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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지난 봄 어머니대지의 품에 안긴 씨앗들이 긴긴 여름날의 폭양과 폭우, 가뭄의 시련을 이겨내고 기름진 오곡으로 자라난 이 가을은 얼마나 풍요로운 계절인가. 산은 산대로 가지가지 향기로운 열매와 불타는 단풍으로 풍요로운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하늘은 또 얼마나 높이 개여올랐는가. 푸른 창공에 수리개가 날개를 활짝 펴고 유유히 날고있다. 천고마비의 이 계절이 좋다고 이 골짜기 저 산등성이에서 뭇새들도 즐겁게 우짖는다. 《참, 좋네요!》 안정희가 탄성을 질렀다. 《예, 정말 좋구만요.》 안정희와 진호 두사람은 릉선길옆에 나란히 앉았다. 바람결에 무르익은 가을의 향취가 실려왔다. 안정희가 이마에 송글송글 내돋은 땀을 손수건으로 찍어내며 속삭였다. 《가슴속까지 막 시원해지는것 같네요.》 안정희가 숨을 크게 들이키며 이윽토록 하늘을 쳐다보았다. 오늘 따라 그는 퍽 젊어보였다. 거리에서 만날 때는 늘 긴장한 나날을 보내는 엄숙성을 보여주던 안정희였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일가? 《어머 저것 보세요. 저게 무슨 새죠?》 나무가지에서 포르르 날아가는 새를 보고도 신기해했다. 진호는 이미 시야밖으로 사라져버린 새 대신 안정희를 돌아 보았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딴 사람처럼 되였을가. 아주 대단한 기쁨이 생겨 들떠버린 젊은 처녀 같았다. 눈에도 입술에도 미소가 남실거렸다.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가 좋아서만이 아닌것 같았다. 뭔가 대단한 기쁨이 가슴속에서 뒤설레이기때문에 포르르 날아가는 새를 보고도 애젊은 처녀처럼 환성을 지른것이라고 진호는 생각했다. 오늘 자기를 갑자기 부른것도 그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일것이다. 그들이 만나기로 한 날은 나흘후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 도봉산아래의 한 다방에서 오후 3시에 만나자는 련락이 왔었다. 약속된 곳에, 지정된 시간에 가보니 안정희가 먼저 와있었다. 그때도 그의 얼굴표정이 여느 때와 달랐다. 《어제 밤 뉴스시간에 평양텔레비를 봤어요?》 안정희가 불쑥 그렇게 물어서야 진호는 마음에 짚이는것이 있었다. 《김정일장군님께 클린톤이 담보서한을 보냈다는 그 뉴스말입니까?》 《봤군요.》 안정희가 진호의 손을 잡았다. 《얼마나 멋진 일이예요! 난 그 뉴스 듣고 너무너무 기뻐서 온 밤 한잠도 못 잤던거예요.》 진호 역시 그랬었다. 클린톤의 담보서한, 그것은 소위 《핵의혹》문제를 가지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부당한 압력을 가해온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 올린 담보 서한이였다. 진호는 텔레비죤보도시간에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그만 가슴이 터질듯 한 격정에 휩싸였다. 이미 세상에 다 알려진 일이지만 여러해전부터 《핵문제》를 가지고 일방적인 억지를 부려온 미제의 비렬한 책동으로 정세는 각일각 긴장해졌다. 놈들은 저들의 막강한 무력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선제타격한다고 위협했다. 다른 한편 경제봉쇄로 공화국을 질식시키려고 광분했다. 소위 핵문제란 이전 쏘련과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이 붕괴되였지만 붉은기를 높이 휘날리며 힘차게 나아가는 주체조선을 압살하기 위해 미제가 들고나온 황당무계한 생트집이였다. 그것이 파렴치한 강도적트집이라는것은 론의할 여지가 없었지만 문제는 미제가 위협공갈에 그치지 않고 선제타격의 포문을 여는 경우 공화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것인가 하는것이였다. 