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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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대극장뒤 류성동 친정집을 나선 응희는 련못동행 무궤도전차를 탈가 지하전동차를 탈가 망설이다가 마침 뻐스정류소에 사람이 적은것을 보고는 종종걸음을 했다.

오늘은 어떻게 하든지 동서면회를 가자고 마음먹고 떠난것이다. 그런 걸음이여서 짐이 좀 많았다.

병이 중하다니 분명 입맛이 없어할것이다. 기름진 음식을 입에 잘 대지 않는 동서에게 무엇을 대접해야 할가.

이런 궁리, 저런 궁리를 하던 응희는 문득 언젠가 남편이 《우리 형수는 막두부장을 기막히게 잘 끓이고 좋아하는데…》라고 하던 말이 생각나서 무릎을 찰싹 쳤다. 어머니에게 부탁해서 감자와 풋고추를 구해오게 했다. 두부는 살림집아래층에 있는 식료상점에 자기가 가서 갓앗아 매장에 내놓은 제일 하들하들한것으로 몇모 사왔다. 그것을 가지고 오늘 신새벽부터 일어나 정성을 다 쏟아부었다. 바싹 단 쟁개비에 기름을 약간 두고 먼저 소고기와 감자를 송당송당 썰어넣고 한동안 볶다가 콩된장을 물에 삼삼하게 풀어 부어넣었다. 한창 끓을 때 손바닥우에 두부를 놓고 크지도 작지도 않게 베넣었다. 풋고추도 함께 두었다. 쟁개비뚜껑이 달그락소리를 내며 오르내릴 때까지 한동안 보골보골 더 끓였다. 혹시 짜지거나 슴슴하지 않을가 해서 끓는 동안 입안을 데울번 하며 두번이나 맛보았다. 그렇게 다 만든 다음에는 식지 않게 하느라고 또 한참 왼심을 썼다.

《얘, 동서면희를 간다면서 아침부터 막두부장이란건 뭐냐. 저 랭동기안에 그보다 더 좋은게 그득한데…》

어머니는 딸이 민망스러운지 이마살을 찌프리며 지청구를 했다.

자식을 셋씩이나 낳고도 몸매가 날씬하고 균형적이던 어머니는 몇년전부터 몸이 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보기 싫을 정도로 뚱뚱해졌다. 그렇지만 둥그스름한 얼굴에는 주름이 별로 없었다. 지금도 젊은 녀자들 못지 않게 눈섭을 그리고 입술연지랑 자주 발랐다.

어느 중앙기관산하의 무역회사 부사장으로 일하는 남편의 그늘밑에서 생활에 대한 걱정을 모르고 살아오는 이 녀인은 며칠전 딸이 갑자기 집에 나타났을 때 영문없이 눈물부터 쏟으며 붙들고 넉두리를 늘어놓았다.

《아니, 난 비행사가족이면 호강하는줄 알았는데 그 곱던 네 얼굴과 손이 이게 뭐냐, 이게. 응?》

출가한 딸을 오래간만에 만난 반가움이 앞서 그러는것인줄 알면서도 응희는 어머니의 그 말이 귀에 거슬려서 손을 빼며 되물었다.

《어머니두 참, 내 얼굴과 손이 어떻다구 그래요? 그리구 비행사가족이 호강한다는건 또 무슨 소리예요?》

《야- 네 랑군인지 남편인지 되는 사람이 널 채가자구 왔을 때 뭐라고 했는지 아니? 어머니, 응희동무에 대해서는 마음놓으십시오. 내 금방석에는 못 앉혀두 절대로 고생은 시키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흰목을 쳤다. 사내의 한마디가 중천금이라는데 제 입으로 이 가시어머니앞에서 큰소리를 치고도 안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아이구…》

《호호호… 그이가 무슨 독수리라구 날 채가요? 그리구 내 모양이 어떻다구 그래요? 요즈음 애기를 가졌으니까 좀 꺼칠해졌겠지요.》

《그래두 제 서방이라구 이 어머니앞에서 편역만 드는구나. 네 아버지는 총각때 처녀인 날 만나러와서 그런 말 한마디 없었다. 오히려 남자가 좀 못생긴것 같구 어리숙해보여서 내쪽에서 제빠듬했댔는데… 그렇지만 이 어머니한테 얼마나 극성스러웠는지 아니? 지금은 몸이 지내 나고 나이를 먹어 그런지 곁에 오기도 싫다구 한다만… 싫겠으면 싫구, 난 상관 안해.…》

어머니는 입을 삐쭉거렸다.

