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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는 한낮이 될무렵에야 시간을 낼수 있으시였다.

그이께서는 한만규와 허상민을 데리고 차웅섭의 집에 가보실 결심을 하시였다. 그들이 차웅섭을 잘 모르고 지내온것이 분명한데 그의 집에 찾아가 만나면 료해를 깊이 할수 있을것 같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차웅섭이 지금쯤은 잠을 푹 자고나서 점심차비를 하고있으리라고 생각하시였다.

차웅섭의 집은 북천강지류의 웃쪽 사택마을에 있었다.

승용차는 포장하지 않은 울퉁불퉁한 먼지나는 길을 한참 달려 집앞에 다달았다.

허청칸이 달린 아담한 기와집이였다. 살림방은 두칸이였지만 널직한 퇴마루 안쪽에 유리를 댄 미닫이문을 해달아서 집이 시원하게 넓어보였다. 한만규가 먼저 뜨락에 들어서서 차웅섭을 찾았으나 집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환갑이 훨씬 넘었을 옆집로인이 나왔다가 그이께 인사를 올리고 습관처럼 손으로 머리가 벗어진 뒤더수기를 긁으며 말씀드렸다.

《지배인이 어제밤에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침엔 공장에서 왔겠는데…》

《꿈쩍 나타나질 않습니다. 어제저녁엔 퇴마루에 앉아 신의주의 아들한테루 이사갈 걱정을 했드랬습니다.》

한만규와 허상민의 얼굴에 난처한 빛이 떠올랐다.

《좀 기다려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옆집로인과 함께 퇴마루에 걸터앉으시였다. 두 일군에게도 앉으라고 권하시였다.

처마의 기와장들짬에 둥지를 튼 참새들이 분주히 날아들며 소란스레 울었다.

그이께서는 한켠 처마밑에 걸려있는 그물이 낡아빠진 오쿠와 손질하지 않아 이음가락지들이 녹쓴 참대낚시대를 이윽히 올려다보시였다.

《낚시대를 써본지 오래된것 같습니다.》

《예, 지배인 그 사람은 근래에 와서 낚시질을 잊어버린듯 통 나가지 않습니다.》

옆집로인은 그이께서 흥미를 나타내시는걸 보고 낚시대를 내리울가 망설이다가 계속했다.

《그전에는 어찌다 쉬는 날이문 뒤집애들을 불러 지렁이를 파가지구 강가에 나갑니다. 책까지 들고가 해종일 있지요. 하기사 집에 들어와야 혼자 적적할테니 그럴수밖에 없었습지요.》

뜨락에는 검부러기가 널려있었다. 허청칸은 판자로 규모있게 지었는데 그옆으로 정갈히 쌓은 토피담장에는 이른봄에 심은듯 뒤늦게 잎눈이 핀 가느다란 포도넌출이 드리워있었다.

넌출의 밑줄기두리에는 사방 넓게 북을 무둑히 돋궈준것으로 보아 거름을 많이 한것 같았다. 그옆에는 덕대감인듯 길다란 말짱과 가름대들이 무져있었다.

《저 포도를 차웅섭동무가 심었겠지요?》

 《그렇습지요.》

로인은 뒤더수기를 긁고나서 화제거리에 매달렸다.

《지배인 그 사람이 봄에 어데서 얻어다가 심었지요. 내가 언제 포도맛을 보겠는가고 했더니 래후년쯤엔 큼직한 포도송이를 대접한다는겁니다. 저 담장문가에서 여기 처마밑에까지 서늘하게 포도굴을 만들겠다고 하더니 여직껏 손을 못대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아릿하시였다. 가느다란 포도넌출에는 생을 사랑하고 앞날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락관하는 차웅섭의 늙지 않은 마음이 비껴있는것 같으시였다.

