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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련합기업소 구내에는 밤교대 설비들이 돌아가는 소리만이 고즈넉이 울렸다. 합성직장 압축기수리공 강순배는 아까부터 도면말이를 손에 쥔채 관리부청사 건너편의 물전해직장모퉁이에서 서성거리고있었다. 그의 희망어린 초조한 눈길은 관리부청사에서 떨어지지 않고있었다. 지배인방의 넓다란 세 창문에서는 환한 불빛이 쏟아지고있었다. 지금 그 방에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모시고 시비년도비료생산문제와 관련한 협의회가 열리고있는것이였다. 련합기업소산하 공장 지배인들과 당비서들 그리고 오랜 기술자들과 기능공들이 참가했다. 강순배는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아버지의 옛 친구인 발생로직장의 최진구아바이와 자기네 합성직장에서 선발된 수리공 박아바이가 행복감에 취해 들떠서 옷을 깨끗이 차려입고 나란히 지배인방으로 가는것을 보았을 때 강순배는 부럽기도 하고 가슴이 쓰리기도 하였다. 애숭이 압축기수리공인 자기가 감히 그런 영광의 자리에 끼일수 없겠지만 한편으로 만약 아버지가 샅아계셨더라면 협의회에 꼭 참가했으리라는 쓰라린 아쉬움이였다. 강순배는 오늘 운수가 나빴다. 그는 해질녘에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기업소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자 일을 다그쳐 끝내고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갔다. 문지방에서 어머니와 마주쳤다. 《어머니, 나 꽃다발을 만들어줘요. 저기… 화분의 꽃들로…》 강순배는 가쁜숨을 몰아쉬며 성급히 말했다. 《화분의 꽃을?!》 어머니는 놀래서 눈이 둥그래졌다. 어머니의 어깨뒤 낮은 창턱에서는 이른봄부터 망울졌던 만수국과 초롱꽃들이 활짝 피여있었다. 그제서야 강순배는 꽃을 무척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겨우내 애지중지 가꾼 화분들임을 깨달았다. 《순배야, 꽃은 어디다 쓰려니?》 어머니는 아들의 귀뿌리에 묻은 검댕이를 손으로 닦아주었다. 《이제 우리 기업소에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오신대요.》 《뭐라구?!… 그분께서? 정말이냐?!… 자식두… 왜 진작 말하지 않구.》 어머니는 서둘러 방안에 들어갔다. 송이가 소담한 꽃가지들을 가위로 잘라 정성스레 생화묶음을 만들어 아들에게 주었다. 《어서 가봐라.》 어머니의 음성엔 뜨거운 진정과 가냘픈 희망이 어려있었다. 그러나 강순배가 향기그윽한 꽃다발을 가지고 기업소정문에 달려갔을 때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기업소구내에 들어가신뒤였다. 어디로 가야 이 넓은 기업소에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뵈올가?… 그이를 만나 아버지의 유언을 말씀드리고 도면을 보여드리면서 그전날 폭발사고를 낸 아버지를 대신해서 자기가 꼭 개조하게 해달라고 청원드리고싶은것이였다. 강순배는 황황히 생각을 굴리다가 압축기수리때문에 늘 가군 하는 현대적인 공작기계들이 규모있게 들어찬 공무직장으로 갔다가 다시 청정직장에 뛰여갔으나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뵙지 못하였다. 강순배의 예측은 빗나가고말았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바로 그가 압축기수리공으로 일하는 합성직장을 돌아보시고 비료하조장쪽으로 가신것이였다. 공기가 습하고 기름분이 떠도는데다가 1,500마력압축기들이 돌아가는 궁근 소음에 귀가 메일 정도인 압축기실을 그이께서 찾으신것이다. 500∼600기압으로 압축되는 암모니아의 고압가스가 어느 시린다계통이나 발브, 배관부위에서 터지기라도 하면 어쩔번했는가. 그래서 기업소에 찾아오는 외부손님들도 선뜻 들어서기 저어하는 합성직장이였다. 직장에 그냥 있었더라면 소원을 이룰번하지 않았는가.… 강순배는 때늦은 후회를 하며 지배인사무실에서 협의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것이였다. 어둠속에서 귀에 익은 발자국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뒤에서 뚝 멎었다. 《얘, 순배야…》 서글픈듯하면서도 한없이 부드러운 그 목소리의 주인은 어머니였다. 아마도 자기를 찾아나선 모양이다. 