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편

(11)

 

아주 맛있게 식사를 마친 설경성은 밀어놓은 음식상을 내여가려 하지 않는것이 또한 이상스러웠다.

어느 집에서나 식사가 끝나면 밥상을 내여가는것을 례의로 아는데 이집에서는 왜 이럴가?…

설경성의 이런 생각을 모르는지 편자군이 그의 곁에 와앉으며 말했다.

《사실 그대를 청해온것은 알고싶은것이 있기때문일세.》

편자군이 제 허리를 가리켰다.

《난 오래전부터 석림(뇨로결석증에 해당되는 병)으로 고생했다네. 의원들의 말이 량쪽허리의 신장에 다 돌이 있다나. 그때문에 사흘이 멀다하게 허리와 배가 아파나는데 그 고통이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수도 없네.

그때문에 의원들이 쓰라고 한 패랭이꽃씨니 길짱구씨니 으름덩굴, 곱돌, 병꽃풀, 이스라치뿌리껍질… 하여간 석림에 좋다는건 다 써보았지만 달라진것은 하나도 없었네.

이놈의 병이란게 죽을 때까지 말썽거리로구나 하는 한탄이 절로 나가더군. 정말 괴로와 죽을 맛이였네.

배가 아파올 때 배를 주무르지 않으면 하루고 이틀이고 그냥 아파나는데… 그래서 안사람이 욕을 보았지. 날마다 반나절은 내 배를 주무르느라 손목이 다 부을 지경이였다니까.》

편자군의 말을 들으며 그의 얼굴을 살피던 설경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편자군의 눈언저리에 거무스름한 띠가 있는것을 보아 신장이 말썽을 부리는게 분명했다.

돌이 들었다거나 다른 리유로 신장이 병들면 그 사람의 눈언저리에 검은 띠가 생긴다.

유심히 보았더니 검은 띠가 퍼그나 줄어들고 그 색도 연해졌다는것이 알렸다.

그렇다면 신장에서 돌이 빠져나갔다거나 작아지고있다는것을 말해준다.

설경성은 다음말이 떨어질 편자군의 입을 지켜보았다.

《지난해 말복날이였네. 그날 황주의 동생집을 다녀온다는 한 늙은이가 내 집을 찾아왔네. 타고온 말이 편자도 떨어져나가고 병도 났기때문이였네.

그날 난 또 아파나서 뜨락의 음달에 누워있고 안사람이 내 배를 주무르고있었네.

나그네가 날 보더니만 주인이 무슨 병에 들었는지 알아보겠다더군. 물에 빠진 격인 나로서야 그보다 반가운 일이 있겠나. 어서 그러하라 했더니 나그네가 내 허리의 량켠을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려보더군.

그때마다 그 자리가 속에까지 허비는것 같아 신음소리가 나갑데.

내 얼굴까지 살피고난 나그네가 하는 말이 량쪽콩팔에 다 돌이 있다는거네.

그런건 이미 의원들이 알려주어 아는것이고…

난 나그네에게 내 병을 고칠수 있는가고 물었네. 했더니 그 사람은 끌고온 말을 가리키며 말이 병들었는데 그 병을 고칠수 있는가고 되묻는게 아니겠나.》

그 말에 설경성도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의술을 아는 사람이 사람우에 짐승을 올려놓을수 있단 말인가.

《그런 사람을 그래 그냥 두었소이까?》

격해서 부르짖는 력동에게 편자군이 눈을 흘기였다.

《자넨 좀 가만있게나.》

설경성에게 눈길을 돌린 편자군이 눈웃음을 지었다.

《그때 내 기분도 좋지는 않았네. 그런데 가만 보니 그 사람이 여간 지친 기색이 아니더군. 병든 말을 끌고와서인지 짚신도 해지고… 그 사람이 가엾게 여겨지더군.》

설경성은 편자군의 마음이 선량함을 느끼였다.

《난 아픔을 참고 일어나 나그네가 끌고온 말을 들여다보았네. 어렵지 않게 그놈의 병을 알겠거던. 나그네의 말은 맥이 없어서 앞다리를 꿇고 엎드려서는 눈도 감고있고 고개도 떨구고있는데 숨소리가 거칠었네.

그런즉 심통 즉 염통의 병이 말썽을 부리는것이였네. 지나치게 먹이거나 너무 다급하게 때려몰면 그런 병에 걸린다네. 그래서 청심산을 먹이였네.

이튿날 말의 두눈에 생기도 돌고 힘도 나서 제법 투레질을 하더군. 그제서야 나그네가 내 손을 잡고 하는 말이 자기는 사람들과 사귈 때 실속이 있는가, 곤경에 빠진 사람을 위해주는 마음이 있는가부터 타진해보고서야 결심을 내린다고내가 뭐 사귈만 한 사람이라나. 그날 나그네는 석림의 명처방이란걸 가르쳐주었는데 그게 바로…》

편자군은 아직도 그대로 놓여있는 밥상에서 놋종지를 가리켜보였다.

