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5

  

온몸이 허공으로 붕 떠오른것 같았다. 넓은 방안의 그 어디라없이 누운채로 빙빙 떠다니는것 같았다. 손을 뻗쳐 아무것이나 잡아보려고 했으나 손가락이 닿을듯말듯 스치다가는 지나쳐버렸다. 내려놓아달라고 애걸하기는 하지만 목이 꽉 잠겨서 소리가 나가지 않았다. 어지럼증도 나고 안타깝기도 해서 막 울고싶었다.

마침 누군가 아래에서 훌쩍 높이 뛰여올라 옷자락을 잡는것 같았다.

안깐힘을 써가며 당겨 침대에 도로 눕혀주었다. 그러는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뒤모습만 안겨왔다.

군모를 쓴 머리모양새랑 앉음새랑 꼭 남편같았다.

《아니, 철림이 아버지가 아니세요?》

반가움이 앞서 이렇게 소리쳐불렀다. 그런데 들은체 않고 그 사람은 자기를 왁살스레 침대에 눕힌 다음 어디서 가져온것인지 붕대같기도 하고 굵은 바오래기같기도 한것으로 몸을 칭칭 돌려감았다.

《철림이 아버지! 철림이 아버지가 아니세요?》

다시 또 불렀으나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을 못 보게 외면하는것 같았다.

《아이, 왜 이래요? 놔요.》

몸을 뒤틀며 일어나려고 했으나 침대채로 꽁꽁 묶인 몸은 옴짝달싹 할수 없었다. 그 사람은 여전히 머리를 숙여 얼굴을 감춘채 문을 향해 징겅징겅 걸어나갔다.

《아니, 여보세요, 당…신은… 누군데 날 이렇게 묶어놓구…》

그 사람은 달아나 나가면서 저쯤에서 피뜩 몸을 돌리는데 낯은 온통 수염투성이고 두눈에서는 퍼런 불빛같은것이 펀뜩이였다.

소름이 쭉 끼쳤다.

그가 나가면서 닫는 문소리가 탕- 하고 울리고 지진이 났을 때처럼 방안이 몹시 흔들렸다.

경림은 눈을 번쩍 떴다. 제일먼저 안겨오는것이 하얀 천정이다.

아스라하게 높아보였다. 몇번 힘들게 눈시울을 깜빡깜빡하고 다시 보니 분명 자기가 누워있는 입원실이다. 우유빛갓을 씌운 조명등이 매달려있었다. 저 앞쪽에 하얀 비닐보를 씌운 원탁이 있고 그우에 간호원이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정성을 기울이는 그래서 류달리 싱싱하게 자라는 알로에선인장화분이 있다.

입원실이 틀림없었다.

창문으로 석양이 비껴드는 방안은 밝고 아늑하였다. 몸을 뒤틀어보았다· 칭칭 돌려감은것 같은 바줄은 없었다.

(내가 꿈을 꿨는가? 아니면 저승문턱에 갔다가 되돌아온것인가?)

방금전의 일이 너무 생시같고 또 섬찍했다. 가뜩이나 기력이 없는 몸의 마지막힘까지 다 뽑아간것 같았다. 이마와 등골에 촉촉히 땀이 내돋았다.

몸에 병이 드니 마음도 약해지는것 같았다.

경림은 이래서는 안된다고 마음을 다잡고 병치료에 전심하느라고 하지만 어쩐지 자기 몸은 점점 기울어지는것 같았다.

머리맡에 놓여있는 타올수건을 끄당겨 얼굴을 자근자근 누르고 목덜미와 앞가슴의 땀을 훔쳤다.

오늘따라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밀물처럼 차올랐다.

다른 때와 달리 면회를 바랄수 없다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마음이 씌여졌다.

(이즈음 건강은 어떠한지…)

나들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한호실에 입원해있는 환자가 들어왔다.

그는 며칠전에 충수염으로 갑자기 실려들어와 수술을 받았다.

의사들이 하루이틀은 가만히 누워서 안정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는데도 젊어서 그런지 수술한 다음날부터 수술부위를 두손으로 꼭 누르고 허리를 꼬부릴사한채 살룩살룩하며 잘 돌아다녔다.

남편이 어느 출판사인가 신문사의 기자를 한다는 그 녀자는 소식통이였다. 휴계실에 가서 텔레비죤을 보고 오기도 하고 떠돌아가는 소리를 듣고와서는 재미나게 펼쳐놓았다.

