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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진 소들이 이따금 꼬리를 휘저어 잔등에 달라붙은 소파리를 쫓으며 한가로이 풀을 뜯고있었다.

부들과 범부채가 물우에 창살마냥 솟아오른 늪에서는 개구리울음소리가 도간히 울렸다. 부채모양으로 잎새가 보기 좋게 퍼진 범부채들사이로 닭개비잎사귀들과 떠살이풀들이 물우에 얇은 주단마냥 푸르게 덮였다. 이름모를 잡초가 무성하게 숲을 이룬 늪가에서 인기척에 놀랜 큰 개구리 한마리가 네다리를 쭉 뻗고 물속에 쩜벙 뛰여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푸른 줄기들이 연필대보다는 가늘면서 반메터이상 되는 길이를 가지고 물우에 촘촘히 떨기를 이룬 풀을 몇가치 뽑아드시였다. 회초리같은 풀줄기의 물속에 잠겼던 아래부분은 해빛을 덜 받아 하얬다.

《군당책임비서동무, 이게 부채나 구럭 같은 초물제품을 엮는 골풀이지요?》

《그렇습니다. 이 지방에서는 등심초라고도 합니다. 골풀의 속대인 등심은 가볍고 기름을 잘 빨아올려 옛날에는 이고장 촌들에서 등잔심지로 많이 썼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골풀의 껍질을 벗겨보시고는 뒤짐을 한채 늪가의 풀숲을 천천히 거닐으시였다.

리중걸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송구한 마음으로 바라보고있었다. 여러 시간을 진펄상공에서 그리고 류역의 감탕길을 헤쳐오신 그이께서 왜 자기를 데리고 여기 옥천리의 큰 늪에까지 오셨는지 알수 없었다.

시 옥천리의 박림수때문에 그러지 않으실가 하고 생각했지만 짐작이 가지 않는 일이였다. 그이께서는 아까 걸어오시면서 옥천리관리위원장을 하던 박림수가 연수덕 축산반에 가서 일을 어떻게 하고있는가고 물으시였다. 잘못을 뉘우치고 소와 양을 방목하는 일을 부지런히 하고있다는 중걸의 말을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묻지 않으시였다. 그러나 리중걸의 가슴은 저으기 불안감으로 설레였다. 철직시킨 박림수에 대해 알아보시는것을 보니 그이께서 자기사업에 관심을 깊이 돌리고계심을 느꼈기때문이였다. 이즈음 인걸이가 료해하던것이 다 이와 관련되지 않을가 하는 생각을 해보니 불안감은 더 커졌다. 그는 군당책임비서인 자기의 사업에서 무엇인가 잘못한것이 있고 문제가 제기되였음을 의식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늪주위의 마른 땅을 밟으시며 한동안 살펴보고나서 리중걸을 향해 물으시였다.

《이 옥천늪의 면적이 얼마나 될것 같습니까?》

《한 두어정보됩니다.》

《늪으로서는 크구만. 웬만한 작은 호수 맞잡이지요. 그런데 가물때는 물량이 줄지 않습니까?》

《거의 줄지 않습니다. 사방에서 개천이 흘러듭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중걸의 대답에 만족하신듯 다시금 관심이 깊은 눈길로 늪을 보시였다.

리중걸은 그이의 뜻을 몰라 조심스레 말씀올렸다.

《저… 마을에 들어가시는게 어떻습니까. 리당비서동무네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좀 휴식하시지 않겠습니까?》

늪가에 무릎을 꺾고 앉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팔을 걷고 물에서 해초같은 풀을 한웅큼 건져내시였다. 말랑말랑한 물풀넌출이 그이의 손에 길다랗게 드리웠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허락치 않습니다. 직승기가 올동안 여기서 이야기나 나눕시다. 군당책임비서동무, 이리 와서 날 좀 도와주시오. 이 큰 늪속에 어떤 풀들이 자라는지 함께 알아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물풀넌출을 늪가의 반반한 땅에다 펼쳐놓으시였다. 리중걸은 영문을 알수 없었지만 서둘러 다가가 구두를 벗고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렸다. 원래 일솜씨가 걸싼 리중걸은 물속에 정갱이까지 잠그고 막대기를 휘저어 물풀들을 뭉테기로 걷어내였다.

《물풀이 정말 많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뻐하시며 리중걸이 끄집어낸 여러가지 물풀들을 종류별로 늪가에 나란히 벌려놓으시였다. 해빛을 쏘인 물풀에서 늪물비린내가 물씬물씬 풍겼다.

《군당책임비서동무, 이런것이 다 오리먹이감이 되지요?》

《좋은 먹이풀입니다.》

리중걸은 무릎을 꺾고 앉아 그이의 손에서 물풀줄기를 받아들었다.