세계의 이목이 조선에 집중된 리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공화국이 과연 미제의 그 횡포한 압력과 위협에 견디여내겠는가? 미제가 포문을 열면 공화국의 존재가 종말을 고하지 않겠는가? 그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 그 어떤 《양보》나 《타협》을 하는것이 공화국의 출로가 아니겠는가? 일부 나라의 신문, 방송들과 시사평론가, 예언가들이 그러한 소리들을 했다. 천만에! 아니다! 공화국은 추호의 양보도 타협도 하지 않았다. 맹렬한 언론공세로 미제의 거만한 코대에 된매를 안겼다. 인류의 량심앞에 워싱톤의 범죄적책동을 고발하고 세계적판도에서 미제의 반공화국책동을 단죄하는 련대성의 세찬 파도가 일어 나게 했다. 백악관 관리들을 협상마당에 끌어내서 놈들의 그 어떤 압력과 선제타격도 격파해버릴 공화국의 철석같은 의지와 무비의 담력을 보여주었다. 수세에 몰리면서도 저들의 소위 《힘의 우세》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 미제는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미제는 위대한 김일성주석님께서 서거하셨다는 비보가 전해지자 공화국의 정치판도에서 그 어떤 변화가 생기리라는 망상을 가지고 더욱더 악랄하게 책동했다. 놈들이 계속 기세등등해서 날뛰는 바람에 공화국의 운명에 그 어떤 파국적변화가 생기지 않을가 하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생겨 났다. 공화국의 정치적립장과 대미관계에서 드디여 모종의 변화가 생길수 있다는 관측도 나돌았다. 바로 그때 주체조선의 수도 평양에서,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도 바라지 말라는 힘찬 선언이 울려나왔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장군님의 그 선언은 곧 수령님께서 개척하신 주체혁명위업을 계승완성하기 위해 정치와 경제, 문화와 군사 모든것을 오직 수령님식대로, 주체의 요구대로 령도해나가시겠다는것을 엄숙히 천명하신 선언이였다. 그것은 또한 세계정치원로이신 위대한 장군님께서 주체조선의 존엄과 영예를 수호하시기 위해 그 어떤 양보도 동요도 없이 공화국의 정정당당한 주장을 기어이 관철함으로써 원쑤들의 온갖 책동을 반드시 분쇄하고야 말겠다는 철석같은 의지와 담력을 만천하에 알린 선언이기도 했다. 그 엄숙한 선언에 원쑤들은 전률했다. 그러지 않아도 장군님의 천리혜안의 예지와 천재적외교전략에 진땀을 흘리던 미제는 점점 더 헤여날수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되였다. 놈들의 호언장담도 위협공갈도 약자의 허장성세에 불과했다. 그리하여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주체조선의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장군님께 앞으로 다시는 부당하고 날강도적인 책동을 하지 않겠다고 공약하는 서한을 올리게 된것이였다. 《어제 밤 그 뉴스 듣고 다시 생각했지만.》 하고 안정희가 말했다. 《위대한 김정일장군님을 령도자로 모신것이 곧 우리 민족 최대의 영광이며 행복이예요.》 《물론이죠. 전 또 장군님의 위대성이 곧 우리 민족의 운명이라는 생각도 다시금 했던겁니다.》 《맞아요. 그리고 령도자의 위대성은 곧 민족의 위대성으로 되는거예요.》 두사람은 김정일장군님의 위대성과 그이의 령도업적에 대해서, 그리고 장군님 계시여 조국의 자주적통일이 미구에 성취되리라는 확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장군님의 혁명전사로 살며 싸우는 영광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참, 어제 아주 좋은 일이 또 한가지 생겼어요.》 안정희가 문득 화제를 돌렸다. 