지금도 그는 어데 갔다가 오는지 들어서는 걸음으로 경림이의 침대를 살피더니 급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언니, 더 아파요? 아이, 이땀 좀 봐.…》

그는 경림이 손에서 타올수건을 뺏아서는 얼굴이며 목부위를 깐깐히 닦아주었다.

《그만둬. 미영 엄마, 별일 없어.…》

경림은 그 녀자의 손목을 잡고 사양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언니, 가만있으라요. 온몸이 땀에 떴는데…》

《철림이 어머니, 더 편찮으십니까?》

그의 등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이, 미영이 아버지도 오셨군요.》

경림은 급히 머리를 비다듬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지 마세요. 가만 누워계셔요.》

미영 엄마는 경림이 일어나지 못하게 팔을 가볍게 눌러 도로 그채로 눕게 했다.

《우리 미영이 아버지가 놀라운 소식을 가지고왔어요. 나도 방금 텔레비죤을 보면서 알고요.》

《어떤 소식인데?》

정세가 더 긴장해져서 무슨 중대조치가 취해진것인가.

미영이 엄마는 아침까지만 해도 어데 나갔다오더니 요즈음 정세가 여간 팽팽하지 않다고 했다. 미국놈들과 괴뢰들이 침략전쟁연습을 미친듯이 벌려놓고있다고 했다.

(정세가 긴장하다면 철림이 아버지는 더 바쁘겠구나. 그래서 이번에 더 지체될지도 모르지.)

이런 걱정이 자기도 모르게 가슴속에 갈마들어서 방금전에 그런 무아몽중에서 헤맸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또 새 소식이란 뭘가?

미영 엄마는 샐쭉 웃으며 남편얼굴을 쳐다보았다. 기쁜 일 같다.

미영이 아버지는 선채로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철림이 어머니, (그는 안해한테서 경림이 딸이름을 알아둔것 같다.) 기뻐하십시오. 이제 곧 우리 나라에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를 쏴올리게 됩니다.》

《나도 텔레비죤에서 들었어요.》

미영 엄마가 뒤질세라 뒤따랐다.

《그래요?!》

경림은 놀라며 또 한번 몸을 일으키려고 하였다.

《그냥 누워계십시오.》

《미영 엄마, 의자를 가져와요. 미영이 아버지가 앉게…》

《너무 기쁜김에…》

미영 엄마는 원탁앞에 놓여있는 쪽의자 하나를 들어다가 경림이 침대가까이에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자기도 제 침대 한편에 두손으로 포개고 앉았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온 나라가 기뻐서 막 끓어번지고있습니다.》

《그렇군요!》

경림은 가슴이 후두둑 뛰고 눈시울이 뜨거워났다.

미영이 아버지는 안해가 가져다놓은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아 계속했다.

《우리의 이 경사를 놓고 적들은 몹시 못되게 놀고있습니다. 탄도미싸일시험이라고 얼토당토않게 우기면서 그 무슨 요격까지 하겠다고 미쳐날뛰고있지요. 어처구니없는 놈들이지요.

아마 군복입은 철림이 아버지랑은 요즈음 정세가 긴장하니 더 바쁘실겁니다.》

《그럴가요?》

《철림이 어머니, 병치료를 잘해서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십시오. 우리의 인공지구위성이 우주에로 솟구쳐오르는 날 목청껏 만세를 불러봅시다.》

《고마와요.》

《우리 미영 엄마는 한 이틀후면 퇴원해도 별일 없겠답니다.》

《음- 나없이 동자질도 하고 애 시중도 들면서 한번 혼나봐야 이 안해 귀한줄 아는건데… 난 철림이 어머니와 며칠 더 있을래요.》

미영 엄마는 남편을 곱게 흘겨보며 입을 샐쭉하였다.

그러거나말거나 남편은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였다. 안해에 비해서 체소하고 눈길을 끌게 잘생긴데는 없지만 기자라는 직업에 어울리게 온몸에서 지성이 풍기는것 같고 인정미가 느껴졌다.

남편이 돌아간 다음 미영 엄마는 그가 오면서 들고왔던 비닐구럭에서 사과 두알을 꺼냈다. 한알을 깨끗이 닦아 경림이에게 권했다.

《언니, 시원하게 들어요.》

《고마와. 반쪽만 줘요.》

《여기 또 있지 않아요?》

그는 다른 한알도 그렇게 닦아 제먼저 와삭 한입 깨물었다.