《그 사람이 근래에 와서 푹 늙었습니다.》

옆집로인이 동정어린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난 처음에 밤마다 책을 들여다보구 무슨 촉매젠가 결합젠가 연구하더니 그렇게 됐는가 했지요. 병원에 좀 가보라구 했더니 시무룩이 웃으며 일없노라구 하는데 얼굴색은 무슨 큰 근심을 걸머진 사람이였습니다. 그런데 며칠후에 우리 로친이 하는 말이 그 사람이 지배인자리에서 떨어졌다는게 아니겠습니까.》

《로인님, 그래 차웅섭동무는 촉매연구를 그만두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 진지하게 물으시였다.

《아닙니다. 그만둘리 있습니까. 지배인이 어떤 사람이라구요. 더 달라붙었지요. 이 며칠새엔 새벽녘까지두 창문에 불이 켜있었습니다. 그러기에 동네사람들은 그가 지배인자리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연구사업을 놓지 않을거라고 합니다.》

《로인님, 우리한테 지배인동무의 방을 좀 구경시켜줄수 없겠습니까?》

《원, 어려울게 없지요. 이 미닫이문만 열면 될텐데.》

옆집로인은 마루에 올라서더니 자기 집처럼 미닫이문을 량켠으로 시원히 열어놓았다.

방안풍경은 마루에 앉은 손님들을 놀라게 하였다. 방 한복판에 탁자를 놓았는데 그우에는 작은 유리관들과 플라스크들로 복잡한 실험장치를 이루고있었다. 장판바닥에도 금속알갱이들과 여러가지 색갈의 액체를 넣은 유리통들과 용기들이 널려있었다. 탁자옆에는 물리화학기계공학책들이 빼곡찬 책상이 있었고 그옆의 책상에는 책들과 종이장들이 무질서하게 쌓여있었다.

살림방이 아니라 하나의 옹근 실험실을 방불케 하는 방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웅섭이 정열적이고 학구적인 일군이라는 생각이 굳어지시였다.

열공학도 화학도 잘 아는 사람, 기술에 관심이 많은 지배인, 실지 새 기술도입을 위해 이렇게 집에 실험실까지 차린 일군이 몇이나 되겠는가…

옆집로인이 방안에 들어가더니 책상우에서 끈으로 묶어놓은 종이뭉테기를 집어들고 나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인의 손에서 원고뭉테기를 받아 보시였다.

겉에는 《새로운 P촉매의 조성과 결합제연구》라고 큼직한 글씨로 휘갈겨 썼다.

《이건 지배인이 공장을 떠나기전에 실험실의 어떤 기사한테 넘겨줄거라면서 며칠밤을 쉬지 않고 꼬바기 쓴겁니다. 우리 로친이 매일 세끼 밥을 해주었지요. 무슨 녀자기사라던데 촉매를 연구한다는것 같습니다. 뒤울안에두 그 녀자기사한테 줄 무슨 메밀가루같은걸 빻아놓은게 있을겁니다.》

《그렇습니까? 어디 가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종이묶음을 쥐신채 뒤뜨락으로 걸어가시였다.

뒤울안은 앞뜨락보다 좁았다.

두그루의 추리나무가 뒤울안의 공간을 반나마 덮었는데 그밑에는 김치독들을 뒤엎어놓았다. 김치독우에도 주변에도 로인이 메밀가루 같다고 한 그 광석페설물가루가 담긴 나무통과 양철통들이 얹혀있었다. 방안에서 본 실험장치 같은것들도 있었다.

뒤울안은 바깥실험실을 련상케 하였다. 각종 유리용기와 금속제통들을 얹어놓은 당반밑에는 크기가 같은 쇠절구가 세개씩이나 가지런히 있었다.

그리로 다가가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절구공이를 들어보시였다.

순간 그이의 눈섭이 꿈틀하였다. 확이 빠진 절구였던것이다. 공이도 반나마 다슬었다. 두번째 절구도 확이 나간것이였다. 실험용촉매제가루를 빻아서 그렇게 된 모양이였다. 얼마나 절구질을 하였으면 밑굽이 뚫어졌으랴!…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뭉클하여 절구공이를 선뜻 놓지 못하시였다.

