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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채를 체격이 다부진 청년건설자에게 넘겨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수건으로 이마와 목덜미의 땀을 닦으며 리인걸한테서 그간의 사업보고를 들으시였다.

목도채에 눌렸던 어깨가 얼얼하게 아파나고 허리가 뻣뻣했지만 건설자들과 함께 목도를 더 해보지 못한것이 아쉬우시였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해보신 목도였다. 그전날 대학시절에는 룡성도로확장공사 같은데 나가 학부동무들과 허리가 뻐근해나도록 목도를 많이 했으나 이렇게 사목도도 아닌 팔목도를 해보기는 처음이였다.

안개발을 헤치고 금패령기슭의 풀밭공지에 간신히 착륙한 직승기에서 내린 그이께서 맨먼저 맞다들리신것이 목도를 하는 수송관건설자들이였다. 길이 12메터에 무게가 800키로그람이나 되는 육중한 쇠관을 자동차길에서부터 여덟개의 목도채를 멘 열여섯명의 로동자들이 걸음발과 구령에 맞춰 경사지로 끌어올리고있는것이였다. 기운이 솟는 새벽에 목도를 몇탕하여 하루 쇠관운반량을 앞당기려는것이 건설자들의 심정이였다.

《어기영- 치기영- 어기영-…》

서로 합심을 다지고 걸음을 재촉하는 흥겨운 구령소리가 쌀쌀한 새벽대기속을 멀어져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경사지의 풀숲을 반반히 눕히며 잡관목사이로 얼씬거리며 사라지는 목도행렬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건설자들의 웨침소리가 로동의 찬가처럼, 경쾌한 행진곡 선률마냥 울려 오고있었지만 그이께서는 다른것을 듣고계시였다. 조금전에 온몸의 힘을 기울여 목도채를 등어깨로 떠메고 비탈길을 올라오실 때 느꼈던 감정의 선률이 그이의 가슴을 울리고있었다.

곁에 선 리인걸이 옥천벌로 수송관부설길을 내는걸 완강히 반대하는 송암군당책임비서에 대해 이야기하고있었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말을 새겨들으면서도 목도에서 받은 느낌에서 좀처럼 벗어날수 없으시였다. 자신은 어쩌다 한번 해보는 목도여서 흥미있고 로동자들을 도와주고싶은 근로적충동, 육신의 힘을 써보고싶은 소박한 생각에 목도채에 어깨를 들이밀었지만 힘겨운 육체로동이 주는 체험은 여느때없이 마음을 아프게 그러쥐는것이였다.

목도행렬이 발맞추어가는 앞에는 길없는 산비탈이 펼쳐있다. 이슬젖은 속새풀숲, 가시많은 잡관목들, 바위츠렁들을 지날 때마다 힘이 쏠린 아래켠 목도채를 멘 사람들은 두다리를 벋디디고 안깐힘을 쓰면서 한치한치 톺아오르는것이다. 온몸의 피줄들이 팽팽히 불어오르고 소금땀에 멱을 감으면서도 목도행렬에서는 로동의 경쾌한 선률이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한두개도 아닌 수십, 수백개의 무거운 쇠관들을 저렇게 산비탈로, 골짜기로, 금패령으로 끌어가야 한다. 수송관부설로정의 전 250리구간에서 자동차길이 없는 험준한곳이 얼마나 많은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진펄을 에도는 문제와 관련한 리인걸의 이야기가 끝났으나 멀리 산릉선쪽에서 간간이 울리는 목도행렬의 웨침소리에 이윽토록 귀를 기울이시였다. 누구 한사람이라도 돌부리에 채워 엎어지지나 않을는지자주 쉬면서 목도를 하라고 당부하지 못한것이 걱정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풀숲이슬에 푹 젖은 바지가랭이에 잔뜩 달라붙은 마른 풀씨와 잎사귀들을 털다말고 땅바닥에서 네모나게 누빈 헝겊을 집어드시였다. 천이 닳아 솜이 삐죽이 나온 그 겊은 목도채를 멜 때 쓰는 어깨받치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소금땀이 배고 먼지에 얼룩진 헝겊을 묵묵히 만져보시였다.

