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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위원회 위원장 리장천은 원산에서 30리가량 상거한 이 청배협동농장의 합숙방에서 밤을 보내고 이른새벽에 일어났다. 웃바람을 막느라 천정을 낮게 도배한 작은 방이였다. 습관되지 않은 딱딱한 장판방이여서 불편했으나 관리위원장이 바깥 아궁이에 장작을 많이 때여 방이 후끈하게 더웠다. 잔등이 뜨뜻하게 덥게 자고보니 푹신한 침대에서 잔것 못지 않게 몸이 거뜬했다. 합숙마당에 들여세운 승용차의 차체와 유리창에 밤이슬이 뽀얗게 내려앉았다. 김치독을 엎어놓은 창고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리장천은 희붐한 새벽어둠속에서 서성대는 송아지를 알아보았다. 밤에 이따금 애처롭게 엄지를 찾던 하릅송아지였다. 관리위원장이 끝내 잡지 못하고 창고기둥에 그냥 매둔것이였다. 어제저녁 리장천은 농장관리위원회에서 영농사업을 도와주고 일찌감치 합숙에 돌아왔다. 그가 합숙마당에 들어서니 키가 작달막한 관리위원장이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송아지를 끌고와 금방 일을 치려는 참이였다. 리장천은 그가 농장에 지도내려온 자기와 도농촌경리위원장을 위해 송아지를 잡으려 한다는것을 짐작하자 엄하게 물었다. 《관리위원장동무, 송아지를 왜 잡으려는거요?!》 관리위원장은 몇해를 썼음직한 누렇게 바랜 농립모자를 벗어 애꿎게 주물렀다. 그는 리장천의 책망하는 눈길을 피하며 설명했다. 《위원장동지… 이 송아지는 무릎뼈를 다친것이 돼서 잡아도 일없습니다.》 리장천은 말없이 다가가 아직 코뚜레도 하지 않은 송아지의 느침을 흘리는 말큰한 코를 만져보았다. 잔등의 보슴털을 쓸어주고나서 목에 맨 고삐를 당겨 걷겨보았다. 송아지는 오른쪽 앞다리를 심하게 절룩거렸다. 《일없소. 관리위원장동무, 수의사한테 보여 고치도록 하오. 골절이 오래 가긴 하겠는데 관심을 돌려 기르면 나을수 있소. 절름발이가 돼서 부림소로는 못쓴다 해도 종자받이로는 될수 있을거요.》 관리위원장은 더 말을 붙여보지 못하고 벙벙해 서있다가 급기야 리장천을 따라 토방에 올라왔다. 《저… 저녁준비가… 뭐 없습니다.》 《걱정마오. 난 대접받으러 오지는 않았소.》 《그래도… 어쩌다 오셨는데…》 관리위원장은 어줍어했다. 《하, 일없다는데. 아무려면 이 시퍼런 봄철에 농장합숙이 그렇게도 궁하겠소.》 《반찬이 온실배추나물과 막두부장뿐입니다.》 《그거면 성찬이요. 포전을 돌아다녔더니 속이 출출한데 어서 들여오오. 관리위원장동무랑 같이 저녁을 먹기요.》 리장천은 신을 벗으며 소탈하게 말했다. 저녁상을 마주하고서 배추쌈에 막두부장을 맛있게 먹을 때였다. 리장천이와 동갑나이인 옛날 군당에서 함께 일한적이 있는 도농촌경리위원장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위원장동지는… 그전보다 달라진것이 많습니다.》 《어떻게 말이요?》 리장천은 리해가 안간다는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협동농장에 내려와 논판에까지 들어가서 영농지도사업을 하니 농장일군들이 좋아합니다.》 《석동문 송아지를 잡지 못하게 한걸 빗대고 하는 말인것 같구만.》 리장천은 사람좋게 웃고나서 정색해서 말을 이었다. 《이보우, 석동무나 나나 지난날 농장에 내려가는것을 무슨 큰 행차나 하는것처럼 다니던 낡은 사업작풍은 떼던져야 하오. 지난날 우리가 그런 물에 좀 젖어있었소. 하지만 인젠 그럴 때가 아니요.》 리장천은 깊은 자책속에 화산농장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날 논벌을 돌아본 다음 뜻밖에도 점심식사를 개울뚝에서 하게 되였다. 군협동농장경영위원장은 《화련각》에다 점심을 잘 준비해놓았고 농장관리위원장은 자기대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집에 모시려고 닭을 잡고 메밀국수를 눌러놓았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세 일군을 개울뚝으로 데리고가시여 풀밭에 앉게 하시였다. 흰 종이를 편 《식탁》에는 물병과 고뿌들이 놓였다. 그이께서는 운전수가 가져온 보자기를 끄르시더니 매사람당 줴기밥을 하나씩 나눠주시였다. 무우오가리와 오이절임, 까나리반찬으로 만든 줴기밥이였다. 《동무들의 성의를 내 모르는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들판에서는 이런 줴기밥이 오히려 별맛입니다. 자, 농업위원장동무도 어서 드시오.》 