《부장동무, 도당책임비서동무… 이 절구를 좀 와보시오.》

절구를 들여다보는 두 일군의 얼굴에 놀램과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흘렀다. 그것은 더 부정할 여지없이 차웅섭의 성실성과 노력에 대한 천만마디 말을 대신하는 웅변적증거물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직 확이 성한 세번째 절구안에서 보드랍게 빻아놓은 가루를 한웅큼 쥐고 들여다보다가 옆집로인에게 고개를 돌리시였다.

《로인님, 쇠절구가 이렇게 되자니 차웅섭동무가 여간 노력을 많이 하지 않았겠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지배인 그 사람은 어데 출장갔다올 때면 배낭에 이런 실험에 쓸 원료를 가뜩 지고와서는 밤새껏 절구질을 했습니다. 난 처음에 홀아비살림을 하느라 뭘 먹을걸 마련하는줄 알았지요. 그다음부턴 나두 가끔 절구질을 도와주었는데 지배인은 이렇게 가루를 빻아서는 집에서 실험을 하군 했지만 주로는 두꺼운 종이봉투에 넣어가지고 공장에 가져가군 했습니다.》

《공장에 말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혼자말씀처럼 조용히 뇌이고 앞뜨락으로 걸어나오시였다.

문득 그이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허상민과 한만규를 돌아보시였다.

《어떻습니까?… 차웅섭동무에 대한 인식을 좀 달리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두 일군의 얼굴은 컴컴하게 그늘졌다.

김정일동지께서 대답을 기다리고계시였지만 그들은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동무들은 아마 지배인은 이런 연구사업이 아니라 공장전반사업을 잘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차웅섭동무가 집에서 하고있는 이 고심어린 촉매연구사업은 공장관리운영사업과 동떨어진 별개의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공장의 역할문제, 나아가서 국가적비료생산에 이바지할수 있는 심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차웅섭동무는 바로 그것을 포착한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담장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내보기엔 차웅섭동무는 공명심에 뜬 일군이 아닙니다. 난 오늘아침 북천강화학공장에 갔다가 차웅섭동무가 고장난 20톤보이라를 수리하느라 열관리공들과 같이 밤을 새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뜨거운 보이라화실안에 들어가 열관리공들을 지휘해서 터진 물관과 불판들을 수리했습니다. 고장난 보이라를 식기전에 수리하고 불을 살려야 한다고 걱정하며 뛰는 일군은 공장에 차웅섭동무뿐이였습니다.》

정적이 한껏 깃든 뜨락에 김정일동지의 확신과 믿음에 찬 목소리가 울렸다.

《우리는 차웅섭동무의 사업에 대한 열정, P촉매와 같은 공장의 주요제품생산에 대한 당적립장을 옳게 평가해야 합니다. 누가 자기 집에서 이런 연구사업을 하겠습니까. 다른 사람같으면 자기에 대해 불평이 많은 기사장한테 차라리 이런 기술혁신과제를 활 떠맡기고 지배인으로서 알아보기나 했을것입니다. 비료생산에 이바지할 효률이 높은 P촉매연구사업은 응당 공장기사장이 주관해야 할 사업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담장에 이르자 의지할데 없이 넌출을 허공에 드리운 포도나무가지를 손으로 들어주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우리는 일시적인 생산실태와 현상적인 사업실책을 놓고 차웅섭동무를 평가해서는 안될것 같습니다. 그가 완전한 기술합의가 되지 못한 촉매를 지배인의 직권으로 생산에 도입하려다가 그렇게 되였다는데 대해서 비판하는것은 응당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볼 때 낡은 생산기술공정을 대담하게 갱신하려는 그의 시도는 긍정할만한것이고 오늘날 경제관리일군들에게서 장려되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난 종래의 기존생산틀을 마스며 새롭게 창조적으로 해보겠다고 나서는 경제기술일군은 아끼고 내세워줘야 한다고 봅니다.》

허상민은 면구해서 눈길을 떨구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포도넌출을 엇비스듬히 세워놓은 나무대에 올려놓으시였으나 넌출은 이내 흘러떨어졌다. 그이께서는 조심스레 넌출을 잡고 끊어질가봐 놓지 못하시였다. 옆집로인이 그이의 손에서 포도넌출을 받아 나무대에 노끈으로 비끄러매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길쪽을 보시였으나 차웅섭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좀더 기다려볼 생각으로 퇴마루에 가 앉아 P촉매의 연구자료를 주의깊이 번져보시였다. 실험수치와 합리적인 기술적조건, 원리들을 차근차근 기입한것이였다. 한 실험실 기사의 연구사업을 방조하는것치고는 다심하다고 할 정도의 친절과 애착이 담겨있었다.

