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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비내리던 그 늦가을 밤에 대한 추억은 김정일동지의 뇌리에서 허상민이와 이어진 과거의 생활토막들을 잇달아 끄집어내였다. 허상민이 외국으로 류학을 떠나던 때의 일, 여러해후에 돌아와 배치받던 일과 흥남에 있는 그의 집에 찾아가셨던 일들이 떠오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쩐지 지난날 허상민을 깊이 관심해주지 못한것만 같은 생각이 드시여 방안을 거니시였다. 그이께서는 화학비료생산의 긴장성을 초래한 허상민의 사업에 대해 타당성을 찾아보고 리해를 하고싶으시였다. 전력, 석탄, 보수자재… 겨울과 초봄에 걸쳐 비료생산감퇴를 가져온 그 객관적인 조건들은 그로서도 어찌할수 없었는지 모른다. 스무날이 넘도록 화학공업지구에 머물고있는것을 보면 비료생산을 회복할 어떤 락관적인 방도를 찾았을수도 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금 집무탁에 마주앉아 다른 문건을 펼치시였다. 외교부에서 제출한 문건이였다. 오는 8월에 뻬루의 수도 리마에서 열리는 쁠럭불가담국가 외교부장회의와 관련하여 파견되는 대표단의 구성과 사업내용이였다. 남조선당국자들은 이번에 우리가 당당한 쁠럭불가담국가성원국으로 가입하는것을 필사적으로 가로막으며 저들도 이 운동의 대렬에 끼여들려고 어리석게 날뛰고있다. 그들과 격렬한 대적투쟁을 해야 할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흰 종이철을 당겨놓으시고 손수 대표단앞에 나서는 정치적과업에 대해 활달한 필체로 써나가시였다. 대표단성원들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관심하시고야 문건을 밀어놓으시였다. 이어 풀색송수화기가 찌릉거렸는데 멀리 청진에 있는 정광수송관건설지휘부에서 리인걸이 걸어온 전화였다. 그는 인사말이 오가기 바쁘게 공사실태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실무성이 강한 그는 자신께서 알고있는 정형은 간명히 요약하고 공사진척과정에 실제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를 숨김없이 꺼내놓았다. 《부부장동무, 공사의 실무적문제는 이제 자세히 토론합시다. 난 우리 건설자들의 생활에 대해 먼저 알고싶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쥐지 않은 손으로 펜을 쥐고 종이철을 끄당겨놓으시였다. 《건설자동무들의 천막에랑 가보았습니까?》 《예, 금패령기슭에 있는 건설자들의 천막과 가설막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어떻습니까. 뭐 애로되는건 없습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숙소들은 림시적관념을 버리고 나무로 침상이랑 잘 만들었습니다. 한사람당 모포도 두장씩이면 충분한것 같습니다.》 《모기장은 있습니까?》 《저 모기장은… 한 천막에서만 개여놓은걸 보았습니다.》 《수림지대여서 깔따구성화에 모기장이 없이는 자지 못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종이철에 《모기장》이라고 급히 쓰고 또 물으시였다. 《부식물조건은 어떻습니까?》 《제가 야외식당에서 건설자들과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참나물국에 고사리반찬이였습니다. 수송관부설공사장이 날마다 주민지구와 멀리 떨어지게 되여 최근 몇달동안에는 육류나 계란이 잘 공급되지 못하였답니다.》 《주민지구와 멀어야 얼마나 멀겠소. 설사 멀다고 가져다주지 않으면 되겠소? 로동자들에 대한 관점문제지. 무책임한 일군들이요. 그곳 지방당, 정권기관 일군들도 그렇고, 로동자들의 생활을 책임진 지도일군들이 그런 관점에 서있으니 공사가 빨리 진척될수 있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함경북도당책임비서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건설현장이 계속 멀어지는 현지조건에 상응하게 후방공급사업체계를 똑바로 세우도록 할 결심이시였다. 《공사에서 걸리고있는 문제들은 어떤거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건설자들은 금패령의 콩크리트치기공사나 6천립방메터의 각종 부재와 강철구조물공사들을 그만하면 빠른 속도로 해내고있습니다. 그런데 관운반이 실제적으로 걸렸습니다. 차로 실어온 관들을 부설지까지 날라야 하는데… 대형화물차가 부족됩니다.》 《관 한개가 12메터에 한톤이 된다니… 보통 화물자동차들엔 몇개 못싣겠구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청년돌격대원들과 건설자들은 10톤급화물자동차들과 권양기들만 좀더 있으면 공사를 불이 나게 다그칠수 있다고 합니다.》 《좋습니다. 해결해주겠습니다. 자동차기중기들까지 덧붙여 보내주겠습니다.… 또 어떤 난관이 있습니까?》 《진펄입니다. 금패령너머 습지대에 송암진펄이라고 사방 30리가 넘는 굉장한 진펄이 있습니다. 그 지방사람들은 <죽음의 땅>이라고 부르고있습니다. 화학설비조립종합기업소 건설자들 몇동무가 진펄을 정복하려고 들어갔다가 뭉청 빠져 겨우 건져냈습니다. 