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새벽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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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당국자는 《헌법》의 3선 금지조항을 없애고 또다시 《대통령》으로 눌러앉았으며 《유신헌법》으로 종신《대통령》이 되였다. 일찌기 당국자들은 《민족주의》를 제창하면서 마치도 조선반도에서의 근본문제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의 대결인듯이 묘사하면서 통일세력은 다 《친북》으로 몰아붙였다.

미국대통령 닉슨이 중국을 방문하자 《닉슨독트린》(닉슨주의 또는 닉슨교리)에서 위기를 느낀 남조선당국이 7.4공동성명에 나서더니 뒤이어 석달만에 《유신체제》를 선포하였다. 《긴급조치》 몇호몇호 하면서 《공작단사건》이니, 《간첩단사건》이니 충격적인 사건들을 련이어 조작하여 반통일에로 내달렸다.

그들은 독재와 통일이 량립될수 없다는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평화통일이란 말만 해도 《빨갱이》라고 투옥하고 처형했다. 《중앙정보부장》 리후락이 대전교도소에 와서 《좌익수》, 《공안수》들의 실태를 료해하고 갔다.

5년전에 있은 《푸에블로》호사건때 대전교도소에 집결시켰던 《좌익수》들을 이제 와서는 부랴부랴 다시 대구, 광주, 전주로 흩어놓았다. 《좌익수》들이 집중된 대전교도소에 심한 불안을 느꼈던것이다. 높은 담장과 철창으로 둘러싸인 감옥이 《취약지구》라니?

대전교도소에 남은 《좌익수》들을 수감시킨 8사동은 특별사동이 되였다. 편지금지, 면회금지, 도서금지는 더욱 엄격해졌다. 《법무부》와 《중앙정보부》의 협동작전으로 대대적인 전향공작이 시작되였다.

대전교도소의 교무과에도 전향공작전담반이 3개나 나오고 종전에 있던 2명의 교회사가 15명으로 늘어났다. 사복쟁이들인 교회사들은 대학을 졸업한 철학, 정치학, 심리학, 신학전문가들로 꾸려졌다. 그중에서 어느어느 놈이 《중앙정보부》와 직접 련결되여있는지 그들 호상간에도 알지 못하였다.

교회사들은 초기에 례배와 기도, 설복, 회유, 《철학적론쟁》으로 《전향》을 시도하다가 헛물만 켰으며 이 과정에 그들은 전향을 거부하는 무기수들이 《자주적평화통일방침》에 대하여 드팀없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있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교회사들로만 안되겠다고 여긴 교도소당국은 깡패들을 동원해서 전향테로에 들어갔다.

테로- 그것은 벌써 단순한 전향공작이 아니며 상대를 물리적인 방법으로 소멸시키려는 살인적인 수법인것이다.

무기수들중에서 한명씩 골라 전방, 이감시키는척 하면서 사동에서 끌어내여 따로 설정한 테로실에 데려가군 하였다. 일단 테로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전향 아니면 죽음이였다.

초기엔 누구도 이것을 알지 못했다.

1973 9, 전향테로가 고조에 이르기 시작하던 때였다. 대전교도소의 특사 5방에는 세명의 무기수가 있었다.

정대철과 송기만은 이미 《만기출옥》으로 나간 뒤였다. 4.19때 그들이 받은 감형이 어쩔수없이 인정은 되였으나 그후 인차 《사회안전법》이라는 악법으로 재판이나 형량도 없이 그들모두가 청주보안감호소로 끌려가게 될줄을 그때에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안성태는 《통일혁명당관계자》와 일본에서 온 《간첩련루자》와 함께 있게 되였다.

심상치 않은 공기가 느껴졌으나 그것이 무엇때문인지 알수 없었다. 밤이였다. 바깥세상과 등진 교도소안의 괴괴한 정적… 문득 어디선가 들릴락말락, 끊어질락말락 하는 소리, 짐승인지 사람인지 어쨌든 신음인것만은 확실하다. 한밤중이면 며칠째 들려오는 이상한 신음소리… 성태는 누워서 귀기울이다가는 이미 그 소리의 끝을 놓치군 하였다. 그는 눈을 감고 소리가 날수 있는 곳과 방향을 가늠해보았다. 10메터쯤 떨어진 7사동쪽은 분명히 아니였다. 그렇다면?

이 특사인 8사출입문을 나서면 왼쪽에 우물이 있다. 거기서 몇메터쯤 더 가면 《가병사》(림시로 쓰는 환자치료사동)의 출입문이 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복도, 오른켠에 련달린 방들… 그 방들은 대체로 비여있다. 거기서 나는 소리인가? 가병사의 끝은 감옥안의 중간담장에 면해있으니 그 담장밖의 4사동쪽은 아니다.

그렇다면 가병사가?… 분명 가병사가 틀림없다. 가병사의 어딘가에 《지옥》이 있다. 사품을 넣은 보꾸레미를 들고 전방이나 이감처럼 나간 사람들이 거기로 사라지는것이 분명했다.

허나 낮이면 조용하다. 옛날 같으면 귀신의 울음소리라고 믿어야 할 그런 신음소리는 한밤중에만 있었다. 성태는 온몸이 긴장되였다.

한편 여느때처럼 정상적인 《전향담화》가 계속되였다. 성태는 며칠째 아무 호출도 받지 않았다.

문득 아침 10시경에 문 따는 소리가 났다.

3530번 연출!》

교도관의 목소리… 저녁시간이 아니라 아침 10, 성태는 안도감에 후 숨을 내쉬였다. 유령처럼 사라지는 사람들은 대체로 저녁시간, 한덩어리의 저녁밥을 주기 전에 불리워나갔다. 그러니 이건 《정상적인 일과》에 속하는 호출이다.

성태는 복도를 천천히 걸어나갔다. 뒤에 량쪽으로 두명의 교도관이 따랐다.

《교무과로!

출입문을 나섰다. 우물옆을 지날 때 무심결에 거기를 보며 주춤서려고 했다. 가능하다면 저안에 뛰여들어야 할 그런 때가 있을것이다.

《빨리 걸엇!

중간담장의 문을 나가 오른쪽으로 꺾어 담장과 4사동담벽을 사이로 30메터쯤 걸어갔다.

철문을 열고 중앙을 지나 교회당인 2층강당으로 들어가 다시 소회의실을 거치면 거기에 교무과가 있었다.

교무과의 방에서 전담반장 라구표와 담당교회사 박완종이 탁자를 마주하고 앉아 성태를 기다리였다. 방안에는 그 탁자와 나무걸상 세개가 있을뿐이다.

《안선생, 저기 앉으시오.

라구표가 실눈을 지으며 느물거리였다. 그가 두팔굽을 올려놓은 탁자에는 종이장 하나 없다. 여느때와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라구표가 곁에 앉은 박완종을 돌아보았다.