그이께서는 뒤울안에서 본 밑빠진 쇠절구들과 연구자료, 방안에 차려놓은 실험장치들을 하나로 련결해보시였다. 과연 그 모든것을 공장 지배인으로서 단순히 생산과 기술발전을 위한 일로만 볼수 있겠는가? 아니, 여기에는 인간 지배인의 한 녀성에 대한 고상한 감정이 깔려있다. 차웅섭의 헌신적인 연구사업, 노력과 열정의 밑바탕에는 그 녀자에 대한 깊은 사랑이 흐르고있다. 분명 차웅섭지배인은 실험실의 그 녀기사를 사랑한다. 두사람에 대한 여론도 감정적근거가 없는것이 아닌것 같다. 그러나 설사 둘이 서로 사랑하지 않는 보통사이라 해도 지배인과 녀기사가 밤늦도록 실험실에서 연구사업에 몰두하다가 퇴근한다고 해서 비도덕적이라고 여론을 돌리는것은 옳지 않다. 새 기술연구에 필요한 실험조건을 잘 보장해준 공장 지배인의 처사를 색안경을 끼고보면서 비난하는것은 본질상 연구사업에 제동을 걸며 그런 혁신적인 일에 발벗고나서지 못하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것외에 다른것이 없다. 당일군인 한만규가 그런 저속한 여론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차웅섭의 집에 한번 찾아와보았더라면 탐구심 많은 이 《지배인의 도덕적인격의 손상》이나 《사업권위가 허물어진다》는 견해를 달리 세울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길쪽에서 차소리가 나더니 《갱생》승용차가 와 멎었다.

차문이 열리고 차웅섭이 내려 황급히 달려왔다. 집울안에 들어선 그는 못박힌듯 굳어졌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차웅섭의 부르짖음은 입안에서 새여나오지 못했다. 그는 목이 메여 말을 못했다. 눈물이 앞을 가리웠다.

지배인자리에서 떨어진 쓸모없는 자기를 찾아 공장보이라에 오시였고 이렇게 집에까지 오신 자애로운분, 그이 품에 안겨 설음과 고통을 토로하며 울고싶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퇴마루에서 몸을 일으켜 마당가에 나오시였다.

《차웅섭동무입니다.》

한만규가 알려드렸다.

《아,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인제야 만났구만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성큼성큼 다가와 차웅섭의 두툼한 손을 힘있게 잡아주시였다.

《집주인이 왜 그러고 섰습니까. 어서 들어와 이야기를 합시다. 난 아침부터 지배인동무를 만나보고싶었습니다.》

차웅섭은 퍼그나 죄송스러운 낯빛이였다.

《제가 그만 외람되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오실줄 모르고 공장을 떴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시울어방의 주름살들에 엷은 재먼지가 끼였고 까풀진 입술사이로 허연 이가 드러나는 차웅섭의 소박한 모습에 마음이 끌리시였다. 자세히 보니 눈섭과 웃머리칼이 불에 끄슬었다.

《밤새 보이라수리를 했는데 왜 집에 들어와 쉬지 않았습니까?》

《저… 룡성기계지배인한테 좀 갔댔습니다. 3월초에 부탁한 촉매성형기가 채 되지 않아서…》

《촉매성형기라니? 그 P촉매말입니까?》

《예…》

차웅섭은 괴롭게 대답하고는 눈길을 떨구었다.

《그러니 아침식사를 못했겠습니다.》

차웅섭의 얼굴에 열적은 표정이 떠올랐다. 자그마한 거짓말도 못하는 성미가 그를 딱하게 만들었다.