그이의 겸허하고도 소탈한 말씀에 리장천은 머리가 숙여졌다. 군경영위원장과 관리위원장도 당황하고 옹색해서 손에 든 줴기밥만 내려다보았다. 말못할 감동의 정적이 어렸는데 개울뚝으로부터 삼사십메터 떨어진곳에 있는 양수장에서 가벼운 동음이 들려왔다. 《양수기운전공이 있는게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관리위원장에게 넌지시 이르시였다. 《어서 가서 운전공동무를 데려오시오. 곁에 사람을 둬두고 우리만 먹을수야 없지 않습니까.》 관리위원장은 곧 달려가서 나이지긋한 양수기운전공을 데려왔다. 농장원인 자기가 끼일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운전공이 황송해하며 집에 가서 점심을 먹는다고 물러나려 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팔을 잡아 앉히시였다. 《마을까지 언제 갔다오겠습니까. 함께 식사를 합시다. 밥은 여럿이 먹어야 맛이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남은 한개의 줴기밥을 운전공의 손에 들려주시였다. 줴기밥은 전쟁시기나 전후복구건설시기에 먹어보고는 처음인 리장천은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난날 도농촌경리위원회와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에 내려왔다가는 그 지방 특산물과 별식들로 차린 푸짐한 대접에 습관된 리장천이였다. 그것과는 비교할수조차 없는 이런 간소한 줴기밥을 먹자니 가책으로 목이 메였다.… 《석동무, 난 그날 참 느낀것이 많았소. 줴기밥을 가지고다니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검소한 생활기풍은 우리 농촌지도일군들이 농민들속에 어떤 관점을 가지고 내려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의미깊은 산 모범으로 대답을 준것이요.》 리장천의 이야기는 도농촌경리위원장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래서 그는 리장천에게 굳이 원산에 가 쉬자고 하지 않았다. 리장천은 자기때문에 그가 공연히 농장에 남아있지 않도록 먼저 원산으로 보내였다. 마을 어느 집에선가 첫닭이 홰를 쳤다.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았지만 리장천은 운전수를 깨워가지고 청배협동농장을 떠나 평양으로 향했다. 아침 첫 시간에 농업위원회청사에 들이닿기 위해서였다. 며칠동안 함경남도 금야벌과 강원도 중부지대 농촌들에서 료해한 영농사업실태를 가지고 농업위원회적으로 조직할 사업이 여간 많지 않았다. 동해안농촌들에서 부족되는 화학비료문제도 그중의 하나였다. 화학공업부에 비료독촉을 더 불같이 하든가, 흥남쪽에 내려가있는 화학공업부장 허상민을 직접 찾아가 최후통첩격의 으름장을 놓든가, 정무원참모회의에서 된바람을 일쿠든가… 할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만 할것이였다. 어제 저녁식사가 끝났을 때 청배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은 옹색해하면서도 그한테 비료문제만은 제기하는것이였다. 도에 화학비료가 내려오면 자기네 농장에 좀 먼저 보장해달라는것이였다. 《관리위원장동무가 그래서 송아지를 잡으려 했었구만.》 리장천은 웃으며 그의 소청을 롱으로 굼땠지만 마음은 어두웠다. 아마도 그래서 농장에 페를 끼치지 않고 새벽 일찌기 떠났는지도 모른다. 승용차는 이슬에 푹 젖은 신작로를 전속으로 달렸다. 차창에는 뜬김이 뿌옇게 끼였다. 어느덧 평양가까이에 있는 농촌부근의 큰길에 들어섰을 때였다. 차창밖을 내다보던 리장천은 길옆에 서있는 낯익은 승용차를 보고 다급히 운전수의.어깨를 건드렸다. 유심히 내다보니 길가의 포전에 서계시는분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이심에 틀림없었다. 그이께서는 모내기를 한 포전에서 손에 삽을 들고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린 로인과 이야기를 나누고계시였다. 논물관리공인듯 싶었다. 리장천은 승용차에서 내려서기 바쁘게 최뚝으로 황망히 달려갔다. 풀숲에 숨어있던 개구리들이 놀라서 보물에 쩜벙쩜벙 뛰여들었다. 《아, 농업위원장동무입니까! 그렇게 덤비다가 논뚝에 미끄러지겠습니다. 건너오지 마시오. 넘어집니다. 