 꼭같이 대하였다.

비행사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정숙한 대신 진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반반한 자기 군복의 앞섶을 손으로 당겨보고 목단추가 벗겨지지 않았는가를 알아본 다음 진중한 표정으로 장내를 한번 둘러보았다.

《나는 동무들의 토론과 론쟁을 듣고 크게 감동되고 많은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꼭 말하고싶은 사연이 있어 일어섰습니다.

동무들이 다 알고있는것을 반복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요즈음 자주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의 이번 싸움은 적들과의 단순한 대결이 아니라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 주체조선의 자주권과 존엄을 지켜내는 더없이 성스럽고 책임적인 싸움입니다.

우리의 최고사령관동지는 조선의 힘이고 우리 조국의 존엄과 영광의 상징이십니다.

따라서 조선의 존엄을 지키는것은 곧 최고사령관동지의 높으신 권위를 지키는것으로 되며 그이를 결사옹위하는것으로 됩니다.

이렇게 놓고볼 때 우리가 지금껏 론의한 문제들이 기본상 견해일치를 보았지만 다시금 심장에 쪼아박고 사소한 부족점도 없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 동무들에게 영광스럽고 행복하게도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만나뵙고 그이로부터 받아안은 우리가 진행해야 할 모든 싸움들에서 반드시 지침으로 삼아야 할 가르치심에 대하여 강조하고싶습니다.》

장내는 물을 뿌린듯 조용하였다. 비행사들모두의 얼굴이 숙연해졌다. 진혁이와 용세는 서로 마주보며 한손을 꽉 잡았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유진철의 얼굴에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에 대한 그리움과 잊지 못할 추억이 비껴있었다.
 

×

 

록음이 짙어가고 바람조차 싱그럽던 초여름. 그날은 해빛이 유난히 밝고 어디선가 꽃향기가 짙게 풍겨왔다.

박두성과 총참모부의 몇몇 일군들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 영광스럽고 행복한 자리에는 유진철이도 있었다.

며칠전에 총참모부에서는 김정은동지께 새로 작성한 작전방안과 그에 따르는 전투문건들을 올렸다. 며칠밤을 새워가며 진지하게 론의하고 가장 좋은 안과 전투방법들을 완성하였던것이다. 이 일에 참가하였던 유진철이도 어지간히 자신심을 가지고있었다.

하면서도 김정은동지께서 어떻게 평가하실지 몰라 한편으로는 가슴을 조이기도 했다.

일행은 아스팔트포장길을 한참 달려 아담한 어느 한 건물에 도착하였다.

옷매무시를 바로잡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기다리던 참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오.》

김정은동지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인민군지휘성원들 한사람한사람을 따뜻하게 맞아주시였다.

그이의 밝으신 존안과 온몸에서 약동하는 젊음, 빛발치는 예지, 령장의 슬기와 기백, 끝없는 인자함이 방안에 차넘쳤다.

《진철동무도 왔구만. 오래간만이요. 박두성동무를 통하여 총참모부에서 일하고있다는 소식은 들었소. 일이 몹시 바쁜 모양이구만. 군사대학에 다닐 때보다 얼굴이 좀 축간것 같소.》

《아닙니다. 저는 건강합니다. 대장동지께서…》

진철은 인사조차 미처 올리지 못했는데 그이의 이런 따뜻한 말씀을 받아안고보니 송구함을 금할수 없었다.

《아직 일을 많이 해야겠는데 건강에 주의를 돌려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진철의 안해며 딸 철림이의 안부까지도 다정히 물으시였다.

황송하고 더욱 감격이 북받쳐서 이번에도 대답을 똑똑히 올리지 못하였다.

《자, 가까이들 오시오. 동무들이 만든 작전방안과 전투문건들을 보았습니다. 그동안 이 문건들을 완성하느라고 수고들이 많았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작전탁우에 펴놓은 지도에 눈길을 주셨다가 지휘성원들을 둘러보시였다. 주머니에서 수첩과 원주필을 꺼내들던 박두성의 두툼한 입술이 벙싯 열렸다. 헤아려주는 말씀에 어린애처럼 마음이 들뜨는 모양이였다. 그렇지만 잘되였다고 하시겠는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시겠는지 조마조마한 심정이 없지 않았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전략전술적의도에 맞게 작전방안과 전투문건들을 작성하느라고 머리를 많이 쓰고 연구를 깊이 하였다는것이 알립니다. 먹은 소가 힘을 쓴다고 진철동무랑 그동안 군사대학에서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하고 부대들에 나가 현실체험이랑 직심스레 하더니 이 방안과 문건작성에서 자기의 실력을 잘 발휘한것 같습니다.》

《이번에 대담하게 부대들에서 지휘관, 참모부일군을 하다가 군사대학을 나온 젊고 쟁쟁한 실력가들을 인입했는데…》

김정은동지의 칭찬에 박두성이 아까보다 한결 더 마음이 흥그러워져서 함께 온 동무들을 돌아보았다.