《박계장, 어떻소? 그새 여러번 만난것 같은데 안선생과는 이제 좀 의사소통이 됐겠지?

박완종은 요란한 이름과는 달리 매칠한 체구에 깔끔하게 생긴 자이다. 절름발이인 라구표가 음충맞게 보인다면 박완종의 얼굴은 이내 뱀대가리를 련상케 하는 모상이다.

라구표는 《동국대》졸업생, 그는 남이 자기를 절름발이라고 숫볼것이라는 선입견과 피해의식때문에 어릴적부터 성격이 이지러진 자이다. 그러면서 절름발이인 유명한 인물들, 례하면 프랑스의 뛰여난 외교관 딸레이량, 시인 바이론, 미국대통령 루즈벨트의 이름까지 꼽을 때가 있었다.

박완종의 학력은 알수 없다. 그는 자기를 심리학전문가, 독실한 감리교신자라고 소개했었다.

박완종이 이기죽거리였다.

《안선생이야 수준이 높아서 저같은게 어디 대상이나 됩니까. 철학론쟁을 해도 내가 진다니까요.

《박계장, 너무 겸손해. , 안선생이야 건축전문가인데 철학, 정치학수준이야 박계장을 따를수 없겠는데.

《아니, 그렇지 않아요. 난 손을 들었어요.

《하, 이거 야단났군… 한데… 안선생이야 한다하는 건축기술자인데 괜히 정치싸움에 나선것 같습니다. 선생이야 여기에 호적도 있겠다, 형제, 조카들도 수두룩하겠다… 건축가로 얼마든지 성공할수 있고… 선생때문에 심화병으로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그러니 이제부터 동생들과 조카들을 생각해얄거 아니요. 부모한테 다하지 못한 효도를 형제분들께 주는 사랑으로 보상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난 이런게 인륜이라구 생각해요.

까딱 않고 앉아있던 성태가 불시에 입을 열었다.

《말 다했어요?… 난 할말이 없는데…》

그러자 라구표가 《뭐야?》 하고 탁자를 쾅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곁달아 박완종이 일어섰다. 성태는 천천히 일어났다. 버릇처럼 오른손바닥으로 수인복앞섶을 매만지였다. 거기서부터인지, 가슴속깊이에서부터인지 경종을 울리는듯 한 목소리…

(이게 시작이다. 부드러운척, 온화한척… 그속에 무서운것이 숨어있었구나.)

여태 해오던것과는 판판 다른 그 무엇이 있다. 한마디안팎에 가면을 벗은 라구표, 저놈은 성급해하고 초조해한다. 무엇때문에?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됐어. 가보라!

안성태가 나가자 라구표와 박완종이 다시 앉아 앞에 놓인 빈 걸상을 바라보며 둘이 다 말이 없었다. 안성태가 있을 때보다 오히려 서로 랭랭하였다.

《안되겠소. 계획대로 해야겠소.

《꺾어낼가요?

박완종이 불안해한다.

라구표가 《꺾어야지.》 하고 두꺼운 입술을 짓뭉그리며 비죽거리였다.

박완종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벌써 여덟명이 죽었습니다. 전향은 한명뿐이고… <법무부>에선 죽으면 공작성과가 아니라고, 그래서 대상을 잘 타산하라지 않습니까. 육체가 튼튼한자, 매에 견딜만 한자를 골라내서 적임자를 택하라고…》

《그래서 저놈을 고른거야.

《…》

박완종이 입을 열었다.

《헌데 저 3530번 안성태를 왜 <법무부>에서 더 특별히 관심을 둬요?

《조민하씨 말인가?

《네, 그래요.

《그까짓 무슨 상관이야?

라구표는 조민하가 자기의 상급에 앉아있는것이 불쾌했다. 몇해전만 해도 부산시청의 하급공무원이던자가… 《고시》에 합격된 전적은 있지만 그까짓 《고시》가 뭐 말라빠진거야… 하지만 라구표는 박완종앞에서 지나치게 기분을 나타냈다싶어 인츰 말을 돌리였다.

《안성태의 교도소경력때문에 그러겠지. 내 아까도 10년동안의 그놈 경력을 들춰보니 보통놈이 아니여… 첫 시작부터 그랬어. <국방대학원>의 교수한테 대들어 말째게 놀았거든. 그다음 처우개선이요, 동정단식이요 하여튼 그런데서 항시 돌격대란 말야. 개자식, 보안과에서도 저놈부터 꺾어놔달라구 해. 꺾지 못하면 죽여버리고말아야지.

그러자 박완종이 서둘러 말했다.

《죽이는거야 간단하지요. 어떻게든 무릎을 꿇게 해야지.

만약 안성태가 죽는 경우 그 책임이 자기한테 돌아올가봐 겁내는 박완종이다. 가뜩이나 전향성과가 없어 전전긍긍하는 판에.

전향테로를 시작해서 그가 맡은 3명 다 죽고말았으니 이번까지 전향시키지 못하고 죽인다면 그때는 모가지를 내놓아야 한다.

그는 말을 이었다.

《담당교회사로서 저의 책임이 큽니다. 한데 말이죠. 교도관들의 말을 들어보면 저놈한테 좋게 말해서 친화력이랄가 그런게 있습지요. 아무 사람이나 몇마디 안팎에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게죠. 소지나 간병부들이 다 그놈 말이라고 하면…》

라구표가 탁자에서 팔굽을 떼고 허리를 쭉 펴면서 어성을 높였다.

《여, 박계장, 건 무슨 소리야? 보안과에 말해서, 아니 소장님한테 제기해서 그따위놈들을 싹 교체해버려.

《마저 좀 들어보십시오. 침을 어떻게 잘 놓는지 그놈 신세 안지는 놈 없대유. 교체해놓으면 다른 놈들이 또… 그 침에 마술이 붙어 끌리지 않는 놈 없으니…》

《여, 침대가 어떻게 교도소안에 있을수 있어? 밥통같은것들. 보안과놈들은 밥 처먹구 뭘해?

《몇번이나 불의에 검방을 했지만 시치미를 딱 떼는데 참 어디서도 찾을수 없더라구 그래요. 귀신같다는 보안과장도 나섰다가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구요.

《귀신은 무슨 귀신이야. 젠장, 보안과장도 그래 작년인가 어느 방에서 바늘을 끝내 찾아내지 못해 그 자리에 서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이봐, 20년동안 내 감방안에서 못 찾아낸 물건이 없어. 머리카락 하나 내 눈에선 빠지지 못해. 한데 이상해. 있긴 있는데… 여, 내 용서할테니, 정말이야. 어데 있는지 말만 해봐.> 이렇게 간청했거든. 과장이란 사람이 체신머리없지… 그래서 그 무기수가 감방바닥에 앉더니 한쪽 발바닥을 들어올렸어. 거기에 바늘이 박혀있었지. 과장이 들어오는 순간에 발바닥에 바늘을 꽂고 꼿꼿이 섰단 말이야. 지독한 놈이지. 얼마나 아팠겠어. 과장은 할수없이 바늘을 그대로 놔두고 나왔어. 그 주제에 무슨 귀신이야.