《아, 시원하다. 언니, 어서요.》

《이제 먹겠어.》

경림은 이젠 환자같지 않게 모든 행동이 자유롭고 활달한 그를 미소어린 눈길로 바라보며 받은 사과를 입에 가져갔다.

《언니, 오늘 저녁부터는 퇴원하기 전까지 언니와 밤새껏 이야기를 나누고파.…》

《그래요?》

《지금까지는 언니가 너무 괴로와하는것 같아 말을 붙이기가 어려웠는데… 이제 헤여지면 언제 이렇게 침대를 나란히 놓은 방에서 함께 누워 지내보겠어요?》

《아이, 별소릴 다… 이렇게 알게 되였으니 자주 만나게 되겠지요 뭐… 집이 옥류동이라고 했던가요?》

《그래요.》

《우리 집은 석봉동에 있으니 시간이 생기면 놀러오세요.》

《정말?!》

《정말아니면 겉소리를 할가?》

《아이, 좋아라. 내먼저 퇴원해나가서 인차 면회를 오겠어요.》

《이렇게 함께 지냈는데 면회는 무슨…》

《그래두… 그리고 언니가 퇴원할 때는 나한테 알려야 해요. 약속하지요?》

경림은 이번에는 대답대신 물기가 촉촉한 두눈을 끔쩍하며 베개우에 놓은 머리를 끄덕였다.

《언니, 철림이 아버진 군관이라지요? 몹시 바쁜 모양이지요. 일요일에도 면회 한번 못 오시는걸 보면…》

《지금 부대에 나가있어요.》

남편에 대한 힐난이나 자그마한 섭섭한 소리라도 나올가봐 경림은 서둘러 대답했다.

《언니, 가정생활이 어때요? 재미나요?》

미영이 엄마는 또 샐쭉 웃으며 물었다. 아직도 두볼에 보조개가 옴폭 패이는데 귀염성스럽기까지 하다.

《…》

《난 모르겠어요. 우리 미영 아버진 기자니까 출장이 많은데 그러다보니 가정생활은 별로 재미가 없어요. 출장지에서 돌아와 어쩌다 쉬는 날에도 그저 글글… 밤에도 전기불이 없으면 충전등이나 초불을 켜놓고서라도 글글… 호호호… 군관가정생활은 더할테지요?》

《…》

경림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을 않고 그 녀인의 머리우로 방안의 한곳을 응시하였다.

《언니, 몸이 괴로운게지요?》

《아니…》

경림은 머리를 살래살래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미영 엄만 좋겠어.… 미영이 아버지가 신문에 글이랑 척척 써내는 재능있는 사람이 돼서…》

《아이, 언니두… 글쓰는 재간이 아무리 있으면 뭘해요? 생활은 꼭자예요, 꼭자… 그래서 재미없다지 않아요.》

《미영 엄마, 미영 엄마가 말하는 가정생활의 재미란 뭘가? 난 잘 모르겠어.…》

경림은 내친김에 더 쏟아놓을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렇지만 입안에서는 이런 말이 맴돌았다.

(우리 군관의 안해들은 언제한번 그런 생각을 가져본적이 없어요.… 서로 마음속에 그리움을 안고 살고 총잡은 남편들과 한전호에 서있다는 긍지감으로 살아요.)

그 시각 경림의 가슴에서는 가정을 이룬지가 20년가까이 되지만 조금도 식어진것 같지 않은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출렁이였다. 결혼후 몇채 안되는 군관사택마을에서 살림을 시작했을 때 비행훈련을 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밤을 지새우던 일, 남편이 군사종합대학에 간 기간 낮에는 다른 가족들과 일이 바빠 돌아치며 모르다가도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남편얼굴이 그리워 딸애의 머리를 쓸며 잠 못 이루던 일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평양에서 살지만 남편이나 자기는 늘 군복입은 장군님의 전사, 최고사령부 작식대원이라는 자각을 한시도 잊지 못하는 경림이였다.

이 젊은 녀인에게도 그런 애틋한 마음이 있을터이지. 그렇다면 가정생활이 재미가 없다는건 과연 무슨 소릴가.

그건 젊은 시절 행복에 취한 녀인들이 남편들에게 부리는 응석이나 어리광은 아닐가. 복속에 살면서 그 복을 다 모르는 일종의 푸념질은 아닐가.

남편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있을가.

그런데 이날 어두워질무렵에 유진철이 병원에 나타났다.

