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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깃들기 시작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상민과 한만규를 데리고 버드나무실아지들이 드리운 행길포석우를 천천히 걸으시였다.

공장지구의 저녁거리는 활기로웠다.

서켠 산마루에서 흘러오는 황혼에 물든 가로수잎새들이 퇴근길에 오른 로동자들의 머리우에서 정답게 속살거린다.

물차가 지나가 호수의 수면처럼 번들거리는 길로 양배추와 부루, 쑥갓 같은 초여름남새를 실은 차들이 달려간다. 비료련합기업소의 부업지에서 실어오는 모양이다. 자전거를 타고가는 젊은 로동자들의 뒤에는 대체로 유년기아이들이 앉아 아버지의 허리를 붙안고있다. 건너편 행길로는 한패의 남녀청년들이 무슨 즐거운 화제거리에 휘말렸는지 큰소리로 떠들고 웃고 하였다. 손풍금과 기타를 멘 청년들도 있다. 나이많은 축들은 한담을 하며 느직느직 걷고있었다. 맥주를 마셨는지, 술 몇잔을 했는지 얼굴들이 불깃하고 기분들이 좋았다.

아빠트사이에 끼운 낡은 《맥주집》간판은 진한 색감으로 새로 써붙였는데 맥주마시는 사람들이 흥성거리는것이 창문으로 보였다.

공장지구의 거리는 어제보다 훨씬 분주하고 활기를 띠였다. 사람들이 여유가 있어보이고 정서미가 느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한만규를 돌아보시였다.

《종업원들이 연장작업을 그만두었지요?》

《예…》

《생산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오늘 하루생산량은 지난달의 평균일생산량보다 퍽 높습니다.》

한만규는 열적은 표정을 지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생산수자는 종업원들의 정신과 마음의 표현입니다. 정치사업은 요란스레 띄워서 할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들의 생활과 감정을 존중하고 마음속에 젖어들게 해야 하는것입니다.》

땅거미가 점점 스며들어 사위는 아주 어두워졌다.

불고기냄새가 풍겨왔다.

길가의 큰 버드나무옆의 《간이매점》에는 저녁찬거리를 사려고 모여든 녀성들로 북적거렸다. 불고기냄새는 《간이매점》옆의 지붕을 넓다랗게 씌운 야외식당에서 퍼지고있었다. 어두워서 간판은 잘 보이지 않았다. 식탁마다 로동자들이 풍로를 가운데 놓고 둘러 앉아있었다. 유쾌한 말소리들이 간간히 들려왔다.

《새로 꾸렸구만… 술도 팝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만족한 기색으로 한만규를 돌아보시였다.

《예, <선술집>입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말씀대로 오리불고기를 하고있습니다.》

한만규의 둥실한 얼굴에 오래간만에 평온한 기쁨이 피여올랐다.

《풍치가 좋습니다. 동무들도 로동자들과 한잔 나누는게 어떻습니까?》

그이의 호협한 말씀에 한만규는 실눈을 크게 뜨고 허상민을 보았다.

《왜 그렇게 놀랍니까? 못갈곳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당황해서 주밋거리는 허상민의 팔소매를 잡아당기시였다.

《가보시오. 우리 로동자들이 어떻게 즐기는지… 보아하니 상민동무는 고향땅에 와서도 일만 일이라고 하면서 외롭게 지내는것 같은데… 때로 로동자들과도 한식탁에 앉아보는것이 좋습니다. 함께 술잔이라도 나누면 마음속 간격이 없어지고… 속에 품은 말도 자연스럽게 터놓을수 있을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드럽게 깨우쳐주며 두 일군을 선술집쪽으로 떠미시였다.

담배연기가 떠도는 크지 않은 야외식당에서는 기분이 흥뜬 로동자들의 혼잡한 말소리가 들리고 숯불에 오리기름 타는 내가 코를 찔렀다.

선술집에서 나이 지긋한 두사람이 젊은이 하나를 데리고 나왔다.

《이걸 놓으라요… 난 술먹지 않았어요.》

청년은 팔을 뿌리쳐 두사람을 떼버리고 혼자서 길건너 소공원쪽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두사람중에 키 큰 사람이 아무래도 걱정되는지 반달음으로 젊은이를 뒤쫓아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땅거미지는 속에서도 그자리에 망연히 서있는 사람이 어딘가 낯익어 다가가시였다. 어제저녁 공장생산협의회에서 토론한 발생로가스직장의 로공이 분명하였다. 최진구라는 이름도 생각나시였다.

