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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변덕스러워졌다. 도기상관측소에서 보내온 함경남도 앞바다의 일기예보는 불안한것이였다.
낮부터 부슬비와 소나기. 북동풍이 10∼15m로 강하게 불고 물결은 2.5∼3m ※ 바다에서는 배들이 폭풍을 주의할것.
망망한 대양쪽에서 납덩이같은 구름더미가 섬상공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낮추 떠왔다. 시험항행을 기다리고있는 함정이 넘실대는 물결에 선체를 기우뚱거렸다. 경비함의 마스트우에서 기발이 펄럭거리고 갑판에 정렬한 해병들의 모자댕기가 흩날렸다. 섬해병들의 생활을 돌아보고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무력부장과 해군사령부 장령들과 함께 섬의 잔교쪽에 나오시였다. 후드득, 비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은 옷자락을 성급히 들추었다. 네모진 얼굴이 검실검실하게 탄 육중한 체구의 해군사령관은 수평선을 점점 내리덮는 구름을 불안스레 바라보며 그이께 말씀올렸다. 《아무래도 시험항행을 미뤄야 할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범상스런 기색으로 말씀하시였다. 《그닥 사나운 날씨는 아닙니다.》 해군사령관은 중키의 해군장령에게 짤막한 준비구령을 주었다. 잔교와 경비함, 새 함정의 갑판에서 잇달아 구령소리가 울리고 해병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삽시에 출발준비를 완료한 해병들을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더니 줄곧 파도에 흔들거리는 함정쪽으로 걸으시였다. 잔교의 넓다란 바위기슭에는 사민복을 입은 여러명의 실무일군들이 모여서있었다. 선박공업부문의 일군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속에서 하영술기사를 인츰 알아보시고 걸음을 멈추시였다. 몸집이 작고 환갑나이보다 훨씬 겉늙어보이는 하영술은 볕에 탄 얼굴이 너무 긴장해서인지 꺼멓게 질려보였다. 자기의 반생애를 바쳐온 발동기의 운명을 판가리하는 마당이니 어찌 마음편해서 서있겠는가. 앓는 안해를 돌보지 못하고 집에도 거의나 들어가지 않고 고심해온 창조의 열매가 저 풍랑바다에서 제 성능을 보이지 못하면 늙은 하영술의 의기는 아주 꺾이고 주저앉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수 있다. 가뜩이나 그의 재능을 미심쩍어하고 《고집쟁이령감》이 과연 빛을 보겠는가고 회의적으로 대해온, 그래서 방해도 적지 않게 해온 공장의 일부 사람들앞에 하영술은 실패하고 돌아갈수 없을것이다. 기술자로서 자기가 주장하는 진리와 의지가 꺾이는것은 인생이 파멸하는것과 같이 비참한것이다. 늙은 하영술의 심장은 그런 실패를 견뎌내지 못한다… 성공과 실패가 단순히 인간의 재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된다는것은 얼마나 공정하지 못한 일인가. 재능을 떠받들고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와 무수한 번민의 고통, 생활의 희생, 세월속에 사라진 젊음, 강물처럼 흘러간 피의 노력은 무엇으로 보상되는가? 성공하지 못하여 빛을 못보고 력사에 묻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사색에서 깨여나시자 하영술을 손짓으로 찾아 가까이 오게 하시였다. 《기사동무는 발동기의 가동상태를 살펴봐야 하지요?》 《예…》 《나와 함께 새 함정을 탑시다.》 그이의 뜻밖의 말씀에 놀라고 당황한것은 하영술보다 수행일군들이였다. 인민무력부장과 해군사령관은 잔교길을 막아섰다. 《안됩니다. 어떻게 그런 모험을…》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위험합니다. 폭풍이 일기 시작했는데…》 김정일동지께서는 해군사령관과 둘러선 장령들의 절절한 청원의 낯빛들을 일별하시고 범상히 말씀하시였다. 《너무 걱정들 마시오. 날씨가 험해야 배타는 맛도 있습니다. 해군사령관동무도 같이 탑시다.》 그이의 굵직한 음성은 잔교기슭에 거칠게 부딪치는 파도와 바람소리를 눌러버렸다. 해군사령관은 움쩍하지 않았다. 그는 길을 막고 그냥 서있는것이 죄송스러운지 나직이 간청드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럼 경비함을 타시고 저희들의 시험항행을 보아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해군사령관의 고집스런 얼굴을 띄여보고 너그러운 표정을 지으시였다. 《경비함은 나이많은 무력부장동무와 실무일군들이 타시오. 새 함정은 이 하영술동무랑 우리 로동자, 기술자들이 지혜를 합쳐 만든것인데 내가 해병들과 같이 타면서 성능을 검열해보겠습니다.》 해군사령관이 더 말을 못하는데 인민무력부장이 장미 수북한 눈에 한가득 근심을 담고 말씀드렸다. 《발동기가 풍랑속에서 어떻겠는지 완전한 파악이 없습니다. 