《공중에서 보니 마을쪽에 있는 늪은 둘레가 작던데 … 이런 풀이 적겠지요?》

《예, 거의나 없습니다. 마을 늪은 좁은데다가 오리들이 너무 들쑤셔놓아 인젠 물속이 텅 비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중걸의 볕에 탄 얼굴을 지켜보며 의미깊은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런 늪에서야 관리위원장이 아무리 애를 써도 텔레비죤에 날만큼 오리사육을 잘할수 없을것입니다.》

《…》

리중걸은 화로를 뒤집어쓴듯 얼굴이 뜨거워났다. 얼마안되는 오리를 끌고다니며 촬영기자더러 빈약한 농장오리사를 찍게 한 박림수의 공명심에 뜬 졸렬한 행동이 마치 자기가 한 일처럼 수치스럽게 느껴진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물풀줄기를 쥔 손을 허리에 얹고 부드럽게 물으시였다.

《군당책임비서동무는 박림수동무를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리중걸은 약간 의아쩍은 기색을 지었으나 그이의 의도를 짐작하고 말씀올렸다.

《그 동무는 해임된지 이제 석달밖에 안됩니다. 연수덕축산반에서 단련되도록끔 몇해동안 농장원으로 일시키려고 합니다.》

《몇해동안이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박림수동무를 두고 지난 시기 관리위원장사업을 괜찮게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함께 일해보니 그 사람은 드문히 허풍을 치고 요령주의를 부리는게 통 실농군의 냄새가 풍기지 않습니다. 이번 기회에 결함을 완전히 뿌리빼려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결심을 달리 할 생각이 없는 리중걸의 고집스러운 침중한 낯빛을 지켜보며 긍정하시듯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런데 박림수동무가 짐을 싸들고 연수덕에 가서는 아직 한번도 내려오지 않았다지요?》

그이의 아량깊은 진지한 물음에 리중걸은 약간 당황해했다.

《전… 그 동무가 일을 부지런히 하고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떼버리고는 관심을 두지 못했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너그럽게 미소를 지으시고 박은철소년의 편지를 꺼내주시였다.

《군당책임비서동무, 박림수동무의 아들이 나한테 보낸 편지입니다. 읽어보시오.》

리중걸은 약간 당황해서 네겹으로 접힌 종이를 조심스레 펼치였다. 옥천마을 소년의 편지를 가지고 머나먼 이곳에까지 오신 그이의 인간적풍모에 머리가 숙여지였다. 리중걸은 띄여쓰기도 잘하지 못한 소년의 어설핀 편지였지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세심한 관심과 사랑이 깃들어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읽게 되지 않았다. 그는 편지를 두번세번 눈으로 마음으로 읽었다.

《군당책임비서동무에 대해 료해사업을 해서 몹시 괴로웠을겁니다. 리해하시오. 내가 인걸동무에게 과업을 주었댔습니다.》

《!…》

《이번 기회에 중걸동무를 더 잘 알게 되였습니다. 생활이 검박하고 원칙이 강하며 부정과는 조그만치의 융화나 타협을 모르는 군당책임비서가 있는것을 난 기쁘게 생각합니다.》

리중걸은 그이의 과분한 치하에 얼굴을 들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더욱 가책스레 돌이켜보게 되였다.

《저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뜻대로 일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이 편지만 봐도… 제가 박림수동무를 자주 만나 타일러주고… 이끌어주었더라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이런 걱정을…》

김정일동지께서는 군당책임비서의 진정에 넘친 가책을 뜨겁게 받아들이시였다.

《그건 옳은 생각입니다. 당일군이 미리 교양대책을 세우고 아프게 비판도 주었더라면 이전에는 일을 잘하였다는 박림수가 그렇게 되지 않았을것입니다. 나한테 끼친 걱정이야 뭐랍니까. 자기 아버지를 정직하고 일을 잘하는 훌륭한 사람으로 믿어온 은철이때문에 괴롭습니다. 밝고 명랑하게 자라야 할 소년의 순진한 마음에 그늘이 진것이 가슴아픕니다.

아들의 깨끗한 마음속에서 자기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허물어진것을 보았을 때 그 아버지의 번민과 수치와 고통은 여간 크지 않을것입니다. 박림수동무는 아마도 그래서 더 집에 내려오지 않은것 같습니다.》

《!…》

리중걸은 그이의 숭고한 인간애에 가슴이 울렸다. 박림수를 해임시켜 연수덕방목지에 보내고는 한번 찾아가지도 동정을 가지고 알아보지도 않았다. 문제를 아무리 원칙적으로 옳게 처리했다 해도 그것으로 해서 파생되는 문제들에 대해 신중한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다. 그것이 사람의 운명문제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는것을 그는 절감하였다.

