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편

(10)

 

설경성이 느낀건데 곰열의 약효는 의서에 씌여진것보다도 뛰여난것 같았다.

하루 두번씩 따끈한 술에 곰열을 타먹고있는지 나흘째되는 날에는 만신창이 되도록 타박을 입은 몸이 가벼워져 문밖출입을 할수 있었다.

설경성은 즐거운 마음으로 력동이와 함께 마을을 돌아보았다.

이 마을은 구름이 자주 낀다고 해서 운두봉이라 하는 높은 산을 등에 지고있었다.

그래서 마을을 운두골이라 부른다는것이였다.

뒤산은 높아도 마을앞으로 꽤 넓은 밭이 있었다.

마을의 서북쪽에는 가마처럼 생긴 가마골마을이 있고 동쪽에는 놋그릇을 만드는 퉁점골마을 그리고 남쪽에 달모양새의 달동네가 있었다.

마을을 돌아본 설경성은 이튿날부터 병자들을 불러들였다.

력동이 도성에서 의원이 왔노라 소문을 크게 내는 바람에 병자들이 너도나도 그의 집을 찾아왔다.

마을은 크지 않아도 병자가 적지 않았다. 배앓이, 고뿔, 눈앓이, 코병, 다리를 앓는 등 병도 각양각색이지만 다행히도 난치라든가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은 없어 병치료로 속을 썩일게 없었다. 게다가 마을주변에 약재는 얼마든지 있어 가지고온 약이 없어도 얼마든지 손을 쓸수 있었다.

코안이 헌 사람에게는 살구씨를 쪄서 뽑은 기름을 바르거나 국화꽃을 달여마시게 하였고 설사병에는 가중나무뿌리, 오이풀뿌리를 달여먹도록 하였다. 이 약재들은 해묵은 설사병에도 효험이 있었다. 눈병에는 약쑥에 삽주와 뽕나무잎을 같은 비률로 섞어서 태운 연기를 눈에 쏘이게 했고 고뿔에도 그 연기를 코로 들여마시라고 일러주었다.

고뿔로 열이 나는 아이들은 금은화덩굴을 달여먹이면서 손가락과 발가락을 주물러주게 하였다.

여기에 침뿐아니라 칼침과 뜸을 배합했더니 효험이 있다고 다들 좋아했다. 물론 설경성은 병자라면 침착하게 병을 진단하였고 약처방을 내리는데 있어서도 열번 재여보고 한번 가위질을 하는 심정으로 매우 심중하게 하였다. 그러니 오진과 같은 실수가 생길리 없었다.

이에 마음이 끌린 력동이 제자가 되겠다며 떼를 쓰는통에 설경성은 의술을 배워주지 않을수 없었다.

큰 몸집에 기운이 세차서 씨름장에 나가면 언제나 장원을 놓지 않는다는 력동이 배워주는대로 척척 받아무니 설경성의 기쁨도 이만저만 아니였다. 력동이 의술의 인재가 될만 해보였다.

어느 책에서 이르기를 인재감은 생각이 외곬으로 흐르면서 교제가 좁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인간세상모두에 관심이 크고 붙임성이 좋으면서 가르쳐주는대로 받아무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력동이 그런 사람이였다.

스무살인데 사냥에도 무술에도 농사에도 밝고 고을에 나가 글까지 깨치였으니 시골에다 내버리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였다.

력동을 제자로 키우리라 마음먹은 설경성은 밤이면 여러개의 광솔불을 켜놓고 5장6부의 생리부터 가르치였다.

먼저 심, 페, 비, 간, 신의 5장과 담, 위, 소장, 대장, 방광, 삼초의 6부를 글로 써놓고 그 글자와 더불어 그것들이 노는 일을 설명하였다.

례를 들어 신장을 가리키는 腎(콩팥 신)이란 글자를 써놓고 여기에서 고기 육자인 肉은 사람의 몸을 의미하며 신하 신자인 臣과 돕는다는 우자인 又를 합치면 결국 신장은 사람의 몸에서 신하의 역할을 하는 장기 다시말해서 오줌을 만들어 진액의 순환과 배설을 유지하며 생식과 발육을 주관한다고 말해주었다.

했더니 력동은 고기 육자와 방패 간(干)으로 이루어진 간 간자인 肝을 가리키며 사람의 몸에서 간은 방패와 같은 방비의 기능을 그리고 고기 육자와 저자 시(市)가 합쳐진 肺(허파 페)는 사람의 몸에서 숨쉬기를 주관하는것을 의미할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설경성을 만족하게 하였다.