하지만 이때 벌써 박완종은 정신이 딴데 가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번 안성태건을 성사시킬가, 그것만이 그한테 중요했던것이다.

《저… 어떤 놈들을 붙일가요?

제 말에 흥이 나서 떠있던 라구표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가 싶어 잠시 건너다보다가 그제야 알아차린듯 퉁명스레 말했다.

<마패왕> <야꾸쟈훈도시>를 붙이는수밖에.

연거퍼 실패를 하고 대상자를 죽이고만 일반수깡패들은 감형은 고사하고 도리여 한달씩 벌방신세가 되군 했다.

살인깡패인 《마패왕》과 《야꾸쟈훈도시》는 짝패인데 둘 다 살인범무기수로서 어떻게든 감형덕을 보려고 발악하는자들이다.

박완종은 며칠전부터 그들을 만나 방법을 의논해주었었다. 만약 죽이는 경우 감형이 아니라 벌방에 여섯달동안 처넣겠다고 오금을 박기도 했다.

하지만 박완종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는 라구표한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일이 잘되면 반장님 성과가 대단해지는데…》

《여, 일이 안되면 그게 내 책임이라는 소리나 같애.

박완종이 놀라듯 펄쩍 뛰였다.

《무슨 말을 그렇게… 아무렴 내가 그럴 사람이겠습니까.

《됐어, 됐어. 이번 일 성사되면 특별성과로 내 교정국에 잘 보고하겠어. 점수따기는 참말 좋은 대상이라꼬. 공무원급수도 올려 주게 하지. 이런 성과는 앞으로 내내 출세의 발판으로 되거든. 나보다 더 빨리 쑤욱쑤욱 올라갈수 있어.

그러면서 머리를 천천히 움직여 천정쪽을 올려다본다. 출세를 상징하듯 어디론가 올라가는 고개짓이다.

《지금은 계장이지만 인차 과장, 과장이면 5, 거기서 4급서기관으로, 다음은 3급부리사관… 2급이면 리사관, 리사관은 힘들거야. 전례가 없으니… 3급부리사관이래두 어디야.

라구표는 제자신의 앞날을 그려보듯 희떱게 뇌까렸다. 그가 천정을 바라보며 입을 헤 벌렸으나 박완종은 반대로 머리를 떨구며 이를 악물고있었다.

(좋아. 해보자… 그녀석들한테 술을 먹여볼가… 안돼. 더 리성을 잃을수 있어. 살인업자들이 돼놔서 자칫하면 일을 그르칠수 있거든… 정 안되면… 이 라구표도 모르게, 쥐도 새도 모르게 그녀석들과 짜고서… 의식을 잃은 다음 지장을 찍게 해야지… 그녀석들 입을 틀어막으면 다야… 전향발표회같은건 본인의 육체가 허락치 않는다고 하면 되는거고… 온통 가짜인 이 남<>땅에 가짜전향이 있어서 안된다는 법이 있어?)

 

 

2

 

 

성태가 감방에 돌아오자 두사람이 그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무슨 일입니까?

《통혁당사건》으로 감옥에 들어온 권동지가 조심히 묻는다.

《아무래두 심상찮은것 같애.

일본관계 《간첩련루자》 고동지가 우려와 분노를 함께 내뿜는다.

두사람사이에 앉은 성태는 그들을 번갈아보았다.

《동지들… 난 최후를 각오해야겠소.

그 목소리는 처절하고도 단호하였다.

두사람은 각기 량쪽에서 안성태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면서도 말은 못했다.

《한데 난 놈들 손에서 개죽음을 당하고싶지 않소. 차라리 내 스스로…》

두사람이 각기 안성태의 손을 더욱 꽉 틀어쥐였다. 이불을 찢어서 목을 맬수 있으나… 그러면 곁의 두 동지가 피해를 입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데 이것이 비겁한 죽음이고… 이것이 쉽게 놈들한테서 물러나는게 아닌가. 그래도 놈들의 손에서 죽기보다는 낫지 않을가. 그렇다면 어떻게?… 문뜩 성태의 눈길은 유리를 끼운 환기창에 가 멎었다. 그는 권동지한테 좀 엎뎌달라고 했다. 권동지는 와뜰 놀라며 얼른 응하질 못했다. 성태가 지그시 바라보며 말없이 독촉하자 그는 한숨을 쉬고나서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엎디였다.

성태는 그 잔등에 올라서서 젖은 걸레를 대고 환기창의 한쪽모서리를 쳤다. 좀더 세게… 그러자 유리가녁에 길쭉한 금이 갔다. 그는 조심히 유리쪼각을 꺼냈다. 시찰구에서 봐도 빼낸 자리가 이내 눈에 띄지는 않을것 같았다.

성태는 손칼처럼 길쭉한 유리쪼각을 손에 들었다. 내의도 없는 죄수복, 배가죽이 얇아졌으니 이쯤한 유리쪼각이면 교도관들이 들어오는 순간에 배를 가를수 있다. 복부동맥까지만 깊이 박으면 되겠는데… 할복으로 당장에 숨이 끊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그래도 지금의 정황에서 다른 길은 없다. 피를 흘리는 몸에 놈들이 손을 못 댈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이 평온해지려고 애썼다.

성태는 헌 이불에 유리쪼각을 감추었다. 점심에 보리와 콩과 쌀이 섞인 《가다밥》(형타로 찍어낸 밥덩이)을 받아 여느때없이 오래 씹었으나 깔깔해서 잘 넘어가지 않았다.

(잘 있으라, 조국이여!)

내심에서 솟구치는 이 눈물겨운 부르짖음에 뒤이어 북에 있는 안해한테 남기고 온 일기장에 적힌 글들이 눈앞에 떠오른다. 늙은 총각으로 결혼하지 않으면 안되던 때 그는 이렇게 썼다.

 

…어머님! 이 아들이 오늘 결혼을 합니다. 욕하지 마세요. 분계선이 가로막히지 않았던들… 하지만 오늘의 행복이 그냥 죄되는 심정만을 불러옵니다. 어찌할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서로 헤여진 설음 어찌 우리들만의 고통이겠습니까. 굳건히 살아 기다려주세요.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아들의 애통함을 무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전쟁중에 이미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세상을 떠나고…

성태는 북쪽을 향해 머리를 쳐들고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잘 있으라! 사랑하는 안해여! 두 아이를 잘 길러달라…)

두 딸애는 이제 다 열살이 넘었을것이다. 내가 책임지고 시공을 한 그 탁아소, 그 유치원에서 자라 이제는 학교에 다니겠지. 애들아, 이 아버지가 조국통일의 성스러운 길에서 싸우다 갔다는것만을 잊지 말아라…

분렬의 비극을 끝장내려는 통일성업에 자그마한 조약돌이라도 되고저 했던 이내 몸, 공화국의 통일정책에 공감해서 그것을 실현해보려고 했을뿐이다.