일행이 가까이 가자 최진구는 이쪽에 흠칫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의 눈에 기쁨의 불이 당겼다.

《아,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내 그러지 않아도 최진구동무랑 오랜 기능공동무들을 따로 만나보려던 참입니다.》

《고맙습니다. 저희들두 꼭 다시 뵙구싶었습니다. 협의회에서 채 하지 못한 말두 있구…》

《여긴 번잡한데 저기 조용한 소공원에 갑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만규와 허상민이더러 선술집에 들어가보라고 이르고 최진구와 같이 길건너 소공원으로 가시였다.

최진구는 행복감으로 하여 꿈꾸듯 걸음을 옮기였다. 그는 자기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시는분, 수수한 네알배기단추의 혼방직옷을 입으신분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이시라는 생각으로 가슴은 기쁨으로 높뛰였다.

《우리가 발생로상에서 만난지도 퍽 오래됐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정히 물으시였다.

《십년세월이 더 지났습니다.》

최진구는 감개무량했다.

《그래 발생로직장로공들이 다 잘 있습니까?》

《잘 있습니다.》

《탄산수는 떨구지 않고 마십니까?》

《예, 그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다녀가신 다음날부터 늘 마십니다.》

《선풍기는 고장나지 않고 잘 돕니까?》

《예…》

최진구는 가슴에서 뜨거운것이 치밀어올랐다.

폭양이 내리쬐던 그날이 어제일처럼 삼삼히 되살아났다.

경애하는 수령님을 보좌하여 비료공장을 찾으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점심무렵에 발생로직장에 오시였다. 고층건물 3∼4층만한 높이에 있는 발생로상에서 쇠장대를 잡고 일하고있던 최진구는 온 정신이 발아래 사무실쪽에만 쏠려있었다. 그는 수행일군들과 함께 서계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연신 바라보았다.

목수건으로 얼굴의 땀과 검뎅이를 닦는척하며 눈을 팔았지만 높은 곳이니 그이의 모습을 바로 볼수 없는것이 안타까왔다. 풍문으로만 들은 그렇게도 자애로운 모습을 가까이에서 한번 뵈왔으면 하는 갈망이 가슴속에서 불길처럼 타올랐지만 어쩌는수가 없었다. 로를 버리고 철판층계를 우당탕 뛰여내려갈수도 없는것이였다.

하긴 이렇게 멀찌감치에서라도 그이의 모습을 뵈올수 있다는것을 행복으로 여겨야 할것이였다.

갑자기 최진구는 놀래서 눈이 둥그래졌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일군들 앞장에 서시여 철판층계로 다가오시는것이였다.

《탄가루와 불연기가 솟구친다고 로상에 못올라가겠습니까. 발생로들은 수령님께서 손수 터전을 잡아주시고 완공될 때까지 여러차례 지도해주셨는데 우리도 올라가보아야 합니다.》

그이의 청높은 목소리를 듣자 최진구는 감격했다. 기쁨에 심장이 멎는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공포와도 같은 불안으로 마음을 옥죄이였다. 산형강으로 허공에 라선식으로 설치한 철판층계가 여러 사람들이 올라서면 몹시 휘청거리는것이였다. 하루에도 수십번을 층계를 오르내리고있는 최진구는 용접으로 붙인 자리가 떨어진곳이며 철판이 닳아 휘여든곳들을 생각하면서 왜 미리미리 수리해놓지 못했던가 하고 아프게 후회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환하신 모습으로 로상에 올라오시였다. 그이께서는 층계에서 첫번째로 있는 최진구네 발생로쪽으로 다가오시였다.

《수고합니다.》

그이의 성량이 큰 청청한 목소리는 발생로천정을 진동하는 대형송풍기들과 알탄성형기의 소음을 눌러버렸다.

그이께서는 탄가루와 기름때가 꺼멓게 묻은 최진구의 손을 무랍없이 잡아주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뜨거운 발생로앞에서 감시구뚜껑을 통해 로안을 살펴보시고 손수 쇠장대를 들어 로공들처럼 화실안을 한동안 쑤셔보시였다.

《쇠장대질이 아주 힘듭니다. 빨리 미분탄연소를 하여 로공들의 힘든 일을 덜어주어야겠습니다.》

그이께서는 곁에 선 일군들에게 말씀하고 한쪽구석에 있는 선풍기앞으로 가시였다. 그러나 선풍기는 고장이였다. 고장난지 달포나 되였다는 최진구의 말을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비료공장 당비서와 지배인에게 신랄히 지적하시였다.