《부부장동무, 수송관을 운반할 자동차길을 얼마나 닦았습니까?》

《금패령의 동쪽릉선에 길을 좀 내다가… 토량이 엄청나게 많아서… 그만두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그 시간과 로력이면 힘들더라도 목도를 하는게 경제적이라고 타산했습니다. 운반차들을 절약하면서도 시공기일을 보장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건설자들이 그 숱한 쇠관들을 어떻게 목도로 금패령이나 야산들에 끌어올리겠습니까.》

《저… 비탈이나 산꼭대기에서 쇠바줄로 권양장치를 해서 관을 올리는 방안도… 계획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인걸의 변명삼아 당황히 하는 말을 듣자 신중한 표정을 지으시였다.

《목도나 쇠바줄로 끌어올려가지고야 어떻게 공사를 앞당기겠습니까. 쇠관을 험한 산비탈로가 아니라 하늘로 날라야 합니다. 부부장동무는 저 금패령이나 골짜기와 야산들에는 직승기들로 관을 운반할 결심을 내리고 제기했을걸 그랬습니다.》

《전 사실… 그런 생각을 좀 했었지만…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나라에 큰 부담이 될것 같아서

《건설자들이 힘겹게 목도를 하는데 직승기 몇대가 무슨 큰것이겠습니까. 나라의 맥을 잇는 중대한 공사인데 대담하고 통이 크게 내밀어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책감에 잠기는 리인걸의 얼굴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지난밤을 밝히고 새벽에 직승기로 부전령산줄기를 넘어오느라 무척 피로하시였지만 부부장을 도와줄수 있게 된것이 진정 기쁘시였다. 그 어느 문건도 진실에 있어서나, 구체성에 있어 자신이 직접 보고 체험하는것과 비교할수 없는것이다. 현실에 내려가보지 않고서는 어느때든지 아래일군들을 잘 도와줄수 없다고 다시금 생각되시였다.

《오늘부터 관부설공사장에서 건설자들이 목도를 하는것을 중지시키시오. 직승기를 여러대 보내주겠습니다. 시공조직사업을 잘해서 쇠관을 비롯한 물동량을 자동차길이 없는곳에 나를 때는 전부 직승기들을 써야 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인걸을 데리고 등성이풀밭에 착륙해있는 직승기쪽으로 걸으시였다.

뜨락또르길에 세워둔 《갱생》승용차옆에서 기다리고있던 리중걸이 황망히 달려와 인사를 올렸다.

《아, 송암군당 책임비서동무구만. 반갑습니다. 만나고싶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시고 리중걸의 장알이 박힌 두터운 손을 힘있게 잡아주시였다. 그는 몇해전에 만났을 때보다 어딘가 겉늙어보였다. 머리도 센것 같고 얼굴은 살이 좀 빠져 그런지 주름살이 많아보인다. 볕에 탄 고동색 낯빛과 짙은 눈섭꼬리의 기미와 엄하고 결패있어보이는 눈만은 여전하였다.

《천식증이 여태 애를 먹인다지요?》

《별로… 일없습니다.》

리중걸은 열적게 웃음을 지었다.

《벌써 기침이 나올가봐 걱정하는게 얼굴에 씌여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너그러이 웃으시고 어조를 바꾸시였다.

《천식이 고질적인 만성병이라고 내쳐두어서는 안됩니다. 오래 끌면 페염이 올수 있고 여러모로 좋지 않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팔을 잡아 오른편에 세우고 걸음을 옮기시였다.

《신약이 말을 듣지 않으면 민간료법을 꾸준히 써보시오. 들기름에 담근 은행나무열매도 좋은것 같습니다. 내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오군 하던 투사아바이 한분이 이 처방으로 천식을 뚝 뗐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제 꼭 그렇게 치료를 하겠습니다.》

리중걸은 감동으로 눈을 슴벅이며 저도 모르게 멈춰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잔등을 가벼이 떠미시였다.

《안개도 걷힌것 같은데 우리 인걸동무랑 같이 직승기틀 타고 송암진펄을 돌아봅시다.》

《진펄을 말입니까?!》

리중걸이도 인걸이도 놀래서 걸음을 멈추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부드럽게 물으시였다.

《군당책임비서동무는 옥천벌을 내놓지 않겠다지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말씀드리기 죄송합니다. 옥천벌은 우리 군의 유일한 전답인데

리중걸은 말끝을 맺지 못했다. 그는 슬며시 얼굴을 들고 사뭇 날카로운 불만의 눈찌로 인걸이쪽을 건너다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의 긴장한 눈싸움을 개의치 않고 온화한 낯빛을 리인걸에게 돌리시였다.