황태성동지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마음속으로 조국통일념원만 품고있어도 이들한테는 무서운 적으로 되는거요.

, 황태성동지. 죽어서 황태성동지의 곁에 눕고싶건만… 전윤국동지는 어느 이름없는 무덤에 묻혔는지. 이 나라의 모든 산마다 조국의 통일독립을 위해 쓰러진 렬사들의 피가 스며있지 않은 곳이 그 어디랴…

성태는 수인복앞섶을 매만진다. 《당과 조국을 위하여 끝까지 충실하겠음!》… 피로 쓴 글발. 그 붉은 실몽그러미가 내 가슴에 있다. 나는 여기에 내 더운 피를 덮으며 그의 유언에 충실할것이다.

떠나는 날 일기장 제일 마감에 적어놓은 글이 떠오른다.

 

…아버지로서, 애인으로서 다하지 못한 모든것을 맡기고 바삐 떠난다. 삶에 지치거든, 내가 생각나거든 남녘땅 형제들을 생각하라… 웃으며 나를 불러다오… 인차 돌아올테니…

 

(먼길은 아니니… 인차 돌아올터이니…)

그 《인차》가 10년이 넘었고 이제는 영영 돌아갈수 없는 길… 허나 후회하지는 않는다. 통일의 길에 한줌의 흙이 되고 모래가 되면 되였지 이 지옥에서 《귀신도 모르게》 사라지는 존재로는 아니 될것이며…

저녁때였다. 성태는 한껏 긴장해서 머리가 뻥하고 귀속에서 잉잉거리며 소리가 났다. 한데 아무런 호출도 없다. 이상하다. 보통 저녁때 불려나가고… 그래서 한밤중에 신음소리가 들려오는데…

그날 밤 그는 권동지한테 침을 놓아주었다. 권동지는 《견응증》(어깨의 신경통)이 심했다.

아침이 되였다. 다시 저녁시간을 기다렸다. 입술이 바작바작 말라들었다. 여차직하면 옷을 헤칠수 있게 수인복웃옷의 단추를 아래로 두개 끌러놓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점심시간이 끝나는 바로 그때 문이 열리고 담당교도관이 웬 낯모를 다른 교도관과 함께 급히 들어섰다.

《가자!

번호도 부르지 않았다.

(늦었구나!)

성태는 통탄했다. 이불쪽을 얼핏 바라보았다. 그속에 유리쪼각이 있다. 하지만 손 쓸새가 없다. 늘 저녁시간에 불러내던것인데 이렇게 점심시간에?… 능글거리는 라구표의 얼굴, 랭혈동물 같은 박완종의 차디찬 낯짝이 얼핏 눈앞을 스치였다.

성태를 데리러온 교도관들은 매우 긴장했던지 담당교도관놈은 후-숨을 내불며 제모를 젖히고 손바닥으로 쓱 이마의 땀을 씻었다.

안성태는 뒤돌아서며 남은 두 수인에게 눈인사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권동지와 고동지는 너무나 창황중에 벌어진 일이라 벌떡 일어나 굳어진채 섰다가 급히 고개를 마주 끄덕였다.

성태는 복도를 걸어 출입문밖으로 나섰다. 이제는 최후의 기회만 남았다. 몇메터앞에 우물이 있다. 수갑이 채워진 두손을 원형우물방틀에 얹고 한순간에 몸을 솟구며 머리를 아래로 박아야 한다.

하지만 교도관이 우물옆으로 걸어 앞질러나갔다. 《저쪽으로!

이제는 다다! 속았구나! 더는 기회가 없다!

우물옆을 지나 곧추 걸어갔다. 가병사의 문이 두짝으로 된 철판문이 열려져있다.

교도관들이 성태를 거기로 떠민다. 왼쪽으로 꺾어지면 긴 세멘트콩크리트복도가 있다. 첫번째 방 두번째 세번째 방… 맨 끝방에 왔다.

(여기구나!)

《테로실》이 분명했다.

한 교도관이 수갑을 풀고 다른 놈이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두 교도관놈의 우악스런 힘이 성태의 잔등을 줴박질러 와락 방안으로 떠밀었다. 성태는 엎어질듯이 앞몸을 숙이며 균형을 잃었다. 그러자 앞에서 세찬 타격이 정갱이에 가해졌다. 저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이 나갔다.

그는 얼핏 머리를 들었다. 방안에는 이불도 똥통도 식기류도 아무것도 없는 맨 마루바닥이다. 오직 빤쯔바람에 축구화를 신은 두놈팽이뿐이다. 그중 한놈이 검은 색안경을 끼였다.

두놈은 연방 성태를 걷어차며 주먹을 휘둘렀다. 성태는 세멘트바닥에 쓰러졌다. 두놈은 수인한테 말도 시키지 않고 사정없이 발치기만 했다. 첫탕에 성태를 눌러버리자는것이였다. 성태는 의식을 잃었다.

두놈이 숨을 헐떡이였다. 한놈이 나갔다가 물바께쯔를 들고 와서 성태의 얼굴에 부었다. 성태가 몸을 뒤척이며 깨나는듯 하자 다시금 뭇매질이 시작되였다. 방안에는 다른 고문도구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축구화를 신은 발과 주먹만을 믿고 날치는 두 깡패의 몸뚱이가 땀에 번들거렸다.

성태는 얼굴이 온통 부어서 눈을 뜰수가 없었다. 터진 입안에서 피를 내뱉을 힘도 없었다. 또다시 가해지는 타격…

다시 의식이 흐리마리해졌다. 허나 그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최후의 힘으로 안깐힘을 썼다. 어느새 몸에서 수인복이 다 벗겨 지고 알몸뚱이가 되였다. 수영선수이고 배구, 탁구에 능하여 《스포츠맨》으로 불리우던 성태의 육체는 온통 퍼렇게 색이 변하고… 터져서 피가 흐르고… 만신창이 되였다.

(, 이렇게 죽는구나.)

죽음을 각오했으니 두렵지는 않으나 다만 이렇게 깡패들의 손에 개죽음을 당하는것이 통분했다.

그때 깡패들의 말소리…

《어랍쇼. 손 대볼만 한 일감이야.

《그래그래. 손맛이 좋아. 물렁물렁하지 않단 말이야.

눈을 뜨지 못하니 어느 놈이 어느 놈인지 알수가 없었다.

《형님, 찜질 더 하장께. 요만해선 안된다는게로. 그렇지 않능느기로?