《호호호… 아이, 이 어머니가 집안에만 계시더니…》

응희는 허리를 꼬부리고 웃으며 주먹을 드는척 했다.

《네가 고생하지 않구 호강하면 얼굴의 살이 쏙 빠지고 손이 이렇게 험해졌겠니?》

《아버지한테 다 대줄래, 어머니가 락후해졌다구.》

《내가 락후해졌다구? 무슨 소리를 하니텔레비나 방송을 틀어놓고 세상돌아가는 형편을 제일 잘 아는건 나야. 네 아버진 신문이나 제대로 보는지?… 에그, 이 손 보지?》

사실 응희는 처녀때보다 얼굴살결이며 손이 좀 거칠어진것만은 사실이였다. 더우기 지금은 배안에서 새 생명이 태동하고있다. 아무리 곱던 녀자도 이런 때면 얼굴이 상하고 살결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문에 자신을 못마땅해하거나 후회하는 녀자는 없을것이다.

더우기 자기가 시집을 가서 고생한다고 생각한적은 꼬물만큼도 없었다. 오히려 비행사가족들에게 베풀어지는 사랑과 혜택에 아직은 아무것도 보답 못하고있다는 송구스러움과 자책이 가슴 한구석에 늘 자리잡고 있을뿐이였다. 그리고 집안에서 너무 호강하며 자란탓에 지금도 생활력이 강하지 못하여 남편에게 번번이 미안한 경우가 많았다.

응희는 어머니가 종일 방구석에서 장이나 뒤적이며 지내다보니 시대에 뒤떨어지고 생활관도 달라져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의 말을 들어보니 아버지도 그전같지 않은것 같았다. 어쩐지 마음이 불안하였다.

평양에 올라와서 먼저 동서의 면회를 하고 산원에 들려보고는 인차 집으로 내려가자고 했던 일이 어머니의 이런 치원과 눈먼사랑으로 뒤죽박죽이 되고말았다.

어머니는 면회고 뭐고 먼저 병원부터 가봐야 한다면서 남편의 차를 불러 태워가지고 갔다. 병원에서 의사들은 검진해보고 산모의 건강이 매우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산원으로 데리고갔다. 용세의 처 하경숙이도 함께 갔다.

그는 응희를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소외감같은것을 느꼈는지 불편해하였다.

응희가 제 집처럼 생각하고 지내라며 방을 정해주고 실내복도 여러벌이나 꺼내주었다. 그렇지만 자기가 살아온 가정과는 달라서 그런지 여러모로 옹색해하였다. 산원에 함께 가서 검진을 받고는 외켠으로 6촌벌이 된다는 언니네 집에 가있겠다고 했다. 평양에 올라올 때는 마음에 두지조차 않았던 먼 친척이였다.

응희가 그러지 말고 함께 있다가 내려가자고 몇번이나 만류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전화로 련계를 가지기로 하고 할수없이 헤여졌다.

이래저래 응희는 마음이 어수선하였다.

오늘 아침도 어머니는 아버지의 차를 불러타고 동서면회를 가라고 야단했다.

《얘, 그 몸으루 그 짐을 들고 어떻게 걸어간다구 그래. 조금만 기다려라. 내 이제 전화를 걸면 차가 씽하구 와.》

《어머니, 일이 바쁜 아버지에게 그러시면 안돼요. 승용차는 무슨 승용차예요. 거리에 나가면 전차나 뻐스가 씽씽 다니는데…》

《안되긴 뭐가 안되구 네 아버지가 일이 바쁘긴 뭐가 바빠. 이젠 전과 달리 오금을 놀리기 싫어하구 종일 사무실에만 박혀있는것 같더라. 요즈음 집안에는 뭘 꺼들이는게 있는줄 아니? 다니길 싫어하니 운전사가 종일 제볼장이야. 차라리 너라도 타고다니는게 낫지. 다른 소리말구 좀 기다려라.》

그 녀자는 뚱기적거리며 전화기로 다가갔다. 그러는것을 응희가 무작정 막아서서 송수화기를 들지 못하게 했다.

