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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아침.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승용차는 북천강화학공장을 향해 달리고있었다. 뒤좌석등받이에 편히 몸을 기대인 그이께서는 피로한 눈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드문히 보이는 거리를 내다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새벽녘에 숙소에서 얼마간 쪽잠이 들었으나 인츰 깨나시였다. 맨처음 머리에 떠오른것이 해임되였다는 북천강화학공장 지배인에 대한 생각이시였다. 홀아비로 고생스레 살아오다가 인생을 똑바로 마무리짓지도 못하고 해임되여 먼 타고장으로 떠나가게 되였다는 사람…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는 사람이였는데도 오래동안 가까이 사귀였던 사람이 당한 불우한 처지와도 같이 가슴을 파고드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비료생산에 영향주는 중소화학제품들과 중간원료들을 생산한다는 북천강화학공장을 돌아보면서 겸해서 차웅섭을 만나볼 생각이시였다. 승용차는 어느덧 북천강화학공장의 정문을 통과하여 나무들이 많은 구내기슭에 멈춰섰다. 차에서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손을 량허리에 짚고서 공장을 바라보시였다. 연푸른 록음속에 있는 담갈색의 생산직장건물들은 규모있고 채광이 좋아 아담한 맛이 풍겼다. 은빛아연도판을 씌운 지붕이 둥근 원통형의 액체원료저장탕크와 타일을 붙인 반응탑이 이른아침 해빛을 받아 유난스레 빛났다. 생산직장건물들을 련결하는 길과 앞뜰은 콩크리트포장을 하였고 변두리로는 측백나무들이 규모있게 늘어섰다. 작은 꽃블로크울타리를 한 화단들에는 어린 꽃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공장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으슥한 구석이나 어지러운곳이 보이지 않는다. 화학공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공기가 맑고 신선하다. 이렇게 생산문화가 잘 확립된 공장에는 언제나 착실한 일군이 있는 법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누구든 공장사람을 만나고싶으시였지만 아직 출근시간이 일러서인지 구내길은 조용하다. 맞은켠 건물의 파란 철문이 벌컥 열리더니 키가 작달만한 사람이 나왔다. 그는 작업복소매에 팔을 꿰면서 부리나케 걷고있었다. 승용차가 있는 이쪽은 살펴보지도 않고 구내길을 가로질러 반달음치였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찾으시였다.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돌아선 그는 한순간 멍하니 서있더니 급기야 알아보았는지 뛰여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쁨에 겨워 어쩔바를 몰라하며 인사를 하는 그 사람의 손을 잡아주며 물으시였다. 《동무는 어느 직장에 있습니까?》 《저는 공장기술과장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기술과장동무를 좀 만나보려고 했는데 마침 잘되였습니다. 그런데 어데로 그렇게 급히 가댔습니까?》 《보이라에… 갑니다.》 기술과장의 작업복은 시약과 기름때에 얼룩져있었다. 《보이라에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어제 퇴근시간무렵에 20톤보이라화실의 관이 잘못되면서 안벽이 무너지고 불판도 녹아붙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낮쯤 화실이 식은 다음에… 수리해보려고 했었는데… 글쎄 지배인동지가 벌써…》 《차웅섭동무가?》 《예, 제가 출근하자바람에 보이라에 전화해보니 지배인동지가 열관리공들을 데리고 밤을 새웠다고 합니다.》 《그럼 같이 가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술과장의 안내를 받으며 걸음을 옮기시였다. 