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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김정일동지께서는 동부지구로 떠날 차비를 하시였다. 수행할 일군들이 먼저 평양역으로 나간뒤 주성욱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는 지함에 문건들을 넣는것을 돕고나서 말씀드렸다.

《저… 옷을 같아입으시지 않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이 입은 네알배기단추의 혼방직옷매무시를 살펴보고 미소를 지으시였다.

《괜찮소. 일하러 가는 사람이 옷을 쭉 빼선 뭘하겠소. 길차비가 다 됐으면 우리도 어서 떠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관에게 문건지함을 들리고 자신은 배불룩한 서류가방을 드시였다. 집무실을 나서려던 그이께서는 문득 걸음을 멈추시였다. 무언가 잊어버리고 떠나는것 같은 허전한 예감에 잡히신것이다.

《성욱동무, 정의빈선생의 <수술일기>를 지함에 넣었지?》

《예, 한권을 넣었습니다. 다른 한권은 말씀대로 외과의학협회 실장에게 보냈습니다.》

《그 박사선생이 다 보지 못했겠지?…》

《제가 아까 전화해보니 절반나마 보았습니다. 마침 함흥의대병원에 갈 일이 있다기에 우리 렬차로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끄덕이고 물으시였다.

《일전에 건사하라던 물부리가 있지?》

《예.》

《그걸 가져오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관이 가져온 쌉쓰레한 쑥냄새가 도는 생당쑥물부리를 받아보며 생각깊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이걸 가지고 갑시다. 흥남에도 들리겠는데… 혹시 알겠소. 물부리 임자를 만나게 될지… 성욱동무도 이제 흥남에 가면 시간을 내여 좀 알아보오. 이 물부리를 받을 사람은 모름지기 그 녀성에게 더없이 귀중한 사람일것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을 나서시였다. 층계를 내려 활기찬 걸음으로 아래층 홀을 지나시였다. 아침해빛이 비쳐드는 청사의 바깥 현관채양밑에 승용차가 대기하고있었다.

 

렬차는 성긴 소나무숲들과 야산들이 펼쳐진 평양준평원지대를 쾌속으로 달리고있었다. 검소하게 꾸린 《렬차집무실》의 반쯤 열어놓은 차창으로 들판의 구수한 흙내와 거름내가 섞인 훈훈하고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든다.

묵직이 드리운 창가림사이로 반원을 그리며 멀어지는 운무에 싸여 조으는 산들과 푸른 논벌이 흘러갔다. 오색기발들이 펄럭이는 방뚝에서 예술선동대공연이 있는지 농장원들, 지원자들이 하얗게 모였다. 새납소리, 북소리… 경쾌한 민족악기소리에 놀라 염소새끼들이 황급히 뛰여 뿔을 얹은 엄지한테로 달려간다.

리인걸부부장의 이야기가 끝난지 오랬건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벽에 붙여놓은 쏘파에 몸을 묻고 묵묵히 흘러가는 창밖의 풍경을 내다보고계시였다. 들판의 정서는 그이의 무거운 심중에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였다.

송암군당책임비서 리중걸… 그 일군이 과연 당권을 가지고 그렇게 안하무인격의 독단을 부린단 말인가. 그가 군당이나 행정위원회 일군들이 모인 장소의 연탁에 나서면 누구도 감히 그의 얼굴을 마주보기 저어한다고 한다. 과오를 범한 사람을 내다세워놓고 밭은 이마밑의 넉잠누에 눈섭을 일구며 비판할 때는 그야말로 성난 범같다고 한다.

리중걸이 은철소년의 아버지인 옥천협동농장 관리위원장 박림수를 해임시킨것도 일종의 전횡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박림수가 제대로 썩이지 않은 풀거름을 무져놓아서 군내 협동농장방식상학이 잘되지 못했다는것과 군에 온 촬영기자가 뜨직해하는걸 붙잡고 텔레비죤에 내달라고 농장오리사를 찍게 하였다는것이 주되는 리유였다. 박림수는 관리위원장자리에서 해임되여 해발 900m가 넘는 연수덕등판의 축산반으로 갔다. 리중걸은 박림수에게 《농장원들이 연수덕에 잘 가려 하지 않는데 동무가 가서 모범을 보이오. 일을 잘해서 성실한 사람이 되오. 가능하면 집이랑 떠가지구 가서 아예 눌러앉소.》 하고 랭혹히 말하였다.