강순배는 관리부청사의 불빛에 주름살이 더 짙어보이는 어머니의 얼굴을 묵묵히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사망한 다음에 머리가 하얗게 세였고 쉰살이 아직 못되였는데 환갑나이녀성들보다 더 겉늙었다. 오로지 아들인 자기 하나를 바라고… 비료증산으로 당을 받들려는 아버지의 뜻을 아들이 실현하도록 대학공부를 시키고… 옳게 사람답게 살도록 이끌어준 어머니였다. 《순배야… 집으로 가자꾸나.》 《어머니, 난… 기어이 뵈옵고… 청원드리겠어요.》 어머니는 말없이 다가와 덩지 큰 아들의 어깨를 그러안았다. 도면을 쥔 아들의 억센 손, 튼튼한 어깨, 여드름이 내돋은 얼굴과 툭툭 뛰는 심장의 박동소리에서 어머니는 한번 먹은 마음을 굽히지 않는 강직한 남편을 그대로 느끼였다. 그것이 어머니는 눈물나도록 기뻤다. 《네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만나뵈면 얼마나 경사이겠니… 그렇지만 내 깊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너의 처사가 옳은것 같지 않구나.》 《?!…》 《기술부기사장동지두… 화학공업부장동지까지두 머리를 흔드는 도면인데… 그만두려무나. 남들이 우릴 어떻게 보겠니, 그 압축기개조도면을 가지고 너의 아버지문제를 해결받으러 다닌다고 하지 않겠니?》 《어머니, 무슨 말씀을?!…》 《순배야, 좀더 분별있게 처신하자꾸나. 돌아가신 너의 아버지 량심을 조금이라도 어지럽혀서는 안된다. 아버지는 압축기를 개조해서 비료를 더 많이 생산할 생각을 했지 그걸루 해서 덕을 보려는 생각은 꼬물도 없었다.》 어머니의 사려깊은 말마디들은 바위같이 버티고 선 아들의 가슴을 적시였다. 《그러면 어떻게 해요?!…》 강순배는 어머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소울음을 터치였다. 어머니는 가슴이 찢기는것 같아 그저 아들의 어깨를 쓰다듬기만 했다. 《진정해라… 모름지기 큰 어른들이 도리머리를 젓는걸 보면 너의 도면이 아직두 미흡하다는걸 말해준다. 더 생각해보는게 어떠냐?》 《어머니!…》 아들의 안타까운 부르짖음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 공간속으로 잦아들었다. 강순배는 불빛이 환한 지배인사무실 창문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채 어린 시절마냥 어머니의 손에 끌려 힘겹게 그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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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퍼그나 깊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배인사무실의 긴 앞상을 마주하고 앉으시여 사람들의 열정적인 토론을 주의깊이 들으시였다. 기능공들과 생산단위를 책임진 일군들의 토론은 기백이 넘치였다. 그들은 몸이 그대로 육탄이 되여서라도 당이 맡겨준 비료생산과제를 기어이 끝내겠다고 말하고있다. 그들의 불같은 결의로 하여 협의회분위기는 고조되였다. 비료생산은 문제없을듯 싶다. 앞자리에 앉은 한만규의 둥실한 얼굴에 만족한 기색이 어린것으로 보아 그는 사람들의 토론에서 그런 락관적인 확신을 얻은것 같다. 그러나 그 옆에 앉은 허상민의 얼굴엔 표정변화가 없다. 협의회를 시작할 때처럼 무겁고 침침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상민의 뒤줄에 앉은 오랜 기능공들의 얼굴을 믿음에 찬 눈길로 살펴보시였다. 자신께서 언젠가 탄먼지와 불연기 타래치는 발생로상에 올라가시였을 때 만났던 사람도 앉아있다. 인젠 퍼그나 늙었다. 이름을 최… 뭐라고 했는데 기억나지 않으신다. 그 로공의 얼굴도, 그옆의 기능공들도 도당책임비서의 열정과 확신에 어지간히 호응하는 표정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도의 앙양된 숨결이 느껴지는 협의회를 그대로 끝낼수도 있었지만 여전히 몸을 움직이지 않으시였다. 기업소자체의 기술적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실지 원인을 찾아내고 전력과 석탄 같은 련관부문의 보장조건에 대비하여 비료를 증산할수 있는 현실적인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였다. 열정과 주먹을 부르쥐는 결의도 물론 좋다. 그러나 그것은 한편으로 경제사업의 진실, 난관의 산 실태를 가리우는 결과를 빚어낼수 있다. 