《부부장동무는 수송관이 옥천벌로 지나가야만 자재보장이나 기술적난문제들이 풀린다는거지요?》

《그렇습니다.》

리인걸은 그이께서 자기의 의견을 중히 여기시는것 같아 힘있게 대답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팔을 벌려 량쪽에 선 두 일군의 잔등을 화해시키듯 앞으로 떠미시였다.

《보시오. 관부설길을 내는 문제를 가지고 동무들이 서로 양보하지 않는데진펄을 뚫고나가는 길밖에 다른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

!

《어서 직승기에 오르시오. 진펄을 돌아보면서 무슨 방도를 탐구해봅시다.》

조금후 직승기는 둔중한 발동기소리로 공간을 꽉 채우더니 꽁무니를 건듯 들고 해빛속을 기운차게 날았다.

금패령골짜기들에는 안개가 짙게 감돌았지만 송암진펄쪽으로 갈수록 안개발은 성글어졌다.

 

×

 

진펄기슭에서 벗어난곳인데도 습기많은 땅은 질적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에 감탕흙이 묵직하니 달라붙군 했다. 처음엔 진펄버들가지를 여러대 꺾어 겹쳐쥐고 신발의 감탕흙을 털어버리군 했지만 대여섯발자국만에 또 그만큼 달라붙어서 아예 진탕이 묻은채로 걷는편이 나은것 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리를 치는 해묵은 갈대들과 길뚝사초, 우거진 속새풀을 손으로 헤치며 걸음을 내짚으시였다.

내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진펄감탕내가 물씬물씬 나는 랭기를 실어왔다.

중부지대에서는 여름이 시작되였지만 이곳 북부지방은 봄이 한창이였다. 아지랑이가 감도는 먼 산에서 한물 진 진달래와 철쭉꽃이 어울려 연보라빛 안개가 산허리를 휘감은것 같았다. 봄빛이 새여들지 못한 컴컴한 골짜기들에는 얼음줄기가 아직 겨울잠에서 깨여나지 못하고있었다.

갈대끝에 매달린 이삭들에서 점점이 날리는 하얀 갈꽃은 마치 눈송이를 방불케 하였다. 바람이 세게 불수록 갈꽃눈송이는 온 진펄우에 새털처럼 흩날린다. 희고 연약한 갈에 비하면 진펄버들은 키는 작지만 누러붉은 단단한 줄기들이 빽빽이 어울려 웬만한 바람에는 휘여들지 않는다. 싱싱한 잎새와 밤색의 꽃술에 맺힌 이슬방울들이 아침해빛에 반짝거리다가는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아쉽게 떨어지군 한다.

저만치 진펄버들숲언저리의 공지에서 까치도요새 한마리가 어데서 물어왔는지 늪조개를 망치모양으로 든든하게 생긴 부리로 열심히 깨뜨리고있었다. 까치도요새는 사람들이 다가오자 그닥 조급해 하지 않고 반나마 깨진 늪조개를 물고 푸드득 떠서 밤빛꽃이 무성한 진펄버들숲우로 날아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리인걸과 송암군당 책임비서가 따라오기를 기다리시였다. 성긴 갈대들사이에 두 일군의 모습이 얼씬거리는데도 감탕때문에 좀처럼 빨리 가까와지지 못하고있었다.

몸집이 갱핏하면서도 강쇠처럼 단단한 리인걸이 좀 앞선 편이였고 리중걸은 그뒤에서 숨을 헐썩거리면서 갈대를 헤집고 걸어왔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만 돌아가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혹시 수렁이 깊어지면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 대답없이 리인걸의 한껏 어두워진 얼굴을 건너다보시였다. 그가 벌써 세번째로 하는 말이다. 갈수록 감탕이 마르지 않고 속새풀과 갈숲, 버들숲이 빽빽해지니 그럴만도 한것이였다.