리중걸은 특세도 여간 아니였다. 군식료공장에서 콩과 꿀을 넣어 따로 특별히 만든 단고추장을 자기와 군행정위원장, 검찰소장을 비롯한 군의 주요 간부들집에만 공급하도록 하였다.… 자료는 적지 않다.

리중걸은 사람이 변한것 같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아프시였다.

여러해전에 함경북도를 실무지도하실 때 리중걸을 처음 만나던 일이 지금도 눈앞에 삼삼하시였다. 그이께서 군의 한 협동농장 포전길에 차를 세우고 내리시였을 때였다. 논판은 질적하였는데 벼가을을 하던 사람들중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몸집이 뚱뚱한 사람이 포전길로 나와 자기가 군당책임비서라며 인사를 올리는것이였다. 흙이 잔뜩 묻은 장화, 가을볕에 그슬은 구리빛얼굴과 실농군같이 굵은 팔뚝, 무릎이 나오고 들에서 덞어진 바지, 뒤꽁무니에 찬 낫… 군당책임비서의 모습은 그이의 마음에 드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퍽 옹색해하는 중걸에게 군당책임비서를 사무실이 아니라 벌에서 만나니 기쁘다고, 이렇게 흙냄새 풍기는 소박한 차림으로 아래에 내려가 농민들과 일군들을 배워주고 도와주는것이 당일군의 본분이라고 하시였다.

군당책임비서가 농사를 잘 알아야 하고 현실에 깊이 침투해야 하며 당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지도해야 한다고 가르쳐준것이 어제같은데… 관료주의자로 되다니!… 사람이 이처럼 달라질수 있는가. 차바퀴의 단조로운 률동소리는 사색을 재촉하듯 끊임없이 울리고 해빛은 달리는 렬차집무실의 창가림을 헤치고 따스히 비쳐든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신중한 안색으로 앞탁에 놓인 송암군당책임비서에 대한 반영자료를 다시금 번져보시였다.

《그래 부부장동무는 결론적으로 리중걸동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있습니까?》

리인걸은 머리를 들었다. 그의 여윈 얼굴에는 자기 량심을 채찍질하는 고통스러움이 력연히 내비치고었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송암군당책임비서는… 자기 사업을 하기 곤난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관료주의적사업작풍은 당에 리익이 아니라 해독을 주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창밑의 쏘파에 앉아있는 부부장을 조용히 지켜 보시였다. 자기의 사촌형을 털끝만큼도 융화하지 않고 엄격한 당내 규률을 적용하려는 그의 내심적인 고충이 얼마나 클것인가.

《여기 문건에 적힌 사람들외에 동무가 더 만나본 사람들은 없습니까?》

《예. 다섯명을 만나 료해했으면 충분할것 같아서…》

《부부장동무가 만나본 사람들이 군당과 행정위원회의 몇몇 일군들인데… 군내 인민들은 책임비서를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 알아볼걸 그랬습니다.》

리인걸은 아무 말도 못했다.

《읍내의 어느 평범한 로동자를 만나 담화하든가, 옥천리에 갔댔으면 그곳 농장원이나 분조장 같은 사람들을 만나보았더라면 좋았을것입니다. 군의 정치는 실지 군내 인민을 위한것입니다. 그러니 군당책임비서에 대해서는 간부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인민들의 말도 들어보아야 할것입니다. 로동자나 농민이 더 진실을 알고 공정하게 평가하는 법입니다.》

《…》

리인걸은 마주잡은 두손을 조급하게 주물렀다. 당황하거나 실책했을 때 그가 버릇처럼 가지는 손가짐이였다. 그의 입술은 트고 푸르죽죽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뿌에 신덕샘물을 따라주시였다.

《송암군당책임비서는 만나보았습니까?》

리인걸은 손을 너무 힘주어 주물러서 손가락마디가 피가 통하지 못해 하얗게 되였다.

