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편
(23)
다음날에도 한송빈은 설경성을 거느리고 황도를 돌아보며 천자국의 자취와 더불어 강감찬
그리고 밤에는 리인로의 《파한집》을 보여주었다. 이 집에는 리규보의 《동국리상국집》도 있었다.
《동국리상국집》은 설경성이 국자감시절에 애독하던 책들중의 하나였다.
《동국리상국집》과 더불어 《파한집》을 펼쳐보니 옛 명사들의 글귀가 머리속에 쏙쏙 흘러들었다.
낮에는 황도를 돌아보고 밤에는 책을 읽으며 며칠이 지나자 한송빈이 오늘은 말복날이라면서 모래찜을 하러 가자고 하였다.
삯군에게 차일을 지워가지고 동대문을 나서니 군데군데에서 벌거숭이사람들이 웃고 떠들어대는 개울이 나타났다.
개울가의 모래불은 깨끗했다. 그 한가운데로 맑은 물이 흐르고있었다.
사람들이 없는 모래불에서 멈춰선 한송빈이 말했다.
《오늘은 삼복이 끝나는 날이여서 사람들이 적구만. 여느날에는 발을 들여놓을 자리도 없다네. 난 일부러 조용해질 이날을 기다려 자네를 데리고온거네.》
볕에 달구어진 모래로 찜질을 하면 뼈마디들이 쑤시는데도 좋고 몸도 좋아진다는것을 모르지 않는 설경성은 오늘같이 한가한 날에 로채병을 고치는 비방을 알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삯군이 쳐놓은 차일밑에 옷을 벗어놓으며 한송빈은 히벌쭉 웃었다.
《여기에선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알몸뚱이가 되여야 한다네.》
어른이라는것이 백주에 그것도 사람들이 수시로 오고가는 길가의 개울에서 벌거숭이로 나서고보니 설경성은 너무도 부끄러워 눈길을 허둥거렸다.
어느새 모래불에다 누울수 있게 우묵하게 파놓은 한송빈이 설경성에게 시까슬러댔다.
《흥, 총각이래서 창피스럽다는건가? 벌거벗으면 다 같고같은데… 그렇게도 부끄러우면 어서 여기에 와 눕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싶은 설경성이라 도망치듯 모래구뎅이로 뛰여들었다.
그러던 설경성이 《엇, 뜨겁다!》하고 소리치며 누웠던 몸을 벼락같이 솟구쳤다.
지금껏 한증을 적지 않게 하였지만 모래찜질처럼 못 견디게 뜨겁지는 않았었다.
그의 비명소리에 모래찜질을 하던 사람들이 설경성을 바라보며 웃어댔다.
한송빈이 어쩔줄 몰라 쩔쩔매는 설경성에게 일렀다.
《해님의 나라에 왔으면 더운걸 참을줄 알아야 하고 달님의 나라에 가면 추운걸 견디여낼줄 알아야 하네. 모래구뎅이에 누울 때에는 천천히 누우면서 뜨겁지 않다고 생각하라구.》
설경성이 그렇게 하였더니 꽤 견딜만 하였다.
《이제는 얼굴만 내놓고 모래로 덮어줄테니 계속 뜨겁지 않다고 생각하게.》
한송빈이 설경성의 발과 손부터 모래를 덮기 시작하였다.
난생처음 겪는 모래찜에 설경성은 겁에 질렀다.
온몸이 불덩어리로 달아오르는 고통을 견디여낼것 같지 못하였다.
모래를 덮고난 한송빈이 설경성의 얼굴에 해가 비치지 못하도록 일산으로 그늘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설경성의 곁에 나란히 누우니 삯군이 한송빈의 몸에도 모래를 덮어주었다.
한송빈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개경에서는 해마다 삼복철에 남녀로소가 모래찜질을 하는것을 풍습으로 전해오네. 그래서 나도 삼복철에는 며칠간 틈을 내여 모래찜질을 한다네. 이제 온몸에서 땀이란 땀은 모조리 뿜어져나와 구뎅이를 푹 적셔놓을거네.
땀이란게 무엇이겠나? 사람의 몸에 쌓인 독기이지. 그 독기를 말끔히 뽑아내면 몸이 거뜬해지네. 내 이전에 개경인삼이 신비한 효험을 부릴수 있는게 바로 개경의 토기가 조화를 부리기때문이라고 말했지. 바로 그 토기가 이런 모래속에 더 많네.
그때문에 우리 고장의 모래찜은 다른 고장에서보다 신비한 효험이 있네. 고뿔에도 잘 걸리지 않게 하지. 속탈에도, 뼈마디가 쑤시는데도 아주 좋다네. 그래서 개경에서는 이 모래찜이 인삼 다음으로 약효가 있다고 해서 〈삼다음〉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그만 〈삼댐〉이라 변하고말았네.》
한식경쯤 지나서야 설경성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처음에는 불도에서 말하는 그 8열지옥이란 곳에 내던져진듯 당장 타서 죽을것 같았는데 좀 있으니 견딜만 하였다.