이 정도의 판단력이면 서너달 가르쳐서 그럭저럭 의원노릇을 할수 있을것 같았다.

몇달쯤 이 집에 머무르면서 의원으로 키우리라 마음먹은 설경성은 의술을 배워주는 재미에 날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의술에 취미가 난 력동이 설경성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니 부모들은 만금을 얻은듯 기뻐했다.

력동의 아버지는 설경성의 두손을 꼭 잡고 《이러다 우리 집에서도 의원이 나는게 아닌가.》하고 떠들기까지 하였다.

그 말에 감동된 설경성은 더욱 마음먹고 달라붙었다.

언제든 앞으로 제자를 두게 될것이라 생각은 했었지만 그날이 앞당겨왔으니 경사가 아닐수 없었다.

보기 드문 힘장사를 제자로 두면 두려울게 없을것이였다.

며칠 지나서부터는 이웃마을들을 벗어나 고을에서까지 병자들이 찾아왔다.

설경성이 력동이도 가르칠래 날로 불어만가는 병자들도 보아줄래 눈코뜰새없이 바삐 돌아가던 어느날 점심무렵이였다.

이날도 설경성이 아침부터 력동이네 집에서 병자들을 보아주고있는데 갑자기 문밖에서 벅적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때없이 병자들이 찾아와도 이렇게 소란스레 떠든적이 없었던지라 설경성은 웬일인가 하여 방문을 열었다.

머리에는 모시복두를 쓰고 비색덧옷을 입은 중년의 두사람이 뜨락에서 력동이 아버지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붓고있었다.

그들의 옷차림으로 보아 관가의 아전들 같았다.

아무리 아전이라고 해도 그렇지 남의 집에 들어와서까지 주인을 욕할수 있는가.

의분이 끓어오른 설경성이 토방에 나서며 입을 열었다.

《난 도성사람이요. 재상도 민가에 찾아들었으면 주인에게 례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나이많은 주인에게 무례해서야 쓰겠소?》

분노로 두눈이 이글거리는 설경성이앞에 아전들은 대바람 기가 질렸다.

기가 질린 아전들에게 설경성이 물었다.

《무슨 일이기에 남의 집에서 떠드는거요?》

력동이 아버지가 아전들을 대신해서 대꾸했다.

《원참, 올해는 부세가 두곱으로 불어났다면서 짐승가죽을 두곱으로 내라는게 아닌가.》

부세란 조세외에 추가로 나라에 바쳐야 하는 세금을 말한다.

《이거야 백성들을 죽이자는거지 어디 살리자는건가, 망할놈의 세상.》

울분에 찬 력동이 아버지의 말에 아전들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땅딸보아전이 세모눈에 살기를 띠고 소리쳤다.

《이 늙다리가 살기 싫어 몸살이 났나? 그 말만 가지고서도 목이 날아날수 있단 말이다.》

키다리아전도 땅딸보에게 질세라 악을 썼다.

《당장 물고를 내기 전에 잘못을 빌어라, 어서!》

뜨락으로 내려선 설경성이 손을 내저었다.

《너무 떠들지들 마오. 아무리 성인이라도 하루에 제 죽을수 있는 말을 세번이나 한다는 옛말이 있소. 그대들은 얻기 힘든것이 민심이고 놓치기 쉬운것이 농사일이라는 말을 아오?》

탐욕스러운 고을원을 끼고 백성들의 재물을 빼앗아 제 배를 불리는 짓밖에 배운것이 없는 아전들은 듣느니 처음인 그 말에 눈들이 퀭해졌다.

설경성이 그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성인도 분이 치밀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남의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는데 하물며 시골백성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소. 그러니 분김에 그런 말을 한걸 가지고 벌을 줄수 없다는거요. 그리고 임금도 인심때문에 근심하는데 누구보다도 나라를 받들어야 할 그대들이 국법을 어기고 두곱으로 부세를 내라고 할수 있는가?

난 조정에 벗들이 있어 부세를 얼마나 내야 하는지 알고있소.》

사실이 그러했다. 설경성은 홍자번으로부터 올해의 조세와 부세를 전해와 꼭같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것이였다.

《그러니 이전대로 부세를 받아가지고 가오.》

설경성의 그 말에 아전들이 턱을 쳐들고 반박했다.

《우린 현령어른으로부터 산골마을들에서는 부세로 짐승가죽을 두곱으로 받아내라는 령을 받았단 말이요.》

설경성은 시간이 아깝더라도 아전들을 일깨워주리라 생각했다.