시험항행에서 무슨 정황이 생길지 모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안녕을 위해 몹시 왼심을 쓰고있는 장령들에게서 돌아서 하영술에게 물으시였다. 《기사동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설계도 제작도 다 맡아했는데 발동기가 저런 파도에 견딜것 같습니까?》 장령들과 수행원들, 실무일군들이 일제히 자기를 쳐다보자 가뜩이나 어리무던한 하영술기사의 얼굴엔 당황과 주저, 두려움, 불안과 같은 형용키 어려운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하영술기사의 용단을 내리지 못해하는 심중을 헤아리신듯 너그럽게 고무해주시였다. 《내 걱정은 말고 대답해보십시오.》 하영술은 잔교아래에 정박해서 파도에 흔들거리고있는 함정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앞에는 발동기를 연구하던 지난날의 쓰라린 고충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절망의 나락에서 헤매던 그때 자기에게 힘과 의지와 믿음을 주신분은 오로지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이시였다. 그 믿음과 기대에 한목숨바쳐 보답할 때는 드디여 온것이다. 《이쯤한 파도와 폭풍에 견뎌내지 못한다면야 그게 무슨 새 발동기겠습니까. 그렇지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타시는것만은…》 《난 하영술동무와 군수공장로동계급을 믿습니다. 기술자의 담보가 있고 당이 믿는데 배가 잘못될리 있습니까. 발동기는 성공할것입니다. 기사동무, 갑시다.》 그이의 확신에 찬 목소리는 순간에 폭풍도 바다도 잠재운듯싶었다. 장령들과 수행일군들은 그이의 결심을 막을수 없음을 깨달았다. 몇분후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모신 새 함정을 앞세우고 호위함정들과 경비함이 섬을 출발했다. 세찬 바람이 집채같은 파도를 몰아왔다. 낮게 드리운 광대한 검은 구름장에서 비줄기가 억수로 쏟아져내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타실이 있는 선수쪽 갑판에 해군사령관과 같이 서계시였다. 흰갈기를 문 검푸른 파도가 배전을 때리고 갑판우에 바다물을 들씌웠다. 바람에 기폭처럼 날리는 김정일동지의 비옷자락은 파도의 비발과 비물에 젖어들었고 신발은 갑판에 들씌워진 파도물에 잠기군 하였다. 산같은 파도가 맞받아오고 함정이 강한 충격으로 흔들릴 때마다 해병들은 긴장한 얼굴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보았으나 그이께서는 끄떡도 않으시고 쌍안경으로 거치른 수평선과 륙지쪽을 태연히 관망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장에게 고개를 돌리며 큰소리로 속도를 물으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중속으로 달리고있습니다.》 《기관상태는?》 《기사아바이가 정상이라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만족해하며 해군사령관에게 호탕히 말씀하시였다. 《역시 배는 파도가 사나울 때 타니 제맛이 나는구만. 나도 해병이 된 심정입니다. 지난 조국해방전쟁때 주문진앞바다에서 용감한 우리 해병들이 미제순양함을 이렇게 맞받아나갔을겁니다. 정장동무, 기사아바이 허락을 받아 한번 최대속도를 놓아보시오.》 정장은 기관실에 통하는 전성관으로 하영술기사와 말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힘있게 전령기를 움직였다. 쏴- 하는 물갈기소리와 발동기소리가 폭음처럼 높아지며 고막을 멍하니 울리였다. 함정은 배머리를 쳐들고 밀려오는 파도를 가르며 쏜살같이 내달렸다. 폭풍도 미처 따라오지 못해 헐떡거리고 지쳐 숙어드는듯 싶었다. 함정의 성능에 대한 위구심은 자취없이 사라졌다. 산같은 파도는 방추형의 날카로운 배전에서 산산이 부서져 물안개로 날아갔다. 찝찔하고도 써늘한 비발이 얼굴에 뿌려졌으나 그이께서는 닦을념을 안하고 폭풍에 설레는 넓으나넓은 바다에서 눈길을 떼지 않으시였다. 《해군사령관동무, 함정의 성능이 어떻소?》 《대단합니다.》 해군사령관은 기쁨으로 하여 흥분된 심정을 억제하지 못해 쇠란간을 꽉 부여잡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비발에 축축히 젖은 가슴에 팔짱을 끼시였다. 이윽고 뒤따라오는 경비함의 갑판에서 함정의 성능에 경탄한 해병들이 두팔을 흔들어 만세를 불렀다. 함정은 큰 반경의 원을 짓더니 섬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배머리에서 폭포수와도 같은 비발이 뚱기쳐올라 안개마냥 흩날린다. 배기관소리는 변함없이 고르롭고 률동적이다. 김정일동지께서 기관실로 가보시려는데 온 얼굴이 땀에 푹 젖은 하영술기사가 갑판실뚜껑을 열고 천천히 올라왔다. 그이께서는 하영술을 부축하여 선수갑판으로 데리고 가시였다. 