두툼하게 보온을 하고 검은 방수지로 꼼꼼히 감싼 굵다란 증기배관이 쇠받침대에 얹혀 나무우듬지속으로 뻗어갔다. 소로길도 포장되여있었다. 《공장을 참 잘 꾸렸습니다. 나무들이 꽉 우거진게 공원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하시자 기술과장은 걸음을 늦추고 송구스러운 낯빛을 지었다. 작은 눈과 입주위에 활처럼 휘여들게 패인 주름살이 오십대에 이름직한 그의 얼굴에서 침착하고도 록록치 않은 인상을 더해주었다. 《공장이 처음엔 한심했습니다. 작은 생산건물 두채뿐이였습니다. 나무 한대 없고 도처에 웅뎅이가 널려있고 바위부리가 드러나있었습니다. 그러던걸 지배인동지가 와서부터 건설하고 꾸리고 했는데 몇해 잘 걸렸습니다.》 《기술과장동무, 생산문화랑 잘되여있는데 왜 계획을 제대로 수행 못하고있습니까?》 기술과장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얼굴은 그늘졌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건 다 저희네… 기술과에서 일을 쓰게 못해서입니다. 달마다 화학제품생산의 질에 대한 요구는 높은데… 기술과가 중간시험이나 기술문건작성에서 오유를 범하고 공정상요구되는 문제들을 제때에 풀어주지 못했습니다.》 기술과장의 론리있는 솔직한 말은 무척 허심하게 들렸다. 《기술과의 능력상문제입니까?》 《예, 저희들의 과학기술적자질이 낮은데 원인이 있습니다.》 《결함을 알면 고칠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잔등을 가벼이 떠밀며 걸음을 옮기시였다. 《기술과장동무, 이 공장 기사장동무는 새로운 P촉매생산이 안된다고 종전걸 그냥 생산하겠다고 하는데 동무 생각엔 어떻습니까?》 기술과장은 한동안 말이 없더니 신중히 입을 열었다. 《인젠 지배인동지가 해임되여… 기사장동무가 자기 마음대로 할것입니다. 그렇지만 종전의 촉매를 그냥 생산한다는건 사실 련합기업소적으로 볼 때 손해가 적지 않습니다. 그저 안전하고 무탈하다는것으로 해서 생산성이 낮고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그 촉매를 그냥 만들어쓴다는것은 국가적립장에 서지 않은 표현입니다.》 《음, 그렇다… 그러니까 동무는 새로운 P촉매를 그냥 내밀자는 주장이겠소.》 《예.》 《성공할수 있겠습니까?》 《있습니다. 결합제의 후처리공정을 조금만 더 심화시키면 됩니다. 이제 와서 그만둔다는건 정말 아쉽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술과장의 얼굴에서 진심을 읽고 물으시였다. 《P촉매를 연구했다는 그 녀기사는 어떤 동무입니까?》 《그 동무는 성실하고 재능있는 화학기사입니다. 우리 기술과에서 늘 <보배>라고 불리웁니다. 이름을 심혜옥이라고 하는데…》 《독신이라지요?》 《예, 마흔살이 넘도록 합숙생활을 하고있습니다. 시집을 가지 않고 여태 공장실험실에만 파묻혀있습니다. 지난 기간 성과가 많았는데 촉매제로 해서 고생을 했습니다. 요즘 지배인동지도 인계사업을 하고 P촉매생산도 못하게 된다니까 아주 절망에 빠졌습니다. 심혜옥동무는 P촉매를 연구하는데 6년세월을 바쳤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웅섭의 생활자료에서는 행실이 곱지 못한것으로 부정적으로 그려진 녀기사에 대한 평가가 좋은데 놀라시였다. 다시 구체적으로 료해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높다란 보이라건물의 철문은 량쪽으로 열려있었다. 20톤보이라 화구앞에는 젖은 가마니와 마대들이 무져있었다. 뜨거운 화실안에 들어가 일할 때 썼던것들인 모양이였다. 내화벽돌들을 깔고 앉아 담배를 피우던 서넛의 열관리공들이 뜻밖에 나타나신 그이를 맞이하게 되여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수고들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굴에 꺼멓게 재먼지가 오른 열관리공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였다. 그들의 발치에는 쇠장대와 물푸레자루를 맞춘 메와 불갈구리들이 널려있었다. 보이라화구에서는 아직도 뜨끈한 열기가 풍겼다. 