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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0년세월이 흘러서 이젠 주씨라고 불리우는 봉혜의 머리에 흰서리가 내리기 시작했고, 아들 진호는 성장해서 대학생이 되였다. 흘러간 세월에 강산만 변한것이 아니라 사람들도 변하고 자라난것이다. 《어머니, 다녀올게요.》 매일 아침 등교할 때마다 하는 아들의 인사말에 방걸레를 치던 주씨는 얼른 안방문을 열고 마루에 나갔다. 아버지를 닮아서 좀 작은 키에 어깨가 쩍 벌어진 아들이 예전의 제 아버지처럼 싱긋 웃으며 물었다. 《할머닌 어디 가신거예요?》 《부엌에 계실게다.》 외할머니 문씨가 부엌에서 내다보았다. 《할머니 다녀올게요.》 《오냐, 너무 일찍 가는게 아니냐? 어제 밤에도 늦게까지 공부하던데 좀 쉬였다 가면 안되니?》 《뻐스가 복잡한걸요. 조금만 늦게 떠나도 학교 지각해요.》 가는귀가 먹은 외할머니에게 언제나 그러는것처럼 진호는 목소리를 조금 높여서 대답했다. 《뻐스 탈 때 조심해라. 만원뻐스에 매달리다가 떨어지면 큰 야단이다.》 《할머니도 참, 아침마다 같은 걱정이시네.》 《이녀석아, 그래두 조심해라.》 《예, 예, 알겠어요. 만원뻐스에 매달리다가 떨어지면 큰 야단이다.》 진호가 외할머니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같은 말을 되뇌이자 외할머니가 웃고 어머니도 웃었다. 외할머니는 그래도 또 걱정이다. 《공부 끝나면 일찍 돌아오너라. 오늘은 야간학원 안 나가는 날이지?》 《예.》 주씨가 따라가서 아들이 열고 나간 대문을 닫고 빗장을 질러놓았다. 대문까지 붙어있는 이 구식기와집은 주씨의 동생 주택진검사가 전세로 얻어준 집이다. 8.15전에 지은 집인데 전쟁때 용케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기와장이 여러 군데 깨지고 어긋나기도 해서 장마철이면 천정에서 비가 새고 벽도 몇군데 패이고 금도 갔다. 그래도 전에 살던 그 판자집에 비하면 월등 좋았다. 이 집에 이사오기 전에 민영숙은 원주의 외삼촌어머니가 몹시 앓고있으니 빨리 와서 살림살이를 도와달라는 기별이 와서 떠나가게 되였다. 그는 떠나가면서 주씨의 손을 꼭 잡고 신신당부를 했다. 《제발 앓지 말고 진호를 잘 키우는거야. 그래야 진호 아버지하구도 다시 만나게 될거야. 정말이야!》 《응 알았어. 이모도 앓지 말구, 우리 다시 만날 때가 있을거야.》 봉혜는 많은 신세를 졌을뿐아니라 친형제처럼 정이 든 그와 헤여지는것이 너무 섭섭해서 눈물이 글썽해졌다. 《이번에 원주 가면 거기 눌러앉을 생각이야. 그래도 진호가 보고싶어서…》 영숙이도 흐느끼며 뒤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떠나간 후에 주씨는 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이 집으로 이사 왔다. 어머니 문씨는 홀몸이 된 딸과 외손주의 뒤시중을 해주기 위해서 이 집에 온것이였다. 주택진검사는 전세집을 얻어준데 그치지 않고 세 식구의 생활을 많이 돌봐주었다. 어머니 문씨가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지만 원래 어려서부터 누님을 무척 따른 주택진자신이 성의껏 누이네를 도와주려고 했다. 주씨는 동생의 도움이 고맙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만 기대고 사는것이 좀 미안하고 거북했다. 두루 생각한 끝에 세타삯뜨개질을 했다. 세타를 입을 사람의 립장에서는 실을 사서 삯전을 주어 짜입는편이 백화점에서 기성복을 사기보다 돈이 덜 들었다. 주씨의 세타 짜는 솜씨가 뛰여났고 삯전을 많이 요구하지도 않을뿐아니라 실이 조금만 남아도 여느 녀자들처럼 감추지 않고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소문까지 나서 그에게 일감을 맡기러 오는 녀자들이 점차 많아졌다. 진호도 대학에 진학하자 곧 제 학비는 제힘으로 번다고 하더니 야간학원 강사노릇을 했다. 대학입학등록금까지는 외삼촌의 신세를 졌지만 책값이며 용돈은 제가 벌어서 쓴다는것이였다. 외할머니는 말렸지만 어머니 주씨는 잘 생각한것이라고 두둔해 주었다. 진호는 야간학원강의가 없는 날에도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군 했다. 대학에서 강의가 끝난 후 도서관에서 참고서적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느니 혹은 친구네 집에 들려서 늦은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침마다 일찍 돌아오라고 당부하는 외할머니가 그날도 같은 당부를 했지만 밤 9시가 지나고 10시가 가까와올 때까지 대문 흔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혹시, 하는 생각이 주씨의 머리에 문득 떠오른것은 통금예비고동이 막 울릴무렵이였다. 주씨도 대학사회의 생리를 대강 알고있었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자유와 민주를 위해서 피 흘리며 싸운 4.19와 3.24―6.3의 나날들에 대한 기억도 그의 머리속에 생생히 남아있었다. 