부족점, 결함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파고들지 않고 추상적인 열정, 공뜬 결심으로 극복할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앞상에 팔굽을 짚고 말씀을 시작하시였다. 《동무들이 아주 열정적인 토론을 했습니다. 나는 동무들이 시비년도화학비료생산을 위해 분발해나선것을 감사히 생각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종업원궐기모임진행자료를 보아도 그렇고 오늘 협의회에서 한 토론을 들어봐도 결의는 높은데 현존설비와 원료, 자재를 가지고 비료를 증산할 이렇다 할 구체적인 방안은 잘 서있지 않습니다. 나는 기업소를 돌아보면서 생각되는바가 많았는데 그중에서 한가지 말하려고 합니다. 비료생산마감공정인 하조장에 가보니 온 기업소 종업원들이 떨쳐나서 오색기발을 띄워놓고 비료를 수지마대에 넣어 포장하고있었습니다. 도예술단배우들이 나팔을 불고 북을 치는 속에서 기능공들과 기술부 기사들, 일군들이 런닝바람에 삽을 들고 땀을 흘리며 비료를 손으로 포장하고있습니다. 나는 경제선동과 종업원들의 사상동원상태에 대해서는 긍정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가 심중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비료하조장의 한켠구석에는 3대의 자동하조기가 고장나고 녹이 쓸어 서있었습니다. 만약 그 자동하조기 3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수많은 종업원들이 동원되지 않아도 될것입니다. 이것은 련합기업소 일군들의 생산과 기술에 대한 낡은 관점을 여실히 말해주는 실례입니다. 왜 이렇게 일하고있습니까? 련합기업소에 수백명이나 되는 기능공, 기술자, 기사들이 그래 하조기계 몇대를 수리못해서 삽으로 힘겹게 일한단 말입니까?》 한만규도 허상민도 벌개진 얼굴을 숙였다. 뒤줄에 앉은 기능공, 기사들은 심각한 낯빛이였다. 기침소리조차 없는 무거운 정적을 깨치며 김정일동지의 낮으면서도 설득력있는 목소리가 모인 사람들의 가슴에 흘러들었다. 《화학공업은 반응로와 고압설비들, 탑들에서 원자, 분자를 쪼개거나 합하여 물질의 성질을 근본적으로 변경시켜 제품을 생산하는 복잡한 공업입니다. 다른 어느 공업부문들보다도 정밀성과 신중성을 요구하는데 힘내기와 같은 방법으로 과연 비료생산을 얼마큼 추켜세울수 있겠습니까. 부장동무, 화학공장들은 응당 두뇌로 돌려야 하지 않습니까? 도당책임비서동무의 정치사업이 현장지원 같은 동원에 머물지 말고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 사람들의 창발성과 재능을 발양하고 떠밀어주는데로 지향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앞줄에 앉은 두 일군에게 눈길을 보내시였다. 《동무들도 알고있는것처럼 지금 나라의 비료형편은 대단히 긴장합니다. 동해안지대의 적지 않은 농장들은 아직 비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하든 동무들, 흥남비료련합기업소 로동계급의 머리속에서 방도가 나와야 합니다. 미달한 비료를 결정적으로 보충하고 생산을 크게 장성시킬수 있는 기술적방안이 서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외국에서 비료를 사와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큰 비료공장과 당에 충실한 로동자, 기술자들이 있는데 비료를 자급자족하지 못한다는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김정일동지의 절절한 목소리는 지배인방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였다. 허상민은 퍼그나 수척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모습을 보느라니 가슴이 돌처럼 굳어짐을 느꼈다. 그이께서 이 비료련합기업소 현지에까지 오시여 압축기들과 합성탑구역을 돌아보시게 하고 밤이 깊어도 떠날수 없게 한 책임은 바로 화학공업부 부장인 자신한테 있는것이다. 그러면서도 허상민은 한편으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비료생산과정의 기술적특성을 심원하게 파고들어 난관을 해결하시려는데 놀라고 경탄하였다. 종업원들에 대한 사상동원이 실천성있는 기술방안을 탐구하는데로 돌려져야 한다는 그이의 지론에 가슴뿌듯한 공감을 하게 되는것이였다. 그런데 과연 나는 어떤 기술적대책을 세울수 있는가?… 허상민은 문득 강순배의 압축기개조안을 상기했으나 마치도 품속에 시한탄을 안기라도 한듯이 그 생각을 털어버렸다. 