열관리공들이 그런 속에 들어가 수리작업을 했으리라고 생각하니 그이의 가슴은 후더워지시였다. 기술과장이 애티나 보이는 열관리공청년에게 물었다. 《지배인동지가 어데 있소?》 《조금전에 옷을 갈아입고 후문쪽으로 나갔는데 아마 휴식하러 집으로 갔을겁니다. 지배인동지는 우리들과 같이 뜨거운 화실안에 몇번이나 들어가 불판의 슬라그를 까냈습니다.》 열관리공청년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지배인에 대한 감동과 신뢰감이 력력히 흐르고있었다. 《사람을 보내 데려오겠습니다.》 기술과장이 서두르는것을 김정일동지께서는 만류하시였다. 《놔두시오. 후에 만나지. 지배인동무가 밤을 팼다는데 집에서 푹 쉬게 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술과장과 같이 보이라건물을 나서면서 물으시였다. 《차웅섭동무가 열공학은 전문이 아니지요?》 《예, 무기화학이 전공인데도 증기동력학계통의 책들을 탐독하고 얼마나 파고드는지 인제는 공장에서 지배인동지만큼 보이라내막을 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공감되여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이께서 나무들사이의 소로길을 지나 공장구내에 세워둔 승용차로 가실 때는 종업원들이 한창 출근하고있었다. 정문쪽에서 풀빛《갱생》승용차 한대가 천천히 굴러와 멎었다. 지배인승용차였다. 공장에서 생산한 칠감을 새로 발랐는지 아침해빛을 받아 번쩍거렸다. 차문이 열리더니 살빛이 희고 해사하게 생긴 낯익은 사람이 점잖게 내렸다. 누구인가 손짓으로 불러 지시를 주는 그의 몸가짐에는 여유작작한 틀이 잡혀있었다. 어제밤 비료련합기업소 협의회에서 만났던 북천강화학공장 기사장이였다. 그는 구내기슭의 승용차곁에 조용히 서계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알아보고 기뻐서 뛰여왔다. 회색양복속에 받쳐입은 샤쯔는 풀을 먹여 다렸는지 하얀 목깃이 빳빳이 날이 섰다. 머리기름을 약간 바른 희멀쑥한 얼굴에는 사업과 생활의 근심이 없는 태평스런 기분이 떠돌고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화술배우마냥 류창하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가 공장을 안내하겠습니다.》 《됐습니다. 난 기술과장동무와 같이 보이라에랑 갔댔습니다. 그만 떠나려고 합니다.》 《?!… …》 한순간 기사장의 얼굴에 그늘이 스쳐지나갔다. 목소리는 주눅이 들었다. 《20톤보이라가… 최근에 좀 말썽을 일으킵니다. 오늘 낮에쯤 가서 화실이 식으면 수리하도록 과업을 주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분이 언짢으시였다. 해임되여 가지고도 밤새 보이라에서 열관리공들을 데리고 재먼지를 들쓰며 일한 차웅섭이와 너무도 대조되는 이 기사장과는 말할 멋이 있을것 같지 않으시였다. 《기사장동무, 공장실험실이 어데 있습니까?》 기사장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어렸다. 《저기 큰 버드나무옆의 건물 2층에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실험실을 아래층에 옮기느라 뒤죽박죽이 돼서 가실곳이 못됩니다.》 《심혜옥이란 기사는 있습니까?》 《어제부터 몸이 아프다고 출근하지 않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구내건너편 버드나무에 반쯤 가리운 실험실을 한동안 바라보시였다. 《그럼 기사장동무, 또 만납시다.》 그이께서는 차에 오르시였다. 승용차는 공장구내를 꿰질러 정문을 천천히 벗어났다. 거리에는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이 물결처럼 흘러오고있었다. 공장정문에서 멀어질수록 그 흐름은 성글어지였다. 운전수는 그이의 깊은 심중을 깨칠가 저어하듯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다. 《새로 건설한 함흥경기장으로 가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짤막히 말씀하고 좌석등받이에 몸을 묻으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