그가 쇠란간을 잡은 다음에야 따뜻이 물으시였다. 《얼굴이 좀 창백한것 같은데 혹시 배멀미를 한게 아닙니까?》 하영술의 주름짙은 얼굴에 고요히 미소가 피여올랐다. 《기관실에서… 너무 긴장해있었더니 그런 모양입니다.》 《수고했습니다. 발동기상태는 별일 없지요?》 《예, 센 파도에 고속을 놓았는데도 기관이 끄덕없구 소리도 좋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부심에 넘쳐있는 하영술의 두손을 꽉 잡아주시였다. 《기사동무, 성공을 축하합니다. 우리 해군이 크게 위력을 떨칠수 있게 되였습니다.》 《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덕입니다. 저에게 의지를 주시고 믿음을 주셨기에…》 하영술은 젖어드는 눈굽을 슴벅였다. 《아닙니다. 기사동무가 일생을 바친 탐구의 열매입니다. 공로가 큽니다. 조국은 기사동무의 재능을 높이 평가할것입니다.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인제는 쉬면서 발동기를 만드는 기술지도를 해주십시오. 이런 함정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해병들이 조국의 바다를 철벽으로 지켜낼수 있을것입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신임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하영술의 눈물에 젖은 얼굴이 행복감으로 빛났다. 그는 머나먼 산줄기에서 가느다란 시내물로 시작된 자기의 곡절많은 탐구와 인생이 마침내 바다에 안겼다는 안도감, 그 바다의 품에서 기술자로서의 인생이 새롭게 시작되였다는 감격으로 하여 울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만시름을 잊으신듯 오래도록 바다를 바라보시더니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오늘은 바다가 참 좋습니다.》 폭풍은 숙어들지 않았다. 하늘을 덮은 먹구름장들이 이따금 쩍쩍 갈라지고 해살의 눈부신 줄기가 쉬임없이 물너울을 일으키는 바다를 따뜻이 어루만진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물보라가 튀여오르는 배전에 몸을 기대신채 광란하는 바다에 정깊은 눈길을 보내시였다. 그이께서는 바다를 사랑하신다. 하얀 물거품을 앞세우고 백사장으로 달려오는 티없이 순진하고 명랑한 아이들같은 바다, 아기를 안아 잠재우는 어머니와도 같이 풍만한 서정으로 별세계의 우주를 품고 설레이는 달밤의 고요한 바다도 사랑하지만 폭풍이 울부짖는 거칠고 사나운 이런 바다를 더 사랑하신다. 인간의 깨끗한 량심, 정열과 기상, 굽힐줄 모르는 의지의 상징인양 머나먼 수평선너머로 끝간데없이 가득차 뒤설레는 푸른 바다, 노호하는 바다에서는 생명의 시원을 창조한 어머니 대자연의 장엄한 교향악이 울린다. 수억만 인류의 사랑과 리성의 목소리가 그 음악에 담겨있는듯 싶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바다의 정서에 오래오래 몸을 잠그고싶으시였다. 그러나 벌써 시험항해로 하여 일시 멀어졌던 당, 경제사업들이 뇌리에 갈마들기 시작한다. 비발속에 마천령산발이 솟아나고 검덕과 룡양의 믿음직한 광부들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수천길 지하막장에서 석수와 땀에 젖으며 침식을 하면서 광물을 캐내는 평범하고도 성실한 사람들, 백금산을 타고앉은 영웅광부들에게로 쏠리는 마음을 어쩔수 없으시였다. 일군들이 일만 일이라고 하면서 귀중한 광부들의 운명과 생활을 진심으로 돌보아주지 못할것만 같아 걱정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물마루를 꿰지르느라 선체가 진동하는 함정의 선수갑판에 그냥 서계시였다. 태질하는 파도우에 검덕막장의 간데라불이 솟아올랐다. 가는 불종대에서 혀끝을 날름거리며 인차안을 비치던 간데라불… 불은 환해서 좋은데 손에 들기 불편하다. 광산일군들은 갱에는 간데라만한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중세기 유물이다. 대형광차, 적재기, 착암대차와 같은 현대적광산설비들이 돌아가고 기본갱들에 태양등이 환한데 막장광부들은 여전히 간데라를 들고 싸리안전모를 썼다. 수지가 많이 나오는 시대인데 안전계수가 높은 수지안전모에다 불까지 달아주는것이 좋을것이다. 조명달린 안전모… 경공업과학원에서 조금만 연구하면 얼마든지 만들어낼수 있을것이다. 갱내 공기도 시원치 못했다. 벨트콘베아굴을 뚫을 때 숲이 무성한 산쪽으로 통풍구들을 여러개 더 내도록 해야 할것이다. 보건부산하 의학연구소 학자들을 검덕광산에 내려보내야겠다. 갱내 온도와 습도가 정상수치를 기록하는지, 남포약가스와 아연광발화물질들로 하여 광부들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지 않는지 연구해봐야 한다.… 폭풍은 여전히 세찬 멀기를 일으켰다. 먹구름장들은 빠른 속도로 밀려간다. 바다는 잠들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