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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승기는 함경산줄기에 나무가지마냥 잇닿은 부전령산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날고있었다.

햇솜같이 흰 송이구름이 기창을 슬치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둥근 기창아래로 연한 운무에 싸인 산발들이 동해쪽으로 뻗어갔다. 해발 2천메터가 넘는 만탑산과 칠보산, 설한령과 마전령, 허천강, 장진강, 홍원벌…

해빛속에 조국의 아름다운 산들과 령과 강과 벌이 흘러가건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겨계신다. 직승기의 동음도 기체의 흔들림도 그이의 무거운 사색을 깨뜨리지 못한다.

수일간의 현지지도에서 받은 충격, 체험이 주는 흥분이 그이의 가슴을 꽉 그러쥐고 놓지 않는다. 당중앙위원회청사를 떠나 이슬젖은 포전길과 석수내리는 막장, 풍랑세찬 바다, 암모니아냄새 풍기는 비료생산현장, 진펄의 감탕길에 자욱을 찍으면서 자신은 무엇을 보고 느꼈던가?…

구평산촌의 작업반장처녀, 막장에서 떠나지 않는 검덕의 광부들, 고속발동기를 만든 늙은 기술자, 집안에 실험실을 차린 지배인, 연구사업에 젊음을 바쳐온 녀기사,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압축기를 개조하는 수리공청년, 목도로 정광수송관을 나르는 건설자들…

우리 인민은 헌신적이고 열정적이며 굳세고 지혜로운 좋은 인민이다. 당의 경제정책을 관철하는 길에 행복과 미래가 있음을 자각하는 인민대중은 정력을 다 바쳐 혁명과 건설을 떠메고나간다. 인민대중의 이 무궁무진한 창조적힘을 어떻게 이끌어나가는가 하는 문제는 당이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 강령을 실현하는가 못하는가 하는 혁명의 승패와 관련된 근본문제이다!

김정일동지의 안광에 깊은 사색의 빛이 어리시였다. 직승기는 함관령산줄기를 날아넘고있었다. 시창으로 멀리 동해의 푸른 물이 해빛에 번쩍였다.

 

×

 

협의회는 벌써 두시간가까이 계속되고있었다. 폭이 좁고 길쭉한 창문들이 잇달린 구식건물인 도당회의실안에서는 김정일동지의 쇠소리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나오고있었다.

장내에는 함경남도당일군들, 각 도당책임비서들,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 일부 정무원 책임일군들과 동해안지대의 주요 공장, 기업소 당비서와 지배인들이 앉아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팔걸이의자를 밀어놓고 마이크를 놓은 연탁주위를 오가며 열정적으로 말씀하고 계시였다. 왼팔을 허리에 얹으시고 바른팔로 활달하게 손세를 써가며 자신의 말씀의 참뜻을 보다 설득력있게, 진하게 형상해내시였다.

앞탁우에는 그이께서 웃주머니에 넣고다니시던 얄팍한 사업수첩이 펼쳐져있을뿐 한장의 연설원고도 없었다. 그러나 당사업과 경제지도사업에 대한 깊은 통찰력, 현지에서 체험되고 분석된 문제들, 확신, 의지, 결심이 김정일동지의 쇠소리나는 갈린 음성속에 끊임없이 흐르고있었다.

《… 당면해서 우리가 6개년계획을 당창건 30돐전으로 끝내고 사회주의대건설을 계속 힘있게 밀고나가자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우리는 오직 인민을 존중하고 믿으며 인민에 의거하여 당의 경제정책을 관철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당중앙에서는 <전당이 군중속으로 들어가자!>는 구호를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동해지구에 내려와보니 우리의 지도일군들은 군중속에 들어는 갔지만 당의 의도대로 일을 잘해나가지 못하고있습니다. 형식주의와 요령주의, 관료주의와 같은 낡은 사상잔재들이 일군들의 사업과 생활에서 근절되지 않고 의연히 여러가지 양상을 띠고 나타나고있습니다. 대중을 옳바로 이끌어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을 힘있게 전진시켜야 할 현 시점에서 이것은 매우 심중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일군들속에서 강한 사상투쟁을 벌려 그들의 사상정신적풍모를 개변시키지 않는다면 당이 대중속에 깊이 뿌리내릴수 없으며 당의 경제정책을 원만히 관철해나갈수도 없을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팔걸이의자에 돌아와 앉으시였다. 마이크를 앞으로 당겨놓고 앞탁에 두팔굽을 걸어얹으시였다.

비내린뒤의 새벽고요와도 같은 정적이 깃든 회의실에는 그이의 강개한 음성이 봄우뢰마냥 울렸다.