대학사회야말로 온갖 사회적부정과 사악을 반대하는 정의와 량심의 산실이며 광장이라는 말도 자주 들었었다. 중고등학교때까지 책에만 파묻혀있던 젊은이도 일단 대학에 들어가면 지성도가 높아지고 불의에 대한 강한 반항심을 지니게 된다는것이였다. 아들의 입에서 불쑥불쑥 튀여나오는 사회적불의에 대한 불평을 들은적도 있었다. 아들방에 대학친구들이 모여오는 때도 있었는데, 그 방에서 자유니, 민주주의니 또 독재니, 부정부패니 하는 낱말들이 자주 새여나왔다. 그럴 때마다 주씨는 다 큰 자식을 보는 기분이였고, 아들이 이제 오래지 않아 제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는 길에 나서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동생 주택진검사는 진호에게 전혀 다른 기대를 거는 눈치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헛눈을 팔지 말고 공부에만 전념하라는것이였다. 주검사의 견해에 의하면 《현실참여》니, 《행동하는 지성》이니 어쩌구 하면서 사회정치적문제를 거론하고 심지어 《란동》을 부리려 하는 《불온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진호 너는 절대로 그런 녀석들과 휩쓸리지 말고 공부 부지런히 해서 꼭 《성공》하라는것이 주택진검사의 당부였다. 주씨는 그런 당부를 하는 동생의 속심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진호가 제 아버지의 뜻을 이어 장차 통일애국투쟁에 나서는것을 미리 막으려는것이리라. 주씨의 생각은 달랐다. 아들이 반드시 아버지의 뜻을 이어나가야 한다는것이 주씨의 생각이였다. 아들이 장차 그 길에 나서도록 떠밀어주는것이 어머니인 자기의 책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때문에 주씨는 아들의 생활을 주의깊이 살피면서 가끔 이야기도 해주었다. 참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던가? 밤이 깊도록 들어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탓인가, 주씨는 자기가 그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자세히 생각나지 않았다.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되여 아버지의 실체에 대해서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장차 그 아버지의 아들로서 통일애국투쟁의 길에 나서는데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준것만은 사실이였다. 아들은 외삼촌의 충고에는 일종의 거부반응을 보이는 대신 어머니의 말을 유심히 귀담아 듣는 눈치였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아들의 생활에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혼자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때가 많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고 물으면 뭐 별거 아니라는 대답이였지만 정말 별거 아닌것을 가지고 그러는것 같지 않았다. 귀가시간이 늦어지는것도 그무렵부터였다. 통금예비고동이 울릴 때가 돼서야 대문을 두드리는 날이 많았다. 지금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모든것이 심상치 않은 일이였다. 아니 내가 공연한 걱정을 하는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친구네 집에서 책에 정신이 팔려있는것이겠지, 래일 아침에는 오겠지…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도 아들이 오지 않았다. 주씨는 아들걱정으로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부엌에서 쌀을 씻어 솥에 안치는데 어머니가 부엌문을 열고 들어왔다. 《진호방이 비여있구나.》 《예.》 《녀석이 또 어디서 잤누. 밥은 여기저기서 먹어두 잠은 제 집에서 자야 하는 법인데… 이제 들어오기만 해봐라. 단단히 욕 좀 해주어야겠다.》 문씨는 외손주가 밖에서 밤을 새울 때마다 그렇게 별렀지만 그런 욕을 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외손주가 싱긋 웃으며 들어 오기만 하면, 에그 또 어데서 잤냐, 춥게 자지 않았느냐, 저녁밥은 제대로 먹은거냐, 하는 걱정만 했다. 《어머니, 방에 들어가 좀더 누워계세요.》 《오냐.》 문씨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방에는 들어가지 않고 마당을 쓸기 시작했다. 그것은 새벽마다 진호가 하는 일이였다. 