불도젤은 들어갈 엄두도 못냅니다. 수십군데 조사했는데 수렁감탕이 형편없이 깊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종이철에 《진펄》이라고 큼직이 쓰고 물음부호를 쳐놓으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시공기술자들과 협의하고 공사지도일군들과 토론한데 의하면… 진펄을 우회하자는 안이 나왔습니다.》 《이제 수송관을 에돌아 부설하자면 전반적설계와 수압관계에 혼란을 주지 않겠습니까?》 《저희들도 그 점을 우려해서 론의를 더 해보려고 합니다. 다른 한가지 안은 진펄공사를 겨울에 벌리자는것입니나.》 《그 안은 합당치 못합니다. 이제부터 땅이 얼 때까지 진펄공사를 미룬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우리는 바로 겨울전에, 정확히 말해서 당창건 30돐기념일부터는 그 수송관으로 무산철광을 김철에 날라야 합니다. 이것은 정치위원회 결정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동안 송수화기등으로 이마를 받치고 생각에 잠기시였다. 《부부장동무, 진펄문제는 시공기술자들이랑 건설자들과 다시 잘 토론해서 대담하게 방도를 모색해보시오. 진펄수문학자들도 초빙해서 방조를 받는게 좋을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난감한 표정으로 송수화기를 잡고있을 리인걸부부장과 그를 둘러싼 공사지도일군들을 보는것 같으시였다. 머나먼 북변에 있는 진펄지대를 보지도 못하고, 그곳 사람들을 만날수도 없으니 적절한 대책을 세워줄수 없는것이 괴로우시였다. 보고를 들어보니 부부장은 실무적인데로 많이 치우친다. 자동차나 기계설비도 중요하지만 보다는 건설자들과 그 지방 농민들,… 사람들한테 의거해야 방도가 나질수 있지 않겠는가. 하긴 부부장이 아직 공사현장에 발을 갓 붙였으니 그럴수 있을것이다. 송수화기에서 리인걸의 소침한 목소리가 울리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저 송암군당책임비서에 대한 료해는 아직 못했습니다.》 자신께서 잠자코있으니 아마 그 문제를 기다린다고 짐작한 모양이다. 《공사실정을 료해하느라 어디 시간이 있었겠소. 송암군쪽으로도 수송관이 부설되고있겠으니 현장에 나가는 기회에 한번 알아보도록 하시오.》 《이제 곧 그쪽으로 다시 가려고 합니다. 금패령도 30리진펄도 송암군에 있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래일 떠나도록 하시오. 밤에 승용차로 산협길을 달리다 사고날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내려놓을수 없으시였다. 그사이 송림에서 온 전화가 기다리고있었던것이다. 몹시 반가우시였다. 수화기에서는 함경도억양이 짙은 허상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옛정과 존경이 함축된 절절한 안부였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건강합니다. 상민동무가 스무날이 넘도록 화학공업지구에 내려가있느라 수고가 많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일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분주스레 돌아치다나니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찾으셨는데도 제자리에 있지 못했습니다.》 《아닙니다.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화학공업부장동무를 찾지 못했다는것 자체가 동무가 얼마나 현실속에 깊이 들어가있었는가 하는 생동한 실례로 되지요. 그래 강재를 해결받았습니까?》 《금속공업부 부부장이 좀 트는데… 국가공급지령에 있는것이니 아마 줄겁니다.》 《발생로 한기를 마저 살리는게 비료생산에서 의의가 큽니까?》 《그렇지는 못합니다… 조금 보탬이 되는 정도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부장동무, 지금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 전기와 석탄은 보장된다지요?》 《예.》 《어떻습니까? 밀린 비료생산을 회복할수 있겠습니까?》 한동안 지나 피로하고 사업의 고충으로 지친 목소리가 띠염띠염 들려온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솔직히 말해서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서 지난 겨울철과 초봄에 미달된 생산을 회복한다는것은 어렵고… 너무 늦었습니다. 원래 하루생산능력은 엄밀히 한정되여있어서…》 정황을 굼때는 외교적인 말이나 과장을 모르는 허상민이다. 그더러 공칭능력을 초과해서라도 생산을 내라고 요구할수는 없다. 방직기나 일반 공작기계설비들과는 달리 화학공장, 비료설비는 기술적한계를 넘어서면 폭발을 초래할수 있다. 경제지도일군이기전에 화학부문의 전문가인 허상민의 솔직한 견해를 믿지 않을수 없다. 참기 어려운 침묵이 흘렀다. 《상민동무, 함남도당위원회가 비료생산에 관심을 좀 돌립니까?》 《예, 도와주고있습니다.