《선풍기수리가 힘든것도 아니겠는데 왜 못해줍니까?… 동무들은 이 뜨거운 발생로상에서 쇠장대질을 하지 않으니 로공들이 땀을 들여야 한다는데 대해선 관심밖이구만. 로공들이 제일 좋아하는것이 바람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음료수통에서 양철고뿌로 찬물을 떠마셔보고는 불만스런 표정을 지으시였다.

《로공들은 맨 찬물이 아니라 탄산수를 마셔야 합니다. 그래야 피로가 빨리 풀립니다.》

그날부터 발생로공들에 대한 공장간부들의 관점은 달라졌다.

최진구는 그이의 해빛같은 정에 안겨 걸어가면서 스스럼없이 말을 꺼내였다.

《저는 어제밤 협의회에 참가해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수척해지시고 근심어린 얼굴을 보고 속이 덜컹 무너지는것 같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였다.

《내 얼굴이 그렇게 심각해보였습니까?…》

《우리 로동자들은 다 알아보았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얼마나 큰 짐을 지고 내려오셨는가를 마음속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받들어드릴수 있는… 비료사정을 풀수 있는 실제적인 방도를 내놓지 못해 큰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흥남비료련합기업소 로동계급은 지난날 수령님의 현지교시를 받들고 어려운 난관들을 자체의 힘으로 이겨내면서 화학비료생산에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난 이번 시비년도비료생산도 흥남비료련합기업소 로동계급이 기어이 해제끼리라고 믿습니다.》

김정일동지의 진정에 넘친 말씀은 천근무게를 가지고 절절하게 울리였다.

최진구는 감동으로 눈을 슴벅거렸다.

《어제밤에 협의회가 끝난 다음 우리 기능공들은 집으로 가지 않고 모여앉아 밤새 토론을 했습니다. 사실 힘내기로 열성을 내는건 화학공장에서 방도가 아니지요. 그래서 우리는 직장에 돌아가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말씀대로 로동자, 기술자들과 의논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실제적인 기술적방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렇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뻐하며 소공원의 뻰취에 최진구를 앉도록 하고 자신께서도 앉으시였다.

키높은 나무들에 둘러싸인 소공원은 어둠이 한층 짙게 드리웠다. 맞은켠 나무곁에서 외등 하나가 달덩이같이 벌건 빛을 뿜고있었다.

부나비 몇마리가 감도는 그 외등아래 뻰취에는 두사람이 앉아있었다. 분명 아까의 그 젊은이일듯싶은 사람은 고개를 푹 떨구고있었고 다른 사람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타이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쪽을 유심히 건너다보시였으나 말마디들은 알아들을수 없으시였다.

《웬 젊은이입니까?》

《강순배라구… 합성직장의 압축기수리공입니다. 오래전에 사망한 제 친구의 아들입니다.》

최진구는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

《재간있는 젊은입니다. 창안을 여러건 해서 로동자 <박사>라는 별명을 듣습니다.》

《좋은 별명입니다. 그런데 청년이 취한것 같지 않은데 왜 그럽니까?》

《그 동무는 술을 못합니다. 마음을 좀 위로해주자고 선술집에 데리고왔는데 우리 나많은 축들을 향해 불만을 터치는게 아니겠습니까?》

《어째서요?》

《로세대 기능공들이란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모신 그렇게 중요한 협의회에서 아무런 방안도 내놓지 못했다구말입니다.》

《거 괜찮은 젊은입니다. 자기한테는 무슨 방안이 있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팔짱을 낀 상반신을 앞으로 굽히며 흥미를 나타내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합성직장에서 현존 비료생산을 1.3배는 쑥 올릴수 있는 기술안이 나왔는데 그게 저 강순배의것입니다.》

《어떤겁니까?》

《1,500마력 압축기개조안입니다.》

《최진구동무, 어서 강순배를 만나봅시다.》

최진구는 용수철에 튕겨나듯 움쭉 일어나더니 한달음에 컴컴한 소공원을 가로질러 두사람을 데리고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달려와 황황히 허리를 굽히는 두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강순배는 자신의 곁에 앉히시였다.

