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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이 되여 화학공업부장 허상민이 탄 승용차는 송림을 가까이하고있었다. 흥남에서 원산으로 내려와 산협곡을 낀 중부지대의 횡단도로를 달려 송림에 오느라 차체에 길먼지가 푹 덮이였다. 허상민의 곁에서는 몸집이 실팍한 흥남비료련합기업소 업무부지배인이 등받이에 목을 걸고 차가 들추는데는 별로 불편없이 태평스레 자고있었다. 업무일군으로서 그런 려행길에 습관되여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잘 알고있는 사람이다. 아마도 이번 출장길에는 화학공업부장과 함께 가는것으로 하여 그렇게 애먹던 보수용강재를 해결받을수 있으리라는 안도감에 더욱 심사가 편해서 자고있는지 모른다. 허상민은 엄연히 국가계획에 물려진 황해제철소의 강재를 제때에 받아오지 못하고 소경 시집갔다오듯하는 업무부지배인의 무능에 화가 치밀어 욕설도 했지만 불을 끌 집주인은 아무래도 자기인지라 이렇게 나서지 않을수 없는것이였다. 그는 부장으로서의 직무한계를 벗어난 자기의 이런 행동이 산하 기업소일군들의 사업질서와 자립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다른 부, 위원회와 관련된 일은 어지간히 곤난할것 같으면 우에다 밀고 부의 큰 간부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는 좋지 못한 버릇을 길러줄수 있다. 그들의 적극성과 투신력, 자력갱생의 정신을 흐리게까지 할수 있는것이다. 그러나 허상민부장한테는 그런 보이지 않는 결함이 자라는것보다 당장 걸린 시비년도 비료생산이 더 절박하고 중요한것이였다. 보수용추가강재를 한시바삐 가져다가 고장난 발생로를 수리하여 한기라도 더 돌려야 그만큼 비료생산이 늘어나는것이다. 며칠전만해도 농업위원회위원장 리장천이 한밤중에 흥남에 있는 그의 려관방에 최후통첩격의 으름장전화를 걸어왔다. 빨리 미진된 비료를 뽑아달라, 지금 동해안의 일부 중간지대와 산간지대 농촌들의 비료부족현상이 더 넓은 범위로 번져갈수 있다, 농작물은 비료를 푼푼히 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비절기를 놓치면 올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 그때가서 책임은 화학공업부가 지게 될것이라고 했다. 허상민은 분격해서 전화통을 덜컥 놓아버렸다. 나이많은 농업위원장에게 마주대고 부아를 터칠수 없었던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래달에 있게 될 정무원참모회의에 제출할 실태보고를 랭혹히 작성하도록 국장들에게 지시했다. 화학공업부 일군들의 원인분석은 날자와 수자를 동반한 구체적인것이였다. 시비년도 비료문제가 늘 정무원적으로 날카롭게 상정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가을 비료련합기업소의 대보수기간에 금속공업부에서 고압인발관과 같은 일부 강재들을 제때에 주지 못한 결과 보수기일이 늦어졌다. 다른 하나의 원인은 전력공업부와 채취공업부에서 전기와 석탄을 원만히 보내주지 않아 겨울철 생산의 정상화에 지장을 준것이다. 허상민은 그 분석이 좀 객관적이고 책임을 전가하는데로 기울어졌다고 생각했으나 엄연한 사실이고 또 그 자신은 정무원참모회의에서 《피고석》에 앉고싶지 않았다. 그러나 허상민은 속에서 꿈틀거리는 당적량심, 직책상 의무로 하여 번민하고 괴로와하였다. 그는 이 달포동안 화학공업부의 다른 부문 사업은 제쳐놓고 흥남지구에 머물러있으면서 비료생산을 정상수준에 올려세우기 위해 무진 애를 쓰며 뛰여다녔다. 흥남비료련합기업소의 설비들을 만부하로 돌리는 문제를 첫자리에 놓고 여기에 련관 공장, 기업소들을 복종시켰다. 린비료생산원료기지인 동암광산에 두번씩이나 가서 일군들이 뛰도록 불을 걸었다. 촉매를 제때에 생산보장하지 못해 비료생산에 간접적인 영향을 적지 않게 준 북천강화학공장 지배인을 단단히 비판주었고 함경남도당 책임비서에게 그를 해임시키자고 건의하였다. 