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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련합기업소 당위원회사무실 창유리로 등황색 불덩어리같은 저녁해가 비쳐들었다.

《내 보건데 차웅섭동무에게 로력훈장을 주어 신의주의 아들네 집에 보내는것이나 아들을 데려오자는 제기는 다 그의 사생활문제를 푸는것으로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동지의 나직하면서도 사려깊은 목소리는 앞상옆에 앉은 한만규와 허상민의 가슴속에 묵직이 젖어들었다.

《차웅섭동무에게 공로가 있으면 이제라도 로력훈장을 주는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력이 있고 앞날을 락관하는 사람에게는 훈장보다도 일을 하게 하는것이 옳을것입니다. 오늘 보니 차웅섭동무는 결코 아들며느리한테 얹혀살 사람이 아닙니다.》

저녁해빛은 당위원회뜨락에 뿌리박고있는 커다란 황철나무의 즙이 찬 회색줄기를 불태우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걸상의 등받이에 팔굽을 얹으시였다. 가슴속에서는 의분이 고요히 끓어올랐다. 화학공업부장으로서는 산하 공장지배인이 비료생산에 지장을 주고서도 자기의 기술적주장을 고집하며 상급에 복종하지 않는 형편에서 보다 젊고 온건한 사람을 지배인으로 교체시킬수 있다.

그러나 당일군인 한만규는 차웅섭을 실무적으로 대하지 말고 인정을 기울여 리해해주었어야 한다. 안해없는 사람은 불꺼진 화로와 같고 줄없는 악기나 다름없다. 안해가 없이 고독하게 사는 지배인이 그만큼 일해온것도 괜찮다고 해야 할것이다. 그런데 한만규는 차웅섭의 과오를 사업적위치, 공장생산중시의 립장에서 분석했다. 차웅섭이란 인간자체의 행복상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았다. 지배인도 공장을 당앞에 책임진 일군이기전에 우선 인간, 남자인것이다. 그렇게 구체적인 사람문제로 들어갔어야 한다.

《동무들이 천불이 이야기를 압니까?》

 김정일동지께서 넌지시 뭍으시였다. 그러시고는 어리둥절해있는 한만규와 허상민에게 《패설집》에 있는 고사를 이야기하시였다.

 

…옛날 어느 고을에 대바른 정사를 하는 사람이 원으로 부임해왔다. 넓다란 관가마당에 고을량반관리들이 쭈욱 대령했는데 원은 대청마루의 상좌에 올라가 앉았다.

《여봐라! 이 고을에서 누구를 그중 효자로 일컫느냐?》

원이 큰소리로 묻자 마루아래에 허리굽히고있던 아전 하나가 제꺽 대답올렸다.

《우리 고을에 효자들이 많사오나 돌배나무골의 천불이는 효자중에서도 효자이옵니다.》

《그에게 상은 무엇을 주었느냐?》

《제 부모를 섬기는 일에 무슨 상을 주겠사오니까.》

아전이 대답하자 원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니다. 효자는 마땅히 상을 주어야 하느니라. 그래야 고을백성들의 본받음이 클것이다. 여봐라! 천불이를 당장 대령시켜라! 그리구 무명필을 내오너라.》

얼마후에 마흔살남짓한 상투쟁이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와 대청 마루밑에 엎드렸다.

원이 그를 한동안 내려다보다가 물었다.

《네가 천불이냐?》

《그렇사오이다.》

《네가 고을에서 그중 효자렸다?!》

《황송하오이다.》

《네가 부모를 어떻게 모시기에 효자라고 하느냐?》

《저와 저의 처는 아침에 아버님이 깨여나시면 이부자리를 개이고 세수물을 떠다드리옵니다.

개다리소반에다가 진지상을 챙겨올리는데 놋밥그릇의 뚜껑이 미끄러떨어지게 흰밥을 높이 담구, 두부탕은 얼벌벌하게 끓이구 깜장암닭이 낳은 닭알지짐, 녹두나물, 콩나물, 갓김치, 붕어구이, 호박채… 반찬들을 차려드리구… 먼저 주전자의 약주를 부어드리옵니다. 아버님이 조반을 마치면 장죽에 담배를 다져넣어 불을 붙여드립니다. 뙤약볕에서 하는 밭일은 처와 제가 하구 아버님은 돌배나무그늘밑에서 돗자리를 깔구 부채질을 하게 하시면서 최뚝에 맨 염소와 닭들이나 지키도록 하옵니다. 그리구서 점심때가 되면…》

《그만하거라. 너는 아비만 모시구있느냐?》

《그렇사옵니다.》

《나이가 몇이냐?》

《환갑턱밑이 옵니다.》

《에미는 언제 죽었느냐?》

《벌써 십년이 넘었사옵니다.》

《그때부터 아비를 내내 그렇게 모셔왔느냐?》

《그렇사옵니다.》

《밤에는 아래방에서 네가 처를 데리구 자구 아비는 웃방에서 혼자 주무시게 했단 말이지?!》

원은 눈을 부릅뜨고 코수염을 비껴올리며 좌우를 향해 호령했다.