《그대들도 이런 시를 들어보았소?》

설경성이 뜨락을 거닐며 시를 읊었다.

 

관가에서 나온 관리 벌써부터 세금받네

우리들이 농사지어 온 나라가 잘 사는데

왜 이리도 뼈를 깎고 살을 저며가느냐

 

허나 무식하고 암둔한 아전들이 그런 시가 있다고 한들 얼굴을 붉힐리 만무였다.

악의에 차서 쳐다보는 아전들앞에 설경성은 억이 막혔다.

시골에서 배운게 없으니 천하명사 리규보가 시를 지었다는것은 알수 없다고 해도 어쩜 조금도 가책이 없는 태도인가.

뒤늦게야 옷차림을 보고 설경성이 벼슬아치가 아님을 안 아전들이 기세를 부렸다.

땅딸보가 입술을 비죽 내밀며 빈정거렸다.

《듣자하니 어떤 의원이 이 마을에서 사람들의 병을 보아준다던데 혹시 자네가 아닌가?》

그때까지 토방우에 우뚝 서서 아전들을 쏘아보던 력동이가 땅딸보앞으로 나섰다.

《그렇수다. 의원님은 나의 사부님이시오.》

이번에는 키다리가 빈정거렸다.

《그런즉 돈벌이깨나 했겠군. 그러니 의원님도 부세를 내야겠소.》

설경성이 주먹을 휘두를 기세인 력동이를 떠밀며 목청을 돋구었다.

《옳소, 백성이라면 누구나 부세를 내야 하오. 그래서 난 해마다 꼭꼭 도성에 있는 관가에 부세를 내고있소.》

땅딸보가 히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좋을대로. 하지만 여기서 번것만큼 부세를 우리 고을관가에 바쳐야겠소.》

그야말로 억지방망이를 휘둘러대는 아전들의 역겨운 처사에 설경성은 그자들의 면상을 후려치고싶었다.

설경성이 그자들에게 눈화살을 날리며 말했다.

《조세도 부세도 거주지에서 내게 된걸 모르는가? 내 이길로 조정을 찾아가 국법을 어기는 너희 관가모두에게 벌을 내리도록 할테다. 국법을 희롱하여 민심을 어지럽힌자는 곤장맞고 천리밖으로 정배를 간다는걸 모르지 않을테지?》

그만에야 아전들은 자라목이 되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도성의원이 강심을 먹으면 무슨 벌인들 내리게 하지 못하겠는가. 한다하는 재상들도 의원의 신세를 입어야 하는만치 그들을 부추긴다면 고을원쯤 떼버리기는 가을철 메뚜기잡기만큼이나 어렵지 않을것이다.

목을 움츠린 아전들에게 눈화살을 날리던 설경성이 일렀다.

《가서 현령에게 전하시오, 부세를 두곱으로 받아먹다가는 배가 터져 죽을수 있다고.그대들도 명심하오, 사내로 태여났을 때 부모들이 뽕나무활에 쑥대화살을 재워 사방에 대고 쏘게 한것은 결코 남의것을 빼앗아서 제 배를 채우라고 한것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장수가 되길 바래서였다는걸. 그러지 않다가는 뭇매맞아 병신이 된다는걸 똑똑히 알아두오.》

비실비실 쫓겨가는 아전들을 쏘아보는 설경성의 주먹이 떨리고있었다.

내가 벼슬을 한다면 저런 놈들을 모조리 관가에서 몰아내는건데

며칠이 또 흘렀다.

이날도 여전히 력동이네 집에서 묵고있는 설경성은 아침부터 병자들을 맞아들였다.

잠간 밖에 나갔던 력동이 방에 들어와 달동네의 편자군네 집에서 점심에 꼭 저희집에 와달라는 기별을 받았다는것을 전해주었다.

달동네 편자군이라고 하면 고을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의 집이 대대로 소나 말의 발바닥에 편자를 신기는 일을 해오기때문이 아니라 마소의 병을 특별히 잘 고치는 재간을 가지고있기때문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가 초를 가지고 마소의 병을 신통하게 고친다기에 짬을 내여 만나보려 했던지라 설경성은 정오가 되기 전에 병자들에게 량해를 구하고 처소를 나섰다.

력동이 사기가 나서 길잡이를 하였다.

편자군의 집은 달동네에서 제일 큰 초가집이였다. 뜨락도 려염집 두채쯤은 넉근히 들어앉을만큼 너렁청하였다. 이 아근의 마소들이 다 이 집에 와서 편자도 신기고 병도 고친다니 뜨락이 이쯤 넓어야 할것이였다.