경림은 처음에 자기가 착각한것 같아 옴짝않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진철은 들어와서 입원실안을 두릿두릿 살피였다.

경림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미영 엄마도 누가 찾아와서 방금 자리를 뜨고 없는 때였다.

진철은 한동안 그채로 서있다가 한쪽침대에 반듯이 누워 자기를 쳐다보고있는 녀인이 안해라는것을 알아차리자 성큼성큼 걸어왔다.

《아니?! 철림이 아버지가 아니세요? 여보!》

경림이 두팔을 내뻗쳤다가 도로 가무려서 침대모서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려고 안깐힘을 썼다.

남편이 어푸러질듯 달려와 그러는 안해를 부축했다.

《나요! 일어나지 마오. 그냥 누워있소, 누워있으라는데…》

《일으켜줘요. 여보!》

한시도 마음속에서 잊어본적 없는 남편이 뜻밖에 불쑥 나타나자 어쩔바를 몰라하던 경림이 그의 두팔에 얼굴을 묻으며 어깨를 떨었다.

《이러지 마오. 그냥 누워있소.》

진철은 안해에게 두손을 다 맡기고 허리를 구부린채로 그냥 서있었다. 그의 목소리도 떨리였다.

경림은 잠시후에야 자신을 다잡고 눈물을 닦은 다음 남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힘들게 몸을 움직여 침대 한쪽에 자리를 내주었다.

《편히 눕소. 저기 의자가 있구만.》

《안돼요. 여기 가까이에 앉아요.》

경림은 남편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언제 돌아오셨어요? 그동안 몸에 탈은 없었어요? 때식은 건느지 않았어요?》

《챠, 이런한가지씩 순차적으로 대답합시다. 순차적으로… 허허, 오늘 오후에 긴급한 일이 있어 올라왔소. 때식은 군인들과 한가마밥을 한끼도 건느지 않고 먹었소. 나야 늘 이렇게 건강하지 않소! 허허…》

유진철은 웃으며 두팔을 우쩍 들어 가슴을 펴보였다.

《아이, 저 땀…》

경림은 정찬 눈길로 남편의 얼굴과 여기저기를 살폈다. 타올수건으로 남편의 이마며 목덜미에 내밴 땀을 훔쳐주었다.

《몸을 좀 수그려요.》

팔이 모자라 이렇게 지청구까지 했다.

《여보, 이거 누가 보겠소.》

진철은 좌우를 흘끔 살폈다. 그러면서도 안해의 요구대로 머리와 몸을 그의 손길에 내맡겼다.

《보긴 누가 본다고 그래요. 보면 뭘해요? 어서 더 가까이 오세요.》

남편의 정에 주렸던 경림은 그렇게 깐깐히 땀을 닦아주고나서도 진철이의 얼굴을 이쪽저쪽으로 두루 살펴보며 몸이 축가지 않았는가를 알아보았다.

서로 격앙되였던 마음이 좀 진정된 다음 그들은 그동안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진철은 그동안의 사업정형을 보고하고 새로운 과업을 받으려고 부서에 올라왔다. 그 걸음에 외무성의 최성훈을 만나 약속을 미처 지키지 못한데 대하여 사과하였다.

《부국장동무, 정말 미안합니다. 그동안 욕많이 했지요? 나때문에 사업에서 지장을 받거나 혼란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허허 잊지는 않았군요. 그렇지 않아도 처음 며칠동안은 좀 언짢았습니다. 그렇지만 바쁜 일로 장기출장중이고 부인까지 병원에 입원한것을 알고는 내가 오히려 미안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사연을 알려주니 언짢았던 마음이 다 없어지는것 같습니다.》

최성훈은 젊은 일군치고 리해성도 깊었다. 그가 랭랭하게 대하거나 실무적인 말로 응했더라면 진철은 여간 옹색하지 않았을것이다. 역시 외교일군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다던 손님은 도착했는가요?》

《왔습니다. 다행히도 그 녀기자는 아직까지 자기 선친들과 관련한 문제는 한마디도 비치지 않고있습니다. 그러니 지장을 받거나 딱한 처지를 당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행입니다.》

《앞으로 부득이한 경우가 제기되면 또 련락을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오. 그런데 또 감투부탁이 되면 어떻게 한다?》

《그때에야 오늘같지 않지요. 매를 들던가 계산을 단단히 해야지요.》

《허허허… 그렇게 합시다. 기꺼이 매도 맞겠습니다.》

진철은 서글서글한 최성훈의 롱에 자기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고나서 안해가 입원한 병원에도 잠간 들렸던것이다.