《만나지 못했습니다.》

《동무는 군당에 가지 않았습니까?》

《책임비서가 읍농장에 나가고 사무실에 없었습니다.》

《그럼 농장에 찾아가든가 집에라도 들렸어야지… 오래간만에 차례진 기회인데 사촌형을 만나지 않았단 말입니까?! 동생이 왔다가 그냥 간줄 알면 중걸동무가 얼마나 서운해하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괴로이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러니 이 문건은 본인을 만나 확인하지 못한 자료이구만…》

《저는 되도록 객관적인 반영을 알아보려고…》

리인걸은 신심없이 입을 열었다.

《본인을 만난다고 해서 자료의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는게 아닙니다. 당사자의 말도 믿고 거기서 다른 측면의 진실을 들어봐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쪽에 돌아서시였다. 리인걸이 만나본 일군들이 대체로 군당책임비서에 대한 긍정적인 반영은 없고 나쁘다는 말만 하는것 자체가 수긍되지 않으시였다. 자신께서 만났을 때는 썩 좋은 인상을 받았댔는데 아무렴 그에게 좋은점이 그렇게 없겠는가, 긍정점을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부정인들 옳게 보았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창가림을 헤치고 해빛속에 흘러가는 넓은 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시였다. 이윽해서야 료해문건을 손에 드시였다.

《인걸동무, 수고스러운대로 다시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그가 과연 관료배들식의 그런 사업작풍을 가지고 책임비서의 자리에 군림하고있는지… 아니면 어떤 사람인지 군내 인민들의 반영을 들어보시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인제는 공사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정광수송관부설도를 가져왔으면 여기 앞탁에다 펴놓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앞탁에 두팔굽을 내짚고 상반신을 기울이신채 부부장이 펴놓은 부설도에 세심한 눈길을 주시였다.

리인걸은 손으로 부설도를 짚어가며 공사진척정형을 보고드리기 시작했다

《정초부터 지금까지 종합해보면 공사성과는 있습니다. 해발 700∼800m이상의 구릉지대들을 내놓고는 강과 개울, 골짜기들을 포함한 평지대의 절반나마 되는곳에 수송관들을 부설했습니다. 강철구조물설치작업, 부재조립작업은 60%나마 제꼈습니다. 설비조립을 맡은 기술자들과 건설자들은 탈수장과 건조장, 전처리장건설을 다그치고 광액분쇄기와 정광수송뽐프, 자력선별기같은 현대적설비들에 대한 조립속도를 3∼4월보다 두배로 높이고 있습니다.》

《대형화물자동차들은 실어보냈다니 됐고 이제 권양기와 자동차기중기들도 현지에 도착할것입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렇게 되면 물동과 수송관운반문제가 풀리고 공사전망이 쑥 열리게 됩니다. 다만 전화상으로 말씀드린 그 송암진펄횡단공사가 난문제입니다. 아직… 진펄을 극복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광수송관부설도에서 공백으로 되여있는 진펄구역을 이윽히 들여다보시였다. 그러나 그이의 관심은 진펄만이 아니시였다.

《부부장동무, 해발 800m이상의 구릉지대들에는 수송관을 어떻게 부설하려고 합니까?… 금패령은 해발 l,500m나 되지요?》

《그렇습니다. 에도는 길이라도 자동차길이 나있는 구릉지대들은 수송관과 물동운반이 그닥 어렵지 않습니다. 그외 지역은 공사에 동원된 일부 건설대들로 길을 닦고있습니다.》

《자동차길을 닦는다… 그것도 방대한 토량공사일것입니다.》

《예, 그래서 대부분의 불도젤과 굴착기들은 그쪽에 돌렸는데도 부하가 여간 아닙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묵묵히 담배를 피우더니 다시금 진펄구역에 눈길을 주시였다.

렬차가 교량을 건너가는지 차바퀴소음이 커지고 앞상에 놓인 차잔이 떨렸다.

《부부장동무, 진펄문제를 가지고 건설자들과는 의논해보았다지요?》

《예…》

《진펄수문학자들을 초빙해왔습니까?》

《오늘 도착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인걸의 얼굴을 이윽히 건너다보시였다.