《… 우리 당이 중시하고있는 대중령도방법문제는 단순히 지도일군들의 사업경험이나 수준과 관련되는 실무적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간부들, 일군들이 인민을 어떤 견해와 관점으로 보며 인민을 위해 어떻게 복무해야 하는가 하는 사상문제, 정치철학문제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객석의 앞줄에 앉은 낯익은 일군들의 자책감에 잠긴 모습들을 바라보시였다. 그이의 음성은 낮고 갈리시였다.

《저기 앉은 농업위원회 위원장 리장천동무는 해방전에 소작농이였습니다. 화학공업부장 허상민동무는 비료공장 질안직장 로동자였습니다. 도당책임비서 한만규동무는 이국땅에서 베잠뱅이를 걸치고 류랑걸식하던 사람입니다. 여기 모인 당중앙위원회와 각 도당일군들, 정무원일군들이 다 지난날 관료착취배들한테서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고생하던 인민의 아들들입니다. 바로 그렇게, 동무들은 수난많은 인민의 피줄기를 이어받고 나온 일군들이기때문에 마땅히 자기 생존의 뿌리인 인민을 사랑하고 귀중히 여기며 하늘처럼 존엄있게 대하여야 합니다. 이것은 만경대의 초가집에서 탄생하시여 혁명의 길에 나서신 경애하는 수령님께서 반세기 넘는 피어린 투쟁을 통해 얻으신 진리이고 철학입니다. 수령님께서 일찌기 오가자와 고유수에서 인민대중속에 들어가신것도 강선의 로동계급을 찾아가신것도 락원의 주물세포 당원들을 만나신것도 단순히 어려운 난국을 타개할 방도를 모색하기 위해서뿐아니라 진실로 인민을 사랑하고 인민의 위대한 힘을 보셨기때문입니다. 동무들은 수령님께서 체현하신 인민에 대한 순결무구한 사랑을 가슴에 지니고 군중속에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동무들, 지도일군들이 인민을 뜨겁게 사랑하고 존중하며 인민에게 자기자신의 전부를, 심장을 아낌없이 바치는 그런 참다운 사상정신적풍격을 갖출 때만이 우리 당 사업에서 전환이 일어날것이며 6개년계획은 물론 앞으로 사회주의경제건설을 계속 승리적으로 밀고나갈수 있을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앞탁을 짚고 일어나시였다. 한순간 장내가 흐릿하고 핑 도는 감을 느끼시였다. 수일간의 피로가 겹쌓여 영향을 미친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장내의 일군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짧은 순간일뿐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일 없은듯 몸가짐을 바로하시였다. 숙소에 돌아가 잠시나마 휴식하고싶으시였다. 자신의 심장을 활활 태우는 인민에 대한 사랑의 불이 일군들의 가슴속에서도 뜨겁게 타오르면 진정 마음이 놓일것이였다.

 

×

 

비에 젖은 렬차는 안개구름이 걷히는 거차령의 험한 계곡을 누비며 서쪽으로 달리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비방울이 뿌려드는 승강대에 서시여 흘러가는 산천을 점도록 바라보시였다. 기복이 심한 중부지대의 산천은 푸근한 비속에 잠겨 청신한 모습을 드러내고있었다. 차바퀴의 소음속에서 리장천의 걱정어린 나직한 말소리가 들렸다.

《비바람이 찬데 감기 드시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한테로 몸을 돌리시였다.

《농업위원장동무, 간밤에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예.》

《풍년을 가져올 좋은 비입니다. 강냉이에도 좋고 논벌에도 약비입니다. 농민들이 기뻐하겠습니다.》

《!…》

리장천은 어쩐지 가슴이 쩡 울렸다. 그이의 평범한 말씀속에 담긴 땅과 농사에 대한 깊은 관심, 농민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전류마냥 흘러든것이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다음은 령천역인데… 길석이를 거기서 내리우겠습니다.》

《길석이를 말입니까?!》

《예… 구평마을에 보내려고 합니다.》

리장천의 음성은 무거웠다. 그는 지난밤에 전국농촌부문 일군자녀들의 직업실태자료를 보고 충격이 커서 잠을 이룰수 없었다. 그 실태자료에 농업위원장인 자신의 자녀들에 대해서는 씌여있지 않았으나 스스로 량심을 그 마감페지의 여백에 세워보았다. 다섯이나 되는 아들딸들이 다 무역부문과 예술부문, 의료부문, 봉사부문들에서 일하고있을뿐 농업부문에서 일하는 자식은 하나도 없다. 자신은 농업을 지도한다고, 농사일때문에 농촌으로 다니면서 사업할뿐이지 몸과 마음은 이미 농촌에서 아득히 멀어졌다. 옛날 덕평산골의 실농군 관리위원장은 어디로 갔는가! 농업위원장을 비롯한 농업부문 지도일군들이 땅과 농민앞에 진심을 바치지 않고야 어떻게 농사를 바로 지을수있으며 농촌문제해결에서 전진을 이룩할수 있겠는가! 리장천은 모질게 자신을 채찍질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장천의 표정에서 복잡한 심중을 헤아리신듯 조용히 물으시였다.