《여봐라!… 저놈, 천불이는 효자가 아니로다. 아비 맘을 조금도 모르는 불효막심한 놈이로다. 곤장 오십대를 안겨 쫓아보내거라!》

 

두 일군의 얼굴에 어딘가 면구한 빛이 어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걸상에서 일어나 방안을 조용히 거니시였다.

《이 고사는 옛사람들의 효도에 관한 이야기지만 참고할것이 있습니다.》

저녁해는 황철나무줄기너머로 떨어지면서 쇠물빛노을의 잔광을 끊임없이 뿜어내고있었다. 노을빛은 사무실 천정에서도 얼른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에 두팔을 결으시고 침침한 낯색으로 앉아있는 두 일군앞에서 멈춰서시였다. 그이의 음성은 조금 갈리시였다.

 《나는 동무들이 P촉매에 관한 두터운 연구자료와 밑빠진 쇠절구들을 보고 느낀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서 공장생산을 위하는 지배인동무의 열정적인 노력만 보지는 않았을것입니다.》

《…》

《…》

《그렇습니다. 그것은 사랑입니다. 지배인동무는 공장실험실의 심혜옥기사를 사랑하고있습니다. 이 자료를 좀 보시오. 그가 어떤 녀자를 사랑하고있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심혜옥에 대한 료해문건을 한만규쪽에 밀어놓으시였다.

그이께서는 한만규와 허상민이 문건을 펼치는것을 이윽히 지켜보다가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나는 심혜옥동무가 지난 20년동안 해온 연구사업과정을 료해하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부장동무는 그 녀기사가 P촉매제를 완성하기 위해 무산광산 페설물로부터 황해남도 간석지의 감탕에 이르기까지 우리 나라에 흔한 원료를 찾아다닌걸 알고있습니까?》

《그렇게까지는… 몰랐습니다.》

허상민은 솔직히 인정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동안 말없이 담배만 태우시였다.

《나는 언젠가 평북도에서 돌아오다가 밤중에 혼자서 무거운 시료배낭을 지고오는 심혜옥동무를 우연히 만난적이 있습니다. 옷도 잘 입지 못하고 치장이라고는 해보지 않은것 같은 너무도 수수한 녀성의 모습에 나는 정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동무들은 그 녀성이 배낭으로 져들인 여러톤의 시료와 천수백번의 실험회수에 그저 놀라지만 마시오. 그것은 단순히 연구과정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수자가 아닙니다. 거기에는 무기화학에 청춘을 아낌없이 바쳐온 한 녀성의 삶의 세계가 있습니다. 그는 마흔살이 넘었지만 아직 이 세상 모든 녀성들이 가질수 있는 당연한 권리, 안해로서, 어머니로서의 행복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녀성본연의 행복을 희생하며 얻어낸 수자이고 결실이라는것을 알아야 합니다.》

문건을 펼쳐보던 한만규의 손은 더 움직이지 못하고 굳어졌다.

《바로 그런 녀성이 자기 연구사업을 도와주는 지배인에게 류다른 감정이 생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두사람의 남다른 정은 촉매연구과정에 더 깊어졌습니다.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시들어가는 나무에 꽃이 피여난것처럼 경사가 아니겠습니까. 청춘들의 사랑만 아름다운것이 아닙니다. 뽈스까의 과학자 큐리부인은 과학탐구과정에 맺은 인연으로 스승인 나이많은 프랑스사람 삐에르를 사랑하고 그와 가정을 이뤘습니다. 그들 두 과학자는 사랑의 힘이 있었기에 불비한 실험실에서도 간고한 연구사업을 계속할수 있었으며 마침내 수톤의 광석찌꺼기속에서 우라니움보다 강한 방사능을 가진 원소인 라디움을 찾아냈습니다.》

《!…》

《!…》

《나는 결코 꼭 어떤 세계적인 발명성과를 기대해서 심혜옥기사와 차웅섭지배인의 사랑을 긍정하는것이 아닙니다. 내가 말하자는건 사랑은 인간의 본능적요구라는것입니다. 인간은 사랑이 없이는 살기 어렵습니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많은 사람이든 사랑의 심장은 다 가지고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늙지 않으며 진실하고 참된 사랑은 언제든지 아름다운 법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무용걸상에 와앉아 의견을 듣고싶은 표정으로 도당책임비서를 보시였다. 한만규는 얼굴이 컴컴해서 눈길을 떨구고 앉아있다. 자책과 후회의 복잡한 심정이 얼굴에 씌여있었다. 그를 탓하기도 괴로운 일이였다. 안해와 단란한 가정을 가진 사람들은 차웅섭지배인 같은 사람의 가정적불행을 무심하게 대하거나 아프게 여기지 못할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분석은 당일군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만규의 사상정신적풍모를 다른 측면에서도 들여다보시였다. 분석해보면 사실 한만규는 차웅섭지배인의 녀성관계문제의 여론을 믿지는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동조하였다고 볼수 있다. 사람에게 그처럼 중요한 이성문제를 편협하게 대하면서 그것이 마치도 지배인이라는 일군의 풍격에 어울리지 않으며 손상을 준다고 생각하였고 지배인사업의 안일한 측면으로 보았다.