《무슨 일인데요?》 《이모부가 도와주어서 비데오텔레비를 한대 장만했어요.》 안정희의 얼굴에 기쁨의 잔물결이 이는것을 보면서 진호는 은근히 놀랐다. 그런것이 생겼다고 기뻐하다니, 도무지 안정희답지 않은 일이였다. 얼마전에도 그의 집에 가본적이 있었다. 문방구가게를 차리고 살 때처럼 방안에 값진 가구비품이 하나도 없었다. 아주 깨끗하긴 해도 가난하게 사는 가정이라는것이 알리는 방이였다. 공교롭게도 저녁식사시간이여서 식사 한끼 대접 받았는데 라면과 김치가 상에 오른 음식의 전부였다. 《모처럼 오셨는데 대접이 너무 소홀해서 미안해요.》 안정희는 그렇게 사죄하면서도 가난한 살림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그것이 진호에게는 오히려 친근감으로 안겨왔다. 한상에 같이 앉아 얌전하게 음식을 먹는 안정희의 딸에게 롱담 삼아 넌지시 물었다. 《엄마가 좋지?》 《그러문요! 우리 엄마 최고예요!》 소녀의 얼굴에도 사치스럽고 유족한 생활을 부러워하지 않는 순정이 깃들어있었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된 일인가? 비데오텔레비죤수상기가 생겼다고 그처럼 기뻐하다니, 가산이 하나 생겼다고 기뻐하는것이 응당한 일이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것이 안정희의 일이 돼서 그런지 진호는 좀 석연치 않은 의혹이 생겼다. 《왜 물욕이 생겼다고 놀라는거예요?》 안정희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예, 아니 저…》 《오해하지 마세요. 전에부터 꼭 갖고싶어했지만 고가품이 돼서 욕심낸건 아녜요. 장군님의 영상을 자주 뵙고싶어서 그랬던거예요. 평양텔레비에서 장군님의 영상을 방영하잖아요.》 진호는 잠시나마 그를 의심했던 일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장군님의 영상을 뵈올 때마다 얼마나 힘이 솟고 신심이 생기는지 모르겠어요. 그럴수록 그 귀중한 화면들을 보고 또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데요. 주동지는 안 그래요?》 《왜 안 그러겠습니까.》 《비데오가 있으면 카세트에 그 귀중한 화면을 복사해 두었다가 장군님 그리운 생각이 날 때마다 카세트를 돌려보면 될거 아녜요. 매일 새벽 그날 할일에 대해서 구상할 때면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해져요. 그래서 비데오텔레비가 있었으면 했던거예요.》 진호도 당장 비데오텔레비죤수상기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진작 못한것이 부끄러웠다. 그것을 깨우쳐준 안정희가 고마왔다. 릉선 아래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등산길에 오른 젊은이들 같았다. 그들의 모습이 곧 나무들사이에 언뜻언뜻 나타났다. 《우린 그만 내려갑시다.》 안정희가 먼저 일어서는데 아래쪽에서 말소리가 울려왔다. 《그만 올라가자요. 보라요. 해가 기울기 시작하잖아요.》 애젊은 녀자의 목소리였다. 《어두워지면 내려올 때 발을 곱디딜가봐 겁나서 그래?》 남자의 웅글은 저음이 물었다. 《겁나잖구요.》 《걱정마, 내가 업어줄거니까.》 저음의 남자말에 여럿이 웃음을 터뜨렸다. 진호와 안정희도 빙긋이 미소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대여섯명의 젊은이들이 곧 그들앞에 나타났다. 대학생들 같았다. 우에서 내려오는 중년의 진호와 안정희에게 길을 비켜주는 례절바른 그들곁을 지나 얼마쯤 더 내려가니 길의 경사가 갑자기 급해졌다. 자칫 잘못하면 엉덩방아를 찧을 곳이였다. 진호가 안정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정희가 그의 손을 잡기는 했으나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하지 않을만큼 동작이 날렵했다. 산아래 동네집들이 보였다. 《잠간 앉았다 가요. 할 얘기도 있으니.》 안정희가 먼저 앉았다. 