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편

(19)

 

날로 불어나는 병자들로 하여 밤에도 치료를 해야 하는 설경성은 말할것도 없고 한달안으로 음식비방을 몽땅 물려주겠다고 한 대중보도 등이 달아올랐다.

온 나라 방방곡곡을 다 돌아보려고 하는 설경성이로서는 온정골에서 너무 오래 지체될가봐 마음이 불안하였다. 그렇다고 병자들을 떠밀어보낼수는 없었다.

의술은 그자체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맞다드는 병자들을 구제해야 하는 일이니 제 소원만을 위해 그 본도를 저버린다는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였다.

설경성의 심정을 모르지 않는 대중보는 곧 그럴상싶은 궁냥을 생각해냈다.

못이 틈이 있어 들어가는것이 아닌것처럼 아무리 바빠도 먹고 잠을 자는 시간은 있으니 그 시간을 리용하자는것이였다.

허나 얼마 차례지지 않는 잠시간까지는 범할수 없으니 끼니시간을 써먹으면 될것 같았다.

죽을 수가 닥치면 살수도 생긴다고 무릎을 친 대중보는 딸에게 끼식을 어떻게 차려내라는 분부를 하였다.

설경성이 배움을 이어갈수 있도록 차려낸 점심상앞에 대중보는 흡족해하였다.

점심상에서 설경성의 눈길을 끈것은 보가지졸임과 참게젓, 새우튀기 그리고 과일로는 올추리였다.

《오늘이 무슨 날이오이까?》

의아해하는 설경성을 바라보며 대중보가 싱끗 웃었다.

《요즘 자네의 몸이 축가는것 같기에 좀 차렸네.》

대중보가 상을 가리켰다.

《그렇다고 이 음식들을 생각없이 먹으면 몸보신은커녕 목숨이 위태로와질수가 있네.》

그제서야 설경성은 대중보가 음식의 상극을 실천으로 가르치려고 이런 상을 차리였다는것을 깨달았다.

《실례되는 일이지만 때가 때이니만치 밥을 먹으면서 말을 하세.》

대중보가 보가지졸임을 가리켰다.

《이건 참 맛이 좋은 반찬일세. 허나 보가지는 남새와 상극이니 남새로 만든 음식과 함께 먹지 말아야 하네. 자넨 점심반찬으로 보가지만을 들라구.》

대중보가 추리를 가리켜보였다.

《이 오얏은 목으로 신물이 오르는 위탈이 난 사람은 먹지 말아야 하네, 위탈이 더 심해질수 있으니까.》

새우튀기를 입에 넣은 대중보가 웅글은 목소리로 말했다.

《새우는 대추와 상극일세.》

밥을 먹으며 대중보는 추어탕처럼 미꾸라지를 넣어 만든 음식은 호박음식과 상극이며 꿩고기음식은 버섯음식, 뱀장어음식은 살구, 송이버섯음식은 조개음식과 상극이라는것을 알려주었다.

그밖에도 소고기음식은 밤과 닭고기음식은 미나리음식, 게사니고기음식은 닭알과 상극이며 앵두를 지나치게 먹거나 두부와 두릅나물 혹은 참나물과 함께 먹어도 석림에 걸릴수 있다는것을 알려주었다.

이어 대중보는 참게젓을 가리켰다.

《이 게도 가려먹어야 하네. 중풍이 올 징조가 있는 사람, 위탈이 난 사람, 고뿔이나 해수에 걸린 사람, 설사를 하는 사람들이 게를 먹으면 그 병이 더 심해질수 있네.》

밥그릇을 바닥낸 대중보가 멋적게 웃었다.

《원 이런, 말하는 정신에 밥 한그릇을 게는 감추듯 하는것도 몰랐다니?! 그러고보면 말반찬도 밥도적일세.》

수저를 내려놓은 대중보가 접시에 남아있는 닭알을 가리켰다.

《닭알도 막 먹어서는 안되네. 간이나 열에 병이 든 사람, 설사를 하는 사람들이 닭알을 먹으면 병이 더 심해지니까.》

설경성은 모두가 새롭기만 하는 비방들을 머리속에 새겨두는 정신에 아직도 밥을 절반도 축내지 못하였다.

《천천히 들라구. 자네가 밥 한술을 뜰 때마다 비방을 한토막씩 놓아주겠네.》

그 말에 웃음이 북받친 나머지 설경성은 입에 넣은 음식을 내뱉을번 하였다.

얼른 손으로 입을 가린 설경성의 두눈에서 눈물이 찔끔거렸다.

그 모양이 우습다며 대중보가 허허 웃었다.

이어 대중보가 추리를 집어들고 말했다.