그리하여 진실한 사랑과 안일을 동일시해버렸다. 사랑은 인간의 가장 고상한 감정과 정열의 표현이며 안일성과는 량립될수 없는것이다.

사업보다 먼저 사람을 보고 사람의 감정을 존중해야지 그렇지 못하면 결국 낡은 도덕륜리관에 물젖은 사람마냥 순결한 사랑의 감정조차 리해 못하고 경시하며 사업에서 유해로운것으로 보게 된다.

당일군에게서 이런 독선적인 편애한 사상관점은 이성문제 한측면에 국한되는것이 아니라 전반 사회생활과 사람문제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

한만규가 검덕막장에서 광부들의 침식을 장려한것이나, 비료련합기업소 종업원들을 사상동원한다면서 실정에 맞지 않는 현장지원을 하게 하고 정서생활을 도외시하는것이 다 그런 관점에 뿌리를 두었기때문일것이다.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과 몰인정을 낳는 그런 사상관점으로 경제사업에 대한 당적지도를 하니 선전사업, 정치사업을 크게 하는것 같은데 얻어지는 성과는 적은것이다. 정치사업이 사람들을 모여놓고 회의를 하는 일반적호소에 그치고있다. 경제지도일군들은 현장에 내려와서도 설비나 원료, 연료에만 매달리고 뛰여다니면서 사람들속에 들어가지 못하고있다. 경제문제는 곧 사람문제이다. 경제문제를 풀자면 인간을 존중해야 하며 사람의 감정내면세계에 깊이 들어가야 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상민쪽에 고개를 돌리시였다.

《부장동무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생산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차지배인이 그런 사람인줄 몰랐습니다.》

원래 궁근 허상민의 목소리는 낮고 가늘게 울렸다. 그는 무언가 자기 결점을 찍어 말하기 주저하는것 같았다.

《상민동무는 차웅섭지배인의 사생활문제가 도당책임비서나 당조직에서만 관여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시오. 경제지도는 사람을 떠나서 할수 없습니다. 경제문제가 있는곳에는 반드시 사람문제가 있습니다. P촉매의 운명은 차웅섭의 운명과 그의 사생활에 련관되여있는것입니다.》

사무실천정에서 얼른거리던 노을빛의 잔광은 어느덧 사라지고 황혼이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정적은 한층 더 무거워지는듯 싶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두 일군에게 담배를 권하고 자신도 한가치 붙여무시였다.

《우리 밖에 나가 좀 거닐지 않겠습니까?》

그이의 부드러운 말씀에 두 일군은 머뭇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걸상에서 일어나시였다.

《바람을 쏘입시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휴식삼아 북천강에 나가보는것이 어떻습니까?》

허상민은 난처해하며 대답을 못했다. 도내 화학공업부문 생산총화회의에서 고기잡이질군이라고 차웅섭을 비판한적이 있는 허상민이로서는 난처하지 않을수 없을것이였다. 하긴 비료생산문제를 풀지 못한 그로서는 고기잡이에 나갈 정신적여유도 없을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하시였다. 자신께서도 강가에 나가볼 시간적여유가 없으시였다. 그러지 않아도 자신은 이곳 화학공업지구에서 너무 지체하고있는것이였다. 그러나 아직도 비료생산을 원만히 추켜세울 실천적인 방도를 세워주지 못했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P촉매가 성공한다 해도 그것만 가지고는 안된다. 아니, 촉매나 그 어떤 기술적방안들도 다 중요하겠지만 보다는 그런 생산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고 그들을 이끌어나가는 일군들의 사상관점과 지도방법에서 전환이 일어나야만 하는것이다. 그런데 화학공업부장은 이제야 북천강화학공장 지배인에 대한 인식을 바로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직 마음속깊이 지배인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는것 같지 않다. 그에게 차웅섭지배인이 강에 고기잡이를 나가는 문제를 옳은 관점에서 리해시켜줘야 한다. 공장일군이라고 바쁘다 해서 만날 생산현장에 붙박혀 살아야만 하겠는가. 그한테라고 왜 강에 살을 대거나 낚시질을 하는것 같은 류다른 생활이 없겠는가. 취미도 소질도 개인적욕망도 다 집어던지고 공장 관리와 생산에 투신하기를 요구하는것은 아래일군에 대한 혹심한 관료주의이고 랭담한 비인간성의 표현이다. 더우기 차웅섭은 안해를 잃고 외롭게 사는 사람인데 그가 이따금 강에 나간다면 모름지기 고기잡는 쾌락이 아니라 사업의 피로를 풀고 가슴에 차넘치는 고독과 울적한 심정을 털어버리고싶었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상민이나 한만규가 차웅섭을 진심으로 리해하고, 차웅섭이 또한 그들을 존경하여 합심해서 제기되는 난관을 뚫고 당의 경제정책을 관철해나가기를 진정 바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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