오늘은 마소를 끌고온 사람들이 없는지 조용한 뜨락을 거닐던 편자군이 력동이 안내해온 설경성을 보고 반가와하였다.

편자군과 인사를 나는 설경성은 생각했던것과는 그의 생김이 어방없이 다른데 대해 몹시 놀라왔다.

이름난 편자군이라기에 력동이처럼 체통도 크고 우람찰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키도 작고 녀인네처럼 약하게 생긴 중년의 사내였다.

새로이 부닥치는 모든것에 호기심과 의문이 많은 설경성이 그 버릇대로 입을 뗐다.

《주인님, 인사불성이라 나무람 마시고 제가 묻는걸 가르쳐주소이다.》

편자군이 웃어보이는데 웃음매까지 아녀자와 비슷했다.

《나같은 시골사람에게 무얼 배울게 있다고…》

설경성은 외양간에 매여있는 이 집의 황소를 가리켰다.

몸집이 실한 황소에게서 눈길을 끄는것은 범처럼 온몸에 검은 무늬가 어룽어룽한 그것이였다.

《주인님께서 소의 병을 고치는 그 비방들을 알고싶소이다.》

편자군이 눈웃음속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내 밥줄을 떼우는거 아닐가? 에라, 재간을 무덤에 가지고가면 천벌을 받는다 했으니 숨길게 없겠다.》

황소에게 다가간 편자군이 소의 등허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소가 말일세, 헛배가 부르면 나무가지로 입을 벌려놓고 목구멍을 찔러 검은 피를 나오게 하고 또 피똥을 눌 때에는 회가루 한숟갈을 술 반되에 타서 먹이면 알도리가 있고 피오줌을 쌀 때에는 당귀와 홍화를 가루내여 술에 달여먹이면 낫는다는것쯤은 소를 기르는 사람들이 다 아는것일세.》

그 말에 설경성은 대뜸 소의 병이나 사람의 병을 고치는 약의 효험이 비슷하다는것을 알아차렸다.

황소의 어깨박죽에 손을 얹은 편자군이 고개를 저었다.

《허나 그쯤한 병에 소가 맥없이 쓰러지는건 아니니 문제될건 없네. 골치거리는 온역이라고 하는 돌림성열병일세. 온역에 걸리면 소도 사람처럼 무리로 쓰러지네. 어떤 때에는 한 고을에서만도 수백마리의 소가 쓰러진다네.》

가슴아파하는 편자군을 바라보며 설경성은 온역이란 말을 속으로 곱씹었다.

소를 기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온역만 한 골치거리는 없을것이다.

선조들이 온역을 다스리는 비방을 수없이 물려주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능숙하게 써먹을줄 아는 사람은 많지 못하다.

온역은 일각을 다투는 무서운 병인 까닭에 마을들에서 그를 다스리는 비방을 알고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안되고있는것은 관리들의탓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관리들이 소나 말 같은 집짐승의 병을 고쳐내는 비방이 적힌 책을 널리 찍어내고 백성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내밀면 될게 아닌가.…

편자군의 목소리가 구슬프게 울리였다.

《그런데 난 아직 소를 온역에서 구원할수 있는 비방을 걷어쥐지 못하였네. 기껏해야 침을 토하면서 머리를 흔들다가 코와 입으로 피를 흘리는 온역에 걸린 소가 몸에 부종이 생겼을 때 그 자리를 불에 달군 쇠침으로 지지여 부은것을 가라앉히는 그 술법이 고작일세.》

편자군을 위로하고싶은 마음에 설경성은 그의 손을 움켜잡았다.

《마음먹고 달라붙으면 막혔던 길이 열린다는데 주인어른의 그 마음이면 하늘이 알아줄것이오이다.》

그때까지 꾸어온 보리자루마냥 한켠에 서있던 력동이 설경성을 가리키며 말참네를 하였다.

《주인님, 우리 사부님이 알고싶어하는건 초로 소의 병을 고치는 비방이란 말이오이다.》

력동을 바라보며 편자군이 웃었다.

《이녀석은 콩밭에 서슬치겠다니까.》

이윽고 편자군이 설경성을 바라보았다.

《초로 소의 병을 고치는건 우리 가문의 비방일세. 소가 무릎에 병이 들어 잘 걷지 못할 땐 말일세, 분지가루 서너줌을 초로 개여가지고 뜨끈하게 덥히네. 그다음 베천에 싸서 소의 무릎에 싸매주되 그게 식으면 다시 뜨거운것으로 갈아붙이네. 이렇게 몇번씩 며칠동안 해주면 무릎병이 낫는다네.》

설경성은 무릎을 치고싶었다.