어머니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마당을 쓸고 랭수마찰을 한 다음 책을 좀 보는것이 아들의 아침일과였다. 주씨가 아침밥을 다해놓을 때까지 진호가 오지 않았다. 그날 저녁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통금고동이 울릴 때까지 눈이 새까매져서 기다려도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바람소리만 환기창을 두드리며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에도 아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10시경이 돼서야 급히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주씨가 뛰여나가 대문을 열어주니 한선아가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찍어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우리 진호 못 봤니?》 전에 춘천에 살던 한익훈의 손녀인 선아가 대학에서 아들과 곧잘 어울려다닌다는것을 알고있는 주씨는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성급히 물었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뛰여왔으니 꼭 아들소식을 알고있을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던것이다. 《방에 들어가서 말씀드릴게요.》 《어서 들어가자.》 주씨는 선아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는 그 짧은 사이를 참지 못해 또 물었다. 《우리 진호 어디에 있더냐?》 선아는 방안에 들어가 앉을 때까지 고집스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주씨는 숨을 죽이고 그의 조그맣고 이쁘장한 입을 지켜보았다. 《이틀밤이나 집에 안 들어와서 걱정하는중이다.》 《체포됐어요!》 선아의 입에서 새여나온 가느다란 목소리가 폭음처럼 주씨의 귀청을 때렸다. 《뭐, 뭐라구?》 가는귀가 먹은 문씨가 선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큰소리로 물었다. 주씨는 가만히 물었다. 《언제?》 《어저께요.》 선아의 대꾸를 또 알아듣지 못한 문씨가 짜증을 내며 소리 질렀다. 《우리 진호가 어떻게 됐다는거냐?》 주씨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 진호가 어제 체포됐대요.》 《왜? 어째서?》 주씨는 어머니의 고함소리를 듣고서야 아들이 무슨 일때문에 체포됐는지 물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포》라는 그 말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있어서 그랬던가, 남편이 감옥에 갇힌 그 비극도 《체포》로부터 시작된것이였다. 《어느 놈이 왜 우리 진호를 잡아갔다는거냐?》 문씨가 버럭 성을 내며 또 소리 질렀다. 선아가 문씨의 손을 잡고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말씀드릴게요. 너무 놀라지 마시고 들으세요.》 그때 선아와 진호는 자연과학관앞의 장의자에 앉아있었다. 어데선가 노랑나비가 한마리 날아와서 그들의 머리우에서 맴돌았다. 그곳은 인문대학 정외과생인 진호와 의대생인 선아가 가끔 만나는 장소였다. 봄볕이 따뜻하고 공기도 맑아서 담소로 시간 보내기가 안성맞춤이였다. 진호가 오전강의에서 배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마키아벨리즘에 조소를 퍼붓고있을 때 도서관앞 잔디밭에서 힘찬 웨침소리가 울려왔다. 《학우들이여! 학원의 자유와 민주주의 쟁취하자!》 《학원사찰 중지하라!》 진호가 벌떡 일어섰다. 《뭐예요?》 선아가 물었다. 《교내집회야. 우리도 가보자.》 둘이 뛰여갔을 때는 벌써 수백명이 모여있었다. 여기저기 단과대학교사에서 학생들이 계속 떼지어 달려오고있었다. 《…총학생회간부들이 연설을 했어요. 모두 아주 격동적인 연설들이였어요.》 선아는 여기서 잠간 이야기를 중단했다. 진호의 어머니와 외할머니에게 그 연설내용까지 다 전해야 할지,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되는거 아닐가 하고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러지 않아도 어머니도 외할머니도 연설내용보다 진호가 그때 그곳에서 어떻게 하고있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먼저 듣고싶은 심정이였다. 촉기 빠른 선아가 그것을 제꺽 간파하고 이야기를 비약시켰다. 《교내에 정보원들이 박혀있었던거예요. 그자들이 집회가 열린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밖에다 알린것 같애요. 집회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정문밖에 전경차량들이 막 쓸어왔거든요. 