… 도당책임비서동무는 며칠전부터 비료련합기업소 지배인방에 틀고앉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상민의 한만규에 대한 약간 불만기어린 표현을 류의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상민이 그전부터 한만규를 곰살궂게 여기지 않는다는것을 알고계시였다. 거기에는 뿌리깊은 사연이 있다. 그것은 허상민이 비료공장지배인을 할 때 한만규와 심각히 충돌한데서 생겨난것이였다. 세월이 흘러 그들사이의 갈등은 풀리고 화해를 본지 오랬으리라고 인정하고있으신 그이이시였다. 그런데 허상민의 말투에 불쑥 표출되는것을 보면 아직 그 잔뿌리가 빠지지 않은것 같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국가의 정사를 맡아보는 머리 큰 일군들이 때로 사업상 충돌이나 마찰로 생긴 긴장관계를 너그럽게 풀지 못하는것을 가끔 보아오시였다. 《틀고앉았단 말이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담담한 롱조로 허상민의 불만스런 감정을 너그럽게 어루만지시였다. 《상민동무는 황철에서 언제 떠나겠습니까?》 《래일아침에는 강재를 차판에 싣는걸 보고 낮차로 흥남에 가겠습니다.》 《도중에 평양에 내려 집에랑 들리지 않겠습니까?》 《저는 한시바삐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 가야 합니다. 지금 수준에서 생산이 떨어지지 않게 하자면 살펴줘야 할 일이 여간 많지 않습니다. 비료생산원료기지의 하나인 동암광산이 아직 정상생산궤도에 오르지 못한데다가 촉매와 같은 일련의 협동생산품들이 잘 보장되지 못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촉박해하는 허상민의 심정이 리해되였고 감동되시였다. 그렇게 오래동안 화학공업지구에 내려가있었는데 집에 들리지도 않고 가다니! 비료생산이 오죽 걱정되면 그러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전화를 끝내신 다음에도 늦은 저녁식사를 할 생각마저 잊고 그냥 앉아계시였다. 그러니 현상태에서는 비료생산을 추켜세울 방도가 없다. 화학공업부의 어려운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속을 태우며 동분서주하는 허상민에게 무엇을 더 요구하겠는가, 그의 헌신적일본새는 나무랄데 없다. 그런데 부장으로서 강재인수와 같은 업무사업보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일거리가 없는가? 흥남비료련합기업소의 로동자, 기술자들과 일군들의 열의와 창발성을 돋구는 어떤 큰 문제를 틀어쥐고 경제지도사업을 벌려나가야지, 지금처럼 어딘가 변두리에서 고심하고 분투해서는 성과를 올릴수 없지 않겠는가. 이윽해서야 그이께서는 착잡한 상념에서 벗어나 전화번호책을 펼치시였다. 허상민의 집에 전화를 거시였다. 오래지 않아 상냥한 녀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렴풋이 귀에 익은 음성이다. 얼굴모습이 떠오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을 소개하고 따뜻이 말씀하시였다. 《순희동무, 오래간만입니다.… 그사이 앓지는 않았습니까?… 구역병원에서 그냥 일합니까.》 감격에 울먹이는 목소리가 두서없이 들린다. 《아버님은 건강합니까?》 그러자 참고참았던듯 고마움에 젖은 흐느낌소리가 터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막고 우는 순희의 나직한 울음소리를 그냥 듣고있을수 없으시였다. 《정의빈선생에게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닙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아버지는… 지난해 가을부터 손이 자꾸 떨리고 눈이 어두워 집도를 못했습니다.… 병원에서 퇴직하고서 별일없이 지내더랬는데 그만… 다리에 중풍이 왔습니다. 나이가 많으니 동맥경화는 어쩔수 없는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아파 한동안 말씀을 못하시였다. 늙은 정의빈에 대한 동정과 념려가 온 마음을 사로잡으시였다. 이런 사연을 자신한테 알리지 않은 허상민의 처사가 못내 서운하시였다. 《치료는 받습니까?》 《예. 아버지는 적십자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퍽 낫습니다. 집에서 몸조리를 하고있습니다.》 눈물을 삼키면서 진정을 한 순희의 목소리에서는 아버지일을 말한것을 후회하는 기미가 느껴지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전화를 끝내시고도 마음이 아릿하시여 쏘파에서 일어날념을 못하시였다. 이런 집사정이 있으면서도 평양에 들리지 않고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 그냥 가는 허상민을 되짚어 생각해 보시였다. 가정일을 밀어치우고 사업에만 전력하는 그에 대해 후더운 리해를 하시면서도 한편으로 그래도 지나가는 길인데 집에 들려 장인을 위해주고 갔으면 더 좋았으리라고 생각하시였다. 허상민이 그렇게 가정을 지내 사사로이 치부해버리고 현지에 나가있으니 안해가 집에서 아버지일로 혼자 속을 썩일수밖에 없을것이였다. 순희가 그런 설음이 겹쌓여 더 우는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