이윽고 한송빈이 모래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만합세. 두식경쯤이면 딱 좋아.》
모래구뎅이속에서 나온 설경성은 한송빈을 따라 차일밑에 들어가앉았다.
한송빈이 설경성에게 청자물병을 내밀었다.
《갈증이 나지?》
목이 타들던 설경성이라 물병을 받아들고 정신없이 마시였다.
한송빈이 물을 조금씩 마시며 말했다.
《삼댐은 자랑할만 한것인데 개경에서밖에 할수 없는것이 흠이거던. 타고장에서도 삼댐을 하려면 우리 고장의 모래와 물까지 실어다 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타산이 맞는 일인가. 하긴 그대신 감탕찜질을 하는 고장도 있으니까.
이젠 몸이 식었으니 또 해봅세. 정오까지 다섯탕은 해야 효험을 볼수 있네.》
이렇게 다섯번을 모래불속에 드나들고나니 설경성은 아예 녹초가 되고말았다.
맥이 다 빠져서 생기를 잃은 설경성을 보며 한송빈이 껄껄 웃었다.
《자네 이제 보니 생각했던것보다 약골일세그려. 허나 일없어, 펄펄 끓는 보신탕이 자네 몸을 기운차게 해줄테니.》
이런 개울판에서 무슨 보신탕이냐 하는 아수한 생각을 하며 차일앞에 이른 설경성은 두눈이 떼꾼해졌다.
그늘속에 차려놓은 단고기국에서 풍기는 구수한 냄새가 감질이 나게 했다.
한송빈이 차일곁에 서있는 낯선 사나이를 가리켰다.
《이 사람은 날마다 여기에 나와 모래찜질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신탕을 팔아주는 음식장사군들일세. 물론 돈을 벌자고 하는 일이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에게야 고마운 일이지.》
그제서야 설경성은 개울뚝에다 가마를 걸어놓고 불을 때던 사람들이 음식장사군들임을 알았다.
옷을 입은 두사람이 음식을 가운데 놓고 마주앉았다.
한송빈이 단고기국사발을 가리켰다.
《어서 들게.》
설경성은 주린 사람처럼 뜨끈한 단고기국에 조밥을 말아 푹푹 떠먹었다.
걸탐스럽게 먹는 설경성을 바라보는 한송빈이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식욕이 당긴 한송빈도 부지런히 숟가락질을 하였다.
두사람의 국그릇들이 바닥나기 바쁘게 음식장사군이 얼른 단고기국을 가득 담아주었다. 한송빈이 국을 떠먹으며 말했다.
《대씨비방에서 5미상극이라는것이 참 흥미있다니까. 짠맛은 신맛에, 쓴맛은 매운맛에, 매운맛은 신맛에, 신맛은 단맛에 그리고 단맛은 신맛에 의해서 그 맛이 눌리우기때문에 그 묘리를 잘 써먹어야 별맛을 낼수 있다는게 5미상극이거던. 이 다섯가지 맛이 또한 서로 그 맛을 보태주기때문에 음식마다 제 고유의 맛을 가진다는 5미상생이라는것도 참 그럴듯하거던.》
설경성도 대씨가문의 비방을 돌이켜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이 보신탕이 별스레 구수하고 단것 같지 않은가?》
설경성은 그제서야 국이 별나게 감칠맛이 두드러졌음을 느끼였다.
《참말 그렇소이다.》
한송빈이 턱으로 개울뚝의 음식장사군들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은 보신탕을 아주 맛있게 만드는 재간이 있네. 저 사람들이 끓인 보신탕이 별나게 단것은 국을 내기 전에 초를 치기때문일세.
허- 5미상생이란 말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 리치만은 곧잘 써먹거던. 맛과 5장은 련관이 있는데 쓴맛은 심장을, 신맛은 간장을, 매운맛은 페장을, 단맛은 비장을 그리고 찬맛은 신장의 기를 돋군다고 하질 않았나.
대씨비방에는 봄에 비장이 쇠해지기때문에 봄철 72일간은 신것을 덜 먹고 단것을 더 먹어야 하고 간장의 기가 나빠지는 여름철 72일간은 쓴것을 덜 먹고 신것을 더 먹으라고 하였네. 그런즉 여름철 보신탕에 초를 쳐서 먹는거야 당연하지 않은가.》
그 말이 설경성으로 하여금 분발심을 끓게 하였다.
배운것이 없는 백성들도 머리를 쓰는데…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한송빈이 말했다.