《길석이가 구평에 가겠답니까?》

《예, 길석이는 어제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만나뵙고나서 제 무릎을 그러안고 목메여 울었습니다. 자기가 어린 시절에 리향이를 숲에 내버리고 달아난적이 있었는데… 그 애를 승용차에 태워다주신 아저씨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이시라는걸 꿈에도 몰랐댔다면서… 울었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오래전부터 구평에 사랑을 심어오셨는데 그 땅에 태를 묻고 자란 자기는 배은망덕하게 떠났다고 가책이 큽니다. 그래서 조카애는 구평에 영 뿌리를 내릴 결심을 했습니다. 길석이는 백리향이라는 그 작업반장처녀를 사랑합니다. 제가 여태 그것을 모르고있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간다… 정신도덕적인 인생전환이 없이는 결심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길석이는 역시 농촌혁명가의 아들입니다.》

렬차의 지붕에서 떨어지는 비물이 이따금 승강대쪽에 흩날린다. 누기를 머금은 써늘한 바람이 불어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그에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그러니 위원장동무도 조카며느리감이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리장천의 얼굴이 벌깃해졌다.

《구평에 갔을 때 저는 정말… 그렇게 마음씨곱고 인물곱고 농사일에 주인다운 처녀는 처음 봤습니다. 전국을 골라도 그만큼 훌륭한 처녀는 없을것 같습니다. 백리향이 그 처녀는 앞으로 관리위원장감입니다.》

《허허, 위원장동무가 벌써부터 조카며느리를 등용시킬 궁리를 하고있습니다. 좋습니다. 그 처녀가 위원장동무의 마음에 든다니 나도 기쁩니다.》

렬차는 석비레로 탄탄히 포장한 산간역홈에 들어섰다. 령천역이였다.

문득 리장천이 두눈을 쪼프리고 역사쪽을 보더니 두툼한 입술이 벙싯 열려졌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저기 백리향이가 나와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뭇 놀라며 꽃무늬원피스를 입고 개찰구앞에 서있는 처녀를 바라보시였다.

《오 옳구만!》

《길석이녀석이 어느새 선통을 한 모양입니다. 엉큼하기란…》

《젊은이들이 아닙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긋이 웃으시였다.

렬차가 채 멎기도전에 뛰여내린 길석이는 리향이한테로 달려갔다. 처녀도 마주 달음쳐온다. 그러나 대여섯발자국 못미처 서로 땅에 굳어붙은듯 멎어버린다. 이윽고 길석이쪽에서 용기를 낸듯 다가가더니 처녀의 손을 부여잡았다. 백리향은 손을 맡긴채 수집은듯 고개를 모로 숙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온 얼굴에 해빛같은 미소를 지으시고 리장천을 돌아보시였다.

《참 좋습니다.》

그이의 말씀에 리장천은 자기대로 흥에 떠서 승강대계단에 한발을 내려놓았다.

《제 잠간 내려 저 애들한테… 뭘 좀 이야기해주고 오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덤벼치는 리장천의 소매자락을 잡으시였다.

《아니, 그만두십시오. 젊은이들의 상봉에 방해가 될수 있습니다. 우린 안으로 들어갑시다.》

리장천은 그이의 손에 끌려들어가면서도 아쉬운지 두번씩이나 개찰구쪽을 돌아보았다.

차창옆의 쏘파에 리장천이와 마주앉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창가림을 헤쳐놓으시였다.

렬차는 서서히 움직이였다.

개찰구앞에 섰던 백리향이와 길석이는 떠나는 렬차를 따라 달려오며 손을 흔들었다. 행복으로 하여 환해진 두 청춘의 얼굴에는 뜨거운 감사의 정이 흘러넘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짊어진 산을 내려놓은듯 시름이 풀리여 그들을 향해 손을 저어주시였다.

《위원장동무, 어떻습니까. 척 보기에도 천상배필인것 같습니다. 한쌍의 산촌원앙입니다. 길석이와 리향이는 마을청년들이랑 같이 선친의 유골이 묻혀있는 구평산촌을 도시부럽지 않게 잘 꾸려갈것입니다.》

《!…》

리장천의 실주름잡힌 눈가에 물기가 축축히 고였다.

비멎은뒤의 뜬김처럼 감도는 안개를 헤치고 청신한 산천이 웅자를 드러낸다.

행복에 취해 서있는 두 젊은이의 머리우에서 구름이 걷히고 파아란 하늘이 열린다.

파도마냥 굽이쳐간 산발우로 둥근 불덩이의 해가 떠오른다. 온몸을 쉬임없이 불태워 만물에 생존의 빛과 열의 사랑을 주는 태양이 떠오른다.

 

-> 이 도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법적보호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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