《야!…》

서로 무슨 손짓 눈짓하는지 볼수가 없다. 한놈이 성태한테 몸을 기울였다.

《선생, 이거 안됐소! 그래 맛이 어떻소? 모자라오?

성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선생, 우리 요구는 간단하오, 간단해. 여기다 지장만 찍으면 돼.

성태는 있는 힘껏 소리치려 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놈-들-아!…》

마감말은 목이 탁 쉬여서 나가지를 않았다.

《아직 모자라는군.

또다시 차고 때리고… 매질이 쉴새 없었다.

성태는 의식을 잃었다. 어렴풋이 정신을 차리니 멀리에서처럼 두놈팽이의 지껄임소리…

《의자 가져왔당께. 형님, 여기 앉으소.

《어 참, 지독한 놈이군. 우리가 몇시에 시작했더라?

《오후 1.

《지금 몇시야?

《밤 9.

《그렇게 됐어? 어쨌든 끝장을 보자구. 아예 죽여버리든가. 이런 놈은 보다 처음이야. 3시간이면 알아볼거라구 했는데… 죽여버려야 내 직성이 풀릴것 같애.

《성님, 와 그러능기요. 그러다 10년공부 나무아미타불.

《짜식, 밸이 나면 밸이 나는대로 해볼 판이지. , 8시간동안이나… 난 참는 성미가 못돼.

《하긴 우리네 도를 지켜야지 않능기. 감형이구 뭐구간에.

성태는 깨났다 말았다 하며 의식이 혼미해졌다.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달아오르고 쑤시고 아파서 까딱도 할수 없었다. 아니 막 몸부림을 치고싶으나 육체를 움직일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 살아있는게 아니야. 이미 죽어서 지옥속에 있어. 차라리 그게 낫다.

그러자 머리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웅웅거리였다. 누구일가?… 아니, 그것은 분명 조용순의 목소리이다. 반신불구로 여러해째 누워있는 투사, 언제나 미래를 잃지 않는 락천가, 천성적인… 아니, 아니, 생활이, 투쟁이 그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었지. 하다면 나는?

그가 하던 말 유난스레 떠오른다.… 《목숨을 끊는것은 간단하오. 하지만 살아서 끝까지 싸워야 하거든. 싸우는것만이, 죽어도 싸우다 죽는것만이 포기할수 없는 우리의 의무요.

성태는 살아서 싸우고싶었다. 복수하고싶었다. 복수하고 승리하고싶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누구도 모르는 죽음, 깡패들한테 맞아죽는 죽음, 이런 개죽음보다 더 다른 길이 없단 말인가…

또다시 의식이 가물가물 멀어져갔다. 그러다가 어째선지 불시에 정신드는듯 한 순간 그는 자기의 오른팔을 와락 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우악스런 힘이 팔을 눌러 잡고있었다. 그러자 자기의 엄지손가락이 어느 종이장에 닿는 감촉에 화닥닥 놀라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꼼짝할수가 없었다. 그는 소리치려고 했다.

《이놈들아! 안된다!…》

허나 말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소리가 새나갈가봐 한놈이 성태의 입을 수건으로 틀어막고 다른 놈이 어디서 났는지 채찍으로 성태의 몸뚱이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성태는 또 정신을 잃었다.

그가 깨났을 때 주위는 고요했다. 아니 귀가 먹어서 멍멍해진게 아닐가? 간신히 눈을 뜨니 어렴풋이 천정이 보였다. 그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아파서 견딜수 없었다. 했으나 이를 악물고 몸을 한쪽으로 기울였다. 두놈 다 장의자에 앉아 끄덕끄덕 졸고있다. 장의자가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던지 기억해낼수가 없다.

성태는 두손을 겨우 움직여 마루바닥을 쓸어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머리를 쳐들려고 했다. 머리를 바닥에 짓찧고싶었으나 그것도 한낱 욕망에 지나지 않았다. 내 손으로 내 목숨을 끊어야 한다.

눈을 뜰수가 없는데 옆에서 들리는 말소리…

《정신차린것 같애… 이거 참, 선생, 미안하게 됐어. 하지만 선생한테는 천행이야. 흐흐흐…》

《옳단께로, 인생이란 살구 볼 판이지. 죽은 정승이 산 개만도 못하지 않능기요.

《여 선생, 좀 들어보오. 우린 여기다 이렇게 썼소.… 이제부터 정치생활을 그만두고 건축전문가로서… 기술자로서 형제들과 함께 살겠다. 그리고 또 어떻게 쓴고 하니…》

《아니다! 그건 거짓말이다!》 하고 힘껏 소리치려고 했으나 목이 쉬여서 발음이 되지 않았다.

성태는 머리에 다시금 된타격을 받은듯 깜빡 의식이 흐려졌다. 한놈이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이만하면 됐지? 우린 선생의 립장도 봐서 이쯤 썼소.

《한데 형님글씨로 해서 되겠능게?

《야, 이 밥통아. 내 글씬지 어느 놈 글씬지 누가 안다네? 협잡판인 이 <대한민국>땅에서 이쯤한게 무슨 큰일이야? 넌 야꾸쟈물이나 먹었다는게 안되겠어. 이번 일은 내 덕분이야. 알겠어?

《그야 그렇당께로.

안성태는 육체도 정신도 송두리채 깊은 나락으로 깊이깊이 굴러떨어져내리는듯 하면서도 자꾸만 웨치려고 했다. (아니다. 아니다. 거짓말이다. 가짜다. 이놈들아, 이놈들아.…그건 위조다…) …그가 의식을 차린것은 한시간후 가병사의 다른 방에서였다. 그때는 이미 날이 다 밝은 뒤였다.

…눈은 여전히 떠지지 않는다. 온몸이 붓고 두눈두덩이 부은것이다. 몸을 움지럭거려보았으나 조금도 말을 듣지 않았다. 모진 아픔때문에 한쪽 무릎을 세워볼수도 없었다. 무릎관절이 깨여진것처럼 아팠다.

곁에서 누군가 찬물찜질을 해주는지 이마가 시원해진다. 머리가 좀 맑아지는것도 같다. 성태는 곰곰히 기억을 되살려보다가 흠칠 놀래였다.

(아니다. 그건 악몽이다. 악몽이야.)

그는 무엇인가를 한사코 부정해보려고 애썼으나 기억은 점점 명료해졌다.

그는 이를 악물어 아픔을 참으며 오른팔을 겨우 들고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눈가에 갖다대였다. 벌겋게 인즙이 묻은 자리가 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

신음소리와 함께 성태는 오른팔을 활 내던졌다. 손과 팔이 쿵 널마루에 떨어지는 소리가 딴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멀리서 들린다. 도끼라도 있으면 오른팔을 통채로 찍어버리고싶었다. 가물가물 흐려지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누구요?… 여기가… 어디요?