《로동자<박사>동무가 1,500마력 압축기를 개조하겠다는건 아주 대단한 발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당황해서 몸둘바를 몰라하는 강순배의 버그러진 어깨를 대견한듯 두드려주시였다. 최진구의 옆에 앉은 아래턱이 모가 지고 과묵해보이는 압축기수리공이 불쑥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 순배의 압축기개조안을 실현하자니 여간 곤난하지 않습니다. 벌써 두달째나 순배가 간부들을 찾아다니는데 잘 안됩니다.》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까?》

《지금까지 그런 문제는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기업소의 적지 않은 기술자, 기능공들이 그 개조안이 괜찮다고 하는데… 실지 완성시켜야 할 기술부기사장동지와 몇몇 일군들은 후에 보자면서 밀어버리고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꼭 찍어 반대는 못하면서도 객관적인 립장을 취하니 압축기에 손을 대볼 엄두도 못내고있습니다.》

《그 일군들한테 그럴만한 무슨 기술적론거가 있는게 아닙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신중한 낯빛을 짓고 물으시였다. 과묵한 압축기수리공은 미간에 주름살을 모았다.

《글쎄말입니다. 그런 기술적론거가 있으면 이 순배나 우리 압축기수리공들 하구 속을 툭 터놓구 언쟁하고 그러면서 개조안을 발전시키구 해결을 봤으면 좋겠는데… 먼발치에서 빙빙 돌기만 하고 정작 씨름판에는 나서지 않으니 속이 탑니다. 어떻게 보면 압축기가 고압폭발성설비니까 후에 사고라도 나면 책임이 두려워 그러는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책임을 우리가 지겠다고 하니 개조도면에는 로동자가 책임질 수표칸은 없다는겁니다. 경솔히 덤비지 말라는거지요.》

압축기수리공의 말을 듣고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물으시였다.

《화학공업부장동무가 내려와있는데 제기해봤습니까?》

최진구와 압축기수리공이 강순배를 쳐다보았다. 강순배는 그들의 고무하는 눈길을 받으면서도 내심의 어떤 동요와 싸우는듯 처녀처럼 살눈섭 긴 눈을 괴롭게 껌뻑거렸다.

《제기해… 봤습니다.》

《그래서?!…》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우쳐 물으시였다. 그런 말을 꺼내지 못하고 쭈물거리는 강순배의 심정을 대략 짐작하고 침묵하시였다.

최진구가 곁들었다.

《부장동지는… 순배의 압축기개조도면이 아직 미숙하다면서… 모험하지 말라고 하더랍니다.》

최진구는 그렇게 말해놓고는 부장한데 미대는것 같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잇달았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부장동지는 그전날 순배의 아버지와 무척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우리 공장에서 기사장사업을 하실 때… 순배의 아버지랑 같이 압축기를 개조하다 큰 사고를 치는바람에 그 책임을 지고 검찰소에 불려가서 예심까지 받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간에 주름살을 모으며 기억을 더듬으시였다.

《순배동무의 아버지가 그 폭발사고때 사망한 수리반장입니까?》

《예…》

《그게 아마 한 십년전 일이지요?》

《그렇… 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떨구는 강순배의 큰 눈에 물기가 어린것을 띄여보시였다. 가슴이 쿵 울리시였다. 커다란 돌덩이가 내려앉은것만 같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해당 일군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시였다. 엄중한 폭발사고, 죽음, 인간의 운명과 관련되는 심중한 일이여서 오늘까지도 잊지 않고계시였다. 그때 한만규는 당중앙위원회의 해당 부서에 실태를 반영한 문건을 올려보내였다. 사고를 저지른 수리반장에 대한 문건이 아니라 사업능력이 있고 로동자들의 선망이 높은 비료공장 기사장 허상민의 운명에 대한것이였다. 사고를 내고 죽은 수리반장은 죽음으로써 자기 죄를 보상하였으니 세상에 없는 그한테 책임을 따질수는 없는것이였다.

그런데 지금 바로 그 수리반장의 아들을 만났다. 강순배의 1,500마력압축기개조안이 죽은 아버지의 유산인지도 모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강순배의 눈에 고인 눈물도, 그의 아버지 친구들인 최진구와 압축기수리공의 어두운 낯빛과 침묵도 다 리해되시였다.

《순배동무의 아버지 이름을 어떻게 불렀소?》

김정일동지의 목소리는 퍼그나 갈리시였다.

주먹등으로 눈구석을 훔쳐내는 강순배를 대신하여 압축기수리공이 마른 입술을 움직여 말씀드렸다.