내가 갑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침해빛을 받아 유리방울같은 이슬이 부서지는 최뚝의 풀숲을 헤치며 건너오시였다. 그이께서는 리장천의 큰 손을 잡아주고서 오래 헤여져있기라도 한듯 따뜻이 물으시였다. 《그새 어디 앓지는 않았습니까?》 《예… 저는 일없습니다. 들바람을 쏘이니 밥맛이 더 있습니다.》 《강원도에서 지금 오는 길입니까?》 《청배협동농장에서 새벽에 떠났습니다.》 《위원장동무가 이번에 동해안지대 영농사업을 지도하느라 수고를 많이 했습니다. 위원장동무가 보낸 영농실태자료와 문건들을 어제밤에 보았습니다.》 《저… 실태자료가 구체적이 못됩니다.》 리장천은 그이의 이슬에 푹 젖은 바지가랭이와 흙이 묻은 구두를 의아쩍은 눈으로 보았다. 아무래도 평양에서 나오신 걸음이 아닌것 같았다. 차머리가 평양쪽으로 향한것을 보고야 그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새벽에 어딘가 먼길을 다녀오셨음을 알아차렸다. 《강원도 벌방쪽에선 모내기가 끝나갑니까?》 《예, 며칠만 있으면 완전히 끝납니다. 뜨락또르용기름이랑 잘 공급되여 지원로력을 적게 쓰면서도 일이 푹푹 자리가 납니다.》 리장천은 대답을 올리면서도 의문을 누를수 없었다. 《그런데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어데서 오십니까?》 《동해안지대 농사형편을 보고싶어 나왔습니다. 시간이 없어 구평협동농장쪽에만 얼핏 갔다왔습니다.》 《령천군 구평에 말입니까?!…》 리장천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이 새벽에 아호비령산줄기밑에 있는 동해안에서도 그중 산골군의 농장에 다녀오신것이였다. 그는 아침해빛을 받으신 그이의 얼굴에 피로감의 엷은 그늘이 비낀것을 보고 눈길을 떨구었다. 금야벌지대와 강원도의 길좋은 주변군들을 다닌 자신이 뉘우쳐졌다. 《위원장동무가 새벽걸음을 한걸 보니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게 아닙니까?》 리장천은 그이의 신중한 물으심에 대답을 못하고 묵묵히 서있었다. 어쩐지 그이께서 화학비료실태를 알고 물으시는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는 구평에까지 나가보신 그이께 비료실태를 숨길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의 복잡한 심중을 헤아리신듯 김정일동지께서는 너그럽게 물으시였다. 《구평에 나가보니 비료가 부족되던데… 강원도 전반실태는 어떻습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사실… 화학비료가 많이 모자랍니다. 해안지대의 벌방은 그런대로 좀 나은 편이지만… 산간지대 군들은… 대체로 사정이 령천군과 비슷합니다.》 《화학공업부에서 넘어오는 비료량이 그렇게 부족됩니까?》 《예… 그래서 제가 서해안지대 군들에만 비료를 제대로 공급하고 동해안쪽은… 앞으로 화학공업부에서 넘겨주는걸 봐서 조절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보고자료에는 그런 실태가 반영되지 않았습니까?》 리장천은 그이의 신중한 얼굴을 마주 쳐다보지 못하고 띠염띠염 힘들게 대답올렸다. 《사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이번에 서북지구영농사업을 지도하시느라 너무 로고를 바치셨는데… 또 비료문제까지… 보고드릴수 없었습니다.》 《농업위원장동무, 예로부터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고 했는데 나라의 농사일을 두고 그 누구의 수고가 무슨 큰 문제로 되겠습니까. 그러다가 비료를 제대로 주지 못해 가을에 수확이 떨어지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동해안지대는 랭해를 받아 원래 농사가 잘 안된다는 묵은 처방을 또 내릴수는 없습니다. 땅과는 외교를 하지 못합니다. 땅은 사람들의 노력에 대해 공정한 보상을 치르는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책감으로 고개를 떨구고있는 리장천을 이윽히 바라보시였다. 볕에 거무스레 탄 주름곬이 깊은 얼굴과 거칠어진 손을 보니 나이도 많은 그한테 아픈 말을 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그이의 곁에서 묵묵히 승용차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리장천은 고개를 들었다. 