《동무는 30리 송암진펄이 위치한 그 옥천리에 갔댔다지요?》

《그렇습니다. 화학설비종합조립기업소 건설자들이 천막을 치고있는 그 진펄기슭에 갔댔습니다.》

《그 지방에 오래 산 농민들중에 혹시 진펄을 잘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을가?…》

《제가 농민들 몇사람을 만나봤는데 모두들 난감해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에 잠겼다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어떻든 진펄을 정복할 방도는 굴착설비나 불도젤, 중기계들에 있는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을것입니다. 진펄수문학자들의 방조를 받으면서도 중요하게는 진펄을 잘 아는 사람들과 건설자들에게서 묘술을 찾아야 합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알겠습니다.》

《시간이 어떻겠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될수록 그곳에 한번 가보는 방향에서 노력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광수송관부설도를 말아쥐는 리인걸부부장에게 따뜻이 이르시였다.

《우선 침대칸에 가서 쉬시오.》

《일없습니다. 전 내려서 다음 렬차를 타고 청진에 가겠습니다.》

《나한테 페를 끼칠가봐 그럽니까? 걱정말고 침대칸에서 마음놓고 코를 골며 자다가 단천에서 내려 갈아타시오.》

렬차의 속력이 차츰 더디여졌다.

렬차는 양덕을 지나 동부지방의 첩첩히 늘어선 산들과 구배심한 거치른 협곡사이를 조심스레 누벼나갔다.

 

×

 

한밤중에 렬차는 함흥평야를 달리고있었다.

창가림을 내린 렬차집무실은 끊임없이 달리는 차바퀴소리, 가벼운 진동을 제외하고는 당중앙위원회 집무실처럼 고요하다. 낮은 앞탁에서는 식은지 오랜 차잔의 물이 렬차의 진동에 파르르 떤다.

떠난지 오래간만에 찾아든 조용한 시간이다. 일군들과 정력적으로 사업하실 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몹시 피곤이 느껴지신다.

그이께서는 몸이 무겁게 잦아드는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차창문을 반쯤 내리우시였다.

샘물처럼 시원한 들판의 밤공기가 두터운 견사직 창가림을 밀어 젖히며 흘러들었다.

그이께서는 심신의 피로를 풀려고 팔과 목, 웃몸을 운동삼아 가벼이 움직이시였다.

검푸른 하늘에서 별무리가 배웅하는듯 렬차를 따라오며 반짝인다.

륜곽이 희미한 야산들, 등판과 벌이 어둠속에 사라진다. 페장을 적시는 신선한 대기, 별이 총총한 하늘, 흘러가는 밤자연에 심취하니 피곤이 퍼그나 풀리시였다.

그이께서는 앞탁에 마주앉아 정의빈의 《수술일기》를 지함에서 꺼내시였다. 두툼한 책의 누르끼레한 갈피에서는 오래 묵은 약냄새가 물씬 풍기였다.

책장을 번져나가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눈길을 멈추시였다.

복부수술환자 허상민에 대한 기록이였다. 무너진 비료공장건물의 낡은 책상우에 백포를 펴놓고 한 수술… 소장파렬, 허벅다리에 박힌 파편… 수술후의 치료과정… 뒤로 넘어질듯한 길쭉한 글씨였다.

보라색잉크로 쓴 부분들은 퍼그나 퇴색되였지만 먹글씨는 아직 뚜렷했다. 상처아무는 과정을 여백에까지 찬찬히 기입한것을 보니 여간 관심을 기울인것이 아니였다. 순희가 정성스레 간호한 내용도 씌여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렬차의 진동마저 느끼지 못하시고 《수술일기》의 갈피를 번져가시였다.

《수술일기》는 정열적인 외과의사 징의빈의 학구적노력의 산물이였다. 거기에는 외과의술분야에서 제기되는 난문제들을 자기 식으로 해결하려는 완강한 노력과 의지와 경험이 담겨있었다. 검누르게 퇴색한 갈피들에는 외과의사 정의빈의 깨끗한 량심, 인간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뜨겁게 흐르고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관더러 침대칸에 있는 의학협회 박사를 불러 달라고 이르시였다.