진호가 옆에 앉자 안정희가 주의깊이 주변을 살폈다. 눈에 띄는 사람이 없는데도 그가 굳이 주위를 살피는것을 보니 중요한 이야기를 듣게 되리라는 생각에 진호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주동지도 알겠지만 지금 경향각지의 각계층 민중들속에서 위대한 장군님에 대한 흠모심이 나날이 더 높아지고 있잖아요.》 《예.》 《그래서 내 생각에는 우리들자신이 장군님의 위대성학습을 더 열심히 하는 동시에 장군님의 위대성에 대한 학습을 하고싶어하는 사람들을 잘 도와주어야 될것 같애요.》 《그야 물론이죠.》 진호는 일전에 만난 로조임원으로 활동하던 시기의 한 친구가 장군님의 로작을 입수할수 없겠느냐고 묻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가 꼭 도와주어야 할 사람들은 군에도 있어요. 70만 <국군>이 다 명령에 매인 몸이긴 해도 절대다수는 근로계층출신들이예요. 중하층 장교들속에는 학도군사훈련단출신들이 많고 륙사나 3사출신들속에도 량심적인 장교들이 왜 없겠어요. 내가 전에부터 잘 아는 중령만 해도…》 하고 안정희는 그 중령이야기를 했다. 전에부터 장군님의 로작을 탐독하는 춘천주둔부대소속 장교였다. 그 로작들을 지금까지 안정희가 보장해주었는데, 중령이 직접 서울에 와서 받아가지고 간것은 아니였다. 중령이상 장교들이 일요일에도 주둔지역 밖으로 나다니면 어느 차를 타고 떠났는가,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났는가, 몇시 몇분에 떠났다가 몇시 몇분에 돌아왔는가 하는것을 군《보안대》가 일일이 장악하기때문에 본인이 서울에 와서 그 로작들을 받아갈수 없었다. 그래서 안정희가 한 녀인을 춘천에 보내여 중령에게 로작을 전해주군 했었다. 그 중령이 총각때 어쩌다 《실수》를 해서 자기보다 세살이나 나이가 많은 녀자에게 장가를 들었는데 그 녀인이 아주 밉상이였다. 그렇다고 그 안해와 리혼하려고 하지 않지만 서울에서 미모의 《애인》이 가끔 찾아온다면 남들이 그럴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것이다. 그래서 안정희가 보낸 녀인이 《애인》으로 춘천에서 그 중령을 만나 장군님의 로작들을 넘겨주군 했는데 이번에는 급성페염에 걸려 갈수 없게 되였다. 다음 일요일에 중령과 만나기로 약속된것이지만 그때까지 《애인》이 완쾌될 가망이 보이지 않았다. 약속날자를 연기하기도 곤난했다. 어차피 다른 《애인》을 보내지 않으면 안된다. 진호는 안정희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잠시 생각한 끝에 물었다. 《딴 사람을 보내도 그 중령을 만날수 있는건가요?》 《그건 걱정 안해도 돼요. 그런 경우 어떻게 만난다는 약속이 미리 돼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더 생각할것이 없었다. 《제 처를 보내면 안되겠습니까?》 안정희는 얼른 대답이 없었다. 《그 사람한테 맡기면 될것 같습니다.》 안정희가 실눈을 지으며 진호를 쳐다보았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즉흥적인 기분으로 한 말이 아니였다. 안해이기때문에 덮어 놓고 믿으면서 한 말도 아니였다. 진호는 안해의 정신세계가 최근에 급격히 달라진것을 알고있었다. 경애하는 장군님의 위대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고싶어했고 진호가 갖다주는 그이의 불후의 고전적로작들을 탐독하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 사회정치적문제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국토분단의 비극과 외세의 간섭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하면서 자기도 뭔가 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말도 가끔 했다. 진호는 장군님의 위대성에 매혹되고 그이에 대한 흠모심을 지니게 되면서 급격히 달라진 그 안해를 믿은것이였다. 