이런 비방은 고스란히 사람에게 써도 무방할것이다. 혹시 옛적에 어떤 사람이 사람의 무릎을 치료하던 비방을 소에게 써서 결국은 소에 쓰는 비방으로 전해온게 아닐가.

《방금 송아지를 낳은 암소들에게서 드문히 새끼집이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네. 그땐 암소를 눕혀놓고 밖으로 나온것을 백반을 녹인 물로 깨끗이 씻네. 그다음 불돌에 초를 방울방울 떨구어가지고 서려오르는 김을 쏘인다네.

한동안 그렇게 하면 밖으로 나온게 본래대로 졸아드는데 그때 안으로 넣어주면 되네.》

설경성은 다시한번 탄복하였다.

이것도 부인병에 써먹을만 하였다.

《소가 더위를 먹었을 때 엿물 반근을 초 세홉에 타서 먹여도 되고 소금 한줌을 초 두홉에 타고 여기에 물 한되를 부어가지고 먹여도 좋네.》

이어 설사병이며 회충구제 그리고 소가 숨차하는 병에도 초를 쓰는 법을 들려주는데 그것들도 사람의 병치료에 써도 될것 같았다.

보다 흥미있는것은 암소에게 암내가 일지 않을 때 푸초와 파를 각각 한근씩 물에 달여서 그 졸인물에 초 세홉을 타서 사흘간 먹이면 반드시 알도리가 있다는 처방이였다.

편자군이 능청스러운 눈길로 설경성을 바라보더니 벌씬 웃었다.

《입이 터진김에 있는 밑천을 다 내놓고말아야지. 지금 말하자고 하는 비방들은 의원들이 써먹어도 무방할거네.

소가 피오줌을 쌀 때 서너숟가락의 당귀가루를 술 한사발에 타서 먹이면 말을 잘 듣는다네. 또 소가 기침을 하면 소금 한숟가락을 메주즙 한되에 타서 먹이면 되네.》

설경성은 무릎을 치고싶었다.

편자군의 말대로 이 비방들은 고스란히 사람의 병치료에 써도 될것이였다.

오늘 이런 횡재를 하다니

이윽고 하늘을 쳐다보던 편자군이 혀를 찼다.

《이러다 점심 굶겠군. 자, 어서 가세.》

편자군에게 이끌려 방에 들어선 설경성이 입을 하 벌리였다.

큰 상에 가득한 크고작은 그릇들이 모두 번쩍거리는 놋그릇이였다.

주전자까지도 놋주전자였다.

그래서인지 거기에 담겨져있는 음식들과 술이 으뜸가는 별식처럼 돋보였다.

《이거 고관대작이 왔다가 울고가겠소이다. 시골에서 값진 놋그릇으로만 상을 차린건 처음 보오이다.》

설경성에게 자리를 권한 편자군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풍습이 고구려를 닮아 자기와 함께 놋그릇을 쓰는게 아닌가. 이 집이 생겨 도성에서 온 명의를 청해오기가 처음이라 마음먹고 차렸다네. 이웃마을에서 놋그릇을 만드는데 이쯤이야 차리지 못하겠나?》

편자군이 밥그릇을 가리켰다.

《이 상우에 오른 밥도 보통쌀이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 유명한 우리 고을 장요미로 지은걸세.》

기름기가 찰찰 도는 밥을 굽어보던 설경성은 군침을 꿀꺽 삼키였다.

쌀알의 허리가 긴때문에 장요미라 불리우는 봉주쌀로 지은 밥은 완산이나 김제, 백주의 쌀밥보다 눈맛도 입맛도 좋기로 세상에 소문이 났다.

오죽 별맛이였으면 이웃나라사람들이 봉주쌀밥을 먹어보는게 소원이라고까지 했겠는가.

봉주의 장요미는 이웃나라들에 싣고가면 금값이였다.

하기에 장요미는 고스란히 나라에서 걷어가는 리유로 봉주고을 농군들도 그 맛을 보기 힘들었다.

말로만 들어오던 봉주쌀밥이 처음인 설경성은 이 집주인이 무엇때문에 이처럼 환대를 하는지 그 의문으로 하여 선뜻 수저를 들수 없었다.

《어서 들게.》

편자군의 재촉에 설경성이 밥 한술을 입에 넣으니 정말 별맛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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