《어머니, 이러지 마세요. 그런 전활 하면 안돼요. 어머니가 자꾸 이러시면 난 오늘 저녁에라도 내려가구말래.》

응희는 정말로 마음이 언짢아서 흐려지는 얼굴로 어머니의 팔목을 잡았다.

《에그, 시집을 가 제 서방이 있다구 너까지 날 괄셀 하자구드는구나. 절 생각하는 이 어미마음은 알려고도 하지 않구.》

《내가 왜 어머니마음을 모르겠어요.》

《알긴 뭘 알아? 엥이, 모르겠다. 걸어가겠으면 걸어가구 내려가겠으면 내려가구 네 밸대로 해라.》

응희는 이러는 어머니를 떼놓고 황황히 집을 나섰다.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지는것 같았다. 그렇게 그립고 오고싶던 친정집이 무슨 일때문인지 자기를 막 속박하는것 같았다.

전우동정류소에서 내려 지하건늠길을 나와 4. 25문화회관앞 유보도에 올라섰는데 누군가 자기를 알아보고 소리쳐불렀다.

《삼촌어머니, 삼촌엄마!》

《아니, 이게 누구야? 널 여기서 만나다니?!》

조카 철림이였다. 얼굴에 놀라움과 웃음을 함뿍 담고 달려왔다. 함함한 머리채가 이쪽저쪽으로 흔들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런 그들을 쳐다보며 빙긋빙긋 웃기도 했다.

《우리 철림이가 이렇게 컸구나, 키가 쭉 빠지구 이젠 처녀꼴이 다 잡혔구나. 요 살결 고와진걸 보지?》

응희는 두손에 든 짐을 아무렇게나 놓고 철림이의 두볼을 쓸어보고 찰싹찰싹 두드리기까지 했다.

《삼촌엄마, 왜 이제야 나타났어요?》

철림은 처음 보고 반기던 때와는 달리 눈길을 내리깔며 좀 새침해하였다.

《너 내가 평양에 올라온걸 알고있었니? 가만, 우리 저기 좀 가자.》

그들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유보도에 오래 서있을수 없어서 짐들을 나누어들고 분수터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촌한테서 전화가 왔는걸 뭐.…》

《삼촌한테서? 언제? 뭐라고?…》

응희는 가슴이 철렁해서 두손을 앞가슴에 모아잡기까지 했다.

《삼촌엄마가 집에 들리지 않았는가고 묻겠지요 뭐.

《네가 전활 받았니?》

《그럼 누가 받아요.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해있지, 아버진 요즈음도 출장가시고 안계시지.》

《그래 뭐라고 했니?》

《밑두 끝두 없이 급하게 묻길래 내가 되물었지요 뭐. 삼촌, 삼촌어머니가 평양에 올라왔나요?하고…》

《그러니까?》

《삼촌이 허허 웃더구만요.》

《성내시지 않구 웃어?》

《삼촌어머니, 우리 삼촌 성내는걸 봤어요?》

《그건 그렇구, 내가 평양에 도착했는가 알아보느라고 전화한 모양이구나.》

《아니예요. 무슨 긴급한 일이 있는것 같아요. 나더러 나타나면 일을 다 보지 못해도 좋으니 빨리 내려오라구 이르라고 했어요. 그리고는 더 물을새도 없이 전화를 끊었어요.》

《빨리 내려오라구 하더란 말이야?》

《예.》

《그럼 우리 친정집에라두 전활 걸어 좀 알려줄것이지.…》

《사돈어머니가 전달해주지 않아요?》

《우리 어머니가?》

응희는 또 한번 놀랐다. 철림이가 거짓말을 할수는 없다. 그러고보면 어머니가 전화를 받고도 모르쇠를 한것이 틀림없다. 또 한번 어머니가 야속스럽게 생각되였다.