얼마 안있어 키가 후리후리하고 눈매가 날카로와보이는 오십대의 박사가 조금 긴장한 낯빛으로 렬차집무실에 들어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사가 수고로이 렬차를 타고 오면서까지 《수술일기》를 열독해준데 대해 사의를 표시하시였다. 박사에게 앞탁 맞은켠 쏘파를 권하고 담배곽을 밀어놓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담배를 피워물기를 기다려 나직이 말씀을 꺼내시였다.

《선생이 <수술일기>를 보았다니… 견해를 말씀해주십시오. 내가 혹시 림상학적으로나 학술적으로 별반 가치가 없는걸 가져다가 공연히 수고를 끼친게 아닙니까?》

《아닙니다. 오랜 외과의사인 정의빈선생의 이 <수술일기>는 이미전에 의학협회가 찾아보았어야 할 학술문헌입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파지로 버릴번한 일기책을 관심하시고 귀중히 여기셨으니… 저희들은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박사는 엉거주춤 일어났으나 교량을 건느는 렬차의 가벼운 충격에 손으로 앞탁모서리를 잡았다.

《앉아서 말씀하십시오. 난 그것이 정의빈선생의 필생의 유산처럼 생각되여 가져왔을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겸허하게 말씀하시고 주성욱이 가져온 더운 차를 손수 박사앞의 차잔에 부어주시였다.

박사는 앞탁에 푸른색뚜껑의 공책을 펼쳐놓고 약간 흥분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저는 어제밤과 오늘에 걸쳐 정의빈선생의 <수술일기>를 흥미있게 보았습니다. 그 선생의 학구적노력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수술일기>에 구체적으로 씌여있는 독특한 수술기법과 치료경험은 대단히 귀중한것입니다. 그중에는 우리 외과학이 아직 해명하지 못한 학술문제들도 있습니다.》

《이것이 그렇게 귀중한 학술문헌이 될수 있단 말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진정 기쁘시여 앞탁우의 《수술일기》를 집어들고 확인하듯 물으시였다.

《그렇습니다. 정의빈선생의 <수술일기>는 학술적가치가 대단히 큽니다.》

《박사선생, 그럼 정의빈선생이 연구원에 가거나 연구사업을 따로 하지 않고도 이 <수술일기>에 있는… 40년간의 림상실천속에서 얻은 수술기법들과 치료경험을 종합분석하고 리론적으로 정리하여 세상에 발표할수 있겠습니까?》

《있습니다. 훌륭한 박사론문이나 저작이 될수 있습니다. 정의빈선생이 자기 수술기록에 묻혀있는 의술성과를 학계에 공개하면 복부외과계통의 치료사업에 커다란 공헌을 할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사선생.》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사의 희고 부드리운 손을 꽉 잡으시였다.

《앞으로 의학협회가 정의빈선생의 집필사업에 귀중한 방조를 주기 바랍니다.》

박사가 렬차집무실을 나가자 부관이 들어왔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해군사령부에 내려가있는 인민무력부장동지한테서 함정의 시험항행준비가 완료되였다는 련락이 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고 시계를 보시였다.

《벌써 3시가 됐는가.》

《좀 주무십시오.》

《그래 자겠소. 금골에는 아침 9시에 도착한다지?》

《예.》

《지금 렬차가 어디쯤 달리오?》

《신포를 지났습니다.》

《그럼, 이제 두어시간이면 단천에 닿겠구만. 내 좀 쉬겠는데 단천에 가면 리인걸부부장이 탄 침대차를 역 대피선에 떼놓도록 하시오.》

《?!…》

《인걸동무가 몹시 피곤해서 자겠는데 다음렬차를 타라고 깨워서 단천역에 내려놓을수는 없습니다. 그 동무가 자는 바곤을 떼두었다가 청진 가는 뒤렬차가 조용히 달고가도록 합시다.》

주성욱은 깊은 감동에 싸여 김정일동지의 피로가 짙은 얼굴을 우러러보았다.

쉬임없이 진동하며 달리는 렬차의 차창으로 동해바다 멀리 암회색의 수평선 저쪽에서 새날이 푸름푸름 밝아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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