《제가… 화학공업부에만 의존하면서… 농업위원회적인 대책을 세울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가능한껏 예비와 원천을 탐구해서 동해안 농촌들의 비료문제를 풀겠습니다.》 《그렇게 해봅시다. 대책안이 작성되면 나도 한번 보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의 뒤좌석에 리장천이와 함께 앉아 평양으로 향하시였다. 포장길에 누운 가로수그림자들이 연신 뒤로 밀려갔다. 평양시 교외길은 벌써 살수차가 지나가서 호수의 수면처럼 번들거렸다. 무궤도전차와 뻐스들이 분주히 다닌다. 포석을 깐 행길로는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이 많다. 수도의 아침거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점도록 침묵을 지키고 앉아있는 리장천에게 얼굴을 돌리시였다. 《위원장동무, 령천군 구평리에서 덕평은 그리 멀지 않지요?》 《그렇습니다. 작은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었습니다.》 《난 새벽에 급히 가다보니 덕평엔 들리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있었으면 농업위원장동무의 고향마을에도 한번 가보는건데…》 《!?…》 리장천은 어쩐지 가슴이 쿵 울림을 느끼며 피로가 어린 그이의 얼굴에서 황황히 눈길을 떨구었다. 《덕평에 가본지도 정말 오래 되였습니다. 내가 수령님을 모시고 리장천동무의 집에 갔을 때가 49년 가을이였지요?》 《예, 늦가을이였습니다.》 《덕평마을이 지금은 어떻습니까?… 많이 변했겠는데… 초가집들은 다 헐고 기와집들을 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랬을겁니다.》 《덕평에 가본지 오래되였습니까?》 《예… 전후 군당에 소환된후에 한번인가 들리고는 여직껏 못가보았습니다.》 《이따금 들려볼걸 그랬습니다. 그중 산골지방인데 덕평 실정이자 다른 산골농장들 실태가 아니겠습니까.》 리장천은 그이의 부드러운 권고에 약간 얼굴이 붉어져 변명삼아 뇌이였다. 《구평에서 살던 동생이 죽으니… 그쪽으로 더 가게 되지 않습니다.》 《구평농장의 리운천관리위원장은 아주 성실한 사람이였지요. 아까운 사람이 일찍 갔습니다. 아들이 둘입니까?》 《예, 맏이는 군에 있고 작은 아들 길석이는 도행정위원회에서 지도원을 하는데… 제가 인츰 곁에 데려오려고 합니다》 리장천의 스스럼없는 말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이 무거워지셨다. 《평양에요?…》 그이의 심중을 알아차리지 못한 리장천은 묻어둔 속생각을 터놓았다. 《그전날 제가 늘 일이 바빠 큰아버지 구실을 못했습니다.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젠 길석이를 곁에 가까이 두고 보살펴도 주구… 마음씨고운 처녀를 배필로 무어 살림도 꾸려주자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장천의 인정깊은 말을 리해하면서도 공감할수 없으시였다. 구평산촌에 있는 처녀작업반장의 장래가 못내 걱정되시였다. 리향이가 자기의 이성문제를 그 순박하고도 깨끗한 지향, 갈망만으로는 해결할수 없을것 같은 생각이 드시였다. 도시로 떠나가는 청년… 조카를 땅과 농촌으로부터 더욱 멀리 끌어내는 농업지도일군… 단순히 조카를 사랑하는 리장천 한사람에 국한되는 일로 여기고 스쳐버릴수 없으시였다. 한 농장처녀의 문제에 나라의 전반농촌실정, 농사를 맡아안은 농민들과 농업을 지도하는 사람들의 진모습이 비껴있는것이였다. 농촌진지문제, 농업지도일군들의 땅과 농사에 대한 관점문제이다. 그것은 부족되는 화학비료문제에 비교할수 없는 심중한 문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길석이를 만나보고싶으시였다. 그가 진정 리향이를 사랑하는지?… 편지도 하지 않는것을 보면 고향처녀를 아주 잊어버린게 아닐가? 길석이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큰아버지인 농업위원장이 구태여 다른 처녀를 고르지 않을텐데. 그이의 마음속에는 산골농장처녀 리향이에 대한 동정심이 샘물처럼 솟아오르시였다. 설사 남의 집안사람들의 권리에 속하는 혼사문제라 해도 리향이의 앞날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지고싶으시였다. 산길의 너럭바위에서 만났던 어린 소녀애, 고향산천에 사랑을 묻고 자란 순박한 처녀의 보호자가 되고싶으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