《밥을 먹자마자 과일을 먹으면 헛배가 차거나 속탈이 날수 있네. 이것으로 오늘 점심 이야기는 끝을 내려네.》

이만해도 설경성은 대단한 소득이라고 생각했다.

끼식마다 이만큼씩 배워도 열흘이면 책을 한권 묶을수 있을게 아닌가. 저녁밥상은 점심상과 딴판이였다. 보기만 해도 목젖이 근질거리는 돼지발쪽이 설경성의 눈길을 끌었다.

대중보가 먼저 가리켜보이것도 돼지발쪽이였다.

《사람들은 흔히 이게 녀인들에게 젖이 잘 나오게 하는것은 알고있지만 그보다 나이든 남정들에게 좋다는것은 모르고있네. 신기가 허한데는 이것 이상 좋은 음식이 없네.》

대중보는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걸 많이 먹으면 나같은 늙은 사내도 신기가 요동치니 녀인들을 즐겁게 해줄수 있다네.》

총각으로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것은 쑥스러운 일이지만 설경성은 그말도 놓칠세라 머리에 새기였다.

《그런즉 돼지발쪽은 늙은이들에게 젊음을 되살려주는 보약일세.》

메밀묵을 먹고난 대중보가 말했다.

《이 메밀음식이 보약음식임은 누구나 아는것이니 그 말은 그만두세. 음식에는 상극도 있지만 그 반대로 서로 효험을 돋구어주게 하는 상조라는것도 있네. 상조라는 리치를 잘 써먹으면 같은 음식감을 가지고서도 몸보신에 큰 덕을 볼수가 있네. 상조로서 유명한 음식으로는 응당 삼계탕을 먼저 꼽아야 할거네. 알을 깨워 석달가량 기른 약병아리에 삼년생 인삼인 약삼 세뿌리, 찹쌀과 말린 밤, 말린 대추 각각 세숟가락, 마늘 세톨을 넣고 푹 끓인 삼계탕이 병자들뿐아니라 남녀로소모두에게 아주 좋은 보약음식임을 잊지 말게.

그다음 닭고기에 밤이나 토란을 넣고 고은 곰이나 국도 원기를 돋구어주는 명약일세.

양고기에는 생강을 넣어야 더욱 좋고 잉어는 반드시 회를 쳐먹어야 그 효험이 큰데 여기에도 생강이 빠져서는 안되네.

어참, 소고기나 양고기는 깨잎으로 싸서 먹으면 맛도 좋아지지만 보다는 먹은게 살로 잘 가고 속탈도 고칠수 있게 하네.》

이어 두부에는 미역이나 물고기, 돼지고기, 무우가 아주 잘 어울린다는것, 토란은 다시마와 오리고기는 마와 돼지고기는 마늘 그리고 미역은 참깨와 상조라는데 대해서 렬거하는데 처음 듣는것이 적지 않았다.

물론 산후탈에는 가물치탕, 허리아픔에는 뱀장어탕을 쓴다는것쯤은 알고있었지만 음식비방을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은 대중보가 처음이였다.

설경성은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음식비방에는 확실히 관심을 적게 돌리였다는것을 절감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마음먹고 배우면 음식비방도 별게 아닐것이다. 하긴 내 이런것들을 깨우치자고 이 걸음을 한게 아닌가. 금싸래기와도 같은 이 비방들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것이 좋을가. 그렇지, 그래. 똑똑한 머리보다 얼떨떨한 문서장이 낫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날 밤 설경성은 병치료를 마치기 바쁘게 붓을 집어들었다.

날이 밝아오는줄도 모르고 지금껏 집을 떠나 얻어낸 비방들을 빠짐없이 적어놓으니 얄팍하긴 해도 책 한권을 묶만 하였다.

이제부터는 날마다 얻어낸 비방들을 그날로 적어놓으리라, 그러면 언제인가는 의술비방의 부자가 될것이다.

희열속에 새날을 맞은 설경성의 두눈은 비록 피발이 졌어도 새별처럼 뿜는 눈정기로 하여 그를 보는 사람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하였다.

아침밥상은 또 달랐다.

대중보가 삶은 소간과 소피가 담긴 접시를 가리켰다.

《밥상을 마주해서 지켜야 하는 례의에 어긋나긴 해도 이렇게 할수밖에 없군그래. 혈허(빈혈에 해당되는 병)에는 이것들이 그저그만일세. 소간이 없으면 돼지간이든 염소간이든 하여튼 짐승의 간은 다 좋다네.》

대중보의 손가락이 애호박볶음과 오이통김치를 가리키고있었다.