남편은 자기가 차용세의 안해 하경숙이와 함께 평양으로 올라온것을 안다. 꼭 형수의 병문안부터 먼저 하고 산원에도 들려보라고 한것은 남편의 권고였다. 그런 다음 올라갔던김에 산골에서 나서자란 용세의 안해 하경숙에게 평양구경까지 잘 시키고 내려오면 더 좋다고 하였다.

그랬던 남편이 형님집에 전화를 걸어 조카더러 자기를 찾아 빨리 내려오라는것을 전하라고 했을 때야 무슨 일, 그것도 급한 일이 생겼다는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철림이도 방금 삼촌이 몹시 바빠하며 조급해하는것 같더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남편은 왜 처가집에 전화를 하지 않았을가. 평양에 올라오면 친정집에 있을건 뻔한데 무슨 노여움이나 언짢은 일이라도 있는가. 가시아버지나 가시어머니가 어려워서?

남편은 그래도 자기가 평양으로 올라올 때 아버지한테 부어올리라면서 어버이장군님께서 선물로 보내주신 강계포도술이며 어머니가 맛보게 하라고 쵸콜레트까지 려행용가방안에 넣어주지 않았는가. 그때는 가시아버지, 가시어머니에게 섭섭한것이 있다는 말이나 노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런 남편이 형님네 집에는 전화를 걸면서 우리 집에는 왜 아무 말 없었을가.

이 순간 응희는 남편이나 어머니에게서 따돌림을 받은것 같은 전혀 당치않은 생각이 들면서 서러움이 차올랐다. 앞에 조카 철림이가 없다면 눈물을 쏟았을지도 모른다.

잠시후 자신을 다잡은 응희는 조카에게 물었다.

《철림아, 너 그래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냐?》

《어머니한테요.》

《그래? 마침 잘됐다. 함께 가자. 나도 어머니한테 면회를 가는 길이다.》

《그래요?! 아이, 좋아라. 엄마가 어제밤 좋은 꿈을 꾸셨겠네. 삼촌엄마가 면회오는 꿈을… 만나면 무척 반가와할거예요.》

《얘, 그런 말 말아. 형님한테 면목이 없다. 내가 늦어서…》

《아니예요. 이제 삼촌엄마가 나타나보라요. 내 말이 틀리는가.》

《정말 그럴가?》

《그렇잖구요.》

그러던 철림이가 생뚱같은 소리를 했다.

《삼촌어머니, 나두 빨리 동생을 보구파요. 총각이든 처녀애든…》

《동생을?》

《응, 삼촌엄마가 낳은 동생 말이예요.》

그제야 응희는 말뜻을 알아차리고 얼굴을 붉혔다.

《우리 철림이가 이젠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어서 빨리 가자.》

《그런데 뭘 이렇게 많이 준비했어요?》

《아무것도 없다. 철림아, 그건 내가 조심히 들어야 해.》

응희는 막두부장그릇이 들어있는 구럭은 기어이 자기가 들었다.

그들은 지고 들고 맞들고 해가지고 경림이가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응희는 동서를 만나보고서야 어렴풋이나마 남편이 왜 전화를 걸어 빨리 내려오라 했는가를 짐작할수 있었다.

《동서, 바쁜 때에 무슨 면회를 오느라고 이런 수고를 해. 이젠 홀몸도 아닌데… 나야 이렇게 입원실에 편안히 누워 치료를 받지 않나.》

《형님, 오히려 늦어서 송구스러워요.》

《송구스럽다니, 그 먼데서 무거운 몸으루…》

《이번에 면회를 하지 않고 내려가면 철림이 삼촌한테서 쫓겨나요.》

《쫓겨나다니? 그건 해보는 소리지?》

《엄마, 맞아요. 삼촌이 그새 삼촌어머니가 없으니 빨리 내려오게 하라구 전화까지 걸어왔는데 뭐.…》

《그것 보라구. 아이구, 우리 적은이가 이렇게 달덩이같은 색시를 땅에 두구 하늘을 어떻게 날가. 마음같아서는 아마 비행기에 함께 태우고 다니고싶을거야.》