《부인을 그 장교에게 보내겠다는 말이지요?》 안정희가 조용히 물었다. 《예.》 안정희가 등산모를 벗었다. 바람결에 그의 머리카락이 날렸다. 《내가 사실은요, 주동지가 영향을 주어 키우는 녀성이 있으면 그 녀성을 보낼가 했는데 부인을 보내겠다니 더 마음이 놓이네요.》 《감사합니다. 그 사람을 진작 우리 일에 인입시키지 못한것이 뉘우쳐집니다만…》 안정희가 등산모를 도로 쓰며 물었다. 《보호의식이 지내 강했던가보죠?》 《보호의식이라뇨?》 《자기는 위험한 길에 서슴없이 나서면서도 안해는 그 길에 내세우지 않겠다는, 이를테면 부인의 신변을 보호해주려는 사랑이지요. 남자들만이 아니라 녀성들도 자기는 희생까지 각오하면서도 남편은 위험한 길에 나서지 않게 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지요. 그것이 과연 참된 사랑일가요?》 안정희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는 위대한 장군님을 따르는 길에서만이 참된 사랑도 행복도 누릴수 있다는것을 잊어서는 안돼요. 그러니 자기 부인이나 남편을 장군님을 따르는 길에 나서도록 도와주는것이 진정한 사랑으로 되지 않을가요?》 안정희의 말을 듣는 순간 진호의 마음속에서는 참된 행복과 삶을 위해서도 선아를 투쟁의 대오에 내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안동지, 제 처를 보내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안정희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여났다. 그가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는데 릉선 웃쪽에서 젊은이들의 노래소리가 울려왔다.
나지막하면서도 격정을 담아 부르는, 녀자의 아름다운 소리도 섞인 몇사람의 합창이였다.
《저 사람들이 <동지애의 노래>를 부르네요!》 진호가 안정희를 돌아보며 가만히 속삭였다. 안정희가 머리를 끄덕였다. 《아까 우리곁을 지나간 그 대학생들 같애요.》 그들의 노래가 곧 2절로 넘어갔다.
진호는 아까 자기들곁을 지나 올라간 그들의 모습을 상상속에 그려보며 미소를 지었다. 합창을 하고난 지금 그들이 어쩌고있는가 하는 궁금증도 생기는데 곧 다시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였다. 진호는 환희로운 놀라움이 어린 소리로 안정희에게 말했다. 《대학생들이 많이 성장했네요.》 《그래요. 위대한 김정일장군님을 따르는 대오가 점점 늘어나고있는거예요.》 안정희는 바람결을 타고 울려오는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충성심의 계승이라고 할수 있어요. 일찌기 항일혁명투쟁시기부터 혁명가들과 인민들이 김일성주석님을 민족의 태양으로 높이 우러러모시며 흠모한 그 충성심이 오늘 이남민중들에게까지 이어져왔고 그것이 김정일장군님에 대한 충성심으로 계승되여 자라나고있는거예요. 저 대학생들의 합창이 바로 그러한 충성심의 계승을 말해주고있어요. 오늘은 운동권학생들이 저 노래를 불렀다면 래일은 공장과 농어촌들에서 저 노래를 합창으로 부를거예요. 아니 벌써부터 그 합창이 서울은 물론 여러 지방들에서도 힘차게 울려나오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곧 장군님에 대한 열화같은 충성심과 존경의 열풍, <김정일열풍> 의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는것을 의미해요. 이제 멀지 않아 온 남녘땅이 그 열풍의 바다, <김정일열풍>의 바다로 될거예요. 두고 보세요. 꼭 그렇게 될거예요.》 《아, 열풍의 바다!》 진호는 가슴에 벅차오르는 흥분을 느끼면서 입속말로 웨쳤다. 그날은 금요일이였다. 안정희는 그날 진호와 헤여지면서 이틀후 일요일에 그의 부인을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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