공장기술부기사장도 도리머리를 젓는 그 개조안을 이 바쁜 대목에 성사시키겠다고 기계를 뜯는것은 섶지고 불속에 들어가는 모험이였다. 허상민의 뒤에서 한사람이 주저하듯 조용히 일어섰다. 비료련합기업소 기사장이였다. 그는 자기를 뒤돌아보는 허상민의 의혹짙은 눈길앞에서 약간 난처한 표정이였으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은듯 입을 열었다. 《일반적으로 화학공업에서는 촉매가 중요합니다.… 우리 련합기업소에서도 비료생산을 지금보다 더 올릴 가능성을 촉매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겁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반가워 비료련합기업소 기사장의 길쑴한 얼굴을 건너다보시였다. 그이의 너그러운 표정에 고무를 얻은 기사장은 아까보다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최근에 북천강화학공장에서 압축가스합성에 효과적인 새로운 P촉매를 연구하고있는데… 그런 촉매를 만들어주기만 하면… 현존설비로써도 생산을 좀더 올릴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딘가 못마땅해하는 허상민의 표정을 감득하시였다. 허상민이 자리에서 움쭉 일어났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가 북천강화학공장에 나가봤는데… 그 촉매는 아직 결합제의 조성도 불완전하고 기술공정상 미흡한 점이 많아 도입을 못하고있습니다. 기사장동무는 그것을 잘 알면서…》 김정일동지께서는 너그러운 표정을 지으시였다. 《부장동무, 기사장동무를 탓하지 마시오. 저 동무도 안타까우니까 그런 문제도 제기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촉매와 같은 협동생산품에서 비료증산의 작은 방도라도 찾으면 좋은겁니다. 가능성이 많건적건 비료생산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할수 있는 방안들이면 다 모아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방안을 둘러보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럼 어디 당사자들한테 물어봅시다. 북천강화학공장 지배인동무.》 대답소리도 일어나는 사람도 없다. 방안은 조용했다. 잠시 침묵끝에 한만규가 몸을 일으켰다. 《저… 얼마전에 도당위원회는 북천강화학공장 지배인동무를 해임하였습니다.》 《해임이라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알고있느냐는듯 허상민에게 눈길을 돌리시였다. 허상민이 조용히 일어났다. 《차웅섭동무는 지난해와 금년에 들어와 여러달째 생산계획을 엄청나게 미달했습니다. 공장관리를 원만히 하지 못하고 협동생산품인 비료생산에서 특별히 중요한 촉매를 제때에 생산보장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부터 새 촉매를 만든다면서 종전 촉매제생산을 계획대로 보장하지 못하면서 기술공정까지 망가뜨리는 과오를 범했습니다.》 《비료생산을 추세우지 못하는 책임의 한 모퉁이가 그 지배인에게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상민이 앉은 다음에도 한동안 생각에 잠기셨다가 눈길을 드시였다. 《그럼 그 화학공장에서 누가 왔습니까?》 뒤줄에서 살빛이 희고 해사하게 생긴 사람이 기다리고있었던듯 성큼 일어났다. 《제가 북천강화학공장 기사장입니다.》 《동무는 촉매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화학공업부장동지의 말씀이 옳습니다. 새로운 P촉매생산은 아직은 가능성이 없습니다. 지배인동무는 실험실적연구단계에서 어지간히 성공하자 생산기술공정상 심중한 고려를 하지 않고 성급히 도입하겠다고 종전의 생산공정을 해체하고 새로운 촉매생산을 위한 공정을 꾸렸습니다. 결국 새 촉매제생산은 뜻대로 되지 않고 종전의 촉매제생산은 중단되여 비료생산에 큰 장애를 조성했습니다. 지금 우리 공장에서는 종전 촉매생산공정을 복구하고있습니다.》 모처럼 나왔던 방안이였지만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주지 못하였다. 화학비료생산의 실제적난관이 짙게 머리우에 드리웠음을 증명해주듯 사람들은 고개를 짓수굿하고서 말이 없었다. 그이께서는 시계를 보시였다. 《상민동무, 밤이 깊었는데 이만 협의회를 마칩시다. 돌아들 가서 여기에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과도 의논하고… 다같이 머리를 짜서 좋은 방도를 모색해봅시다.》 