《이런것들을 늘쌍 먹으면 살결이 고와진다네. 살결이 고와진다는것은 신장이 건강해졌다는것을 말해주네. 간이 좋지 않을 때에는 부루를 많이 먹는것이 좋고 황달이 들었을 때에는 가지를 많이 먹어야 하네.》

오이김치물을 한숟갈 떠마신 대중보가 제앞에 놓여있는 삶은 닭알을 설경성의 앞으로 옮겨놓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 어제 이마가 불돌처럼 뜨거운 아이를 침으로 고치던데 그 재간이 신통해. 그런데 거기에 음식비방을 보탰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나.

사람들은 흔히 아이들이 병이 나면 입맛을 돋구고 보신을 해준다면서 닭알을 먹인다네. 그런데 그 닭알이 열이 나는 병에는 아주 좋지 않네, 열이 더 나게 하니까. 어제 침을 놓으면서 그 아이의 부모에게 닭알을 한동안 먹이지 말라고 했어야 했네.》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는 설경성의 눈길은 대중보의 입에서 떨어질줄 몰랐다.

한나절 병치료에 전심한 설경성은 점심상을 마주앉자 곧 대중보의 입을 쳐다보았다.

이번엔 어떤 비방들을 알려주려는지

미역국을 몇숟갈 떠먹은 대중보가 드디여 입을 열었다.

《오늘 점심에는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음식으로 고치는 비방을 물려주겠네.》

대중보가 찰떡접시를 가리켰다.

《이게 맛은 좋아도 체하기 쉬운 음식일세. 찰떡을 먹고 체했을 때에는 무우김치를 먹어도 좋고 막걸리를 한사발 쭉 마셔도 좋네. 두부먹고 체한데는 고사리나물이 명약이요, 소고기를 먹고 체한데는 문어탕이 제일일세.

닭알먹고 체한데는 마늘탕이나 초물을 마시면 되고 물고기에 체한데는 깨잎이나 미나리무침이 좋다네. 버섯에 체했을 때는 생가지를 먹어도 좋고 생오이즙 한국자에 참기름 반국자를 타서 마셔도 되고 록두반근으로 쑨 죽을 단번에 먹어도 좋네.》

이어 돼지고기를 먹고 체한데는 새우젓이나 곶감, 독버섯의 중독에는 참기름으로 오이를 무쳐 먹으면 좋다는 등 그 비방들을 렬거하는데 끝이 없을상싶었다.

점심상에 이어 저녁상에서도 대중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식비방들은 샘이 솟는듯 하였다. 그날 밤에도 설경성은 한동안이나 붓을 달리였다.

이튿날 아침상에서 대중보는 음식과 약의 상극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삽주를 쓸 때에는 복숭아나 추리, 마늘, 청어를, 천문동이 들어간 약을 먹을 때에는 생선을 그리고 족두리풀은 생남새무침과, 반하와 창포는 엿이나 말고기와 상극이니 함께 먹지 말라고 한바탕 이야기를 엮어내렸다.

그리고는 붕어졸임을 가리켰다.

《이것도 약을 먹는 사람들이 조심해야 하네. 우황청심환을 쓸 때 붕어졸임을 먹으면 좋지 않아. 메밀국수나 복숭아, 오얏, 참새고기, 조개, 마늘, 청어, 돼지고기, 좁쌀밥, 초나 신 음식, 김, 생파도 우황청심환을 쓸 때에는 금해야 하네.》

점심상에서는 과일껍질로 병을 고치는 비방을 알려주는데 그것들은 설경성도 아는것들이였다. 설사와 같은 속탈 그리고 기침에 쓰이는 능금껍질이나 석류껍질, 유자껍질, 배껍질들은 의원들이 흔히 약재로 가지고있었다.

저녁에는 소금으로 병을 고치는 비방을 알려주었는데 설경성이 아는것도 있고 모르는것도 있었다. 허리아픔에 진한 소금물을 아픈 부위에 발라놓고 반식경쯤 지나 더운물로 씻되 며칠 이렇게 하면 한결 허리가 거뜬해진다는것은 이미 아는것이였다. 허나 설사할 때 넙적다리의 아래부위에, 대변불통(변비)에는 넙적다리 웃부위에 소금물을 바르면 낫는다거나 오줌이 잘 나가지 않는 경우 장딴지 아래부위에 바르면 효험이 있다는것은 모르던것이였다.

이렇게 하루 세끼 끼식때마다 대중보의 입에서는 음식비방이 구술되고 그러면 그날 밤 하루일을 마친 설경성은 꼭꼭 붓을 달리였는데 보름이 지나니 꽤 부피 두터운 책을 꾸밀수 있었다.

스무날만에 대중보의 음식비방은 바닥이 나고야말았다.

그때 비로소 대중보는 크게 숨을 내쉬였다.

한달안에 비방을 모두 물려주겠다던것이 빈말로 되지 않았으니 어찌 감개무량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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