일행은 활짝 웃지는 못하지만 어려움은 한결 가셔져서 우선우선한 얼굴들이였다.

《그건 좋은 일입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가르쳐주신것처럼 현대전은 두뇌전이며 지휘관의 머리싸움입니다. 신념이 강하고 군사전략전술적안광이 넓고 머리가 픽픽 도는 배짱이 센 군사가들이 있어야 합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마음의 긴장을 풀고 말씀에 심취된 그들을 정겨운 시선으로 바라보시였다. 그러시다가 다시 펴놓은 지도에 시선을 옮기시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박두성동무, 내 한가지 물읍시다.》

《예.》

박두성이 뜻밖의 부르심에 수첩에 부지런히 적던것을 뚝 멈추고 자세를 바로하며 대답하였다.

《총참모부에서랑 현대전의 본질에 대하여 어떻게 규정하고있습니까?》

《현대전의 본질 말입니까?》

박두성이 더욱 놀라며 외람된다는것도 잊고 어마지두 그이의 말씀을 되받아외웠다.

《군사학계에서 론하는 일반론은 피하고 우리 인민군지휘성원들의 견해를 좀 알자고 그럽니다.》

《현대전은… 립체전이고 전자전, 심리전 등 그 모든것의 총체라고…》

이렇게 말꼭지를 떼기는 했으나 박두성은 방금전 자기가 그이의 말씀을 되받아외운것이라든지 지금 하고있는 대답이 다 무척 외람되고 무엄하기까지 하다는것을 느꼈다.

(뉘앞이라고 극히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현대전의 본질에 대하여 루루이…)

가슴이 선뜩하였다.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서 자신이 시작했던 말을 인차 가무렸다.

《허허한다하는 군사가들에게 너무 뻔한걸 묻는게 아닙니까? 그래서 대답하기를 힘들어하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박두성은 수첩을 든 손을 다시 곧추 펴며 어쩔바를 몰라했다.

《그럼 한가지만 더 물읍시다. 긴장해할건 없고 그저 동무들이 생각하고있는 견해를 그대로 말하면 됩니다. 누구에게나 언권을 줍니다.》

그이의 존안은 여전히 밝고 따뜻하였다. 그이께서 자기들의 두뇌와 지혜를 한껏 계발시켜 군사가로서의 안목을 더 넓혀주려 하신다는것을 깨닫게 되자 지휘성원들의 가슴은 더욱 설레였다.

《새 세기에 들어와서 미제가 중동지역에서 감행한 이라크전쟁이나 최근년간 적들이 벌리고있는 침략책동에서 우리가 주목을 돌려야 할것이 어떤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방안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정숙하였다.

또다시 긴장해진것이였다.

《점수는 매기지 않을테니 기탄없이 이야기들을 해보시오.》

김정은동지께서는 앞에 작은 탁이 놓여있는 쏘파에 가앉으시였다. 지휘성원들도 앉게 하시였다.

잠시후에 한사람씩 일어나 견해를 발표하였다.

이라크전쟁때 미제는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정탐위성뿐아니라 수많은 간첩들과 요원들을 그 나라에 파견하여 이라크지도부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하였다. 또한 그 나라 지도부와 국민들사이에 리간을 조성하기 위한 심리모략전을 집요하게 벌렸다. 전쟁시작도 순항미싸일로 대통령인 싸담 후쎄인의 거처지를 타격하는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지휘성원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렬거하였다.

유진철은 자기도 일어나 이라크전쟁때와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벌어진 전쟁행위와 관련한 견해를 말씀올렸는데 어쩐지 마음속에 구름이 짙게 끼는것과 같은 심리가 작용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것이 분명 자기들이 작성한 작전방안이나 전투문건과 관련되는것이겠는데 꼭 찍어 무엇이라고 말할수 없는것이였다.

안타까왔다.

김정은동지의 거듭되는 물으심을 받아안는 순간 그의 머리속에서는 얼마전에 읽은 한 군사도서의 글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때는 그 부분 문구들을 도서에서 쓴 례컨대 불의성보장이나 전자전, 심리전과 같은것들보다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부각시켜 사색해보지 못한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이께서 계발시켜주시는 물음을 받아안은 지금에는 왜 그 책의 그 문구가 이렇게도 크게 확대되여 또렷하게 안겨오며 가슴을 두드리는것인가.

《…

현대전쟁사는 교전쌍방간에 육체적소멸에 앞서 정신적의지를 말살시키는데로 지향되고있다. 현대전에서 이 요구는 날이 갈수록 커가고있다.

여기에서 가장 리상적인 방법의 하나는 상대측의 지휘중추를 최우선 장악하거나 타협에 이르도록 하는것이다.