사람들은 발소리를 죽이며 걸어나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배인책상의 송수화기를 들어 도당교환이 나오자 평안남도에 내려가있는 정무원총리를 찾아달라고 하시였다. 그리고는 담배를 꺼내여 허상민과 한만규에게 권하시고 자신도 한가치 붙여무시였다. 연푸른 담배연기가 천정으로 떠올랐다. 오래지 않아 총리가 나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들고 총리와 반가이 인사말을 나누시였다. 《…나도 건강합니다. 현장에 오래 있지 말아달라… 일없습니다. 비료공장이 그렇게 위험한곳이면 여기 로동자들과 일군들은 어떻게 지내겠습니까. 너무 걱정마십시오. 내가 전화한건 다름이 아니라 검덕광산문제때문입니다.… 광업담당 부총리한테서 보고를 받았으면 그렇게 합시다. 정무원이 검덕광산에 마음먹고 투자를 큼직이 해야 합니다. 경공업제품이나 수산물은 다른 나라에 팔지 말고 우리 인민의 생활향상에 돌리면서 검덕광산같은데 투자를 집중해야 합니다. 이것은 수령님께서 의도하시는 문제입니다. 정무원은 대형장거리벨트콘베아를 놓는 문제를 비롯해서 앞으로 검덕광산에 큰 힘을 넣어 그 광산을 한해에 수억파운드의 외화를 벌수 있는 튼튼한 유색금속광물생산기지로 꾸려야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래 총리동무, 지금 평남도의 경제실태는 어떻습니까. 평남도에서야 석탄과 강재가 기본인데 시원히 나갑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동발목을 넉넉히 대주니 석탄생산은 잘 펴이고있습니다. 이달에는 <70일전투>때의 기록적인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석탄은 괜찮은데 강재생산이 좀 긴장합니다. 제가 어제 강선제강소에 나가보니 상반년 강재생산계획을 지표별로 힘들게 수행했습니다. 당창건기념일전으로 6개년계획의 철강재고지를 기어이 점령하겠다고 결의는 하고있는데…》 《총리동무, 수령님께서는 강선로동계급을 언제나 믿고계십니다. 강선로동계급은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그 동무들이 천리마에 속도전을 가한 기세로 계속 내달릴것입니다. 총리동무는 늘 철을 걱정하는데 이제 무산-청진장거리정광수송관건설을 빨리 다그쳐 완공하면 김철도 쑥 일떠설수 있습니다. 은률광산에 놓은 대형장거리벨트콘베아가 가동을 시작했으니 황철도 큰 소리를 치게 됐고 오래지 않아 우리 나라의 강철공업은 세계의 발전된 나라들의 수준에 당당히 올라설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무원이 부문들간의 경제적련계를 잘 보장하며 일군들이 신심을 가지고 기백있게 생산지휘를 하도록 일깨워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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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련합기업소는 어둠속에서도 거창한 륜곽을 드러내고있었다. 승용차는 넓다랗게 포장한 구내길을 소리없이 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뒤좌석에 앉은 두 일군쪽에 반쯤 고개를 돌리고 물으시였다. 《아까 말하던 그 차웅섭동무가 지배인사업을 얼마나 했습니까?》 《북천강화학공장에서 거의 20년 사업했습니다.》 한만규가 대답드렸다. 《오래 했구만. 북천강화학공장이 중소화학제품들과 시약원료들을 많이 생산하는 중요한 공장인데… 거기서 20년동안 계속 지배인사업을 해왔다면 전에는 일을 괜찮게 했다는것이 아닙니까.》 《예… 차웅섭동무가 그전에는 일을 잘했습니다. 그런데 몇해어간에 와서 공장생산계획을 수차 미달하더니 나중엔 촉매생산에까지…》 《그 동무가 어디 앓지는 않습니까?》 《건강은 괜찮습니다.》 《책임비서동무는 차웅섭동무가 그런 과오를 범하게 된 원인이 어데 있다고 봅니까?》 《환갑나이가 돼와서 그런지 사람이 고집스러워지고… 화학공업부장의 충고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공장기사장을 밀어제끼고서 기술문제를 혼자 다 아는것처럼 독단을 부렸습니다. 나이많은 사람의 일종의 공명심이라고 봐야 할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공장실험실의 녀기사를 정도이상으로 도와주다가 랑패를 보고 복잡한 문제를 야기시켰습니다. 일에 드바쁜 지배인이 한가하게 북천강에 낚시질 다닌 문제와 녀성관계문제는 여론으로 제기된것이여서 지난번 생산총화뒤끝에 제가 따로 말해주기까지 했습니다.》 