그러자 주눅이 들고 조심스러운 목소리…

《나 황병선이란 사람이요. 당신을 간병하라고 이 방에… 나도…》

어쨌든 성태는 이렇게 청을 했다.

《부탁이요… 이 넝마옷 찢어서라두 끈을… 좀…》

그러자 한숨짓는 황씨의 숨소리…

《그건 안되오. 교도관들이 곧 올게요.

성태는 마뜩잖게 내쏘았다.

《당신은 누구요?

그러나 이때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구두발소리…

뒤이어 말소리… 라구표와 박완종이다. 승냥이와 뱀이다.

《이놈들아!…》 하고 성태는 힘껏 소리쳤으나 꿈속에서처럼 말이 나가지 않는다. 목청이 탁 갈리면서 《아니다… 아니다…》 하는 통분한 웨침이 그냥 가슴속에서 터져나가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가까이에 몸을 기울이며 라구표가 지껄이는 소리…

《안선생, 이거 안됐소… 우리 애들이 지나친것 같았소. 나도 몰랐는데 이 박계장이 글쎄 그렇게… 하지만 둘러치나 메여치나 결국 매한가지가 아니겠소. 어쨌든 선생을 위해서 일이 그렇게 나쁘게 된것 같지는 않아 나도 참았소그려.… 이제부터 치료도 잘해드리고 또 대우도 달라질게고…》

눈시울이 퉁퉁 부어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하고 누워있는 성태가 침을 탁 뱉으려고 입을 벌리였으나 입안이 말라들어 혀조차 짜개지는듯 아팠다.

다음순간 성태는 생각을 돌리였다. 그래서 입을 열려고 했다.

《저… 저… 내 말 좀…》

《네? . .

라구표와 박완종이 그 어떤 기대에 몸이 달아 거의 동시에 몸을 기울이며 안성태의 입을 바라보았다.

성태가 떠듬거리였다.

《발표회는 언제?…》

라구표와 박완종이 서로 눈길을 마주쳤다.

라구표가 성급히 말했다.

《전향발표회말입니까?

《그래… 그거 말이요.

성태는 놈들이 꾸미는 전향발표회를 노리고 거기서 허위와 진상을 폭로하고 부정하려 했던것이다.

하지만 라구표는 실눈을 짓고 잠시 말이 없다가 두터운 입술우에 알지 못할 미소를 떠올렸다.

《전향발표회?… 안선생, 걱정마시우. 차차 할테니 지금은 안선생의 육체적조건으로는 안되겠소. 의자에 앉을수도 없겠는데.

성태는 분노에 떠는 입술을 움직이며 씹어뱉듯이 떠듬거리였다.

《앉을수 있다.… 말할수… 있다… 있어…》

《안선생, 진정하셔요. 진정해요. 우리가 대신 발표해주겠으니 걱정마세요.

그러자 성태는 단말마의 몸부림을 치듯이 웃몸을 한껏 솟구쳐 일으키다가 머리를 도로 방바닥에 메치고는 울부짖었다.

《이 살인자야!… 이 날강도야! 그건 안된다!

비분과 원한, 증오와 절규로 하여 통채로 타는듯 한 그 목청은 간담을 서늘케 한다.

《안선생, 진정해요.

라구표가 이렇게 느물거리다가 박완종을 돌아보았다.

《저 3119번을 다른 방에 옮겨야겠소. 대신 보안과에 말해서 교도관들이 자주 드나들게 해야 하겠소.

황씨와 같이 두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는 속심이였다.

라구표와 박완종이 나가는 문소리가 났다.

그러자 성태의 얼굴우에서 황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 당신 위조전향을 당했구만.

그러자 성태는 격분에 끓어올라 끙끙 갑자르며 부르짖었다.

《무슨 소리 하오?… 전… 전향이라니… 도대체… 당신은 어떤 사람이요?

《난… 난…》

웬일인지 황씨는 말을 잇대지 못하고있었다. 성태는 갈린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이거 어떤 도깨비 같은 녀석이야?

그는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었다. 《난 애당초 그런건 몰라.

《여보시오. 진정하시오. 이놈들은 어쨌든 매한가지로 만들어 놓을거요. 그러지 말고 침착하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회복할수 있겠는가 그걸 생각하오.

《회복?… 내가 뭘 회복해?

《어쨌든 내 말을 깊이 새겨듣소.

성태는 억지로 겨우 눈을 뜨면서 구레나룻이 시커먼 얼굴을 어렴풋이 쳐다보았다.

성태는 물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난… <전향수>.

《…<전향수>…》

낯설은 말… 자기를 두고도 놈들이 이렇게 부를가?… 내가… 죽음보다 더한 이 치욕을 당하다니?

잠시 대답없던 황씨가 입을 열었다.

《나 일본에서 왔소. <민단>계 상공인인데 합영때문에 왔다가 간첩루명을 쓰고… <중앙정보부>의 조작극에 걸렸소…》

황씨가 숨을 길게 내그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없으면 기업이 망하게 되오. 돈만 들이밀면 일본계 장기수는 더러 내보내는것 같소. 하지만 전향서는 써야 한다는게요. 그래서 생각다못해 적당히 썼소. <한국>땅에 다시 오지 않는다는게 가장 중요하거든… 오구 싶지두 않구…》

성태는 전향서라는 말을 그렇듯 쉽게 입에 올리는 황씨의 목소리에 몸서리가 쳐졌다. 매를 맞아 어디나없이 퉁퉁 부어오른 온몸이 더 쑤시고 저려났다. 그가 일본으로 가기만 하면 그의 인생길은 본래대로 흘러가는것인가? 성태는 그에 대한 혐오감을 겨우 누르고 눈을 감은채 뜨직뜨직 물었다.

《그래… 언제까지… 여기에…》

《돈이 오면 곧 일본에 돌아가오.

묻지 않아도 돈은 약차한 액수일것이다.

돌아간다?… 돌아간다, 그 말이지?… 그러면 나는? 나도 돌아 가야 한다. 어디로?

(나는 사랑하는 안해한테 인차 돌아가리라고, 그리 먼길은 아니라고 했지… 통일의 길이 어찌 먼길이 아니랴만… 이런 일이 있을줄은 생각지 못했구나.)

그러니 이제는 영영 돌아가지 못할 길이 되였단 말인가. 지금은 책가방을 메고 학교 다닐 어린 딸들, 그 애들한테서 《아버지!》라는 말도 못 들어보았다. 이제는 영영 들을수 없게 되였는가? 안해와 함께 대성산으로 꽃구경을 가자던 그 소박한 약속도 이룰수 없는가? 옥류관건설때 시공지휘부에서 밤을 패던 일… 가마니를 깔고 현장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났을 때의 그 상쾌함, 아침에 안해가 날라다주는 밥을 먹을 때의 그 행복감, 그것이 보람이고 그것이 삶이였다.