《뭐 한끼쯤 건느는건 일없습니다.》

차웅섭의 푸르죽죽한 입술사이로 다시금 흰 이가 드러나보였다. 그 순박한 표정에는 자기 사업에 대한 꾸밈없는 강렬한 애착심이 내비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떠한 료해문건이나 생활자료도 지금 자신의 앞에 작업복차림으로 서있는 이 산 인간 차웅섭을 대신할수 없다고 생각하시였다. 해임되여서도 공장을 위하는 이 사람의 열정적인 진실한 행동들은 평소에 지배인의 관점과 일본새를 여실히 보여주고있는것이였다.

《차웅섭동무는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신중히 물으시였다.

차웅섭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저… 인계사업을 마무리짓구서… 가사나 정리한 다음엔… 신의주의 아들네 집에 가야 할지…》

《아들한테 간다… 그럼 P촉매연구사업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차웅섭은 허상민이쪽에 눈길을 돌렸다. 피곤으로 충혈된 그 눈에서는 내심속에 응결되여있던 아픈 호소가 서서히 뿜어나오고있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 오늘… 좀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다. 실은 다 제 잘못이구… 저때문에 빚어진 일이니 면목이 없습니다. 지난해두 그랬구 금년에 들어와서두 생산계획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으니 제가 무엇으루 변명하겠습니까. 그렇지만 P촉매만은… 버릴수 없습니다. 제가 설익은걸 가지고 도입해보려니 실패했구 일이 꼬였습니다. 비료가 너무 긴장해서 도당에서두 나오구 부장동지까지 내려와 밤을 새우는데 제가 도움은 못줄망정 방해를 놀았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해임이 마땅하지만 P촉매만은 줴버리지 못하겠습니다.》

흥분한 차웅섭은 손으로 자기 심장이 있는 부위의 옷섶을 움켜잡았다.

거쉰 목소리는 터진 물줄기마냥 주저를 모르고 쏟아져나왔다.

《제 이 가슴이 허락치 않습니다. 새 지배인이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P촉매는 사실 만들기 힘들지만… 이제 성공만 하면 비료생산을 쑥 올릴수 있습니다. 아니, 꼭 성공할수 있습니다.》

뜨락의 공기마저 팽팽히 얼어붙는듯하였다.

허상민은 좀 당황해서 면구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채 침묵을 지켰다. 그는 차웅섭의 진정에 넘친 안타까운 호소에서 그리고 처음 와본 이 집의 모든 정경에서 받은 감동으로 하여 그의 성실성과 열정을 새롭게 느끼였다. 허상민은 지난날 이곳 화학공업지구생산총화회의에서 차웅섭을 지내 랭혹히 비판주고 배척했음을 괴롭게 의식하였다. 하지만 차웅섭의 고집과 울분에 찬 호소는 다 받아들이기가 뻐근하였다. 자기가 손을 댄 연구사업을 그저 다 옳다고 여기고 상부의 권고도 지시도 받아물지 않는 그런 지배인을 데리고 일하기는 힘든것이다.

허상민은 착잡한 심정에 싸여 한만규를 쳐다보았으나 실눈을 지은 도당책임비서의 표정은 어두웠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웅섭의 절절한 마음의 토로가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생각도 많으시여 천천히 그한테 다가가 가슴에서 손을 내리워주시였다. 굵은 나무뿌리처럼 꿋꿋한 손이 독감을 앓는 사람마냥 뜨끈뜨끈하였다.

《지배인동무의 심정을 알만합니다. 오늘 너무 무리한것 같은데 오후엔 집에서 푹 쉬십시오.》

《!…》

《참, 지배인동무, 요즘은 북천강에서 무슨 고기가 잡히는 때입니까?》

차웅섭은 당황해서 얼굴을 붉혔다.