《진펄기슭을 멀찍이 벗어났는데 감탕이 깊을리 있습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진펄지도를 이리 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인걸과 리중걸이 량쪽에서 마주잡아 펼쳐든 진펄수역도를 들여다보며 지나온 감탕길을 푸른색연필로 표시하시였다. 직승기를 타고 공중에서 물길자리방향을 선정해준것으로는 만족할수 없으시였다. 진펄을 말릴 뺄물길자리와 암거자리를 죄다 직접 밟아보고 눈으로 확인해보고야 마음이 놓일것 같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아까 리인걸이 제출한 진펄수문학자들의 현지조사자료를 보았지만 불만이 크시였다. 그들은 진펄수문학에서의 일반적분류원칙에 따라 이 송암진펄을 수렁감탕층과 물층이 류달리 깊은 초생진펄로 규정하였다. 송암진펄자체의 형성과 그의 형태, 지질학적발전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조사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송암진펄이 지대가 특별히 낮은 초생진펄이므로 개간할수 없으리라는데로부터 출발하여 조사연구사업을 하였고 실험연구와 리론연구를 위주로 배합하였다. 그래서 이 진펄에 깔려있는 수렁감탕과 니탄층의 구조, 그의 수문학적성질, 진펄토양과 식물군락 같은것은 조사연구자료가 구체적이지만 진펄에서 물받이원천과 물의 운동, 진펄과 주변하천과의 관계같은 진펄개간에서 나서는 실천적문제들은 연구가 피상적이였다. 그들이 작성한 진펄수역도만 봐도 진펄기슭에서 1키로메터의 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진펄의 땅겉면물과 땅속물을 뽑아내는 뺄물길을 내려면 수키로메터 진펄류역을 답사하고 물길자리를 확정해야 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금 이슬에 푹 젖은 갈숲을 헤치며 감탕길을 걸으시였다. 갈뿌리를 잘못 디디면 신발밑에서 감탕이 찔 솟구쳐 바지가랭이를 적시였다.

직승기에서는 이 넓은 초생진펄에서부터 멀리 내금천까지 육안으로 물길자리를 선정했었지만 정작 걸어보니 여간 힘들지 않으시였다. 그래도 김정일동지께서는 묵묵히 앞에서 진창길을 걸어나가시였다.

그이께서는 진펄에서 철수하여 옥천벌로 수송관부설길을 내려는 리인걸의 결심을 찬동할수 없으시였다. 그가 작성해보낸 공사실태보고를 읽을 때는 그저 의혹을 가지는 정도이시였지만 진펄현지에 와보니 불만이 크고 완전히 부정하게 되시였다. 전반적 설계와 수압관계에 혼란을 주면서도 자재와 설비, 자금을 더 들이는 결과를 초래해서만이 아니였다. 송암군의 《노란자위땅》인 알쭌한 농경지를 건설부지로 쓰는 심각한 문제때문만도 아니였다.

리인걸에게는 공사지휘에서 담대성과 완강성이 부족한것이였다. 왜 진펄에서 물러섰는가?진펄수문학자들의 조사자료, 진펄을 잘 아는 지방농민들의 견해, 시공기술일군들의 협의결과그가 그런 결심을 할수 있는 바탕은 충분하다. 과학자들의 말도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말도 긍정하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진펄에 수송관을 부설해야 할 지도일군인 경우에는 어떻게 하든 그러한 불가능에서 가능성을 완강하게 탐색하고 그것을 과학적론거로써 현실로 대담하게 증명해야만 하는것이다. 어째서 불모의 소택지이고 《죽음의 땅》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불모의 습지에서 목숨을 잃은 수난자들에 대해 생각해보시였다. 농사지을 한쪼각의 땅마저 없고 삶을 지탱해나갈수 없어 저주로운 세상을 하직할 결심을 내린 그 불행한 사람들의 모습이 환영처럼 떠오르시였다. 헤여날수 없는 쓰라린 설음과 절망, 고통에 이지러진 그들은 아마도 저기 새초밭과 버들숲이 시작된 기슭에서부터 진펄을 향해 달음질해갔을것이다. 처음엔 절망적결심의 충동으로 버들숲과 갈대들을 마구 헤짚으며 감탕에 어푸러지며 달리다가 나중에는 기운이 진해서 점점 깊어지는 감탕에 피눈물을 뿌리며 빠져들어갔으리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기는듯 아프시였다.