그는 자기를 빤히 내려다보는 두 딸애의 눈동자들을 보는것만 같았다. 맑고 순진한 두쌍의 눈동자… 그 눈동자들을 차마 마주 볼수 없다는 생각에 그는 눈을 찔끔 감았다.

참을수 없는 동통으로 온몸이 쑤시고 아파도 육체의 고통에는 비할수도 없는 정신적인 괴로움이 더욱더 세과게 심장을 움켜잡았다. 그러다가도 불시에 심장이 놀란듯 후둑후둑 뛰기 시작했다.

치욕으로 얼룩진 자기의 이름이 이제 동지들한테 알려질것이다. 그들이 대번에 믿지 않을수는 있다. 하지만 믿지 않을만 한 증거를 누가 그들한테 보여준다는 말인가.

안성태라는 이 이름은 안해와 동지들만이 기억하고 바라보는 그런 이름이 아니다.

경애하는 김일성원수님께서 아시는 이름이 아닌가!

문득 눈앞에 어려오는 자애로운 미소, 그 미소를 향해 달려가지 못하는 어떤 죄스러움이 가슴을 옥죄여들었다.

그럴수록 더욱 안타깝게 그날의 일이 돌이켜진다. 그 미소, 그 손길가까이로 달려가고픈 마음이 불같이 달아오른다.

경애하는 그이를 만나뵈온것은 부벽루밑에서였다. 가을하늘은 맑게 개이고 태양은 머리우에서 눈부시게 빛을 뿌리고있었다.

대동강물은 해볕에 아롱이고 그 건너 문수벌의 비행장자리가 아득히 펼쳐져보였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바로 그 문수벌을 향하여 손을 들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쭈욱 그어 펼쳐보이시였다.

《장차 저기에 현대식고급아빠트지구를 형성해야겠습니다. 그러면 동평양이 완전히 달라질것입니다.

그이께서 당위원장한테 하시는 말씀…

당위원장이 안성태를 소개해드리자 그이께서는 못내 대견해하시며 성태의 손을 쥐여주시였다.

《건설대학 졸업론문준비기간에 이런 훌륭한 건축물시공에서 큰 역할을 했다니 정말 대단하오.

당위원장이 안성태의 고향이 남반부에 있다고 하자 그이께서는 《음, 그렇구만.》 하시며 무거운 안색을 지으시였다.

《고향에 있는 부모형제의 안부조차 모르고있으니 얼마나 가슴아픈 일이요?

고전식건축물의 기와지붕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시던 그이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여 승용차가까이로 가시였다. 문득 안성태를 뒤돌아보시며 그를 가까이로 부르시였다.

《동무가 이번에 이 집을 짓는데 수고했으니 어떤 국가표창을 주어도 아까울게 없지.

하지만 동무한테 고향을 찾아주고 부모형제를 만나게 해주지 못하는게 몹시 가슴아프오.… 내가 동무에게 줄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나 표창이 조국통일이 아니겠소… 그래서 우리는 자주적평화통일방침을 내놓고 투쟁하는거요. 성태동무, 조국통일을 위해 더 많은 집을 지으라구.

그이께서 친히 내미시는 손을 부여잡고 안성태는 격정에 북받쳐 그저 《알았습니다.》 하면서 더 말을 할수가 없었다.

1년후 옥류관준공식에 나오신 김일성원수님께서는 건설에서 수고한 일군들을 둘러보다가 안성태를 알아보시였다. 곁의 일군이 소개해드리려고 하자 《난 이 동무를 이미 알고있소, 이름까지도 기억해. 안성태라구.

그이께서는 안성태의 사업성과를 보고받으시고 만족해하며 말씀하시였다.

《정말 용소, 용해. 건설대학을 졸업하자 이렇게 큰일을 했으니… 안성태동무, 이제 통일이 되면 서울이나 부산에도 이런 옥류관들을 지어야지.

, 그이께서 지으시던 해빛같은 미소…

그이께서는 지금도 이 안성태의 이름을 기억하실것이다. 그러니 어찌 이 이름에 조금이라도 수치와 오욕을 끼칠수 있단 말인가.

아니다, 아니다. 내 이름이 더럽혀지게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놈들의 위조전향을 짓부시고 투쟁의 대오에 들어서야 한다. 어떤 힘도 나를 여기서 탈선시킬수 없다!… 놈들은 나를 궤도에서 탈선시켰다고 히들거리고있겠지…

(이놈들아, 이 간악무도한 음모를 꼭 만천하에 폭로하고야 말테다. 내 죽어도 그대로 죽을수는 없어…)

곁에서 황씨가 위로하듯 중얼거린다.

《개놈새끼들… 사람을 이거 무슨 꼴로 만들었어? 짐승도 낯을 붉힐짓이야. 쯔쯔쯔… 하여튼 단단히 강심을 먹으소. 듣자니 몹시 어렵다고 하더군… 무기형이던게 20년 살면 나간다는 그 약속과 기대, 출역도 나가고 대우도 좀 나아지고 감옥안이지만 일정한 자유가 허용되거든. 10년이상 독방에 갇혔던 사람한테는 정말 못견디게 그리워지던 환경변화가 아니겠소. 령치금도 마음대로 들어오고…》

《그만하시오!

성태는 자기를 전향자로 치부하는 황씨의 말이 역겨웠다.

《용서하시우. 각오를 단단히 해달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우.… 그래야 비전향으로 돌아갈수도 있지요.

(비전향으로 돌아간다? 그건 무슨 소리야?)

안성태는 소리쳤다. 《그따위 소린 그만두라. 내 마음은 어제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전향은 뭐고 비전향은 뭐야?

이때 누군가 조심히 들어오는 문소리가 났다.

안성태는 약간 눈이 떠졌다. 어렴풋이 천정이 보였다. 자기한테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어딘가 낯이 익다.

《아까 왔댔지요.》 황씨가 귀띔해주었다.

낯익은 모습… 간병부 정용식이다.

《안선생님, 어떠시유? 의무과에서 주는 옥도정기를 가져왔는데 어찌겠습니까. 발라야지요. 알콜찜질도 해보구…》

《그만두오. 그만둬.

성태는 대번에 거절하였다.

《제발 그런 말 마슈. 빨리 나아야지요. 내 의무과장한테 조용히 부탁했어요. 어혈이 풀리는 동약재료 좀 구해달라구. 나한테 령치금도 있으니.

성태는 정용식이를 계속 푸접없이 대할수는 없었다. 그는 중얼거렸다. 《고맙소. 고마워…》

정용식이 말했다.

《참, 아까 오전에 부산에서 우리 사촌누이가 면회왔댔어요. 몇년전에… 한번 왔다던 그 누이… <남선고녀>출신, 부산은행에 있는 심종운선배님과도 각별한 사이죠… 한데… 그래서 안선배님이 이렇게 되여 누워있다는 말… 누이한테 하지 않았어요.