《저… 황어철은 지났구… 지금은 행배리나 야래, 뚝중개들이…》

《밤에도 물립니까?》

《밤에는 메기를 잡을수 있습니다. 그놈들은 낮에는 돌밑에 숨어있다가 밤에 먹을걸 찾아 쏘다닙니다.》

《메기잡이는 나도 해봤습니다. 재미있지요. 오늘밤에 우리함께 북천강에 나가지 않겠습니까? 달도 밝을것 같은데.》

《?!…》

《준비를 해가지고 북천강에 나와주십시오. 내 꼭 가겠습니다.》

《!!…》

차웅섭의 얼굴에 순진한 기쁨이 피여올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와 헤여져 비료련합기업소 당위원회 사무실로 돌아오는동안 줄곧 말씀이 없이 차창밖만 내다보시였다.

승용차안의 무거운 기분에 눌린 허상민도, 한만규도 잠자코 앉아있었다.

한만규는 자기가 검덕의 광부문제를 소홀히 다룬것에 못지 않게 사람문제를 취급하는데서 심중한 결함을 범했음을 깨달았다.

사무실마당에 이르러 승용차에서 내리자 한만규는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김정일동지께서는 그한테로 몸을 돌리시였다.

《말하시오.》

《저는 오늘 차웅섭동무에 대해 많은걸 알게 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에서 고요히 서려오르는 의분을 누르시며 물고기비늘같은 구름이 낀 먼 하늘가를 바라보시였다. 자책감에 젖은 도당책임비서의 얼굴을 보니 랭혹하게 운명을 처리당한 차웅섭에 대한 련민의 정이 다시금 끓어오르시였다. 그의 운명을 허투로, 일면적으로 처리한 당일군이 미안해하고 반성한다고 해서 홀몸으로 사는 차웅섭이 겪은 번민과 고통의 상처를 아물게 할수 있겠는가? 당일군의 잘못한 처사로 경제사업을 밀고나가야 할 행정일군의 성실성과 사업에서 열정이 가차없이 묵살되였으니 얼마나 손실이 큰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나직하나 근엄한 어조로 지적하시였다.

《동무들이 그 사람의 운명처리를 너무 경솔하게 한것 같습니다. 사람을 떼려고 하지 말고 도당에서 당원들의 힘을 발동하여 새로운 P촉매제공정을 따로 하나 꾸려주는게 옳았을것입니다.》

한만규는 그이의 엄한 표정이 어린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였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집행위원회에서 차웅섭동무의 문제를 다시 취급하고 해임을 취소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묵묵히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도당위원회로서는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습니다. 공장종업원들한테도 잘 이야기하여 차웅섭동무가 지배인직책에서 그냥 일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차웅섭동무가 사업을 원만히 하자면 아무래도 신의주의 아들을 여기에 데려오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한만규가 의견을 내놓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서계시더니 조용히 머리를 가로저으시였다.

《아직 서두르지 맙시다… 문제의 그 녀기사도 좀 만나보고… 생각을 해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팔짱을 끼고 허상민이쪽에 몸을 돌리시였다.

《부장동무의 의향은 어떻습니까. 이제 차웅섭동무가 지배인사업을 다시 하게 되면 틀림없이 또 P촉매생산공정에 달라붙을것 같은데.》

허상민은 눈길을 떨구고 묵묵히 서있다가 한참만에 힘들게 말을 꺼냈다.

《사실 촉매기술이란게 간단치 않은데 저는 차웅섭동무가 지배인권한을 가지고 늘 도수넘게 행동한다고 맞갖지 않게 여겼습니다. 공장기술협의회를 열고서… 어떻게 종전 촉매생산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완전히 도입할수 있는 방도를 의논해보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상민의 대답이 절충적이였지만 솔직한것이 마음에 드시였다.

《그렇게 해봅시다. 북천강화학공장 기술과장동무도 신심이 있어 합니다. 무엇보다도 기업관리를 책임진 지배인의 불같은 열정과 탐구심이 있고 사업수완이 있는데 잘 밀고나갈것입니다.》

《제가 공장당위원회에 내려가 당원들을 발동하여 새 촉매공정을 꾸리는 사업을 떠밀어주겠습니다.》

한만규의 말은 자책감으로 나직이 울렸으나 힘이 있었다.

폭이 좁은 화강석계단우에서 부관이 평양에서 전화가 왔음을 알려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계단을 올라가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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