그안에 달래무침이 들어있었다.

《바로 이걸세. 그가 하는 말이 매끼 한종지씩 초에 재운 달래를 몇해쯤 먹으면 석림은 물론 쓸개의 돌까지도 녹아없어진다나.》

설경성은 비로소 밥상을 왜 그대로 두었는지 또 달래무침이 편자군의 곁에만 있었는지 그 까닭을 알수 있었다.

달래무침만은 편자군의 국사발곁에 있어 거기에 저가락질을 할수 없었던 설경성이였다.

《그래서 집사람이 달래를 캐여다 끼마다 차려주는데 그걸 먹은지 몇달이 지나자 점차로 배아픔이 즘해지고 그 아픔도 한결 가벼워지더니 한해가 되는 지금은 거의 없어지다싶이하네.

그렇지만 그 효험이 달래무침때문에서인지 어디 믿을수가 있더라구. 그래서 그대를 부른거네.》

설경성에게는 그런 처방을 의서에서도 읽은바 없거니와 처음 듣는 소리라 왕청같이 여겨졌다.

그러나 무작정 인정할수 없다는 말이 나가지 않았다.

의원들이 알지 못하고 묻혀있는 비방이 오죽이나 많겠는가.

《어디 몸을 좀 보아도 되겠소이까?》

편자군을 배를 깔고 엎드리게 한 다음 량쪽신장부위를 깐깐히 만져도 보고 두드려도 본 설경성이 고개를 기웃거렸다.

한쪽신장은 아주 멀쩡하고 다른쪽것도 그만하면 나쁘다고는 할수 없을것 같았다.

그렇다면 달래무침이 명약?… 별스럽지도 않은 그런게 다 약으로 되다니… 그러니 음식도 약으로 보아야 한다는게 아닌가?!

곰곰히 따져보니 수백수천가지 음식감을 다 약재라고밖에 달리 볼수 없었다.

편자군이 제 흥에 겨워 말했다.

《그 나그네가 하는 말이 음식감도 지역에 따라 그 질과 맛도 다르다고 합데. 꿩고기만 보아도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질기고 맛도 없는데 그나마 전라도나 경상도의 꿩은 누린내가 난다누만. 꿩은 서경과 그 이북에서 나는게 제일 좋은데 압록강근처의것은 크기도 하거니와 그 맛이 날새고기의 으뜸이라고 하네.》

그 말도 설경성은 처음 듣는 소리였다.

어째서 나는 음식감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을가. 확실히 난 아직 모르는게 많구나.

《이 처방을 대준 사람은 어데 사는 누구오이까?》

편자군이 일어나앉으며 턱으로 남쪽을 가리켰다.

《평주고을 온정골에 산다고 합데. 그 마을에 온정(온천)이 있다나. 그가 하는 말이 사람이 병없이 오래 살려면 음식을 구색에 맞게 먹어야 한다고 한다고 합데.》

설경성은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 사람도 의원이오이까?》

《의술을 생업으로 하지는 않아도 음식비방으로 사람들이 앓지 않도록 도와준다고는 합데.

그렇지, 그 사람이 하던 말이  생각나네. 사람은 성격에 따라 걸리는 병도 다르다고 했네. 물론 그대같은 의원이 그런걸 모를리가 없겠지.》

설경성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대로 명의라고 이름난 가문에서 태여나 조상들의 의술을 물려받은 설경성인데야…

근심이 많은 사람은 심이 못쓰게 되기 쉽고 우울증의 사람은 중풍에 잘 걸리며 흥분하기 잘하는 성격은 속탈이 많다. 또 성을 잘 내는 사람은 부스럼이나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수집음을 잘 타는 성미는 역병(전염병)에 약하다.

설경성은 음식비방에 밝다는 온정골사람을 만나보고싶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달래무침의 처방을 믿어야 하나?》

온정골사람에 대한 믿음속에 설경성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사람을 믿는다면 그의 재주도 의심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주인님의 말을 듣고보니 그 사람은 뛰여난 인재가 틀림없소이다. 주인님의 몸에서 오른쪽콩팔에만 돌이 좀 남아있는것 같은데 아주 작은 돌같소이다. 그 처방대로 조금만 더 달래무침을 쓰시면 석림을 깨끗이 털어버릴것 같소이다.

내 생각에는 한생 달래무침을 해먹으면 생전 석림을 모르고 오래 살것 같소이다.》

입이 벌어진 편자군이 설경성을 감탄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배운 사람의 보는 눈이 다르다더니… 일깨워주어서 고맙네.》

편자군과 헤여져 처소로 돌아가는 설경성에게 새롭게 느껴지는것이 있었다.

인재는 명문대가나 남달리 책을 많이 본 사람들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초야의 이름없는 백성들속에도 있구나. 온정골로인도 편자군도 다 인재라고 할수 있지 않는가.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