《잘했소… 심종운이는 7년전에 날 찾아왔댔소… 숱한 돈을 쓰면서…》

정용식이 조용히 한숨 짓고나서 말했다.

《저… 우리 사촌누이 말이… 안성태선배님이 <남선고녀>출신인 김계순이라고… 그러면 알거라구 하면서… 그분이 안성태씨한테 인사를 전해달라고… 그런 말 하더라구요.

(김계순이!… 인사를… 인사를!)

살아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반가왔다. 아득히 지나간 날에 묻힌 그리움이 왈칵 솟구쳐올랐다. 하지만 다음순간, 그런 감정과는 반대방향으로 내달리는 마음의 이상한 변화, 그를 부를수도 만날수도 없고 그로부터 멀어져야만 한다는 리성의 부르짖음, 지금의 이 처지가 통절히 느껴져 가슴이 갈가리 찢어지는것이였다. 그 누구의 면회도 받을수 없는 수치감… 온몸을 쑤시는 육체적고통보다 비할바없이 큰 정신적고뇌가 머리속을 사정없이 파고들면서 뇌수를 갉아먹고 산산이 부셔놓는것만 같았다.

문득 25년전, 귀에 익은 웬 처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천상에서 흘러내리는 운명의 녀신이 속삭이는듯…

…삶의 승리의 길은 사나워라

승리의 고개는 아득하여라

사납고 아득함이 대장부의 부닥치는 길이니…

그렇다. 운명의 녀신이 속삭이는 소리가 아니다. 내 조국, 내 민족, 먼저 간 통일렬사들이 다 함께 부르짖는 피타는 웨침인듯… 통일에로의 길에서 대장부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이고 내 앞날에 대한 예언이 아니던가…

어째선지 정용식이는 성태의 눈길을 한사코 피하려고 했다. 실상 성태의 눈길은 곧추 천정만 바라보고있으니 구태여 피하지 않아도 되였다. 정용식은 그저 수인복을 벗긴 성태의 몸뚱아리에 옥도정기를 바르고있었다. 약이 묻을 때마다 살가죽이 시원했으나 그의 신경은 딴데 가있었다.

정용식이 사동에 자주 드나든다. 그러니 그한테 묻고싶었다. 장기수들이 지금 자기에 대해 어떻게 알고있는지? 필요하다면 정용식을 통하여 그 진상을 전달하고싶었다. 그러는 마음을 알았는지 정용식은 무슨 말을 할듯 하다가는 황씨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는것이였다.

황씨는 정용식의 손을 거들어 성태의 다 찢어진 수인복바지를 벗기고는 온통 피멍이 져 거머죽죽해진 대퇴부의 살가죽을 쓸어만지며 말했다.

《걱정마시오… 이래뵈두 어쨌든 난 이렇게 붉은 바탕의 수인번호를 달고있지 않소. 아무리 전향을 했다 해두 놈들이 나를 의심하거든. 이 안성태씨와도 뜻이 같다구 믿어주오. 본래는 그렇지 않을수 있지만 오히려 지금은 같소.… 이 남<>당국이 아무 죄없는 나를 이북에서 말하는 자주적평화통일방책을 지지하게끔 만들었지. 그런 사상으로 물들여놓았단 말이요.

정용식이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실은 그런게 아니고… 저, 저…》

그러면서 정용식이 성태의 얼굴을 내려다보았고 때로는 황씨를 건너다보며 말했다.

《오늘도 전방이 많았어요. 타전법을 잘 모르는 나많은 <좌익수>, 심지어 일반수들까지 사이사이 끼워넣으면서 통방신호를 끊어버리려는것 같아요. 여전히 한사람씩 불리워나가죠… 전향한 사람있으면 다른 사동 아니면 딴 교도소로 이감시키는거죠.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못하고… 안선배님에 대해서는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요. 아마 잘못된것으로…》

말꼬리를 사리며 정용식이 눈길을 피하는것이였다.

성태는 머리를 후려맞은듯 뗑해지다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조만간에 놈들이 내 말을 퍼뜨리겠지… 그렇다! 나는 죽었어야 했다. 놈들이 사정없이 매질할 때 왜 나의 육체는 거기에 견딜수 있었는가. 내 육체는 왜 그렇게 튼튼했던고…)

성태는 통곡하고싶었다. 동지들이 《영예로운 빈 자리》에 나를 두고 생각하게끔 했어야 했다. 그는 목메게 동지들의 이름을 부르고싶었다. 황태성, 전윤국, 조용순, 정대철, 송기만동지들…

교도관들이 들어와서 황씨를 다른 감방으로 데려 내갔다. 정용식이도 다시 오마 하고는 나갔다.

성태는 혼자 누워있었다. 영영 버림받은듯 한 공포와 고독감이 심장을 옥죄이였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허공에 허우적이였다. 그러다가 정용식이와 황씨가 힘들게 다시 입혀놓은 수인복앞자락을 손바닥으로 매만져보았다. 가뜩이나 낡은 옷이 넝마처럼 너실너실하고 피자박이 된 군데군데가 시뻘겋게 말라붙었다. 그의 손은 앞섶에 가 멎었다. 놈들이 다른 수인복으로 갈아입힐것이다. 성태는 앞섶혼솔을 뜯었다. 실이 맥없으니 뜯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는 거기서 전윤국동지의 피가 어린 실몽그러미를 꺼냈다. 눈앞에 들어올려 붉은 실몽그러미를 바라보던 성태는 그것을 움켜쥔 주먹을 왼쪽가슴, 박동하는 심장우에 눌러붙이였다.

(이대로는 죽을수 없어. 반드시 살아서 복수해야 한다. 놈들이 나를 다시 동지들의 대오에 세워놓지 않을수 없게끔 그렇게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워야 한다.… 력사에는 루명을 쓴채 억울하게 죽은 사람도 많다지만 난 절대로 죽지 않고 살아서 내 량심을, 내 마음의 진실을 증명하고야 말테다.)

성태는 작은 콩알만큼하게 만든 실몽그러미를 당장은 어찌할수 없어 한쪽 귀구멍에 깊이깊이 박아넣었다. 때가 되면 다시 수인복앞섶에 넣을것이였다. 그 한방울의 피방울, 거기에 전윤국동지의 심장의 박동이 살아있다. 그것이 피가 되여, 박동이 되여 툭툭툭… 자신의 온 육체에 서서히 뜨겁게 흘러간다는것을 성태는 분명 의식하는듯 싶었다.

1973 12, 두달동안 그 방에 혼자 갇혀 정용식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아 약간 운신하게 된 안성태는 밤중에 수인차에 실려 대전역에 나갔으며 거기서 기차로 대구교도소에 이감되였다. 이미 2년전에 새로 지은 대구교도소는 시내로부터 훨씬 떨어진 달성군에 자리잡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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