《군당책임비서동무, 아버지와 함께 있고싶어하는 은철이의 마음을 풀어주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군당책임비서동무가 딴 의견이 없다면 박림수동무를 여기 농장마을에 데려옵시다. 그 동무한테 어렵고 큰 일거리를 떠맡겨 그걸 해나가는 과정에 허풍과 공명심을 떨어버리도록 하는게 좋을것입니다.》

《그런데 옥천리관리위원장을 다시 시킬수는 없고… 그렇다고 농장에서 알맞춤한 직무를 고르자면…》

김정일동지께서는 난처해하는 리중걸을 뚱기쳐주듯 활기있게 말씀하시였다.

《중걸동무는 아까 벌써 수초랑 꺼내면서 이 큰 옥천늪에다가 박림수동무의 일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군에서는 이 옥천늪과 주변의 들판을 진펄수역이라고 버려두어서는 안됩니다. 저렇게 농장소 몇마리를 방목하기에는 참 아까운곳입니다. 마을의 비좁은 늪에서 오리를 소규모적으로 기르지 말고 들에 내옵시다. 여긴 오리들 서식에 좋은 수초들과 감탕, 부식토 같은 자연먹이가 흔하고 수만마리 오리들이 활무대로 삼을만하게 늪이 호수처럼 커서 오리목장을 건설해도 제격일것입니다.

군당책임비서동무, 림수동무가 이 큰 늪을 중심으로 넓은 들에서 오리를 대대적으로 길러내도록 도와줍시다. 박림수동무의 공명심이 진짜 일욕심이 되도록 말입니다.》

《!…》

리중걸은 가슴이 뭉클해져 대답을 못드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어찌하여 여기 들판의 큰 늪으로 오셨는지… 늪속에서 수초를 건져내면서도 깨닫지 못한 자기였다. 자신은 도대체 이 죽은 늪과 새초땅을 돌아본적도 오리목장적지라고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군당책임비서동무, 나도 도와줄테니 군에서 이 옥천늪주위의 들판에다 열댓동의 규모가 큰 오리사들을 시급히 지읍시다. 새끼오리들을 종목장에서도 가져오고 군내 여러리들에서 깨워오기도 하면 오리들이 빨리 번창할수 있습니다. 옥천오리목장 지배인은 박림수동무를 임명하는게 어떻습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리중걸은 머리를 숙였다. 자책감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군당책임비서로서 원칙을 세우고 아래일군들의 결함을 사정없이 들추어 처벌할줄이나 알았지 일단 책벌을 받고 번민속에 살고있을 그런 사람들을 인간적우애심을 가지고 동지로 따뜻이 대한적은 없었다. 못된 사람이라고 락인한 다음엔 랭정하게 다시 돌아보지도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늪물빛이 어려 번민이 한층 짙어보이는 리중걸의 눈을 이윽히 들여다보시였다.

침울한 그 눈빛에서 번뇌어린 심중을 읽으시고 따뜻이 말씀하시였다.

《중걸동무… 당일군은 청렴하고 강직하면서도 뜨거운 인정미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래일군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사람들을 잘 이끌수 있고 일을 더 로숙하게 처리할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선의를 가지고 대해주고 일깨워주면 동무를 뒤에서 비난하고 중상하던 사람들도 따라올것입니다.》

《일생동안 오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리중걸은 심장으로 부르짖었다. 멀리 진펄상공에서 직승기가 둔중한 음향을 앞세우고 날아왔다.

새초숲을 여기저기 뛰여다니던 송아지가 놀라 멈칫하고 귀를 쫑긋거리더니 급기야 엄지한테로 달려가 숨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군당책임비서와 같이 마른 들판쪽으로 천천히 걸어나오시였다.

《은철이를 만나봤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없구만… 내대신 군당책임비서동무가 한번 찾아가보시오.》

《그러겠습니다.》

《나한테 이런 편지를 썼다고 조금도 탓하지 마시오. 철없는 소년이니 그저 아버지를 두둔하고싶었을게고 또 만사를 옳게 가려볼수는 없었을것입니다. 그렇지만 괴로운 일이 생기니 당에다 속생각을 호소하는 그 심정이 참 기특합니다. 박림수동무더러 아들의 순진한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오리목장건설을 잘하라고 하시오.》

《알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리중걸은 심장이 쿵 울렸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눈앞이 안개낀듯 흐릿해졌다. 물기가 가랑이 맺힌 살눈섭사이로 찬연한 무지개가 비쳐들었다. 리중걸은 눈시울을 슴벅이며 푸른 들을 비치는 해빛속에 서계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우러렀다. 머나먼 북변땅의 금패령과 진펄의 감탕길에 사랑의 자욱을 찍으신분, 겸허와 대범, 선량… 이 세상 인간미덕의 천품을 다 지니신 고결한분을 지도자로 모셨다는 행복감에 리중걸은 가슴이 터질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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