이로부터 상대측을 타승하기 위한 작전방안에서 가장 중시되는것은 지휘체계이다. 국가의 최고위급인물들과 그와 관련되는 지휘, 조종, 통신체계들이 포함되는 지휘체계는 전쟁의 최우선타격목표로 되여야 한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검토해주신 이 방안과 문건들에는 확실히 무엇이 결여되여있다. 중요한것을 놓치고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유진철은 머리가 욱신거리고 가슴이 홧홧 달아올랐다.

《동무들의 분석이 비교적 정확한것 같습니다. 박두성동무나 유진철동무들의 대답을 들어보니 이라크전쟁뿐아니라 최근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있는 적들의 책동이 여러가지 각도에서 분석되고 군사도서들도 많이 읽고 참고하고있다는것이 알립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둘러앉은 인민군지휘성원들이 자기 의사를 충분히 발표하였다고 생각되자 다시 말씀을 시작하시였다.

《중요한것은 다른 나라들의 전쟁경험이나 교훈, 미제를 우두머리로 하는 적들의 침략전쟁수법에서 우리가 무엇을 꿰뚫어보고 놓치지 말아야 하는가 하는것입니다.

다시말하여 조선혁명수행에서, 이제 우리가 치르게 될 조국통일대전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문제점들을 옳게 찾아쥐는것입니다.》

김정은동지의 말씀은 천근무게를 가지고 지휘성원들의 가슴을 울려주었다.

《미제를 우두머리로 하는 적들은 다른 나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 나라에 대해서도 우리의 최고사령부를 제거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있습니다. 적들의 이러한 책동이 전쟁시기에는 더욱 로골화되고 절정에 이르게 되리라는것은 불보듯 명백합니다. 제기된 자료에 의하면 미제는 앞으로 전쟁이 일어나면 핵, 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륙무기들과 최신식군사장비들을 동원하여 선제공격으로 수뇌부마비작전 벌리려 하고있습니다. 미제는 어리석게도 이러한 수뇌부마비작전이 전쟁초기에 우리를 때이른 굴복에로 유도할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도라고 하면서 이 작전에 가장 높은 수준에서 준비된 타격집단들과 위력이 큰 타격수단들을 동원하려 하고있습니다.》

따뜻한 미소와 자애로움이 넘쳐나던 김정은동지의 존안에서는 서리발이 번뜩이였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인민군지휘성원들도 자리를 차고 따라 일어났다. 모두가 두주먹을 꽉 틀어쥐였다, 유진철의 손바닥에는 땀까지 즐벅하게 내배였다.

《동무들! 미제가 공격의 주되는 화살을 최고사령부에 돌리고있는 조건에서 우리가 이제 치르게 될 조국통일대전의 모든 작전과 전투는 마땅히 수령사수전으로 일관되여야 합니다.》

수령사수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위대한 김정일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구호는 회의나 행사때 부르는 구호가 아니라 우리모두의 신념의 구호, 실천의 구호로 되여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작전과 전투를 수령사수전으로 일관시킨다는것은 수령사수에 제일 선차적인 관심을 두고 작전과 전투를 조직준비하며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최고사령부를 노리는 적들의 책동을 제때에 짓부셔버리는데로 모든 력량과 기재, 수단과 방법을 지향시키고 복종시켜나간다는것을 의미합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조국통일대전의 모든 작전과 전투는 순간순간 우리의 최고사령부를 노리는 적들의 책동을 제때에 짓부셔버리고 놈들을 무자비하게 소멸하기 위한 수령사수전으로 되여야 합니다!》

열광의 박수가 터져올랐다.

아! 위대하시다!

아! 비범하시다!

박두성도 유진철이도 모든 지휘성원들이 환희와 경탄속에 그이를 우러렀다.

일성대원수님을 조선의 태양으로 받들어모시던 열혈청년들처럼, 김정일동지를 향도의 태양으로 받들어모시던 1970년대 우리 당의 기초축성시기 일군들처럼 또 한분의 천출명장을 받들어모시여 조국통일도 주체혁명위업의 승리도 문제없고 우리 조국, 우리 군대와 인민은 영원무궁토록 번영하고 복락을 누리게 되였다는 격앙된 심정이 지휘성원들의 온넋을 꽉 틀어잡았다.

이날 김정은동지께서는 이렇게 정립하여주신 현대전에 대한 정의에 근거하여 총참모부에서 작성하여올린 작전방안과 전투문건의 부족점을 하나하나 바로잡아주셨던것이다.

《영명하신 김정은동지께서 밝혀주신 현대전의 본질을 지침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론의한 전투방안들을 다시한번 검토해봅시다.》

지금까지 심중한 낯으로 앉아 가끔 품속에서 꺼낸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어넣군 하던 조영철이 자책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비행사들의 얼굴도 신중해졌다.

《그렇게 합시다. 이번 우리가 받은 전투임무수행에서 사소한 미흡한 점도 없게 합시다.》

《알았습니다.》

유진철은 힘있게 대답하는 비행사들과 손을 꽉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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