허상민이 이렇게 현지에서 실제적인 랭혹한 대책을 강구하고 생산지휘를 적극적으로 벌렸으나 이미 지나간 달들에 미진한 비료생산은 회복되지 못했다. 그런것으로 하여 허상민의 마음은 울적했다. 먼 차길에 시달려 피로했지만 업무부지배인처럼 편안스레 잠잘수 없었다. 날이 썩 어두워서야 황해제철소에 도착했다. 제철소상공은 해탄로들에서 퍼져오르는 불연기로 온통 물들여져있었다. 장미빛과 귤빛이 어울린 밤노을은 용광로들과 강괴무지들, 건물들로 들어찬 구내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제철소에서만 볼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였다. 조용한 화학공장들에 비할수 없는 거창한 숨결이 느껴지고 일하는 맛이 났다. 제철소지배인방에서는 생산참모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쓸어나오고있었다. 때마침 온것 같았다. 창문을 열어놓고 공기갈이를 하며 담배를 피우고있던 금속공업부 부부장과 제철소지배인이 허상민이네를 보고 일어나 맞이했다. 약간 놀라는 기색들이였다. 《부부장동무가 마침 있었구만.》 허상민은 몸집이 용광로처럼 웅장한 금속공업부 부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긴 쏘파에 앉았다. 《평양에서 옵니까?》 금속공업부 부부장은 체격에 어울리게 목소리가 굵고 느렸다. 《아니, 흥남에서 오는 길이요.》 허상민은 쌀쌀한 한마디 말로 자신이 온 목적과 부장까지 오게 만든 제철소와 금속공업부사람들에 대한 불만의 감정을 먼저 표시했다. 《먼길을 오셨는데 제철소려관에 가서 피곤부터 푸십시오.》 금속공업부 부부장은 허상민의 불만을 피하여 친절하게 말머리를 돌렸다. 말씨도 느리고 성격도 느긋한 사람이였다. 《고맙소. 그런데 난 그럴 짬이 없소. 화학공업부장이 할일이 없어 제철소에 바람쏘이러 왔겠소? 직판 말해야지. 이보오. 금속공업부에선 왜 비료공장보수용강재를 주지 않소?》 허상민은 노기를 애써 자제하느라고 했으나 축적된 감정으로 하여 음성은 자연히 높아졌다. 《부장동지, 주지 않는게 아니라… 래달에 보자고 했습니다. 자재상사에서는 알고있겠는데 이렇게 부장동지가…》 《오죽하면 부장이 왔겠소. 그런 동정은 말고 강재나 주오. 또 래달로 미루면 언제 보수하고 비료를 생산하라는거요?!》 《하, 이거 너무 들볶지 마십시오. 그런다고 강재를 먼저 주는게 아닙니다. 비료공장이 지금 어디 멎었습니까? 우리가 흥남비료에 줄건 보수용추가강재입니다.》 금속공업부 부부장은 꿈쩍 않고 배심좋게 말을 굴렸다. 그것이 허상민의 부아를 더 돋구었다. 《여보 부부장동무! 동무네도 쌀을 먹어야 쇠를 뽑겠지? 지금 비료가 모자라 농업위원회가 어쩌는줄 아오? 그래 비료를 제때에 못주게 되면 문제가 작게 설것 같소?! 금속공업부는 편안하구?…》 《이거 너무 을러매지 마십시오. 화학공업부는 미리미리 살궁리를 하지 않고있다가 바빠맞으면 이렇게 남을 걸고나온단 말입니다. 황철이 강재줄데가 어디 한두군데인줄 압니까?》 금속공업부 부부장은 여전히 배심을 잃지 않고 황철지배인에게 몸을 돌렸다. 《지배인동무, 거 강재와 박판 공급지령서를 가져오오. 흥남비료의 보수용추가강재가 몇번째 자리에 있는지 부장동지에게 보여드려야겠소.》 황철지배인이 량수책상우에 무져있는 서류더미를 뒤져 지령서를 찾는데 출입문이 열리며 제철소 당비서가 들어왔다. 《화학공업부장동지가 오셨군요. 조금전에 함경남도당에서 전화가 왔댔습니다.》 《무슨 일때문이요?》 허상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의아쩍은 표정을 지었다. 흥남을 떠날 때 두루 일이 바빠 도당위원회와 따끔히 련계를 못가진것이 속에 짚이였다. 혹시 북천강화학공장 지배인 차웅섭이 문제로 해서 그러지 않는가싶었다. 《당중앙위원회에서 화학공업부장동지를 전화로 찾고있답니다.》 《그래?!》 허상민은 급히 쏘파에서 일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