《대씨비방은 양생에 아주 잘 맞거던. 겨울철에는 페장이 쇠해지기때문에 단것을 덜 먹고 매운것을 더 많이 먹어야 하고 심장은 가을철에 쇠진해지니 후추나 겨자 같은 매운것을 덜 먹고 쓴것을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했네. 그리고 3월부터 석달간격으로 보름씩 신장의 기를 돋구기 위해 단것을 덜 먹고 좀 짜게 먹으라 했는데 이런 비방을 발해에서 가져온것이라니 아마도 발해는 그것을 고구려에서 물려받았을거네.》
밥상을 물린 설경성은 땀을 흘리는 한송빈에게 부채질을 해주며 입을 열었다.
《사부님에게 있다는 로채병을 다스리는 비방을 알고싶소이다.》
쓸쓸한 웃음속에 한송빈이 고개를 저었다.
《후- 겪어보니 의술이란게 여간 까다롭지 않은 일이야. 문장술 못지 않게 오묘하거던. 아무리 학식이 높은 사람일지라도 시문에 능한 문장가로는 되기 힘들거던. 의술도 마찬가지야. 그러고보면 문장술이나 의술이나 다 타고난 천성을 가진 사람이라야 그 오묘함을 깨칠수 있는것 같애. 그런 면에서 난 나이나 먹었지 자네보다 못하네. 자네는 그 나이에 벌써 어떤 병이든 다 고칠수 있는 의술을 가질 마음을 먹고 그 길에 나섰는데…
옛적에 리상로는 신기한 침구술로 명의라는 이름을 떨쳤는데 자네도 뜻을 이룬다면 어찌 그에게 비길수 없겠나?》
설경성은 온 정신을 모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의술의 길에 나선것은 우연이라고 할수 있네. 그때가 내 나이 열다섯살인 해였어. 그때 우리 마을에 보기 드문 힘장수가 있었네. 씨름판에 나서면 언제나 황소를 놓치지 않았고 전장에 나가면 파리잡듯 외적을 요정내서 나라에서 내리는 상을 빼놓지 않고 타오는 힘장수였네.
그 힘장수의 누이동생이 로채병으로 죽었다네. 예로부터 로채병으로 죽은 집에는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해오지. 그때문에 힘장수가 누이동생의 시신을 도맡아 묻었다네. 그런데 한해후 그 힘장수가 로채병에 걸려 잘못되였네.
그게 너무도 가슴이 아파서 난 의술을 배우리라 마음을 먹었던거네. 그래서 우리 가문에서 처음으로 내가 의원이 되였네.》
설경성은 그의 마음이 리해되였다.
《의술은 단지 병자의 육체만을 상대하는것이 아니라 정신까지 틀어쥐여야 병을 원만히 고칠수 있는게 아닌가.
그런데 난 타고난 천성이 없다보니 한생 애를 썼건만 명의가 되지 못했네. 단지 로채병에는 남들보다 좀 조예가 있을뿐일세.》
설경성에게 부채질을 그만두라고 손짓을 한 한송빈이 실눈을 지었다.
《내 젊었을적에 개경에 온 송나라의원을 만난적 있네. 그가 하는 말이 자기네의 〈삼국지〉와 같은 옛책들에는 해동사람들이 예로부터 병으로 식솔이 죽으면 살던 집을 버리고 새 집으로 이사를 갔다고 씌여있는데 그게 사실인가고 묻더군. 그래서 난 그 사람에게 그건 여느 병이 아니라 로채병이나 대풍창(문등병)과 같이 사람들에게 옮는 병에 걸려 죽었을 경우라고 똑똑히 말해주었네. 로채병은 그 독기가 어느 틈에 다른 사람들에게 옮겨가서 온 집안을 해칠수 있기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그런 병에 걸린 병자는 독방에 두고 치료해왔다고 말해주었더니 송나라의원은 고려의술이 자기네 의술보다 앞섰다고 탄복하더군. 옛적에 보약을 쓰면서 깨끗하게 오래 산 학자들을 가리켜 신선이라고 했네. 그리고 그렇게 살려 하는 사람을 방사라고 불렀네.
방사들은 례외없이 제 사는 처소를 늘 정결하게 거두고 옷을 제때에 빨아입고 늘 몸을 깨끗하게 씻었는데 그게 다 옮는 병을 막자고 한것이였네. 로채병을 다스리자면 다음의 세가지에 관심을 돌려야 하네.》
숨소리마저 죽인 설경성은 한송빈의 입만을 지켜보았다.