《강진회라고 했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 사람은 자기 불찰로 사고를 내고 죽었지만… 정말 진국이였습니다. 제 친구였대서 말하는게 아닙니다. 이제 두둔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너무도 아까운 사람이 죽어서 속이 내려가지 않아 그럽니다.》

《어서 말씀하십시오. 사람들에게 고상한 추억을 남긴 사람은 생애에 흠집은 있을수 있어도 결코 부정적인 인간이 아닐것입니다. 사람들이 잊지 못해하는 인간은 성실하거나 사심이 없거나 개성이 두드러진 열정적인 인간이거나 무언가 귀중한 정신적인것이 있었을것입니다.》

김정일동지의 의미깊은 말씀에 압축기수리공은 흥분해서 최진구쪽에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최진구는 어서 말씀올리라는듯 고개를 끄떡였다. 압축기수리공은 몸가짐을 바로했다.

《강진회 그 사람은 작업반원들을 제 혈육처럼 보살피고 남을 위해 자기것을 아낌없이 내놓는것을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l,500마력압축기에 대해서는 <귀신>이였습니다. 그의 수리작업반이 맡은 압축기들은 고장으로 암모니아가스를 찧지 못하거나 생산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사람이… 글쎄 압축기능력을 높이는데 옴해빠지니 도무지 헤여날줄 몰랐습니다. 늘 고장나 애먹이던 부분들까지 그 기회에 싹 개조해치우겠다고 용단을 내렸습니다. 그때 허상민기사장동무랑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했댔는데… 그만 강진회반장이 너무 흥분을 앞세우고 과격하게 나오는 바람에… 하루밤사이에 모든게 끝나고말았지요. 그렇지만 저희들이 말씀드리고싶은건 강진회는 불명예스레 죽었지만 량심만은 깨끗했고 압축기에다가 심장을 바쳤다는것입니다.》

 입술을 사려물고도 참지 못하는 강렬한 격정이 순배의 입에서 고통스레 새여나왔다. 고개를 떨어뜨린 청년의 듬직한 어깨가 알릴듯말듯 들먹였다. 눈언저리를 받친 주먹등을 적시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묵묵히 강순배의 어깨를 껴안다싶이하고 어루만지시였다. 단단한 근육이 박힌 몸집이 격정으로 떨고있었다. 십년전 사회에 갓 나온 애숭이시절에 귀중한 아버지를 잃었겠으니 얼마나 슬펐겠는가… 그이께서는 강순배의 어깨에 손을 얹은채 최진구와 압축기수리공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순배는 아버지가 죽은 그해에 공장대학에 입학하였다. 낮에는 압축기수리를 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에서 수업을 받고 여가시간에는 화학기계와 류체공학을 배우느라 모질게 노력했다.

순배의 어머니는 매일저녁 남비에 국밥을 싸들고 아들을 찾아 직장에 나오군 했다. 아들이 창안에 너무 고심해서 눈이 우묵하게 들어가고 볼이 홀쭉하게 여위였지만 그 녀자는 《압축기귀신이 로동자 박사로 다시 태여났다.》는 남편의 옛친구들의 롱말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젊어서 과부가 된 그 녀자는 남들이 뭐라던지 아들이 남편의 뒤를 잇도록 십년을 하루같이 뒤바라지를 해왔다. 마음고생을 해서 마흔다섯쯤 넘었을 때 벌써 머리가 하얗게 세였다. 죄를 범하고 죽은 남편때문에 늘 사람들앞에 떳떳이 나서진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자기 남편이 량심이 깨끗했고 성실한 인간이였다고 믿고있었다…

고인의 친구들의 절절한 이야기는 김정일동지의 가슴을 뜨겁게 울려주었다. 순박한 로동자들이지만 검찰기관이 조사하지 못한 한 인간의 량심을 보았고 그의 진정을 감수하고있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때의 문건이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 구체적인 생활로 재생되여 눈앞에 펼쳐진듯한 느낌을 받으시였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인간은 결코 죽는것이 아니며 진실은 어느때 가서도 보석처럼 빛을 잃지 않는것이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강산도 모습을 바꾸는 십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서야 압축기수리공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난것이 애석하고 분하시였다.

김정일동지의 음성은 갈리시였다.

《그러고보면 순배동무가 장해. 아버지의 뜻을 이어 l,500마력압축기를 개조하겠다고 나선것은 훌륭한 일이요. 현존비료생산을 크게 올릴수 있다지? 정말 대단하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강순배는 목메여 부르짖으며 김정일동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어푸러졌다.

《울지 말라구. 한다하는 외국기술자들이 만든걸 뜯어고치겠다고 나선 사람이 울면 안되지.》

김정일동지께서는 흑흑 느껴우는 강순배를 품에 안고 손으로 잔등을 따뜻이 쓸어주시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청년의 고통과 슬픔을 덜어주고싶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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