경림은 자기가 병원의 의료일군들의 남다른 관심속에 치료를 받고있다는것을 말하였다.

그것은 남편을 안심시키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였다.

진철이 없는 동안 부서동무들과 같이 면회를 왔던 박두성중장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경림은 자기가 받아안은 사랑과 혜택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이 위대하고 따사로운것이라는것을 알고는 오열을 터치였다.

《여보! 어버이장군님과 경애하는 대장동지의 믿음과 사랑을 받기만하고 보답 못하고있으니…》

경림은 목이 메여 말꼬리를 잇지 못하였다. 두눈에서는 자꾸 맑은것이 샘솟듯 하였다.

《나 역시 같은 심정이요. 일을 더 많이 더 잘하는것으로 보답하겠소. 그리고 당신은 빨리 병을 털고 일어나야 하오.》

경림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남편을 보며 머리를 끄덕끄덕했다.

진철은 안해의 손에서 수건을 가져다 그의 관자노리로 흘러내리는 맑은것을 닦아주었다.

《그런데 어쩐다? 난 당신한테 자주 찾아올것 같지 못한데…》

진철이 좀 진정된것 같은 안해에게 미안한듯 뇌이였다.

《무슨 일이 또 있어요?》

안해가 웃음을 거두고 물었다. 잠간 놓았던 남편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

《허, 묻지 않게 된걸 묻는다.…》

《정말… 안됐어요. 내가 제구실을 못하고 이렇게 줄창 누워있으니…》

《안되기야 내가 안됐지. 가정생활엔 전혀 무관심하고 안해에게 덜퉁스러운 남편을 만나서…》

《철림이 아버지, 무슨 그런 말을…》

경림은 남편의 손을 놓지 않고 다른 손으로 황급히 그의 입을 막았다.

《내 걱정은 마세요. 빨리 집에 들려 철림이나 만나보고 일을 보세요.》

《방금 들려서 만나보구오는 길이요. 이젠 우리 철림이가 다 컸더구만. 집안이랑 거두고 공부에 전심하는걸 보니…》

그러고보니 남편은 집에 잠간 들렸다가 제창 자기를 찾아온것이 틀림없었다. 대좌인 남편이 군복상의에 혁띠까지 띤것을 보면 전투복차림을 한것이다. 어둠이 깃드는 때에 이런 차림으로 나타났을 때야 여간 긴급한 일이 아닐것이다.

경림은 남편의 손을 잡았던 자기의 땀에 젖은 손을 풀며 일렀다.

《바쁜데 어서 가보세요. 제가 시간이 없는 당신에게…》

《또 안할 소릴…》

이번에는 진철이가 안해의 입을 가볍게 막으며 성내는척 하였다.

《이제 호실에 함께 입원한 환자들이랑 간호원들이랑 오면 이 지함을 헤치고 뭘 좀 드오. 당신한테 기어이 들렸다 오라고 박두성중장동지랑 부서동무들이 준비해주었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주세요.》

《알고있소. 병치료나 잘하오.》

《번번이 신세만 지고 구실을 못해 그래요.》

경림은 머리를 틀었다.

《그럼 난 가봐야겠소. 아마 이번 걸음도 오래 걸릴것 같소. 그러니…》

《제 걱정은 마시고 몸을 잘 돌보세요.》

그러는데 문소리가 나고 미영 엄마가 들어왔다. 놀라며 주춤했다가 진철을 띠여보고는 머리를 곱삭이 숙여 인사했다.

그는 경림이를 한번 쳐다보고는 도로 밖으로 나가려 했다.

《어서 이쪽으로 오십시오. 미영이 엄마라고 했지요?》

진철이 일어섰다.

《오래간만에 오셨는데 더 앉아서 이야기를 하세요.》

《미영 엄마, 어서 들어와요. 우리 철림이 아버진 또 떠나야 해요.》

《신세를 많이 진다는 소릴 우리 철림이 엄마한테서 들었습니다. 입원해있는 동안 곁에서 좀 잘…》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미영 엄마는 얼굴을 붉히며 몸둘바를 몰라했다.

《자, 그럼 모두 치료들을 잘 받소.》

유진철은 정다운 눈길로 안해의 얼굴을 다시한번 살펴보고는 나들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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