그렇게 속절없이 불쌍하게 죽고서도 령혼마저 온몸에 감탕칠을 한 《진펄귀신》으로밖에 남게 되지 않는것이 지난 력사시대 이고장 사람들의 운명이고 처지였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갈숲을 헤치며 감탕이 달라붙은 발을 무겁게 옮기시였다. 갈밭이 끝나자 허리를 치는 진펄버들과 새초숲이 멀리 연무에 가리운 산기슭의 내금천쪽으로 펼쳐졌다. 강아지가 한껏 핀 진펄버들꽃이 바지가랭이에 슬쳐 감탕에 분분히 떨어지군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리를 굽히여 발밑에서 걸찍한 감탕을 한웅큼 집어드시였다.

《송암군당 책임비서동무, 이걸 보시오. 우리가 진펄수역에서 멀리 왔는데도 땅이 얼마나 겁니까. 갈과 진펄버들이 저렇게 숲을 이루고 무성하게 자랐다는것은 땅이 걸다는 사실을 두말할 여지없이 립증해주고있습니다. 직승기에서 내려다볼 때보다 더 탐스런 땅입니다.》

리중걸은 자책스러운 표정으로 그이의 손에 들린 감탕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자기가 이제껏 잊고있었고 쓸모있는 땅이라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진펄흙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인걸에게 진펄수역도를 펼치게 하고 푸른 색연필로 아까보다는 더 길게 내금천까지 뺄물길자리를 쭉 그으시였다.

《부부장동무, 어떻습니까? 이쪽으로 땅이 말라간다는것은 진펄물이 빠지고있다는것을 보여줍니다. 여기다가 금패령에 자동차길을 내던 건설중기계들을 투입할수 있겠습니까?》

《예, 그런데저 진펄개간문제는

《진펄개간문제가 바쁜 수송관건설과는 련관이 없다는 생각이지요?아닙니다. 련관이 있습니다. 크게 볼 때 목적이 같습니다. 송암군당책임비서는 이 드넓은 초생진펄을 정복해서 목초지와 부침땅으로 만들어야 하고 인걸동무는 진펄을 뚫고나가야 수송관부설길을 낼수 있는것입니디. 다같이 진펄이라는 조국땅의 한부분을 개조하는 거창한 사업입니다. 그러자면 우선 진펄물을 뽑아야 합니다. 이 뺄물길공사는 동무들 두사람이 잘 합심해야 합니다.

굴착중기계들을 투입하고 옥천리농장원들과 군내사람들을 떨쳐나서게 한다면 진펄의 이 수십리 뺄물길은 빠른 시일내에 파제낄수 있을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흥분해 서있는 리중걸에게 눈길을 주시였다.

《군당책임비서동무, 해낼수 있겠소?》

《있습니다. 이렇게 넓은 옥토를 얻는 일인데 온 군이 떨쳐나설겁니다.》

《인걸동무는?

《저도 자신있습니다. 오늘부터 공사에 착수하겠습니다.》

《동무의 결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해봅시다. 지금 서해 은률의 20리 날바다속에다가 철근기둥을 박고 벨트콘베아를 거의다 놓았는데 이 초생진펄을 정복하지 못하겠습니까. 인걸동무는 단순히 철수송관을 부설하는 실무지도일군이 아닙니다. 조국의 자연을 개조하는 애국자가 되여야 합니다. 그렇기때문에 관부설자의 립장에서 진펄을 대할것이 아니라 우리 조국땅북변에 이런 옥토가 불모의 습지대로 묵어있는것을 가슴아프게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날 이 <죽음의 땅>에 깃든 이야기를 단순히 <신령설>로서가 아니라 인민의 기구하고 불행한 운명, 재난의 력사로 받아안는다면 진펄땅을 귀중히 여길것입니다. 진펄땅도 내 나라 땅이고 그래서 마땅히 크나큰 경제적가치를 가지고 인민에게 리용되도록 개조해야 합니다.》

!

리인걸은 가슴속에 뜨거운것이 꽉 차올라 대답을 올리지 못했다. 그이의 진펄을 횡단하는 대담한 수송관부설계획, 조국애에 넘치는 자연개조사상앞에 머리가 숙여질뿐이였다.

《인걸동무는 이제 공사지휘부에 가야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따뜻이 물으시였다.

《예, 빨리 가서 진펄에서 철수를 중지시키고 새 과업을 토론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인걸의 등을 밀어 먼저 보내시고 송암군당책임비서와 함께 옥천리늪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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