《아이, 형님두. 비행기에는 못 태우구 다녀도 집에나 자주 들어오면 좋겠어요.》

응희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동서앞에서 남편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경림은 그러는 응희를 정겹게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끌어당겨 꼭 쥐였다. 그리고는 방금전과 달리 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동서, 삼촌이 동서를 한시도 품에서 놓지 않고싶어하면서도 집에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는건 군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 그처럼 중요하고 영예롭기때문이야. 요즈음 미국놈들과 일본반동들, 리명박역적패당이 얼마나 못되게 놀고있나. 우리가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를 쏴올린다니까 더욱 미친듯이 날뛴다지 않아?

동서를 평양에 올려보내자바람으로 되돌아서라고 한걸 보면 분명 무슨 중요한 일이 있기때문일거야.》

응희는 눈을 내리깔고 공손히 듣고있었다.

장군님께서 우리 군관가족들을 최고사령부 작식대원이라고 하셨는데 정세가 이렇게 긴장한 때에 작식대원들도 자기 위치에서 전투명령을 기다려야지.》

《명심하겠습니다.》

《동서가 어련할라구. 난 이렇게 병원침대에 있다보니 우리 철림이 아버지나 삼촌한테 면목이 없구 죄스러운 생각뿐이야.》

《형님, 그런 말씀을 마세요.》

《아니야. 그러니 동서가 내 마음까지 합쳐 작식대원구실을 잘하구 삼촌의 뒤바라지도 더 잘해달라구.》

《형님, 알겠어요.》

《참, 산원에랑 들려보았나? 그래 해산달이 언제래?》

《래달 초순이라는데…》

응희는 또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외로 틀었다.

《아이구, 그럼 당장이로구만. 우리 철림이 좋아하겠다. 동생, 동생하며 늘 외우댔는데…》

경림은 어머니곁에 앉아 방그레 웃는 딸을 쳐다보았다.

《그러지 않아도 어머니한테 면회오면서 삼촌엄마에게 소원을 말했는데요 뭐.》

응희는 붉어진 얼굴을 식히지 못하고 나직이 대답하였다. 실은 산원에서는 해산달이 박두한데다가 비행사가족이라는것을 알고 무작정 자기네한테 입원해서 해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소며 이름이며 다 장악해놓았다. 정 부득이한 사정으로 산원에 올라올 형편이 못되는 경우 가까운 어느 병원 산과에라도 입원하여 련락해달라고 했다. 그러면 지체없이 내려가 해산방조를 하겠다는것이였다. 응희는 그지없이 고마운 우리 나라에서만 있는 그 일까지 다 이야기하면 형님이 무작정 내려가지 말고 입원해있어야 한다고 할것 같아서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림은 응희의 손을 꼭 잡은채 당부하였다.

《동서, 삼촌이 급히 찾았다니 내려는 가라구. 그렇지만 일을 보구는 인차 되돌아서야겠어. 알겠나?》

《알겠어요.》

이날 그들은 호실에 함께 있는 환자들까지 손을 끌어다앉히고 응희가 준비해가지고간 음식들을 차려놓고 즐거운 기분으로 점심을 먹었다.

경림은 응희가 끓여가지고간 막두부장을 보자 눈이 커졌다.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여올랐다.

《아이구, 동서는 내가 막두부장을 좋아한다는건 어떻게 알았나? 얘 철림아, 숟가락…》

《삼촌이 알려줬대요.》

《적은이가?》

《예.》

《어쩜… 찬찬하기란…》

동서가 좋아하는것을 보자 응희의 마음도 여간 기쁘지 않았다.

《하늘을 씽씽 나는 비행기를 타면서 이 형수의 식성까지 알아두다니

경림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성수가 나서 음식을 차리는 응희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경림은 그 막두부장으로 오래간만에 밥그릇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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