그때 여느 학생들도 다 그랬지만 진호씨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몰라요.》 전투경찰이 대학정문을 봉쇄하고 집회장으로 최루탄을 란사하자 학생들은 투석전으로 그에 대항했다. 언제 그런 재간을 배웠는지 진호는 투석의 명수였다. 그가 던진 돌멩이가 총알처럼 날아가 전투경찰의 얼굴가리개를 딱딱 때리는것을 선아도 여러번 보았다. 놀라운것은 그것뿐이 아니였다. 진호가 평소에 《유신체제》에 반감을 가지고있다는것을 선아도 알고있었지만 총학생회간부도 아닌 그가 일단 반《정부》투쟁의 불길이 교내에서 타번지자 그처럼 용감하게 투석전의 앞장에 나설줄은 몰랐던것이다. 최루탄연기에 재채기를 하면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일단 뒤로 물러섰지만 진호는 몇몇 학우들과 함께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선아는 누구에게선가 마스크를 얻어가지고 그에게 달려갔다. 《고마와, 빨리 돌 날라와!》 마스크를 받아쓰며 그가 웨쳤다. 뒤에서 자갈을 모아주는 학생들이 있었다. 포석을 깨주는 학생들도 많았다. 선아는 마침 머리수건을 가지고있어서 거기에 자갈과 포석 깬것을 담아가지고 달려갔다. 《더! 빨리!》 진호가 수건의것을 바닥에 와락 쏟아놓으며 소리쳤다. 선아는 빈 수건을 가지고 뛰여가다가 돌아보았다. 진호를 보고싶었다. 그의 눈에 비친 진호는 참으로 멋진 사나이였다. 몸을 슬쩍 굽혔다가 키돋움을 하며 돌을 힘껏 던지는 그 자세가 흡사 온몸이 하나의 화살이 되여 날아가려고 하는것만 같았다. 선아가 그의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고있을 때 와지끈 하고 쇠로 만든 대학정문이 자빠졌다. 학생들이 그리로 와 밀려나갔다. 드디여 가두시위로 넘어가는것이였다. 전투경찰들이 곤봉을 휘두르며 그들의 앞을 막았다. 학생들은 보뚝을 허물고 나가는 격랑이였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젠 투석전을 위한 돌이 필요 없었다. 선아는 진호의 모습을 찾아보려고 키돋움을 했다. 그의 모습은 얼른 시야에 들어오지 않고 선두학생들이 전투경찰에게 잡혀서 닭장차에 끌려가는 광경만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벌써 피투성이가 되여버렸다. 전투경찰의 곤봉과 구두발, 주먹이 시위대의 선두를 무자비하게 짓밟으며 분쇄하고있었다. 진호는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그게 언제 일이냐?》 주씨는 선아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초조히 물었다. 《어제 오후에 그랬던거예요.》 《우리 진호가 어디서 잡혔다는거냐?》 선아의 이야기를 정확히 다 알아듣지 못한 문씨가 떨리는 소리로 물었다. 《저도 어젠 몰랐는데 오늘 아침에 대학 나가서 들었어요. 어제 서른명이나 체포돼갔는데 진호씨도…》 선아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손수건을 입에 가져갔다. 주씨는 더 묻지 않았다. 가슴이 활랑거려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아들이 체포된것이 확실한 이상 더 무슨 말을 하랴. 문씨가 벌떡 일어섰다. 《어디 가실거예요?》 후들후들 떨리는 손으로 나들이옷을 꺼내는 어머니에게 주씨가 물었다. 《진호 외삼촌한테 가겠다. 경찰녀석들을 혼찌검 내주구 우리 진호를 빨리 데려내오라구 해야지.》 주씨는 일순 망설이는 마음이 되였다. 동생 주검사에게 알려야 하는가, 진호가 반《정부》집회에 참가, 체포됐다는 말을 들으면 막 성을 내면서 그놈 개고생해봐야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들이 체포됐다는 그 소식을 듣고 그냥 속수무책으로 앉아있을수도 없는 주씨의 마음이였다. 경찰서 지하실에 쓰러져있는 아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지럽게 떠올랐다. 몽둥이에 얻어맞고 발길에 채여 쓰러진 아들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소리가 귀전에 울리는것만 같았다. 《어머닌 계세요, 제가 가보겠어요.》 동생 주검사가 성을 내도 어떻게 해서든지 달래서 아들을 구원하고싶었다. 《아니다, 내가 가야 한다.》 문씨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아무리 말려도 들을 기세가 아니였다. 《할머니가 가시는게 좋을것 같네요.》 선아까지 무슨 생각에선지 그런 소리를 하는 바람에 주씨는 단념하고 그에게 부탁했다. 《그럼 네가 할머니 모시구 가주렴. 검찰청에 가야 진호 외삼촌을 만나겠는데 거기까지 할머니가 어떻게 혼자 가시겠니.》 《예, 제가 모시고 가겠어요.》 선아가 얼른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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