《첫째로는 로채병에 걸린 병자를 따로 두어야 하네. 설사 친자식일지라도 한방에 두지 말며 그릇을 함께 쓰지 말며 얼굴을 마주하고 말하지 말아야 하네. 병자가 죽게 되면 그가 들어있던 방에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게 하며 즉시 독한 술을 주검은 물론 온방에 뿌려서 독기를 눌러놓아야 하네.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내다묻어야 하네. 둘째로는 섭생을 잘해서 로채병이 범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네. 허약자가 이 병에 잘 걸리네. 속탈이 있거나 거친 음식을 먹는 사람 또 지나치게 색을 쓰면 누구나 허약해지네.
셋째로는 로채병에 걸린 병자들이 이젠 죽겠구나 하지 않도록 반드시 병을 고치고 일어설수 있다는 신심을 주어 그들이 강심을 먹고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하네.
내 한번은 이런 사람을 본 일 있네. 이웃마을에 사는 로총각이 로채병에 걸렸네. 원래 째지게 가난한 집이라 늘 거친 음식뿐이니 허약해져서 그 병에 걸린거네.
그 총각이 날 찾아왔기에 난 네 병은 고기를 많이 먹으면 얼마든지 날수 있다고 힘이 되는 말을 해주었네.
그때만 해도 나에겐 그 병을 고칠수 있는 신통한 비방이 없어 그렇게밖에 달리 말할수가 없었네. 그런데 몇해후 그녀석이 불쑥 큼직한 노루를 둘러메고 날 찾아왔겠지. 그때 난 그가 누구인지 알수 없었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날려갈듯 그리도 여위였던 그녀석이 힘장수처럼 기력이 넘쳐나는 실한 몸으로 나타났으니 알아보지 못할수밖에…
그녀석이 하는 말이 고기를 많이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내 말을 듣고 산골에서 사냥을 하는 친척을 찾아갔다는거네. 메돼지나 노루 같은것을 잡아먹으면서 산판을 오르내렸더니 병이 뚝 떨어졌다나. 로채병은 약으로만 고치기 힘드네. 약도 쓰면서 뜸도 뜨고 잘 먹이고 더 좋기는 그 총각처럼 사냥을 하게 하는것이네.》
이어 인삼에 단너삼을 섞은 보약과 자음강화탕, 륙군자탕, 사신환 그리고 백부에 살구씨와 백급을 섞어쓰거나 너삼을 꿀에 재워 쓰는 등 로채병에 특효있다는 여러가지 약비방을 알려주는데 의서에서 보지 못한 비방도 적지 않았다.
《몸보신을 겸하는 비방도 쓸수 있네. 닭의 배속에 백부가루를 한줌 넣고 곰을 해먹거나 들깨를 볶아먹을수도 있으며 뱀장어기름에 황경피가루를 개여먹을수도 있는데 이걸 근기있게 쓰면 효험을 크게 볼수 있다네.》
듣고보니 뭐 별로 신기한 비방들은 아니였다.
허나 이런 비방들에 한송빈의 한생이 바쳐있다고 생각하니 산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아참, 하마트면 골자라고 할수 있는것을 빼놓을번 했구만. 로채병에 오미자를 놓치면 안되네. 아무 약을 쓰든 오미자가루를 하루 세번 끼니사이에 한숟가락씩 먹을수도 있고 달여먹어도 좋네.
이게 내가 여느 의원들과 다르게 쓰는 비결일세. 내 경험에 의하면 오미자는 탐라(제주도)의것이 으뜸일세. 탐라오미자는 열매가 아주 실하고 냄새도 더 진한데 그때문에서인지 효험이 아주 좋다네. 류의할 점은 중풍에는 오미자가 금물이라는걸세. 참, 탐라란 말이 났으니 말일세.》
갑자기 한송빈의 두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탐라엔 대풍창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네. 난 그 사람들에게 죄를 지였네.》
《?!…》
《스무해전 난 탐라에 갔던적이 있네, 오미자를 구하러 말일세. 그때 대풍창에 걸린 병자들의 식솔이 나를 찾아와 병을 고쳐달라고 애원하더군. 그런데 내겐 그 병을 고칠 재간이 없었네. 그래 대풍창을 고치는 비방을 알아가지고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해놓고는 지금껏 가지 못했네.》
한송빈이 설경성의 손을 부여잡았다.
《날 도와주게. 어떤 날에는 꿈에 탐라사람들이 나타나서 약속도 모르는 덜된 놈이라고 날 꾸짖어대네. 나야 의술도 부족한데 자네가 내대신 탐라에 가준다면 죽어서도 눈을 감을수 있을것 같네.》
한송빈의 간청에 설경성이 머리를 조아렸다.
《사부님의 분부를 받드는것이 문생의 도리가 아니겠소이까. 제 아직은 대풍창을 다스리는 의술이 부족하지만 꼭 터득해가지고 탐라를 찾아가겠소이다.》
《고맙네.》
두사람은 서로 잡은 손을 오래도록 놓을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