승용차는 어느덧 주위에 소나무들이 울창한 숙소마당에 와 멎었으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알지 못한듯 그냥 앉아계시였다. 차에서 내리신 다음에도 여전히 말씀이 없으시였다. 허상민은 사유를 더 분명히 설명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차웅섭동무에게 녀성문제는 좀 제기될수 있다고 봅니다.》 《왜 말입니까?》 《그 동무는 혼자 살고있습니다.》 《부인이 어떻게 됐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라와하시였다. 《병으로 몇해전에 사망했습니다. 집살림을 돌봐주던 조카딸마저 대학에 가다보니 지배인동무는 혼자서…》 《차웅섭동무에게 자식은 없습니까?》 《아들이 하나 있는데 신의주화학섬유공장에서 기사로 일하고있습니다. 그래서 도당책임비서동무는 차웅섭동무를 아들한테 보내려고 합니다. 지배인동무가 과거에는 일을 많이 했기때문에 로력훈장을 내신했습니다. 제가 평북도 화학공장들에 출장을 가면 그곳 도당책임비서동무에게 어데 료양소 소장같은 알맞춤한 자리를 부탁하겠습니다.》 잔바람이 가시자 소나무숲에는 정적이 깃들었다. 한참만에 그이께서는 천천히 말씀을 꺼내시였다. 《나이도 많고… 촉매기술공정을 함부로 다루어 과오를 범하고… 생산계획도 자주 미달하고… 해임리유는 복잡하구만… 책임비서동무는 공장에서 돌아간다는 그 여론을 믿습니까?》 《믿지는 않지만… 참고를 했습니다. 사실이 아니라 해도 그런 어둑시근한 말들이 공장종업원들앞에서 지배인의 도덕적인격을 떨구고 사업권위를 허물어내리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해임리유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이의를 갖지 않는것 같은 도당책임비서를 신중히 바라보시다가 허상민에게 눈길을 건네시였다. 그러나 해임시킬것을 애초에 건의한 그에게서 아들네 집에 가는 지배인에 대한 동정외의 다른 의향을 기대할수 없으시였다. 《책임비서동무는 차웅섭동무를 만나보았습니까?》 《예, 해임담화를 제가 직접 했습니다.》 《내가 말하는건 지배인자리에서 떼버릴 결심을 내리기 썩 전에 만나보았는가 하는것입니다.》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도당조직부지도원을 공장에 내려보내 실태를 알아보게 했습니다.》 한만규는 지배인의 해임문제를 이토록 파고드시는 그이앞에서 어쩐지 당황해나고 소침해졌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지배인을 뗀 자기의 처사가 북천강화학공장의 생산정상화와 관리운영의 발전을 위해서 원칙적으로 옳았다는 확신은 가지게 되는것이였다. 그리고 지배인자신이 더 인격손상을 당하지 않고서 아들한테 가게 되니 다행스러운 일인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왜 그런지 까닭모를 엷은 불안이 안개마냥 서려들며 마음이 개운하지 못하고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아담한 2층건물인 숙소의 창문들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마당가의 허리굽은 소나무들에 희미한 음영을 던지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굳어진 자세로 서있는 한만규의 등을 가볍게 밀어 숙소쪽으로 걸으시며 말씀하시였다. 《내 저녁에 오면서 보니 흥남의 로동자거리가 한적해보입니다. 로동계급이 사는 공장지구의 저녁거리인데 좀 흥성거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즘 화학비료생산이 긴장해서 현장지원이랑 하느라…》 《사람들의 정서생활문제를 그렇게 보면 안됩니다. 생산이 바쁘지 않을 때가 있습니까? 생산은 생산이고 생활은 어디까지나 생활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걸음을 멈추며 타이르듯 말씀하시였다. 《책임비서동무, 그 퇴색한 <맥주집>간판을 번듯이 다시 써붙이고 함흥쪽에 가서라도 맥주를 더 실어다가 넉넉히 팔아주시오. 선술집 같은것도 차리면 좋습니다. 광포목장에서 오리가 많이 생산되는데 선술집에서 불고기를 하시오. 로동자들이 저녁에 퇴근하다가 시원한 맥주를 마시든가 선술집에서 오리불고기에 술 몇잔씩 하고서 기분좋게 이야기하며 집으로 갈수 있을것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만규는 가책속에 조용히 대답했다. 밤바람에 솔숲이 고요히 설렁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